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신앙의 해 -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신앙의 길로 나아갑시다.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구민
모두에게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2012년 6월 25일 착좌미사로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 직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제13대 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새 교구장으로 봉사하게 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도 교구의 교구장 직무가 저에게는 너무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좋으신 하느님의
손길에 의탁하고, 우리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협조와 기도에 힘입어서 제게 맡겨진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자 합니다. 정진석
추기경님께서는 2011년부터 사목교서를 통해 2020년을 전망하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11년 10월 11일에 자의 교서 「믿음의 문」을 발표하시면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저는 두 분의 뜻을 이어 받아
2013년은 신앙의 해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복음화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으로
시대적 상황과 조건에 맞는 복음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을 새롭게 복음화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복음화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먼저교회 자신이 복음화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에 속한 이들이 먼저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면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때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열정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여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과의 친교에로 부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십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받으면서 하느님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으로 응답하고 신앙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세례 때에 죄와 마귀와 악의 유혹을 끊어버리고, 오직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으며 그분의 뜻대로 살아갈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의
응답과 삶이 과연 주님이 바라시는 모습인지 자주 되돌아보고 성찰하여야 합니다. 순례하는 교회는 늘 자신이 종말의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올바로
나아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성실히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2012년에
발간된 「서울대교구 본당사목 활성화를 위한 기초자료 수집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기초가 매우 약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께 대한 굳건한 신앙으로 사랑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서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사도 2,47)
얻었습니다. 하지만 ‘허약한 신앙’으로는 자신은 물론 세상을 복음화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는 새로운 한 해 동안 합심하여 함께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신앙의 기초를 강화하기 위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귀를 기울입시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교회는
언제나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하여 왔고, 성경 말씀을 영적 양식으로 삼아 거기서 힘을 얻습니다. 여러 교부들은 손으로 성체를 받았을 때
축성된 빵의 한 조각이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듯, 전례 중에 듣는 하느님 말씀을 헛되이 흘려버리지 말라고
충고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성경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과 만나시며 그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십니다.” 우리는 구약성경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당신 백성을 구원에로 이끄시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께 대한 숭고한 가르침, 인생에 관한
건전한 지식과 구원의 신비를 배우게 됩니다. 신약성경은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죽음과 부활, 성령의 파견 그리고
사도들의 놀라운 신앙의 증거와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 생활의 원천이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더욱 자주 읽고 묵상하며 필사함으로써 우리의 믿음이 새롭게 되고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둘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합시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친구간의 우정이 대화를 통해 깊어지듯이 하느님과 우리와의 친교도 기도를
통해 더욱 돈독해집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의 백성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였고 하느님의 뜻을 찾았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머무는
곳마다 주님께 제단을 쌓고 기도하였고, 모세 역시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만났으며 이스라엘을 구원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특히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자주 기도하셨습니다. 그분은 당신 사명을 이행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을 앞두고 기도하셨고, 열두 제자를 부르시기
전에도 기도하셨으며, 결정적으로 당신의 수난을 통해 성부께서 세우신 사랑의 계획인 십자가 사건을 앞두시고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할 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어 가장 아름다운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승천 후에 제자들은 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성령을 기다렸고, 초대교회 공동체는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습니다.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과 기도의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범을 따라 자주 기도함으로써 하루하루를 하느님께 거룩하게 봉헌해야 합니다. 아침과 저녁 기도를 통해 하루의 시작과 마침을 주님과 함께
하고, 삼종기도를 통해 시간을 성화하며, 식사 기도를 통해 일용할 양식에 감사드릴 뿐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여야 하겠습니다.
셋째, 교회의 가르침을 배웁시다. 하느님의 뜻은 교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해야 합니다. 교회 가르침을 공부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이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되면,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구원의 신비로 온전히 들어가게 됩니다. 신앙의 해가 시작된 2012년
10월 11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며 또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은 ‘20세기의 교회에 내려진 큰 은총’이며 순례하는 교회의 방향을 알려주는 소중한
나침반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교회가 이천 년 동안 받아들이고 지키고 제공했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교부들에 이르기까지,
또 신학자들과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신앙에 관하여 성찰하고 발전시켜 온 수많은 방법들과 신앙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성실히 공부하여 교회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우리의 신앙을 굳건히 다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미사성제의 은총으로 주님과 일치를 이루고 신자들 상호간의
친교를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미사에서 나누어진 하나의 빵, 곧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먹는 우리는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가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우리는 미사 중에 고백하는 신경(信經)을 통해서도 일치를 이룹니다. 미사 전례에서
사용되는 ‘사도신경’과 ‘니케아 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는 가톨릭 교회가 이천년간 간직해 온 신앙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교회의 신앙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미사 중에 그 신앙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 고백을 통해
시간적으로는 신앙의 선조들과 일치를 이루고, 공간적으로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가톨릭 신자들과 일치를 이룹니다. 교회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신경을 통해 우리 신앙은 튼튼해지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일치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더욱 정성껏 봉헌하기 위해 미사 전에 성실히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또한 성체께 대한 공경은 미사 중에는 물론, 미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매우 정성스럽게 보존하고, 합당한 흠숭을 드리기 위하여 현시하거나 또는 장엄한 행렬 중에 함께 모심으로써 공경을 드렸습니다. 성체께 대한 마땅한
흠숭을 드리기 위해 성시간과 성체강복에 자주 참여하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사랑 안에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갈라 5,6)이고,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에 나아가 사랑의 봉사를 실천함으로써 신앙을 증거해야
합니다. 신앙과 사랑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사랑 없는 믿음은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고 믿음 없는 사랑은 끊임없는 의심에
좌우되는 감정에 불과합니다.” 사랑의 실천이 없는 신앙은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또한 신앙이 없는 사랑의 실천은 쉽게 좌절되고 맙니다. 신앙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열매를 맺고, 사랑의 실천은 신앙을 더욱 굳건하게 합니다. 사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미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봉헌하고 있습니다. 소외되거나 배척당한 이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며, 당신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라는 초대입니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신앙을 아름답게 꽃 피우고
풍성하게 열매 맺어야 하겠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다음 다섯 가지 표어로 요약합니다. 1. 말씀으로 시작되는 신앙 2.
기도로 자라나는 신앙 3. 교회 가르침으로 다져지는 신앙 4. 미사로 하나되는 신앙 5.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
2013년 한 해 동안 교구민 모두가 다섯 가지 표어에 따라 신앙의 기초를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선사목에서 수고하시는 신부님들께서 신자들 각자가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데에 적극 협력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신앙이 깊어질수록 주님과의 친교가 깊어져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참 기쁨과 평화, 행복을 맛보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열정을 갖고 새롭게
복음을 선포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주보이시며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의 순교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시다.
2012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 수 정
대주교
춘천교구 믿음의 문을 활짝 여는 춘천교구 공동체 -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믿음의 자녀들
-
목자의
감사 인사와 축복
1.1 기쁨과 근심이 교차하는 일상 안에서도 항상 믿음의 희망을 간직한 채 살고 있는 우리 교구의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여러분 한분 한분과 얼굴을 맞대고 그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다해 인사드립니다.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의 가정과 공동체에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2 지난 두 번의 사목교서를 통해 저는 우리 교구가 사랑으로 하나
되어 진정한 새 복음화의 길을 걸어가야 함을 강조해 드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요청에 우리 교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답해 주셨고 그 결과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했음을, 특히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 속에 진행된 사목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복음화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계신 교형자매들, 수도자들, 그리고 형제 사제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함께 축복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1.3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복음화의 환경은 여전히 걸림돌들이 가득하고 어둡기조차 합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께서는 이러한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일 년을 ‘신앙의 해’로 지내도록 명하셨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도 이 뜻 깊은 신앙의 해를 올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년보다 조금 빨리 사목교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신앙의 해 선포의 의미와 방향
2.1 “이 모든 것에 비추어, 저는 ‘신앙의
해’(Year of Faith) 선포를 결정하였습니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하여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날 것입니다. 그 첫날인 2012년 10월 11일은 저의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가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모든 신자에게 알리고자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반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진정한 결실로 1985년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임시 총회가 교리 교육을 위한 도구로 요청한 것이고, 가톨릭교회의 모든 주교들이 협력하여 마련된
것입니다. 더욱이 제가 소집한 2012년 10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정기 총회의 주제도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 복음화’입니다. 이는
온 교회가 특별한 성찰로 신앙을 다시 찾도록 이끄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
<믿음의 문 Porta Fidei>, 4) 2.2 신앙의 해는 교황 성하께서 당신의 교황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오신 새
복음화를 더욱 심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는 우리 시대가 봉착하고 있는 신앙의 위기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합니다. 신앙인은 있으되
신앙은 찾기 어렵고, 교회는 있으되 믿음의 공동체가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대한 회개와 반성의 결과입니다. 동시에 물질과 자연과학이 우선시되고
신앙마저도 개인화되어 버린 우리 시대가, 하루 빨리 심각한 영성적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2.3 그래서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믿음의 쇄신과 올바른 고백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충만하게, 새로운 확신으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신앙을 고백하는 열망을 지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믿음의 문, 9). 신앙이 우리 존재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될 수 있도록,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일상과 타협하며 세상에
대해 소극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복음을 살고 전하는 용기와 기쁨을 회복해야 합니다.
신앙의 해를 살기 위한 실천적
노력들
3.1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해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신앙의 해가 공의회의
가르침과 정신을 배우고 계승하는 기회이어야 함을 뜻합니다. 반세기 전에 개막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중세적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현대화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믿음 생활을 규정한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의회는 복음과 믿음의 원천을 회복함으로써 교회가 변화된
세상에 올바로 적응하고, "신앙의 빛이 더더욱 강렬하고 찬란하게 빛나기를 희망하며 영성의 쇄신을 기대했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메시지). 사실 오늘날 우리의 신앙생활은 모두 공의회의 결과물이라고 말해도 과장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솔직히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혹 안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얼핏 들어본 정도일 뿐입니다. 공의회를 모르고는 현대 세계 안에서의 신앙과 교회의
본 모습을 알 수 없고, 신앙의 해를 지내는 올바른 취지와 방향 또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역과 본당 차원에서, 공동체나 단체나 개인들 안에서 공의회와 공의회
문헌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통해 공의회의 정신과 쇄신의 노력이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합시다. 3.2 또한 신앙의
해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억합니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편찬된 공식 교리서입니다. 당연히
가톨릭교회 안에서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모든 교리와 가르침들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이 교리서는 신앙 교육을 위한 확고한 규범이며, 교회의
친교를 위해 유효하고 권위 있는 도구이므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에 성령께서 끊임없이 요구하시는 쇄신을 위하여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가톨릭교회 교리서 발행 교황령 <신앙의 유산 Fidei Depositum>, 4). 그러므로 우리는 이 교리서를 통해
우리 믿음의 원천과 내용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교리서와 관련하여 매우 그릇된 관념이 존재합니다. 다름 아닌
교리서는 예비신자들이나 보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교리서는 예비신자 교육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은 삶의 경험과 함께 끊임없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므로, 이미 세례를 받은 신앙인들도 지속적으로 교리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리서를 읽고 배워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선적으로 사목자들의 책임이긴 하지만, 우리도 더욱 열심히 신앙의 진리에 충실하고 믿음의 내용을 깊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3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우리 믿음의 내용을 ‘신앙 고백’(Credo)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주님께서 가르치시고
사도들을 통해 전승된 믿음이 신앙 고백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례 때에 고백하고 주일과 대축일에 갱신하는 신앙 고백은 단지
입으로 외는 경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고백이며 영적인 결단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삶을 통해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를 무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특히 신앙 고백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공동체의 행위이므로, 개인적 차원의 신앙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와 한 목소리로 고백하는 신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교회의 공적인 신앙 고백은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헌장, 10)인 전례, 특별히 성찬례를 통해 잘 드러나므로,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이나
공동체에서 거행되는 전례가, 진정한 믿음과 사랑의 축제요 교회 공동체의 장엄한 신앙 고백이 될 수 있도록, 준비와 집전에 최대한의 성의와 정성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믿음의 문을 열기 위하여
4.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출발은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교회의 창문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의 출발은 “믿음의 문”(사도 14.27)을 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미 열어주셨음에도 우리가 닫아버렸던 그 문을 다시 열고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고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분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신앙의 증인이며 하느님의 종들인 믿음의 선조들입니다. 그분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는 동시에 우리도 그렇게 살겠다는 결심이며
실천이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해를 지내는 일 년 동안 우리 교구의 모든 본당과 공동체가 언제나 믿음의 문을 활짝 열고 복음의 기쁨에 넘치는
하늘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신앙의 해를 위한 사목 권고를 담은 공지’(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제시된 내용을 잘 파악하여
각각의 환경에 맞는 사목적 노력을 실천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4.2 오늘부터 시작하는 신앙의 해는 우리 모두에게 주신 주님의
은총입니다. 이 한 해가 우리 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믿음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하며, 사랑으로 하나 되어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에게 강복합니다.
