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먼 곳이 있는 사람 [손택수]</p><p> </p><p> </p><p> </p><p> </p><p>걷는 사람은 먼 곳이 있는 사람</p><p>잃어버린 먼 곳을 다시 찾아낸 사람</p><p>걷는 것도 끊는 거니까</p><p>차를 끊고 돈을 끊고</p><p>이런 저런 습관을 끊어보는 거니까</p><p>묵언도 단식도 없이 마침내</p><p>수행에 드는 사람</p><p>걷는 사람은 그리하여 길을 묻던 기억을 회복하는 사람</p><p>길을 찾는 핑계로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p><p>모처럼 큰맘 먹고 찾아가던 경포호가</p><p>언제든 갈 수 있는 집 근처</p><p>호수공원이 되어버렸을 때를 무던히</p><p>가슴 아파 하는 사람</p><p>올림픽 덕분에 케이티엑스 덕분에</p><p>더 멀어지고 만 동해를 그리워하는 사람</p><p>강릉에서 올라온 벗과 통음을 하며</p><p>밤을 새우던 일도 옛일이 돼버리고 말았으니</p><p>올라오면 내려가기 바쁜</p><p>자꾸만 연락 두절이 되어가는</p><p>영 너머 먼 데를 잃고 더 쓸쓸해져버린 사람</p><p>나는 가야겠네 걷는 사람으로</p><p>먼 곳을 먼 곳으로 있게 하는 사람에게로</p><p>먼 곳이 있어 아득해진 사람에게로</p><p> </p><p> </p><p>               -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창비, 2020</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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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joofe님 덕에 자물신 시를 읽어보는 아침 , 늘 고맙습니다. 잃어버린 먼곳을 찾은 기분이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자물시다,란 말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 곳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