*이 글을 최근 논란의 KBS 애국보수기자 군(소위 KBS 일베기자)에게 바칩니다.
◇이중인격성향은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제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임다. (글의 흐름상 비속어 그대로 인용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498F3A54E1353D34)
저는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100여 편에 달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유희도 유희지만 욕설은 기본이고 간혹 성적 묘사, 여성비하 발언도 있었죠. (위 글은 점잖은 편) 점잖은 기자 흉내를 내고 있는 저를 최근 알게 된 취재원 분이나 선후배, 지인은 경악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한가득 담겼습니다.
왜 이런 걸 올렸었느냐고요. 제 안에 숨겨진 '악동'이 그리 하라고 시켰슴다. 물론 실생활은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정반대. 예의 바른 청년(이젠 아저씨) 축에 속하죠. 싸이는 그냥 '감정적 배설 창구'라고나 할까요. 제 성장 과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님다. 대체로 평범. 대개의 청년이 그렇듯 약간의 우울증과 소외 경험, 염세, 왜곡,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었지만.. 그 정도 굴곡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럼에도 또 재미 요소를 찾아 유쾌하게 살아가는 거고..
최근 일베 기자 논란을 보며 문득 제 모습을 비춰보게 됐슴다. 그 친구의 신상은 넘치더라고요. (굳이 좌표를 제시하진 않겠음) 뭐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속속 개인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과거 글이 공개되더군요. (제가 대부분의 닉네임을 1980으로 통일하듯 이 친구도 닉네임을 하나로 통일했더라고요) 이중에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문제가 될만한 글도 있지만 엉뚱하지만 재기발랄하고 삶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이 친구도 실제론 꽤 좋은 친구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님 말고ㅎㅎ) 그리고 지금 '강제 일밍아웃(본인이 일베란 걸 주위 오프라인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멘붕'에 빠져 있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만일 누군가 아직도 남아 있는 제 싸이월드 글 중 자극적인 내용을 부분적으로 발췌해 그걸 기사화한다면 저 역시 그럴지도.. (사실 별 상관 없음ㅋㅋ)
'입이 거친 사람이 정중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기자로서 많은 사람을 접하다보니 이런 경험이 반복되더라고요. 저는 겉보기에도 대번에 거친 사람을, 겉보기에 깔끔.정중.친절한 사람보다 더 신뢰합니다. (물론 100% 맞는 건 아니지만..) 그런 차원에서 이 친구를 '키보드 워리어'라는 한 단면만 보고 너무 과도하게 비난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여성을 비하하거나 왜곡된 리포트를 했을 때 비난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단, 앞으로 좀 더 언행에 신경써야겠죠? (이 친구 말마따나) 경제 권력에 예속된 저 같은 (중소)언론사 기자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KBS 기자 정도면 한국 사회에서 준 공인으로 취급되니까요. 계속 '애국보수'하시되 실명이든 익명이든 대외적인 언행에 주의해야겠죠.
◇애국노빠가 본 애국보수 '일베'
대외적으론 잘 표현하진 않지만 전 노빠임다. (종교식으로 말하면) 노무현 옹의 부활을 믿습니다. 반대로 MB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슴다. 보수가 슨상님과 놈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듯 전 지금 MB와 근혜옹주의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고 있슴다.
그렇지만 일간베스트(일베)는 재미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노무현 안티'로서 오히려 고인이 된 노무현의 살아 있는 정치력을 반영합니다. 왜곡되긴 했지만 노옹께 이렇게 큰 관심을 가져주는 집단이 또 어디 있을까요. (관심이 곧 힘인 정치인과 연예인은 무플보다 악플이 천배 낫다는..) 또 사회적으로는 반체제.반사회적 성향을 분출합니다. 70년대 펑크 록을 연상하게 합니다. 제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비주류 문화에 열광했듯, 지금의 비주류 청년은 (진보해야 멋진 젊은이라는 주류에서 이탈해) 일베에 열광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부작용도 있죠. 일간베스트에 오르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시스템은 마치 더 섹시한 기사로 트래픽을 올리려는 인터넷 뉴스 시장의 더러운 면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제 추측성 의혹이지만 MB정부 들어 사회적 비주류의 해소공간인 일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 '좌좀'에 맞대응하기 위한 '친일수꼴'의 성지(聖地). (개중에는 상당한 논리를 갖춘 문제제기도 있었다죠. 마치 핵심 정보를 가진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폭로하듯) 그러던 게 지금은 훌쩍 커서 스스로 자라나 수꼴도 컨트롤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생각함다.