2012년 10월 11일, 신앙의 해 개막일에 춘천교구장 김 운 회 주교
대전교구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 청소년들에게 활력을 주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우리는 그 동안 장기적인 교구의 사목 방향인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지난 4년 동안의 장기적인 계획안에서 단계적으로 제시된 사목지표는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교구 하느님 백성들의 협력으로 많은 사목적인 열매를
맺었습니다. 교구 하느님 백성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2013년 사목지표를 “청소년들에게 활력을 주는 본당 공동체 건설”이라고
정하였습니다. 과열된 경쟁 구도 안에서 드러나는 폭력, 왕따, 자살, 성폭력 등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 전체가 한참 동안 시끌벅적 요란스럽습니다. 청소년 문제가 뚜렷한 해결책 없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교회는 이런 현실 안에서 더 큰 관심과 사랑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급변하는 세상 안에서 희망 가득한 신앙인으로
양성되도록 사목적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이 절실한 때입니다.
1. ‘신앙의 해’와
청소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그리스도와 대축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개최 50주년과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을 기념하는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하느님의 초대”(「믿음의 문」 6항)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에 맞추어 ‘신앙의 해’를 시작하는 것이 공의회의 가르침을 이해하도록 돕는 좋은 기회”(「믿음의 문」 5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해’를 굳은 신앙 안에서 교회를 쇄신하는 은총의 해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신앙의 해’를
살기 위하여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신앙의 해’는 공의회 정신의 실현을 통하여 교회의 쇄신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지향하고 있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우리가 처한 시대상황을 알려주는 확실한 나침반입니다.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른 삶은 우리 자신과 교회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전교구도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면서 청소년 사목에 대한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2. 청소년에 대한 시각의 변화: 청소년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봅시다!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청소년들이 현대 사회에서 매우 커다란 힘을 지니고 있다.”(「사도직 활동」
12항)라고 언급합니다.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이 말씀을 공감하기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힘을 가진 이들이
아닌 부족함이 많은 약자로 취급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문화와 상업주의에 휩쓸려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만나곤 합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우정과 사랑, 꿈과 미래의 청사진보다 경쟁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타협하며 살고 있습니다.
장래의 희망을 빼앗긴 그들은 항변조차 못하며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시기는 ‘꿈과 희망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탈출해야 할 ‘어둠 속 터널의 시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청소년들이 ‘매우 커다란 힘을 지닌 이들’이라고 자문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공의회에서 말하는 ‘청소년들의 힘’은 과거에 비해 활동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사회가 발전하면서
청소년들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매스콤 등을 이용하여 빠르고 폭넓게 정보화된 세상을
적응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커다란 힘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없고,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청소년들의 힘이 때로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힘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커다란 힘을 지닌 이들’이 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힘의 원천을 신앙에서 찾아야 합니다. 신앙은 왜곡된 가치관과 경쟁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커다란 힘을 지닌 이들’로 변화됩니다.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연약한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깁니다.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1사무 17,47)
골리앗을 무찌른 소년 다윗의 무기는 ‘신앙’이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청소년들은 나약하고 미성숙하지만, 신앙의 눈으로는 보면 그들의
나약함이 오히려 더 큰 가능성으로 비춰집니다. 신앙은 매우 강한 힘을 지닌 청소년으로 변화시킵니다.
3. 청소년
사목의 방향: 청소년들에게 신앙의 주도성을...
공의회는 “청소년들이야말로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가 되어야
하며, 자기들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을 고려하여 자기 자신들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들을 통하여 사도직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사도직 활동」
12항)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주면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더 이상 사도직의 대상만이 아니라 그들도 그리스도의 사도로 활동할 수 있으며, 이 시대에도 그들에게 주어진 고유한 사도직의
영역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본당 안에서 청소년 사목자의 역할 우리의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면서 고유의 사도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목자의 지속적인 믿음과 인내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사도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수차례의 넘어짐을 반복하듯,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획일화된 평가 안에서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친밀한 대화의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목자는 청소년들에게 참고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지녀야 합니다. 사목자와 청소년과의 인격적인 대화는 왜곡된 경쟁사회에서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그들을 ‘교회를 사랑하는 젊은이들’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국의
역할 청소년 사목국은 청소년들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주도성을 가지고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어야 합니다. 이는
본당 사목자들이 도와주기 어려운 영역을 또 다른 차원에서 지원하고 협력하기 위한 전반적인 도움을 뜻합니다. 청소년 사목국에서는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신앙 교육을 위한 교리교재를 연구하고 발행하며, 교리교사 양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또래의 만남 안에서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청소년 신앙대회 개최, 주도적인 청소년 사도직의 모델을 제시하겠습니다. 청소년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폭력, 왕따, 자살,
무너진 성윤리)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연구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청소년들을 도와주어,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올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가정 공동체의 역할 청소년들이 신앙 안에서 올바로 성장하도록 기초적인 틀을
형성시켜 주는 곳이 바로 가정입니다. 부모의 모범적인 신앙생활은 청소년들의 신앙을 길러주는 최고의 길입니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거대한
죽음의 문화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수없이 왜곡된 가치들이 그들의 신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부모에게 의존하며 성장한 청소년들에게 부모들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가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사회의 가치를 따라가면
청소년들의 신앙은 설 곳을 잃어버립니다. 청소년들은 가정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를 배웁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면서 기도의 열매를
체험합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납니다. 우리의 장한 신앙의 선조들께서 좋은 모범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청소년들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세상의 유혹을 이기는 부모의 용기와 선택이 필요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님들, 예수님께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8)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사제가 되는 길과 남녀 수도자가 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청소년들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성 유대철 베드로를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이 세상의 유혹에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합시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사도직을 수행하면서 착한 목자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기를 기원합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실천하며 힘찬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천주강생 2012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인천교구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노력합시다”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중요함을 강조하시면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는 복자 요한 23세 교황님이 소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1962. 10. 11)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되는데, 마침 이날은 복자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반포(1992. 10. 11) 하신 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두 날을 기념하여 “신앙의 해”를 반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는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계속됩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께서는 “신앙의 해”를 제정하기에
앞서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를 소집하시고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제시하셨습니다. 이 시대는 새로운 복음화가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의 환경, 여건에 맞게 “새로운 방식, 새로운 열정,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앙의 열정은 식어가고 물질적이고
육적인 것에만 골몰하는 이 시대는 종교적 무관심과 세속주의 그리고 무신론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신자들이 신앙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물질주의와 욕망 지향적 가치가 팽배해 가고 있기에, 많은 이들이 하느님과의 거리를 점점 멀리하고 있으며, 주일 미사마저 빠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중매체에 의한 세속적 사고방식의 확산으로, 하느님보다는
이 세상의 것들에 더 관심을 두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저속화가 사람들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이
세상 것에만 심취하게 하기에 참으로 이 시대가 걱정스럽습니다.
교황님의 “신앙의 해” 선포 목적은, 온 교회 구성원들이
일상생활에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온 관심을 모으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남에 바탕을 둘 때, 신앙은 그 온전한 의미와 광채를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신앙의 해”에 우리 모두 우리 삶에 새로운 시야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람, 곧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1항 참조) 흩어졌던 우리의 관심을 주님께 모아야
합니다. 이 “신앙의 해”에 우리의 믿음을 굳게 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을 통해서 알아보고, 사랑
실천의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교황님과 보편 교회의 뜻을 따라 이 “신앙의 해”가 우리의 신앙을
재점검하며,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영적으로 풍요한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문헌』, 『가톨릭교회교리서』와 『간추린 사회교리』를 배우고 그 근본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으며 ‘사도신경’의 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공부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믿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구세주로 믿고
더 나아가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며,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삶이 이미 천국의 삶을 체험하는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행복한 삶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신앙의 선조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 선조가 가졌던 뜨거운 신앙심을 회복하여 영적으로, 순교신앙이
충만한 신자, 이 세상을 넘어 하느님 나라를 늘 꿈꾸며 희망 속에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운 신자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교구 50주년을 통해서 ‘복음화’를 셋으로 나누어 ‘새 복음화, 재복음화, 사회복음화’로 분류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바 있습니다.
아직도 이루지 못한 교구신자 50만을 이루는 데에 뜻을 모으고, 냉담 교우 회두와 젊은이들의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한 계획들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신앙교육은 도제교육과 같기에 본당의 각종 전례, 예를 들면 성주간, 성모의 밤 등의 예절에 학생들이 참여하여, 배우고 깨닫도록 해야
하겠고, 대축일에는 좀 더 경건한 옷차림과 본당축제로, 간접적인 교육을 통해 젊은이들이 주님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민족을 형제로 사랑하고, 새터민들에 대한 따듯한 배려와 사랑이 실천되기를 기대합니다. 각 본당에서 “신앙의
해”의 의미가 실제로 모든 신자 가슴에 새겨질 수 있도록 각종 교육이나 전례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신앙의 해”가
지난 다음에는 우리의 믿음이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되어 이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게 됨은 물론, 우리를 보고 아직 신앙을 가지지
않은 많은 이들이 주님을 믿고 따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 교구장 최 기 산 보니파시오 주교
수원교구 교회와 신앙 -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영적 쇄신을 이룹시다! -
“희망의 땅,
복음으로!”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교황 성하께서 공표하신 보편교회의 ‘신앙의 해’와
함께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의 역사적인 희년을 개막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희년은 2013년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반세기의 격동기를 보내면서 온 교구민이 일치하여 주님의 복음을 열성으로 전파하였으며, 내ㆍ외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에 무한한 은총과 축복을 베풀어주신 자비로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교구의 첫 희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은 교구의 지난날을 성찰하는 가운데 신앙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확립할 때입니다. 우리 교구는 이 기념비적인 순간에 전통과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영적으로 쇄신하여, 신앙 공동체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요청에 부응하여 본 교구장은 이
희년이 우리 교구와 사회에 하느님 나라를 앞당기는 도약의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수원교구민의 영적 쇄신’의 염원을 담은 이 사목교서를
반포합니다.
수원교구가 걸어온 길
1963년 10월 7일 바오로 6세 교황성하의 칙서
[최고의 목자] 반포로 설정된 수원교구는 서울대교구로부터 분리되어 한수(漢水) 이남 경기도 지역의 1개 시와 10개의 군을 관할하는 작은
농촌교구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교구는 사제 412명, 본당 200개, 신자 80만 명에 육박하여 외형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서울대교구에 이어 두 번째 큰 교구로 성장하였습니다. 교구 설정 당시 성직자 29명, 본당 24개소, 공소 205개소, 신자 42,548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실로 경이로운 변화입니다. 지금도 우리 교구 교세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복음화 사업을 위해 끊임없이 사목적
연구와 실천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구의 이러한 발전된 모습을 전임 교구장님들의 탁월한 사목적 노력과 헌신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초대 교구장 윤공희 주교님(1963~1973)은 ‘신자 재교육, 평신도 사도직 교육’을 통해 교구 공동체의 쇄신에 주력하셨습니다. 제2대 김남수
주교님(1974~1997)은 급속하게 도시화되는 교구의 미래를 예견하고 사제양성기관인 수원가톨릭대학교를 설립하여 사제 양성에 주력하시는 동시에,
‘새 본당 설립’, ‘생명 운동’,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를 지향하고, 교구 공동체 활성화에 힘을 쏟으셨습니다. 제3대 최덕기
주교님(1997~2009)은 교구 제1차 시노두스(1997.10.9~2001.10.11)를 개최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교구는 미래의 ‘새
복음화’를 위한 중점 과제를 ‘구역·반 공동체의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의 활성화’에서 찾았고, 이때부터 시노두스 과제의 실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대형화된 교구에 맞는 효율적인 사목을 위해 2006년 7월부터 대리구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본 교구장은
역대 교구장님들의 모범과 사목적 유산, 그리고 영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보다 효율적이며 다양한 복음화 사업을 위해 ‘새 복음화’와 ‘내적
복음화’ 그리고 ‘외적 복음화’라는 세 개의 틀 아래 교구장 중점사목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2012년에 교구가
역점을 두고 시행할 내용을 담은 사목교서 ‘교회와 청소년’을 반포하여 청소년 사목에 힘을 쏟았습니다.
