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사진
- 권덕하
점원들이 모여서 앞쪽을 바라본다
어슷비슷한 처지
알면서 모르는 체하니
색다른 점이나 별다른 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미간을 펴는 이유다
어떤 이는 머리를 매만지고
까치발로 서보고
짐짓 환한 웃음 지어보고
헤어지기 전에 잠시 모여
앞날을 바라보는 고요한 눈빛들
정지한 시간의 낯꽃
훗날, 추억이 제 얼굴 찾다가
한날한시에 함께 있었음에
불현듯 쓸쓸하겠지
ㅡ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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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 있을 때 열심으로 취미생활을 같이 한 인연으로
7박9일의 남 베트남 여행단에 끼어 한 마흔 여장의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과 꽃의 나라 베트남의 풍광을 마주할 때마다 사진을 찍었나 봅니다
동행한 열여덟명이 저마다 개별 사진도 찍었으니 정리조차 헷갈릴 지경입니다
둘러보는 곳마다 꽃을 들고 사진을 찍는 베트남 사람들이 신기했는데
유독 한국인들만 별나게 단체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서양인들은 주로 풍광 사진만 담고, 베트남 젊은이들은 꽃을 들고 서로 찍어주는데
사람으로 붐비는 곳에서 줄을 맞춰 단체 사진을 찍어대는 한국인들이 그들도 신기했나 봅니다
현직 교사로 수학여행단을 이끌며 학생들을 찍어주던 때가 문득 생각난 여행길이었네요
언제 다시 펼쳐 보면서 기억할런지, 그리워할런지, 쓸쓸해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