그럼에도 일베 유저를 '일베충'으로 낙인 찍는 현재의 모습이 썩 편하진 않슴다. 저같은 애국노빠가 있으니 애국보수도 있을테고, 맹목적인 좌좀이 있으니 수꼴도 있고, 주류가 있으니 비주류가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수괴' MB의 똘만이가 익명을 활용해 만들어 낸 왜곡된 정치 논리에 빠져드는 비주류 청년은 안타깝지만, 적지 않은 청년은 그런 왜곡된 논리에 맹목적으로 빠지지 않고 '애국보수' 한다고 믿슴다.
제 주위에도 애국보수(일베) 친구가 몇 있슴다. 때론 너무 궁시렁대고 인터넷 상 표현이 거칠어서 저한테 두드려맞기도 하지만 실제론 따뜻한 청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진보한답시고) 점잖게 폼 잡으면서 뒤로는 구렁이 100마리 키우는 '진짜 변태'보다는 훨씬 사랑스럽습니다. (그치 ㅇㅇ군? ㅇㅇㅇ기자?ㅎㅎ) 요컨대 단순히 일베라고, 사회 물을 덜 먹은 사회 초년생이 말을 다소 흉하게 했다고, 이중인격자니 뭐니 해서 무작정 혐오.증오할 필요는 없답니다.
필시 이 글을 볼 KBS 후배 님, 앞으로 사회적 이슈에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표현에 대체로 신중하며, 비주류 출신으로서의 풍류와 해학을 잊지 않는 멋진 애국보수 기자로 성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슴다. 단, 이제 어엿한 사회인, 기자가 된 만큼 익명에 기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은 참고하시고요. (아무리 지워도 인터넷에 다 남아요. 포털에 닉네임 쳐보니 님하 대학 다닐 때 시간표까지 다 나오더라는ㅠㅠㅠㅠ)
첫댓글 좋고 긴 글인데... 왜 설득이 안되죠. . ?
사실 저도 반신반의..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비언론인을 이끈다구요?ㅎㅎ 전 저분의 '이끔'을 받지 않는데
운영자가 그런자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구요
ㄷㄷ네. 이끌진 않슴다. 그럴 생각도.. 그럴 자격도.. 그럴 수도 없슴다.
개인적 성품까지 판단하고싶지는 않지만 저런 '생각'이 잠재되어있는걸 넘어서서 익명의 공간에서 '표출'하는 사람이 기사를쓰고 리포트를 한다? 시청자입장이라면 꽤나 불쾌할것같네요.
슬프게도 제가 직·간접적으로 아는 많은 방송인과 언론인, 유명인은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180도 다르답니다. 이 친구에게도 일베에서 보여진 모습과는 180도 다른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1980 저분은 이미 그이면을 보여주고 시작하는거니까요.. 그리고 일베도 그사람의 '실제'구요...
그 친구가 이 업계에 있는 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됐죠.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무얼 잘못했는지 반성할 계기가 됐음 좋겠네요.
일베란 곳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만의 감정 분출구가 아닌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한 곳'이라는 게 문제가 아닐까 함. (그나저나 오늘은 여유 좀 있나 보네? ㅎ)
공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원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는 점도요.. (어제 써놓은 거예요.. 식사 맛있게 하세욧ㅋㅋ)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리봐도 그 일베기자분께서 어쩌다 신상이 들통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인증때문에 걸린거라 생각됩니다. 인증을 해야만 추천을 받고 더 관심이 가기때문에 그분의 내면에 관종병 때문이 여기까지 온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중인격은 누구나 가지고 있죠! 겸양있는 신입기자의 글도 그러한 점을 증명한다고 봅니다. 다만, 저는 일베를 '애국보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사건 당사자가 쓴 문제된 게시물들도 애국 보수를 표방한다고 볼 수 없구요. 혐오와 증오. 그리고 비난과 무시만이 가득한 글은 곧 그가 가장 하고 싶은 말들이 아니었을까요?
저도 공감합니다.
선배 앞부분보고 딱 선배인줄 알았다는ㅋㅋㅋㅋ
(1)은 어디 있나요?
기자들 중에 일베 회원 많을걸요.
다만 그 사람은 바보같게도 아랑에서 아이디를 일베에서도 같은 걸로 썼다는거.
인터넷도 많이 하는 사람이 구글링의 무서움을 몰랐을까요.
어리석다고 밖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