수원교구가
당면한 현실
우리 교구의 급속한 외적 성장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적지 않은 과제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교구
시노두스 당시 세례자 수와 주일미사 참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쉬는 교우 수가 증가하던 상황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지금에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미사 전례 안에서도 활력과 영성을 얻지 못하고, 선교를 향한 열정은 식어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활기찬 교회의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는 심각한 신앙의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그 문명의 변화로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으며, 교회에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고유한 문화와 전통이 단절될 위기에 처해졌고, 외래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은 우리의 정체성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도의 경제 발전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하였지만, 심각한 사회 부조리와 소외계층을 출현시켰습니다. 최근 들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물결과 함께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현상이 확산되면서 실업과 빈부격차가 극대화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만능주의를 더욱 부추겨
인간의 본질적인 내적가치, 곧 정신적, 윤리적, 신앙적 가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경시풍조 등으로 대변되는 ‘죽음의 문화’는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이 밖에 청소년 폭력, 인권 침해, 소통의 부재, 환경파괴 등은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을 해치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들은 결국 삶의 최종 목적과 의미를 외면한 채 하느님과 궁극적 행복에 대한 열망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현주소
이러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은 그리스도인이 신앙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날이 우리나라 초대교회 당시 수많은 신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해시대는 아니지만, 건전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21세기의 과학문명 사회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을 수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신앙인들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비신앙인들과 같은 문화와 체험을 이 시대에 함께 나누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신앙이 종종 삶의 본질적 기준이요 목적이 아니라,
부차적이며 사교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도 하며, 신자로서 해야 하는 몇 가지 의무를 형식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기도 합니다. 또한 신앙 때문에
오는 사회적 제약이나 불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편의 위주의 신앙에 젖다 보니, 희생과 봉사를 전제로 하는 참 그리스도인의 삶을
거부하게 됩니다. 시련이 닥치고 어려움이 생기면,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 타협하고 신앙을 쉽게 저버립니다. 이러한 ‘신앙 따로, 삶 따로’의
신앙생활은 우리를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묵시 3,16) 신앙인으로 전락시켜 버립니다. 그리스도 신앙이 우리 교우들의 삶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우리 교회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미래 사목방향을
전개할 것인가를 묻도록 합니다.
참 신앙으로 돌아가기 : 신앙 여정의 재발견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 드러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결국 신앙심의 심화와 그에 걸맞은 실천과 행위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자신과 세상의 구원을 향한
열망과 신앙인의 본분, 그리고 성성(聖性)을 상실하고 방황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교구
공동체가 한 단계 성숙한 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일체가 되어 영적으로 쇄신되는 일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가 교회 활동의 외적인 부분에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면, 이제 교회 신앙 선조들의 열정적인 신앙심을 본받아 초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의 본질에 충실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11일부터 2013년 그리스도왕 대축일(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고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야 한다.”는 말씀으로 초대하십니다. 이 권고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다시금 그리스도께로 눈을 돌리고,
신앙의 내적 성숙을 이룰 것을 요청합니다. 오늘날 ‘죽음의 문화’로 위협받는 우리 사회에 복음의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핵심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인간으로 우리 안에 오신 역사적 인물 천주 성자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며, 인간을 향한 그분의 무한한
사랑이 빛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추구해야 할 내적 성숙의 길은 각자가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하여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되찾는 데에 있습니다. 그것은 인류 구원사의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개별 신앙인이 자신의 몫과 역할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원의 역사의 중심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체험하면서 그분 안에서 참된 행복과 평화를
발견하고, 우리의 죽음과 삶, 고통과 기쁨,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규범과 기준으로
삼고 따르며, 그분과 깊은 인격적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각자의 신앙 여정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하는 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참으로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바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십자가상에서 고통당하고 돌아가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입니다.(갈라 2,20)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근본적 믿음으로 고백하는 세례성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신 예수님과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는 대상, 곧 신앙의 내용을 잘 알고,
그것을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고백하며 실천하는 일입니다. ‘신앙의 해’를 맞아 보편교회의 제안에 따라 교회의 신앙을 전해주는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읽고 연구하며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나아가 인류 구원사가 담겨있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직무를 알고 깨닫는 중요한 도구와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깨달은 신앙 내용의 정수, 곧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의 신비는 신앙생활의
정점인 전례를 포함한 교회의 모든 활동 안에서 더욱 깊이 체험되고 체득되어야 할 것입니다.
50주년은 영적 쇄신을
위한 첫걸음
본 교구장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해’로 선포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구가 열의를 다해 추진해 온 여러 사목 정책이 더욱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와 회개를 통한
신앙의 내적 성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교회의 신앙을 강화하고, 그리스도인의 인격을 향상시키며, 그리스도의 성성(聖性)에 더욱
완전하게 참여하도록 우리를 도와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구에서는 교구민의 실천운동으로서 “잘 섬기겠습니다!” 영성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중심에는 우리 교구가 전통적으로 굳게 지켜온 3대 신심, 곧 ‘성체·성모·순교자 신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신 말씀으로
창조한 인류를 위해 당신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처럼(성체 신심), 이 절대적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믿음으로
고백하며 당신 자신을 하느님 신비에 온전히 맡기며 순종하신 성모님처럼(성모 신심),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자신의 현세적 명예와 지위, 생명을
포기하며 하느님 사랑을 증거 하려 했던 순교자처럼(순교자 신심), 그리스도인은 ‘섬김’이라는 가시적 실천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는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 운동의 복음적 내용인 ‘섬김’은 서로를 이기기 위해 무한경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류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섬김’을 통한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과 증거만이 탐욕과 폭력으로 얼룩진 ‘죽음의 문화’로부터
‘생명의 문화’를 다시 회복하고, 인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불신과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소통과 신뢰회복의 길로 인도하는데 큰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따라서 수원교구민은 “잘 섬기겠습니다!” 운동을 삶 안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문화 안에서 신앙을 새롭게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영적 쇄신의 장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영적 쇄신은 우리 교구가 ‘새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제시한 구체적 사목 방향,
곧 ‘소공동체 활성화’,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가정성화’, ‘사회복음화’에 새로운 활력과 숨결을 불어넣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는 그리스도교 영성이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
① 소공동체 영성의 재발견 초대 교회에서 신앙인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형제적 사랑을 실천했던 것처럼, 구역, 반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공동체 모임이 뜨거운 열정으로 활성화되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소공동체 모임이 본당 내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이 모임이 참으로 교회의 살아있는 세포의 역할을 하도록 전력을 쏟아야 하겠습니다. 소공동체는 작은 교회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공동운명체입니다. 본당이 대형화되면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깨닫고 친교를 나누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앙인들은 교회에 대한 애착과 관심, 자긍심을 잃고, 점점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신앙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이
교회 구성원으로서 하느님의 한 형제자매임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장, 열렬한 기도와 사랑 실천을 통해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장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특히 소공동체는 자선과 애덕활동이 신앙의 본질인 ‘나눔이요 섬김’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 줄 것입니다.
② 영적
성장의 요람인 가정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는 가정과 부모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신앙생활로부터 멀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부모들이 신앙생활을 멀리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세상의 사조와 시류에 편승하여 자녀를 교육하기
때문에, 신앙교육의 기회가 상실되어 가정과 부모에 의한 신앙의 전수가 큰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한다면 그리스도교 신자
자녀들은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신앙교육으로부터 제외되고, 세속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될 것이며, 신앙인으로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모두 버리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것은 ‘부모들의 사고의식 전환과 영적
쇄신’입니다. 가정은 부모와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는 신앙의 보금자리이고 첫 학교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성화’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청되는
과제이며,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가정에서부터 신앙교육을 받아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③
신앙의 내용을 삶의 실천으로: 사회복음화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지는 신앙의 내적 쇄신은 교회의 본질인 선교와 외적 복음화로
드러납니다. 적지 않은 신앙인과 비신앙인의 오해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사회참여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세상과 함께 고통과 갈등을 나눌 때 참다운 복음화가 이루어지며 화해와 일치의
성사로서의 교회의 기본적 사명을 확립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권위와 사도좌는 사회교리를 통해, ‘적절한 사회참여는 그리스도인의 본연의
의무’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 소유물을 거침없이 나누고, 사람의 생명과 생태환경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일입니다.
이는 우리가 신앙 안에서 발견한 그리스도인 삶의 기쁨과 희망을 이웃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랑의 나눔과 실천으로 교회는 어둡고 절망적인
사회를 희망 가득한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향한 희망찬 발걸음 : “희망의 땅, 복음으로!”
우리 교구는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를 위해 신실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은 그동안
주님께서 우리 교구에 내려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100년을 향해 가는 교구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제시하는 희망의 원년입니다.
모든 이가 주님을 만나는 희년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특히 하느님의 사랑이 모든 이를 사로잡아 감동시키고, 모든 교구민의 영적인 쇄신을
통해 교구의 신앙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면서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의 미래정책분과’는 지난 3년간 각 복음화분야별 연구를 거쳐 ‘새 복음화 건의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이 건의안에는 우리 교구가 새
복음화를 향해 시행하고 있는 ‘수원교구 대리구제도 보완지침’을 비롯해 각 분야의 미래정책을 위한 길잡이가 담겨져 있습니다. 본 교구장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교구의 미래 복음화를 위해 이 건의안을 시행하도록 승인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의 모든 신자는 신앙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의 열정을 되찾고자 마련된 이 건의안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마련된 ‘새 복음화 건의안’이 각
분야에서 구체화될 수 있도록 교구민 모두의 아낌없는 기도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우리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성모님께서 우리가 노력하고 있는 모든 거룩한 주님 사업이 풍성한 기쁨과 희망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전구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2년 10월 5일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원주교구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 - 청소년의 해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3-5)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해, 우리는 ‘우리 믿음의 기초이신 하느님’이란 주제로
‘선교의 해’를 보냈습니다. 마침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지난 해 10월 11일 발표된 자의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요, 『가톨릭교회 교리서』(이하 ‘교리서’)를 반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올해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신앙의 해를 통해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핵심을 이루는 두 사건, 곧 공의회 개막과
교리서 반포를 기념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공의회는 오늘의 시대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판(5항)이며, 교리서는
일상생활의 중요한 주제들에 이르기까지 신앙이 전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11항).” ‘신앙의 해’는 세계 교회가 2천 년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구세주 예수님께 새롭게 돌아섬으로써 현대 세계의 사람들을 ‘믿음의 문’으로 인도하고 새롭게 복음화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러한
시기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공의회의 소중한 결실이라 할 수 있는 교리서를 연구하고 생활에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해에 믿음에 기초한 ‘선교의 해’를 지내며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았으며, 올해는 전 세계
가톨릭이 지내는 ‘신앙의 해’라는 바탕 위에서 ‘희망의 해’로 맞이하고자 하며, 이어서 내년에는 사랑의 해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믿음과
희망, 사랑은 서로 떨어질 수 없이 긴밀히 연결되어 나타나기에, 우리 교구는 교구설정 50주년이 되는 축제의 2015년을 준비하는 3년을 믿음,
희망, 사랑의 해로 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 백성이 어려움에 처한 시기마다 희망의 메시지는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근거는 믿음입니다. 이러한 것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서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5,1-2) 이어서 바오로 사도는 희망이
어떻게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3-5)
희망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첫째, 희망은
긍정적인 힘입니다. 어려운 현실은 우리를 좌절시키고 반복되는 좌절은 우리를 절망으로 인도합니다. 그러나 희망을 품은
이는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절망을 이겨내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상실했을 때 이스라엘 백성은 절망에 처했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절망에 처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가가시어 희망을 건네어 주십니다. 이집트 종살이에서 절망에 울부짖을 때, 하느님께서는
해방의 하느님이라는 희망의 모습으로 다가가셨고, 유배시절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눈물지을 때, 하느님은 귀환의 희망을 안겨주시고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절망의 총체인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셨고, 절망의 상징인 닫힌 무덤을 열고 나오시어 희망의 상징이
되셨습니다. 초대교회가 박해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도 희망은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수양을, 그리고 수양은 희망을 자아내고 그 희망을 간직한 이에게 주님은 성령을 주시어 절망을 넘어서게 하십니다. 희망은 절망조차도 덮지
못하는 그런 긍정적인 힘입니다.
둘째, 희망은 잘못된 나와 우리를 바로 세우는 힘입니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현실과 유리된 희망은 망상일 뿐입니다. 미래에 대해 망상은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현실을
망상과 유리된 채 그냥 그렇게 흘러갈 뿐입니다. 희망은 실현을 위한 노력을 품고 있어야 참다운 희망이 됩니다. 희망은 미래에
존재하지만 현실에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관계해야 합니다. 그러한 희망은 거울과 같습니다. 거울을 통해 내 자신을 들여다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쳐나가는 것처럼, 희망은 바라는 모습을 통해 현재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고쳐나가도록 나를, 우리를 채찍질하고 격려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희망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희망은 ‘이미’와 ‘아직’의 긴장 사이에
존재합니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 사이에 희망이 존재합니다. 현실의 부족함이 희망을 존재하게 하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희망하는 사람은 지금 이대로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느님 나라에 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는 ‘가는 곳’이 아니라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임을 누누이 선포하십니다. 공생활을 시작하시며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고 하시며 복음선포를 하십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마태 6,9-10)라고 기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그렇게도
지금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되도록 그렇게 노력하셨습니다. ‘가는 곳’과 ‘오는 것’의 차이는 대단히 크게 나타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는 곳이라면 주변과 상관없이 나 혼자만 잘 살아 그곳에 가면 되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는 미안하게도, 하느님 나라는 오는 것이기에 지금
이곳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도록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희망을 가진 이는 아직 완성되지는
않을지라도 내가 머물고 있는 지금 이곳에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도록 공동체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희망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이라는 주제로 ‘청소년의 해’를 보내면서 청소년에 대한
교회의 배려와 관심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청소년은 사회의 미래요, 교회의 미래”라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청소년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결손가정의 청소년이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존재합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갖지 못하고 자라난 청소년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습니다. 청소년의
폭력성과 자살하는 학생들 이야기가 뉴스의 주요소재가 되었습니다.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지만 날로 문제는 심각해져만 갑니다. 청소년은 희망의
대명사처럼 이야기되지만, 오늘의 청소년들은 절망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청소년에 대한 고민과 배려는 바로 오늘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청소년은 교회의 오늘’이어야 합니다. 청소년이 사회에서, 교회에서 오늘
자리한 모습이 바로 내일 사회의 교회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경기불황으로 서민경제는 시름에 잠겨있고, 가정의 붕괴와 생명경시풍조는 날로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정말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어려움이라는 현실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나 똑같이 덮칩니다. 마치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5)는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그 어려움들을 절망으로 맞이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희망은
절망을 이겨냅니다.
“희망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믿음에서 얻는 모든 기쁨과 평화로 채워주시어, 여러분의 희망이
성령의 힘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로마 15,13)
2012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김 지
석
의정부교구 소공동체와 신앙의 해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그리고 교우 형제자매 여러분,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1.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를 돌아보며
우리 교구는 지난 2012년을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로 보냈습니다. 2012년은 우리 교구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실천해 나가는 첫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천은 ‘소공동체 지도자 교육의 충실화’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관심 고취’였습니다. 소공동체 지도자 양성을 위해서는 기존에 행해지던 교구
중심의 구반장 교육보다는 지구별로, 본당별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에, 지구 차원이나 본당 차원의 구반장 교육을 권고했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사목적 활동들에 신경을 써야 하는 본당 사제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지난 1년간 각 지구, 각 본당에서
소공동체 지도자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 결과 지구 차원이나 본당 차원의 구반장 교육이 자리를 잡아 가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느님 말씀과 관련해서도, 지난 1년 동안 견진성사나 사목방문의 기회를 통해 본당을 방문하면서 많은 본당들이 하느님
말씀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사 때마다 성경을 함께 읽고, 성당 로비에 성경을 안치해 놓고 함께 필사를
하고, 소공동체 모임에서 성경을 나누는 모습들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모습이 2012년 ‘소공동체와 하느님 말씀의 해’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사목교서가 지향하는 방향에 기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신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지향하는
소공동체
2013년은 우리 교구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실시해 나가는 두 번째 해가 됩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해 나가도록 합시다. 지난 1년간 각 지구, 각 본당에서 소공동체 운동을 열심히 추진했지만,
그와 더불어 어려움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흔히 “반모임 참석이 힘들다”, “복음나눔이 어렵다”, “남성 모임이 잘 안된다” 등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개선 방안이 제안되기도 하고, 때로는 부정적인 판단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어려움들에 일희일비
하기에 앞서서, “소공동체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소공동체 말고도 시급한 문제들이 많지
않는가” 라는 질문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본당도 신설해야 하고, 여러 가지 교육 기관과 사회복지 기관도 만들어야 하고, 쉬는 교우 문제나
청소년 신앙 교육 문제, 노인 신자들에 대한 배려 등 시급한 사목적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가 당면한 특정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소공동체 운동은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 말씀(=예수 그리스도)과 이웃을 향해 끊임없이 쇄신하고자 다짐하는
것입니다. 신자수가 늘고, 본당이 늘고, 신자들이 성당에서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생활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하면
성당 울타리 안에서만 우리끼리 즐겁게 지내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기 가정만의 행복을 바라는 기복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소공동체 운동은 하느님 말씀과 이웃을 지향하는 보다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살기 위한 이상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그리고 이웃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소공동체의 이상은 하루 아침에 달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소공동체
운동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열심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3. 신앙의
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간을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는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들의 믿음을 점검해 보는 시기입니다. 우리들은 세례를 받았으며,
미사에 참례하고, 여러 가지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애덕을 실천합니다. 이 모두가 우리의 믿음 때문에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 신앙의 해를 구체적으로 지내는 방법에 대해서 교황님께서는
[가톨릭교회교리서]를 모든 신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에 새길 것을 권고하십니다. 우리의 믿음이 우리의 삶에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믿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의 해는 일회성 행사로 치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
전수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자들은 교구 주보에 게재되는 ‘간추린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이용하여 이미 알고 있던 교리 내용을 명확히 정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본당 사제들은 신자들이 교리 공부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본당에서 행해지던 여러 가지 신앙 교육들(예비신자 교리, 견진 교리, 첫영성체 교리
등등)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해 주기를 바랍니다. 지구 차원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10월 각 지구별로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날’을 거행하도록 합니다. 그 내용은 1년간 교리교육에 헌신한 봉사자들의 체험을 듣고, 그들을 격려하는
것입니다.
4. 청소년들의 복음적 사도 양성
청소년들에게 있어 ‘소공동체와 신앙의 해’는
신앙의 전수를 위한 교회의 고유한 사명을 신중하면서도 충실하게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교회의
전통 안에서 배우고 익힌 신앙의 내용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생활하는 교회의 사람으로 성장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말씀 중심의 삶으로
이끌려지고 복음적 삶의 가치를 깨달으며 살아가는 청소년 사도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그 노력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교회가 연대하여
함께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확고한 믿음과 복음적 생활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소공동체 정신 안에서 신앙을 배우고
살아 갈 수 있는 바탕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청소년 지도자들이 복음적 삶에 대한 확신으로 말씀의 메시지를 바르게 전달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신앙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며 다양한 양성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청소년 사목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노력은 주일학교나 단체 양성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가정과 본당, 지구와 교구의 밀접하고 유기적인 협력 안에서 적용될 것입니다. 다양한 방법과
신앙에 기초한 양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사도로 성장되어 복음적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참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입니다.
5. 신앙의 해와 사회복음화
믿음을 견고하게 하는 이러한 노력들은 애덕을
실천함으로써 완성됩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알고,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믿음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야고 2,20) 이미 우리 교구에서는 “소공동체의 완성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해왔습니다(2010년 사목 교서). 이제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그 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해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본당의 사회사목분과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조직으로 보다 더 효율적으로 강화하고,
본당의 예산 10%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올 한 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한 마음이 되어
우리의 신앙을 깊이 성찰하여 풍성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에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간청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사도적 축복을 드립니다.
2012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이 기 헌 베드로 주교
대구대교구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합시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2년 전 우리 교구는 100주년을 경축하였고, 지난해에는 새로운 100년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는 뜻 깊은 해에, 지난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왔던 교구 100주년 기념사업 가운데
제2차 교구 시노드와 교구 100년사 편찬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기쁘고 주님께 감사드릴 일입니다. 교구 100주년 기념 대성당
건립은 공정이 조금 늦어졌지만 별 무리 없이 진행되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교구민들이 교구 100주년 기념 대성당 건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교구 100년사 편찬은 한 세기를 돌아보며 마무리한다는 뜻도 있지만 새로운 세기를 위한 계기로서 더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교구의 지난 역사를 통해 주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깨달았다면 이제 우리는 주님 은총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역사는 지난 100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땅의 얼굴을 새롭게”(시편 104,30)하시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것이며, 우리가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것도 바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듣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구 시노드의 결의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합의가 아니라 첫 공의회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성령과 우리의 결정”(사도 15,28)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제2차 교구 시노드에서 결의한 사항들을 시급하고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행에 옮김으로써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이루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새 시대 새 복음화’는 비단 우리 교구 뿐 아니라 보편 교회의 관심사이며 초미의 과제라 하겠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는 2011년 10월 11일에 자의교서 『믿음의 문(Porta Fidei)』을 통하여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교서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새로운 것은 복음 자체가 아니라 복음을 전해야 할 우리가 직면한
환경이며, 급변하는 시대에 복음의 빛을 비추어야 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도전과 과제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복음화’는 복음을 전하는 일의
출발점이 되는 내재적인 복음화의 중요성을 지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새로운 시대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복음의 증인으로
거듭나고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청은 우리 교구 제2차 시노드의 지표 및 의제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성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이러한 과제를 위한 탁월한 지침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이자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된 ‘신앙의 해’는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신앙의 해’가 시작된 지난 10월 11일에 계산 주교좌성당을 비롯하여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신앙의 해’ 개막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신앙의 해’가 끝나는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도 계산 주교좌성당과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폐막미사를 봉헌하게 될 것입니다. ‘신앙의 해’를 통해 모든 교구민이 주님께서 우리 안에 넣어 주신 믿음의 보화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한 해 동안 우리는 제2차 교구 시노드의 결의를 실천에 옮김과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의 사명을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고백하고, 경축하며, 실천하고, 기도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발견하고, 신앙 행위를 성찰하는 것은 특히 이 신앙의 해에 모든
신자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믿음의 문』 9)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들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1. 교구와
대리구는 제2차 교구 시노드 결의사항 실천을 위한 후속조치팀을 구성하여 자료를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며, 지역별로 혹은 본당별로 순회하며
홍보와 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 교구 시노드의 결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논의되고 또 결정되었는지를 모든 교구민이 알아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2.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교우들이 신앙의 유산을 새로이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겠습니다. 교구와 대리구와 각
본당은 신자재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겨야 할 것입니다. 3. 교회의 품 안에 있기는 하지만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이들이 믿음의 열정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하겠습니다. 대리구와 본당에서는 성탄절과 부활절에 모든 교우들이
판공성사를 보도록 권유하는 운동을 마련하고, 특히 냉담 교우들이 이 기회에 회두하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믿음의 선물을
주시고 그 믿음이 열매를 맺도록 이끌어주시는 주님께서는 찬미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성사를 통하여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교구민에게 주님께서 복을 내려주시고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 성녀님,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2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 환 길 타대오
대주교
부산교구 2013 교구 사목지침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 (1) -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
교구설정 50주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면서 ‘복음화의 새 출발’을 다짐하였고, 지난 4년 동안 ‘좋은 본당 가꾸기’ 운동을 통해 복음화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새로운 방식과 각성으로 계속되어야 할 하느님 백성의 길이기도 합니다. 올해부터는 지난 여정의 바탕 위에서 본당
공동체가 쇄신되고 거듭나는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라는 5년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1. 의미와
지향점
‘복음화’(Evangelizatio)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에게 성경말씀을 전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여타 성사를 베푸는 단순한 ‘선교’(Missio)의 개념을 넘어서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반대되는 인간의 판단기준, 가치관,
관심사항, 사상의 동향, 생활방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정화하고 바로잡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따라서 복음화는
문화를 겉치장하듯 장식하는 외적 형식이 아니라 문화의 깊은 근원에까지 파급되는 생명력을 말합니다. 현대세계 안에서 새롭게 등장한 ‘새 복음화’
혹은 ‘새로운 복음화’(Nova evangelizatio)는 급변하는 사회변동의 여파로 <세속주의, 문화적 상대주의, 과학적 근본주의,
과학기술 결정론, 극단적 자본주의, 종교 무관심주의> 등의 대두에 따른 삶과 신앙의 위기를 반영한 재복음화 차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이렇게 ‘새 복음화’는 기존신자와 교회공동체 자신의 복음화도 내포하고 있어서 ‘본당 재탄생’이라는 교구의 중기비전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교회는 복음선포의 주체이지만 교회 자체가 먼저 복음화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가 참신한 활력과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늘 교회 자신이 먼저 복음화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의 5년 여정을 시작하려는
것입니다.
2. ‘본당 재탄생을 향한 새 복음화’의 여정
향후 5년간 본당 재탄생을 향한
여정의 근원적 동력은 ‘신심운동’(2013년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과 ‘가정 공동체’(2014년 가정 복음화의 해)에서 얻습니다. 이러한
동력확보활동을 통해 본당구성원들은 다양한 참여와 역할의 활성화로 영성적 친교공동체를 경험함으로써,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확산시킵니다. 이후 확보된 두 동력을 근간으로 대외적으로 ‘문화사목’(2015년 문화 복음화의 해)과 대내적으로 ‘기초공동체
사목’(2016년 기초공동체 복음화의 해)을 중심축으로 하여 내외적으로 본당공동체의 재탄생을 향한 골격을 세웁니다. 다섯 번째 해에는 지난
4년간의 다채로운 사목활동을 통합하는 가운데 본당구성원 전체의 재복음화를 정점으로 ‘본당 재탄생’(2017년 본당 복음화의 해)의 여정을
완성합니다.
3. 2013년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
이 시대는 우리의 욕망을 채워주는
많은 것들을 선전하며 그쪽으로 경주하게 합니다. 욕망의 경쟁사회는 우리 삶을 참되게 채워주지 못하고 결국 공허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비록
지상에서 살아가지만 그 깊은 내면에서는 언제나 ‘거룩한 하늘’을 지향하는 ‘영혼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 공동체를 통해 이러한
영혼의 목마름을 채우고자 합니다.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과 우리 자신의 영적갈구를 채워주는 본당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을 ‘신심운동 복음화의 해’로 살아가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영성적 갈망을 충족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합시다.
◈ 실천지침 : 마음을 움직이는 사목
1. 교육 및 신심운동
참여 - 신앙교육 : 성요셉아버지학교, 노인대학, ME주말, 선택주말, 신학원, 성서40주간, 청년성서모임 - 신심운동 : 레지오
마리애, 꾸르실료, 성령묵상회
2. 매월 체험교육 시행 - 성지순례와 신앙유적지순례 - 다양한 그룹별
피정
3. 성경통독 및 필사 - 성경통독(40주간 통독, 로고스), 성경필사(4복음서, 바오로서간)
2012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부산교구장 황 철 수 바오로
주교
청주교구 주님과 함께 ‘이웃으로, 세계로’ 제2차 첫째 해 ‘이웃으로’ 향하는 신앙
공동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한
해를 돌아보며 교구에 풍성한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교구와 지역사회 복음화를 이끌어
주시리라 믿으며, 2013년을 ‘이웃으로’ 향하는 신앙 공동체의 해로 정합니다. 2013년에, 전세계 교회는 ‘신앙의 해’를 지내며, 교구는
‘이웃으로, 세계로’ 2차 4개년 여정을 시작합니다. 교구는 지난 1차 4개년(2009-2012) 동안 교구의 조직과 규정, 중장기사목계획과
사목체계수립 등을 통하여 교구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제, 교구 공동체는 말씀과 성체중심의 삶을 통하여 신앙을 굳건히 하고, 교회 본연의 사명인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에 힘씀으로써 지역사회 복음화에 투신하여야 하겠습니다.
신앙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
2.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2012년 10월 11일부터 2013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믿음의 문, 4항 참조).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합니까? 신앙의 해는 먼저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모두가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믿음의 문, 6항 참조). 또한 신앙의 해는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히브
12,2)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라는 권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돌아서고, 주님께 시선을 고정하라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구원에 이르는 결정적인 길”(믿음의 문, 3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신앙의 해에 우리 모두는 주님이시며 신앙의
근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 만나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을 만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성경을 읽을 때,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할 때,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볼 때 우리는 예수님을 만나며, 무엇보다도 미사성제에
참례할 때 우리는 예수님을 가장 탁월한 방법으로 만납니다. 그리고 주님을 만나려 애쓰는 신자는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 보아 해를 닮듯이 주님을
닮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2013년 ‘신앙의 해’에 우리 모두는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살며, 신앙의 유산이 담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자주
읽고 배우고 익힘으로써 사도로부터 이어오고 순교자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신앙을 더욱 키워나가는 데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이웃에게 다가가는 선교 공동체
3. 우리가 물려받은 신앙의 선물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1코린 9,16 참조). 물이 고여 있으면 썩지만, 흘러내리면 물고기를 번성케 하고
초목을 푸르게 합니다. 신앙 공동체도 자신 안에만 머물면 약화되지만, ‘이웃으로’ 향하여 신앙의 선물을 함께 나눌 때 자신과 이웃을 풍요롭게
합니다. 신앙의 선물을 이웃과 나눈다는 것은 이웃이 예수님을 만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곧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확신과 기쁨에 가득 차 부활하신
주님을 세상에 증언하고, 신앙을 찾는 사람들을 ‘믿음의 문’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믿음의 문, 7항 참조). 또한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죽은
믿음이므로 신앙의 선물을 이웃과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가 함께 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야고 2,14-18).
이웃에게 다가가 믿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먼저 개인과 단체, 각 본당 공동체가 힘써 노력해야 하겠지만, 지구 차원의 유대와
협력이 절실합니다. “복음화를 위한 선교는 문화와 사회의 복음화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을
복음의 빛으로”(교구시노드 후속 교구장 사목교서, 선교, 5항) 인도하기 위하여, 교구는 시노드 이후 2009년부터 지구장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이제, 교구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지구 중심의 사목을 좀 더 구체화하여야 하겠습니다. 교구장의 뜻과 신자들의 원의를 모아 친교의 지구
공동체를 이루고, 구세주를 사회에 모시고 다가감으로써 지구 공동체가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각 지구
공동체는 먼저 시노드의 정신과 지구의 상황을 함께 살펴보고, 판단·실행하는 단계를 통하여 11운동과 3000운동, 특히 사회복지 네트워크와
빈첸시오 활동 활성화 등으로 지역복음화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신앙을 바로 세우는 청소년
사목
4. 청소년은 교회의 미래입니다(교구시노드 후속 교구장 사목교서, 청소년, 1항). 따라서 각 지구는 먼저
청소년 사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청소년 사목의 대상으로서 교회에서 멀어진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자 청소년들을 넘어서서
교회 울타리 밖의 청소년들에게도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는 물론 특히 청소년들이 줄어들고 있는 농촌지역도, 지역 내 학교와의 연대를 통하여
학생들이 학습 현장에서 복음적 가치관을 습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청소년, 7항). 또한 각 지구는 지구장의 책임 아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교회 신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중요한 신앙의 증인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지구차원의 도보성지순례, 합동성시간, 청년성경공부,
청소년생명교육, 「가톨릭청년교리서」 교육기회 등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행사들의 목적은 청소년들의 변화입니다. 이 변화의 주인공은
청소년 자신이고, 청소년은 현재와 미래 교회의 주역입니다. 청소년은 분명 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의 사명인 선교와 나눔을 가정과 학교에서
실천함으로써 또래들을 위한 사도가 되어야 합니다(청소년, 8항 참조). 과도한 경쟁, 욕설, 폭력 등으로 청소년들이 소외되고 고통 받고 자살까지
하는 어려운 때이지만, 청소년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신원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비록 성숙과정에 있지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하신 주님의 말씀에 응답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 순교성인 중 가장 나이 어린 성 유대철 베드로(1826-1839)는 14세의 어린
나이에 용감히 신앙을 증거하고 목숨까지 바쳤으며, 소년 최양업은 15세 때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머나먼 마카오까지 1만 리 길을 걸어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청소년 여러분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원대한 꿈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주일을 지키며, 기도와 학업에 힘씀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바로 세우고,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신앙의 인도자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신앙을 전수하는 가정
5. 가정은 신앙이 전수되는 첫 장소요, 참다운
가정교회입니다. 신앙 전수는 단순히 말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고 사는 부모의 모범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보여 주는 그리스도인다운 생활의 모범과 증거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입니다”(청소년,
10항) 또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닮은 가정은 폐쇄적이거나 자신의 가족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냇물이 끊임없이 물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듯이, 가정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스스로를 복음화하고 이웃의 복음화를 위하여 열려 있어야 합니다(가정, 6항 참조). 꾸준히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함으로써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작은 것부터 나누고 봉사함으로써 이웃 가정들을 복음화해야 합니다. 나눔과 봉사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눔과 봉사는 먼저 관심과 너그러운 마음에서 싹트는 것이고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을 통하여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각 가정은 자신의 복음화를 위하여 주일미사 참례, 성경묵상, 가정기도에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독거노인,
다문화와 한부모가정 등 소외되고 고통 받는 가정에 관심을 기울일 뿐 아니라 작은 것부터 나눔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본당과 지구는 가정방문을
통하여 슬픔과 고뇌 등 가정이 처한 어려움을 파악하여, 가정이 가정사도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고심하고, 교구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가정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자료 제공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매괴 성모님에게 도움을
청하며
6. 끝으로, 우리의 도움이신 매괴의 성모님께서 교구 공동체가 신앙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시선을
고정하고 힘차게 지역사회 복음화에 정진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특히 교구 공동체가 각 지구를 중심으로 친교와 선교열정을
강화하고, 청소년 사목이 주님 안에 결실을 맺으며, 가정을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 안에 ‘이웃으로’ 향하여 가정사도직을 수행하도록 전구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마산교구 신앙의 해 - 신앙의 정체성을 찾아서
1.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하느님과 우리 주 예수님을 앎으로써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풍성히 내리기를
빕니다.”(2베드 1,2) 지난 3년 동안 우리 교구는 신앙의 선조들이 전해준 순교영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복음화시키기 위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에 함께 동참해 주신 교구민 모두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 신앙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처해 있는 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와 현세위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는 신앙의 기복화와 개인화를 초래하며, 영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로 자리를 이동하고, 그
결과 신앙적 가치보다는 경제적인 성공만이 중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교회 안에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여 많은 신앙인들 역시
마음의 위로와 물질적 축복을 보장해 주는 수단으로서만 신앙을 받아들일 뿐 신앙인의 사명과 책무에 대해서는 외면해버리는 결과를
야기했습니다. 특히 우리 교구가 처한 현실은 더욱 어렵습니다. 비록 통계상의 수치이지만 우리 교구의 복음화율은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며, 미사 참례율도 다른 교구에 비해 저조한 상태이고, 냉담교우 비율 역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음화
환경이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며, 또한 우리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며 그동안 주님께서 맡기신 복음화 사명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드러내줍니다. 이에 복음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과 헌신은 이제 신앙의 해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합니다.
3. 새로운 복음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이런 현실에 주목하며 교황님께서도 우리에게
시대적 상황에 따른 새로운 복음화를 강조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사랑으로 모든 세대의 사람들을 당신께 이끌어 모으십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시대에 교회를 부르시어 늘 새로운 명령으로 교회에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십니다. 오늘날에도 믿는 기쁨과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교회의 더욱 힘찬 노력이 필요합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믿음의 문, 7항) 새 복음화는 오늘날
급변하는 새로운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맞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복음화의 사명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다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께서는 이러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여정의
길을 떠나고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 11일에 시작하여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는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주님을 향하여 참으로 새롭게 돌아서라는 초대입니다.”(믿음의 문,
6항)라고 하시며 오늘날 신앙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을 신앙의 정체성 확립에서 찾고자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살아
움직여야 합니다. 신앙은 현실에 안주하며 자기 위안에 만족하는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믿음이 아니라 우리 삶을 격려하고 충동하며 움직이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신앙은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부활하신 주님 현존의 살아 있는 표징이 되라고 당부합니다.”(믿음의 문, 15항) 이름만의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주님의 복음이 삶속에 스며들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복음의 증거자가 되라고 말합니다. “너는 살아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죽은
것이다. 깨어 있어라. 아직 남아 있지만 죽어 가는 것들을 튼튼하게 만들어라.” (묵시 3,2)
4. 신앙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
교황께서는 ‘신앙의 해’를 지내는 궁극적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교회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신앙의 해는 무엇보다도 “우리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참조)입니다. 아울러 교황께서는 신앙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 여정에서 우리의 갈
길을 지시해줄 가장 좋은 신앙교재로 2000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체험된 그리스도 신앙의 본질과 내용을 종합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아울러 공의회 정신의 진정한 결실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주의 깊게 연구, 성찰하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거룩함과
죄가 교차되는 헤아릴 수 없는 신비가 배인 우리 신앙의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그 안에 스며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차리고 거기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신앙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라십니다. 믿음의 길 안에서 우리 신앙의 내용과 신앙인으로서의 행동을 성찰하고, 2000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전해준 분들의 삶을 배움으로써 우리 믿음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또한 깊어진 우리의 믿음을
통하여 이 신앙의 해가 주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신앙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알아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분께서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우리의 이웃으로 나타나실 때마다 그분을 도와주도록 재촉합니다.”(믿음의 문, 14항)
5. 가정과 공동체 안의 신앙의 전달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은총의 선물인 신앙의 깊이를 더해 가는 데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신앙은 우리의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과 사랑을
알아보도록 만들어 줍니다. “신앙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하신 놀라운 일을 더욱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평생의
동반자입니다.”(믿음의 문, 15항) 그러므로 신앙의 해로 초대해 주신 교황님의 의향에 따라 우리 믿음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고, 2000년
교회역사 안에서 찬란히 빛나는 신앙의 증인들의 삶을 되돌아봄으로써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신앙 선조들처럼 우리가 받은 이 신앙의 유산을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신앙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죽은 신앙은
전달되지 않지만 생동감 있게 살아 있는 신앙은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우리는 신앙의 전달자들이어야 합니다. 신앙의 해를 의미 있게 보냄으로써
복음의 증인이 되고, 우리가 물려받은 찬란히 빛나는 신앙을 그 모습 그대로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전달할 수 있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6. 실천 사항
“사랑받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선택되었음을 압니다. 그것은
우리 복음이 말로만이 아니라 힘과 성령과 큰 확신으로 여러분에게 전해졌기 때문입니다.”(1테살 1,4)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과 더불어 저는
아래와 같은 실천 사항을 제안합니다.
1) 성경 쓰기와 읽기를 계속합니다. 2) 본당은 신자들에게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공의회 문헌’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3) 성찬 예식에 적극적으로 참례합니다. 4) 모든 본당과 신심단체는
연 1회 교구 내의 여섯 순교자 묘소를 방문하고, 가능하다면 도보로 순례합니다.
한 해 동안 교구를 위해 헌신하시고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그분들의 노고를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기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교구민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복을 기원 드립니다. 우리가 기념하는 <신앙의 해>가 교구민 여러분들에게 하느님을 믿는다는
신앙인으로서의 자긍심과 보람, 행복을 누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도록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2일, 대림절을 시작하면서 천주교 마산교구장 안 명 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안동교구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
1.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지금 “믿음의 문”(사도 14, 27)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맞아 전 교회에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신앙의 해’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교황님께서 당신의 교서 「믿음의 문」에서 밝히셨듯이, 우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와 만나는 기쁨과 새로운 열정을 더욱 북돋우기
위하여 신앙의 여정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2항) 그리고 신앙의 재발견을 통한 ‘교회의 쇄신’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의 쇄신은 믿는 이들의 삶의 증언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6항) 그래서 ‘신앙의 해’를 주님의 축복과 은총 속에서 보다 풍요롭고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서 저는 오늘 우리 교구 교구민 모두에게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신앙의 공동과제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한 해 동안 특별히 집중적으로 이 과제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실천하면서 신앙의 새로운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2.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이 된 ‘새로운 복음화’의 내용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우리 시대에 맞게 적용되어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계 각국 대표 주교님들이 로마에 모여서 지난 10월 7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3주간 동안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사실상 ‘신앙의 해’ 개막 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 회의의 결과가
나오면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우리의 공동과제를 실현하는 데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해 봅니다. 그 이전에 먼저 저는
여러분들이 ‘신앙의 해’를 보다 더 잘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출발부터 ‘신앙의 해’의 선물을 보다 더 풍요롭게 누리기 위해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 제정 자의교서로 발표하신 「믿음의 문」과 교구 사목국에서 ‘신앙의 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리플릿 「‘신앙의
해’가 궁금해요」를 각자 읽고 그 내용을 숙지할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신앙의 해’에 무엇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보다 분명하게 보일
것입니다.
신앙의 재발견
3. 교회가 ‘신앙의 해’를 제정한 목적은 일차적으로 이미
신앙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백성이 된 이들이 스스로 신앙을 재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복음화의 첫 여정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스도교 신자였으며 세상사 모든 것이 그리스도교의 가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서구 교회와 사회에서 이제 더 이상 하느님과
신앙이 “사회생활의 자명한 전제”(「믿음의 문」2항)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신앙의 위기 상황이 이런 필요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오늘날 쉬는
신자의 증가와 주일 미사 참례자의 감소,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멀어져가는 우려스러운 현실에 직면한 한국 교회도 서구 교회와 다를 바 없는
신앙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신앙의 재발견과 새로운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 여겨집니다.
4. 신앙인에게 있어서 계시된 성경 말씀을 기꺼이 듣고 교회의 공적인 가르침에 마음으로 동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는 신앙을 새롭게 확인하고 신앙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신앙의 해’의 개막을
「가톨릭교회교리서」 반포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 오늘로 정한 이유 또한 신앙에 대한 교회의 중요한 가르침이 교리서에 담겨 있고 그 교리서의
내용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 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앙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가톨릭교회교리서」에서 귀중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신앙의 해’ 기간 동안 「가톨릭교회교리서」에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신앙의 근본 내용을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믿음의 문」 11항)
5. 신앙이란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온전히 자유롭게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그분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두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그분과 하나 되어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가지셨던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우리 신앙의 척도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처럼 살고 그분을 닮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믿음은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 6)이
인간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는 사유와 행동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고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이유도 이러한 신앙의 위대함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믿음의 문」 6항 참조)
교회의 쇄신
6. “신앙 고백은 개인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행위입니다. 사실, 신앙의 첫 주체는 교회입니다.”(「믿음의 문」 10항) 그리스도인이란 이미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진리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믿음의 문」6항)
“신앙은 세상에서 우리가 모두 부활하신 주님 현존의 살아있는 표징이 되라고 당부합니다.”(「믿음의 문」15항) 교황님의 이 모든 말씀이 저에게는
‘세상 안에 살아있는 교회가 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교회의 쇄신’을 일구어내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늘날에도 믿는 기쁨과 신앙 전수의 열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교회의 더욱 힘찬 노력이 필요합니다.”(「믿음의 문」7항)
7. 50년 전 개막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상을 향해 교회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교회 쇄신의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방향과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공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교회의 쇄신에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믿음의 문」5항 참조) 그래서 오늘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올바로 읽고 그 정신을 받아들이면서 우리 시대에 교회 쇄신의 방향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8. 세상을 향해 문턱을 낮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회복하고 다시 한 번 교회 쇄신에 불을 지펴야 합니다. 이것이 곧 이번
‘신앙의 해’의 중심 주제인 ‘새로운 복음화’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직면해 있는 신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활력이 넘치는 신앙생활, 충만한 복음 정신으로 쇄신되어야 합니다. 모든 신앙인들이 타성에 젖은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잃어버렸던 신앙인의 기쁨과 정체성을 되찾아 교회의 신앙과 그 선포에 반대하는 도전들에 용기 있게 맞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의 수많은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그분들이 어떻게 믿고 또 살아갔는지를 진지하게 묵상해 보아야
합니다.
기쁘고 떳떳하게
9. 앞에서 살펴본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라는 우리의
공동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교구 공동체 안에서 생생하게 실현하기 위해, 저는 교구 설정 40주년 때 우리 교구 신앙공동체의 삶의 지표로 삼았던
교구 사명선언문의 정신을 ‘신앙의 해’의 삶의 목표에 접목해서 새롭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구 사명선언문의 정신과
지향하는 네 가지 교회 모습이 2012년 10월 11일 오늘 보편 교회가 ‘신앙의 해’를 선포하면서 추구하는 목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교구 사명선언문이 지향하고 있는 네 가지 교회의 모습을 함께 상기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열린 교회, 성숙한 신앙인으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 작은 것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 서로 나누고 섬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신앙의 재발견과 교회의 쇄신이 이런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이미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에서
‘기쁘고 떳떳하게’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안동교구 사명선언문)
2012년 10월 11일, 신앙의 해 개막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 혁 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광주대교구 2012-14 가정의 해: 가정에서 시작하는 복음화 - 함께 기도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봉사하는
가정공동체 -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세상 한가운데서 기도와 헌신적인 삶으로 하느님을 증언해 오신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기쁨과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히 내리길 기원합니다.
2012년은 교구설정 75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입니다.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총으로 우리 교구를 축복해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교구의 초석을 놓으시고, 교구발전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신 선임 교구장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드립니다. 또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 복음화에 공헌한 모든
선교회와 수도회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다양한 사목현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고 계시는 형제 사제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난 한 해 동안 사목지표인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주신 신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대해서도 치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하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오늘, 가정의 위기에서 비롯된 심각한 사회현상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복음화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사회와 교회의 기초인 가정에서 시작하는 복음화를 금년도 사목계획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자 합니다.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이며,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만이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교회는 강조합니다(가정교서
2항).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가정 파괴와 붕괴라는 사회현상에 맞서 건강한 가정의 회복을 위해 함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정은 작은 교회”라는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진리를 가르쳐주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을 교회의 중요 사목분야로 삼아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강화하고, 가정을 최우선 순위로 다루어야 함”을 강조(가정공동체
65항)하였으며, 또한 가정이 “사목의 대상이며 동시에 사목의 주체”임을 명시(가정공동체 72항)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할
주체인 우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말씀처럼 “가정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가치들에서 영감을 끌어내어”(세계평화의 날 담화) 이기적 물질주의와
퇴폐적 향락주의의 거센 물결을 극복하고 반드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함께 기도하면서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교구는
2012년에는 기도하는 가정교회, 2013년에는 복음을 선포하는 가정교회, 2014년에는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교회에 각별히 주력할 것입니다.
저는 2012년을 “가정의 해” 원년으로 삼고자 하며, 이후 3년 동안
성실한 노력과 주님의 도우심으로 복음화의 토양인 가정공동체가 튼실하게 자리매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가정 사도직은 ‘가정을 위한’ 사도직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이 생명을 전달하고 자녀를 사랑으로 교육하며,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교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발전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해를 통하여 우리의 가정들이 기도하는 가정, 복음을
선포하는 가정,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의 모습을 균형 있게 증거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1. 기도하는
가정교회
가정교회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이는 기도를 통하여 성부와 일치하신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바로 기도를 통해 믿음이 확인되고 성장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도 나를 아시고, 나도 아버지를 압니다.”(요한
10,15) 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일치는 참다운 존중과 들음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공동체성의 회복이야말로 참다운
가정회복의 관건입니다. 진정한 공동체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기도하는 것임을 예수님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는
기도의 사명을 실행하며, 기도하는 가정을 이루는데 온 마음을 기울이고, 교회전례와 상호보완을 이루는 가정기도를 통해 자녀에게 기도의 방법과
필요성을 가르쳐야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가정 미사가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 복음을 선포하는 가정교회
가정교회는 또한 그리스도의 예언직을
수행합니다. 가정교회는 복음이 전달되고 복음의 빛이 드러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소명을 의식하는 가정은 스스로 복음화 되며, 복음
선포자로서 세상을 복음화합니다(현대의 복음선교 71항). 자녀에게 신앙을 전하고 신앙에 따라 살도록 가르치는 것은 가정 복음화의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가정은 복음의 말씀을 듣고 깨우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입시 경쟁, 물신 숭배, 탈선의 유혹들 속에서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서 첫 영성체 과정의 가정교리를 권장하며, 주일학교 교육에도 열정을 보여주시고, 혼인준비를 위한 카나
혼인강좌에도 꼭 참석하여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마음에 새겼으면 합니다. “복음화의 장래는 가정교회에 달려있습니다”(가정공동체
63항).
3. 세상에 봉사하는 가정교회
가정교회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왕직을
수행합니다. 이는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사랑과 봉사에 기초합니다. 가정교회는 자기 가정만을 위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가족 간의 사랑이 세상을
향하여 흘러넘침으로써 세상 복음화의 누룩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가정은 가정폭력이나 물질적, 정신적 가난 등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요인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가족 간의 친교와 일치를 해치는 각종 중독들에 대한 대책도 모색해야 합니다. 가정의 해체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 특히 결손가정의 자녀나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문화 가정 안에서 소외되고 상처
입은 이들에 대한 모든 봉사는 바로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바로 교회의 사명과 봉사의 길인 “인간”을 교회에
맡기셨기(가정교서 1항)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가정을 주신 하느님께서 사랑 가득하고 기쁨 넘치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를 당신의
협력자로 부르십니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 특히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과 신심 단체들은 교구와 본당에서 마련한 가정 사도직 활동계획에 적극
참여합시다. 그리하여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활기에 넘치는 아름다운 본당,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 전 교구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이 힘차게 출발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가정의 해”가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속에 풍성한 결실을
맺어 모든 교구민들의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으로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2011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
전주교구 신앙의 해와 새로운 복음화 - 각자가 참으로 믿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
교형자매
여러분!
1. 우리는 지금 2012년 10월 11일부터 시작하여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계속될 “신앙의
해”를 지내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해의 근본 취지는 우리 가톨릭교회 안에서 신앙의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나
자신에서 시작하여 교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참된 믿음의 사람으로서 사도적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83년 3월 9일 남미 선교 5백 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하신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대륙의 복음화 5백 주년을 기념하는 일이 정말 의미를 지니려면, 주교 여러분이 각자 소속 사제와 신자들과 더불어 새로운 각오와 헌신으로 복음화
사명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은 재-복음화가 아니라 새로운-복음화여야 합니다. 열정에서, 방법에서, 그리고 표현에서 새로워져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와서 교회의 문헌들은 그리스도 신앙을 두고 "몇 가지 추상적 진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만나는 일임”을 강조합니다. 신경으로 대표되는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이라고 한다면, 그런 신앙을 가지기는 비교적 쉽습니다. 신경의 내용을
듣고 거기에 대해서 “믿습니까?” 하는 질문에 대해 "믿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때 믿음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기관은 지성의 자리로 알려진 머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당신은 믿음이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우리는 “예.”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믿음이 그런 질문에 "예."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만나는 일"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믿음의 우선적 자리가 머리라기보다 마음으로 상징되는 인격 전체와 그 체험이 되기 때문입니다. 2011년 11월에 설립된
교구사목평의회 2012년 7월 25일 회의에서도 지금 교회와 신앙생활의 현실을 돌아보며, 가장 큰 문제로 하느님 체험의 부족 혹은 결핍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신앙이 굳건하지 못하여 더러는 신흥종교와 사이비 종교에 쉽게 넘어가기까지 하는 현상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성경
봉독-공부-나눔, 전례의 활성화, 소공동체의 활성화, 피정, 가톨릭교회교리서의 연구, 그리고 성직자 수도자의 소명의식 강화를 그 처방으로
제시하였습니다.
2. 이제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복음화”의 기치 아래 온 세계의 교회가 믿음 자체를 두고 자신을 반성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 때, 교회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이든 우리는 각자 주님의 근심어린 질문 앞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과연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루가 18,8) 이와 함께, 악령에 시달리는 아들을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데려와 그것을 쫓아내 주기를 청했으나 제자들에게 그럴 능력이 없음을 보고 실망하던 차에, 예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달려와 간청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하실 수만 있다면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간청하는 그 사람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할 수 있다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 그 말씀을 듣고 아이의 아버지가 큰 소리로
외친 말은 우리 믿는 사람들의 가장 절실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이 부족하오니 도와주십시오"(마르
9,14-24). 마태오복음에는 이 사건 뒤에 제자들과 예수님 사이에 있었던 의미 있는 대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없을 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저희는 왜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져라' 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 너희가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마태 17,19-20). 믿음이 주님을 내 안에 모시는 일이며 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온 존재를 동원해서 겪게
되는 체험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누구의 눈에나 뜨일 만큼 요란하게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립비서 2장에서, 누가 주님을 만나 그런 체험을 했는지 아닌지를 몇 가지 단순한 질문으로 확인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힘을
얻습니까?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위안을 받습니까? 성령의 감화로 서로 사귀는 일이 있습니까? 서로 애정을 나누며 동정하고 있습니까?” 여기에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으면, 우리는 하느님을 만난 것입니다. 사도께서는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당부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사랑을 나누며 마음을 합쳐서 하나가 되십시오. 그렇게 해서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 주십시오. 무슨
일에나 이기적인 야심이나 허영을 버리고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제 실속만 차리지 말고 남의 이익도
돌보십시오. 여러분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여러분의 마음으로 간직하십시오.” 여기서 이방인의 사도는 사도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그리스도교의 핵심 진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곡을 붙여 불러오던 노랫말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모두가
입을 모아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찬미하며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당부에서 말합니다. “여러분은
나무랄 데 없는 순결한 사람이 되어 이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에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키십시오.> 그래야 내가 달음질치며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않아 그리스도의 날에 자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여기서 우리는 주님을 만나고 삶이 변화하는 체험이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키는 일”에 달려 있음을 확인합니다.
예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잘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겠고 아버지와
나는 그를 찾아 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내가 너희에게 들려주는 것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요한 14,23-24). 당신의 말씀을 “지킨다”는 말의 일차적인 뜻은 그것을 실천한다는 뜻이
아니라, 도둑이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집 주인이 자기 집을 지키듯이, 말씀이 마음속에서 사라지거나 훼손되지 않게 잘 간직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하고 계실 때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이렇게
외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 주신 대답에서도 우리는 <지킨다>는 말이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발견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7-28). 그러므로 예수님을 낳으신 마리아께서 행복하신 것은 단순히 당신을
육체적으로 낳으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잘 간직하고 보호함으로써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셨기 때문이라는 뜻이 포함된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이 손상되거나 없어지지 않게 잘 지키는 사람은 마리아께서 하신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도
거기 함께 들어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수태하고 출산하는 것”이라는
암브로시오 성인의 말씀에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말씀들 속에서 "지킨다"는 표현의 일차적인 의미가 "실천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그분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고, 그런 의미에서, 좋은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된다는 뜻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실합니다. “사랑으로 표현되는 믿음”(갈라 5,6)만이
참된 믿음이며, 그런 뜻에서 믿음은 시작이고 사랑은 완성이며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믿음에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그런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하지만, 이때의 사랑이나 실천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느님을 참으로
만나고 깊이 체험함으로써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할 때,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이며 열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 순서를
혼동한다든지, 너무 성급하게 실천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사람을 자칫 종으로 만들어 자유를
박탈하고 기쁨을 앗아갈 위험마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님의 가르침이 기쁜 소식이 아니라, 삶의 무게에 또 하나의 짐을 얹어놓는 결과를
가져다 줄 뿐입니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주고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마태
23,4)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흉내를 내고 마는 셈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과 정 반대로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지키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하늘에서 떨어진 씨앗처럼 우리 안에 뿌려진 다음, 우리가 그것을 잘 “지키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았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마르 4,27-29). 바오로 사도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나는 씨를 심었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심는 사람이나 물을 주는 사람은 중요할 것이 없고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하십니다(1고린 3,6-7). 예수님께서는 “지킨다”는 말의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다음, 날쌔게 달려드는 사탄에게 빼앗기거나, 그것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 앞에서 넘어져 버리거나,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에 짓눌려 숨 막히지 않도록(마르 4,15-19 참조)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4.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안에 잘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성령께서 그 말씀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 주시고,
그렇게 해서 우리를 주님의 종이 아니라 아드님의 벗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그분의 공동상속자로 만들어 주십니다. 종과 벗의 차이는 자신이 하는 일을
참으로 알고 하는가, 아니면 누가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서 하는가의 차이입니다. “이제 나는 너희를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벗이라고 부르겠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다 알려 주었다”(요한 15,15). 예수님께서 직접
뽑으신 제자들도 스승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을 거쳐 성령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예수님의 말씀을 깊이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나는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너희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요한 16,12-13). 제자들은 성령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그분의 벗,
그리스도의 공동 상속자,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종의 처지를 완전히 벗어났던 것입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 이제는 성령의 감도
속에서 글자로 기록되어 성서라는 모양으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 순서를 뒤에서부터 되밟아 살아 계신 주님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입니다. 책에 기록된 글자가 그 자체로는 생명이 없지만, 우리가 그것을 읽고 마음속에 받아들이면 그것은 살아 있는 말이 되고, 성령 안에서
믿는 마음으로 계속 새기고 묵상하면 그것은 다시 “영과 생명”(요한 6,63)으로 바뀝니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벗이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우리를 종으로 묶어 두던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납니다. 영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힘입니다.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성령을 내려 주신 오늘, 우리는 말씀 속으로 깊이 들어가 소화함으로써 그것을 성령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께서 미리 하신 말씀이 우리 안에 실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20).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우리 안에 모시는 삶, 참으로 믿는 삶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믿는다는 것은 숨결로 표현되는 성령의 특성 그대로,
우리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팔팔하고 활기 넘치는 생명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육체적 생명을 위해서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것처럼, 우리는 매 순간 믿음의 공기를 마시며 살게 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갑니다”(사도 17,28).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말씀>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5.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선언합니다. “교회가 성서를 주님의
몸처럼 공경해 왔으며, 특히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집어 신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가르침은 그리스도교 자체가 그렇듯이 성서에서 영양분을 취하고 거기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성서 안에서 사랑으로 당신 자녀들을 만나시고 그들과 더불어 말씀을 나누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 말씀이
교회에는 버팀목과 활력이 되고, 교회의 자녀들에게는 신앙의 힘, 영혼의 양식 그리고 영성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 힘과 능력이
있다”(계시헌장 21항). 그리고 24항에서는 “성서 연구가 신학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천명합니다. 또 <성서를
읽자>라는 제목이 붙은 제25항에서는 사제, 부제, 교리교사들처럼 특별히 위임받은 말씀의 봉사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겉으로만 전하고
속으로는 경청하지 않는 빈 설교자”가 되지 않도록 거룩한 독서와 진지한 공부로 성서에 몰두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성서를 자주
읽음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존귀한 지식”(필립 3,8)을 얻어야 한다고 각별히 권고합니다. 한 마디로 “성서를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라고 한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은 계시헌장 제6장 전체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서 관련 문헌인
이 계시헌장은 가톨릭교회 역사와 신앙생활에서 가장 큰 전환점의 하나가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이후 성서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서가 신앙인 각자의 개인 생활에서나 교회 생활에서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습니다.
6.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열렸던 제12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시헌장 반포 이후, 성서와 관련해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논의된 것을 종합하고 정리하여 발표된 후속 문건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말씀 위에 세워진다.
교회는 말씀으로부터 태어나고 그 말씀으로 살아간다. 하느님의 백성은 자신의 온 역사에서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힘을 발견하였고, 오늘날에도
교회 공동체는 그 말씀을 듣고 기념하고 연구함으로써 자라난다”(주님의 말씀 3항). 이 문헌은 교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 하느님
말씀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에 관해서 아주 인상 깊은 표현을 씁니다. “주교는 자기의 사제들과 함께, 신앙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처럼, 더
나아가 교회 자체가 그런 것과 같이, 남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말씀을 들어야 한다. 그는 태아가 엄마의 태 안에서 보호도 받고
영양분을 섭취하듯이, 말씀 속에 들어가 거기에서 보호도 받고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주님의 말씀 79항). “사람이 되신
말씀”(요한 1,14 참조)으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56-58). 전례, 특히 성체성사는 바로 주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심으로써 그분 안에서 살게 해 주는
성사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서로를 보충하는 말씀과 성체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이 모양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똑 같은 말씀으로서
서로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하고 물으셨을 때 시몬 베드로가 한 대답이
그것을 잘 말해줍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요한 6,66-68).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은 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가 성령을 통해 "그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히브 1,3)을 우리 안에 모시면, 바오로 사도를 두고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가 하신 말씀이 우리에게도 통하게 될
것입니다. “그분이 입을 열면 예수님이 튀어나오신다.”
7. 모든 신앙인들이 “성령의 칼”(에페 6,17)이기도 한 이 말씀으로
무장하면, 누구나 사도가 되어,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첫 선포”, 곧 복음을 듣고 “마음이 찔려서”(사도 2,37)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두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대담하게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 무슨 소원이든지 구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요한 15,7-8). 여기서 많은 열매를 맺고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가 드러납니다. “너희가 나를 떠나지 않고
또 내 말을 간직해 둔다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떠나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이 “내 말을 간직해 두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열매를 맺어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상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8. 옛날에는 교회를 흔히 피라미드 모양으로 그렸습니다. 그림에서는 교황이 맨 위 꼭지점에 있고, 그
밑에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차례로 한 층씩 내려가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서 이런 그림을 혁명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제는 교회 안에서 높고 낮은 구별이 없이 교황에서부터 방금 영세한 신자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자녀로서의 존엄성에서나 거룩한 삶에로 불리운 소명에서나 동등하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림으로 나타내자면, 교황이 가운데, 주교와 사제,
수도자가 그 다음에, 그리고 교우들이 맨 가장자리에 서있는 동그라미가 연상됩니다. 교황님은 교황청에서, 주교는 주교관에서, 사제와 수도자는
성당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교우 여러분은 세상 속 어느 동네나 아파트에서 사시면서 직장이나 일터에서 일하시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 그림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마을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너희도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을 사람들 앞에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2-16). 주님의
이 말씀을 생각하면, 동그라미의 맨 가장자리에 서 있는 교우 여러분이 실제로는 얼마나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시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성직자와
수도자가 성당 안에서 주로 사는 데 비해, 교우 여러분은 세상 안에서 사시기 때문에,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여러분의 착한 행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아주 쉽게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찬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교회라는 동그라미의 가장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동그라미의 가운데에 있는 이들은 여러분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전례, 특히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의 빛과 힘을 계속 공급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각자가 자기의 위치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자라나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우리는 모두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같은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몸은
한 지체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발은 ‘나는 손이 아니니까 몸에 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해서 발이 몸의 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또 귀가 ‘나는 눈이 아니니까 몸에 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해서 귀가 몸의 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온 몸이 다 눈이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또 온 몸이 다 귀라면 어떻게 냄새를 맡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뜻대로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지체를 우리의 몸에 두셨습니다”(1고린 12,12-18).
9. 이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포한 새로운 교회상입니다.
그리고 그런 교회상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 소공동체입니다. 소공동체에서는 하느님 말씀을 더욱 깊이 묵상하고, 형제자매들과 나누고, 이웃 사람들에게
전하며, 모두가 적극 참여하고 도와서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일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해 낼 수 있습니다. 2012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된 지 50주년, 한국에 소공동체가 들어온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한국 교회 소공동체 역사에서 처음으로 소공동체
지역 모임을 가지고 많은 이들에게 그것을 소개하였습니다. 2012년 9월 12일에는 대구, 부산에 이어 전주 전동성당에서 그 모임을 가졌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공동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소공동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꼽힐 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거의 2천 년 동안이나 굳어져 온 교회상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하기조차 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공의회의 꿈과 이상, 그리고 미래 교회의 모습이
여기에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 그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가장 위대한 가르침을
주시고 중요한 꿈을 펼쳐 보여주실 때, 제일 심한 반대와 장애에 부딪치셨습니다. 한 때 남자만 5천명이나 모여 들었던 사람들이 당신의 속
이야기를 듣고는 다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요한 6,60)하며 모두 떠나가 버렸을 때, 예수님께서는 달랑 남은
열 두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그 때 베드로가 나서서 한 대답은 우리 모두의 대답이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요한 6,68) 우리나라에서도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에 흠뻑 젖어 그 위대한 힘을 체험한 몇몇 사목자들과 교우들의 노력으로 소공동체가 지금까지 발전하였습니다. 우리 교구도 그 동안 활발하게
추진되어 온 성서운동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모양으로 해오던 소공동체를 새로운 각오로 한 층 더 체계를 갖추어 더욱 널리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모두가 사도가 되어 주님의 당부를 실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실 천 사
항
1. 성서사도직운동 활성화를 위한 실천사항 가. <성서사도직운동>을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활성화하기 위하여 이 운동을 담당하는 교구기구를 정비하고 보강해야 하겠습니다. 나. 교구 내 모든 신부님들이 이 운동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이에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다. 성서를 읽고 말씀을 나누는 모임인 <성서백주간>, <거룩한독서>,
<그룹성서>, <성서형제회>를 적극 권장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모임에 참여할 수 없는 신자들도 자신들의
형편에 따라 이 성서사도직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성서40주간>, <성서대학>, <성서 읽기>, <성서
듣기>, <성서쓰기> 등 각종 성서운동 프로그램도 소개하고, 전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 본당에서
<성서사도직운동>을 잘 전개할 수 있도록 <성서사도직운동 봉사자양성>을 교구차원에서 실시해야 하겠습니다. 마.
<성서40주간> 지도를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 수녀님들 뿐 아니라 관심 있는 교구 신부님들도 직접 <성서40주간>을
지도해 주기 바랍니다. 바. <청년성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교구의 청년성서 담당부서를 새롭게 보강해야 하겠습니다.
사. 이 한 해 동안 특히 다음의 성서 귀절들을 깊이 묵상합시다. 1) 1고린 1-2장 2) 요한 13-17장 아.
가정에서는 복음나누기와 안수기도를 실천합시다.
2. 전례활성화를 위한 실천사항 가. 지난 여러 해 동안 본당마다 이
분야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곳에서 성서 봉독이 놀랄 만큼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보편지향 기도도 마음 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자유기도 방식으로 바치는 등, 전례가 생명의 잔치답게 변화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개선할 여지를 찾아 더욱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성체성사, 곧 미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생명의 잔치입니다.
우리는 미사에서 말씀과 빵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사를 더욱 더 활기차고 따뜻한 축제로 만들기
위해서, 교우 영접, 제단 장식, 예절 안내, 성가, 성서봉독, 제물봉헌, 주례, 강론 등, 전례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주임 사제의 지도하에 늘 연구하고 준비하는 전례부가 본당마다 있어야 하겠습니다.
나. 사목자들은 “특히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의 식탁에서뿐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식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의 빵을 집어 신자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성서에서 추출한 어떤 추상적 주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서의 맥락을 따라가며 거기에
충실한 강론을 할 때에만 신자들은 “맛좋은 음식을 먹으며 기름진 것을 푸짐하게 먹게”(이사 55,2)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교구에서
번역하고 성바오로 딸 수도회에서 최근에 출판 한 「하느님의 말씀」이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다. 교구 담당자는 <전주교구 표준
전례지침서>를 만들어 보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전례시기별 전례, 대축일 전례, 성사전례 등 다양한 전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라. 청소년들을 위해서 다양한 청소년 미사전례를 소개하여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하느님 체험의 증언
하느님을 특별히 체험한 신자들의 증언을 듣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모든 방안을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 안에
계셔서 여러분에게 당신의 뜻에 맞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켜 주시고 그 일을 할 힘을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불평을 하거나 다투지 마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은 나무랄 데 없는 순결한 사람이 되어 이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에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키십시오. 그래야 내가 달음질치며 수고한 것이 헛되지 않아 그리스도의 날에 자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필립 2,13-16). 주변 세계가 어두울 때, 별은 더욱 선명하게 빛을 내듯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킴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이들이 늘 있습니다. 그런 이들은 모두가 안 된다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을 때, 벌떡
일어나 앞으로 가는 사람들이며, 다른 이들이 절망의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때, 희망의 작은 불씨를 살려 큰 불길로 키워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이들은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히브 12,1) 증인들입니다. 그런 이들의 증언과 체험담은 어떤 말보다 더 큰 힘으로 사람들을 일깨우고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그러므로 미사에서 복음 낭독 후, 강론 전에, 5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여, 신자들 가운데 적절한 이들을
차례로 선정하여 신앙체험을 발표하게 하면 좋을 것입니다.
4.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 전개 본당마다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각자가 지금까지 거쳐 온 신앙 여정의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순서를 밟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가)
아직 성서 공부와 나눔의 과정을 이수하지 않는 이들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 말씀을 통해서 깊은 신앙체험을 하게 합니다. 나) 그런
다음, 성서 공부와 나눔을 한 이들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공의회 문헌을 공부합니다. 이 때 다음과 같은 책을 사용합니다. 1)
[가톨릭교회 교리서] 또는, [가톨릭교회 교리서 요약편] 2) 공의회 문헌 또는, 그 중요한 내용을 추려서 소개하는 [믿는다는
것은 되어간다는 것이다], 2000년, 분도출판사
5. 성지순례 실시 교구와 다른 지역의 성지를 개인적으로나 크고 작은
단체로 찾아가 신앙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깁시다.
6. 소공동체운동 활성화를 위한 실천사항 가. 그 실현을 위한 단계별 장기
계획을 수립합시다. 나. 기존의 <구역, 반>개념과 <소공동체>개념을 분명히 구분하여 사용합시다. 다.
성서사도직과 소공동체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제특별연수회>를 개최하겠습니다.
2012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 빈첸시오 주교
제주교구 세상에 평화를 이루는 소공동체
지난해에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소공동체’ 를 이루자고 다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깊이 사랑하셨는지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랑’으로 세상을 끌어안아주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세상도 여전히 주님을
맞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분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세상은 사랑보다 경쟁을 통한 승리를 추구합니다.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장악하면서 세상은 온통 서로를 이기고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기업이나 정부뿐 아니라 학원가와 가정에서도
이런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고 재화와 가난의 대물림이 고착되며 세상이 양분되어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약자의 희생을 발판으로 구축되는 강자의 군림과 누림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납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모두 하느님의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존재이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동네 빵집도 찻집도 식당도 슈퍼도 영화관도 모두 공룡처럼 성장한
대자본 기업에 잡아 먹혔습니다. 명예퇴직 대상자가 갈수록 늘어 비정규직과 임시직이 급증하고 건강, 사고, 실직, 노후에 대한 보장이 불투명해져
많은 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진 자와 빼앗긴 자 사이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게 증폭되면 궁극에는 폭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계층 간에도 국가와 민족 간에도 경쟁에서 탈락하고 패배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두려움 때문에 국가 지도자들은 미리 힘을
축적하고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우위를 선점하려고 팽팽하게 맞섭니다. 그러나 이런 대결은 결국 파국과 공멸을 초래하고 맙니다.
우리가 함께 멸망하지 않고 함께 살기 위해서는 평화를 이루어가야 합니다. 평화는 우리의 지상 과제입니다.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는 모든 시대의 인류가 깊이 갈망하는 것으로서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할 때에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견고해진다.’(지상의 평화 1)고 교황 요한 23세는 증언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의 힘을 지배하는 놀라운 질서가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존중되어야 할 질서는 하느님의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생존과 품위가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교회는 이 기본적인
권리를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모든 인간은 생존, 육신 전체, 생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절대적인 권리를 갖고 있으며, 특히 양식, 의복,
주거, 숙식 등에 관한 권리가 있으며 의사들의 치료와 그 외 정당한 사회적 봉사 등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인간은 병고, 노동력의 결여,
과부 신분, 노환, 실업 등에 처했거나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생존 방법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지상의
평화 11)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은 이런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재화가 본질적으로 만인의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이용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입각하여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사목헌장 69, 민족들의 발전 22) 성
암브로시오는 부의 나눔에 대하여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네 것을 가난한 이에게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함께 사용하도록 주어진 것을 네가 독점하였기 때문이다. 땅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 결코 부자들만의 것은 아니다.”(민족들의
발전23)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 전통의 이러한 가르침을 계승하며,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국가와 세계에서 평화를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가 받은 모든 탈렌트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신적 각 분야에서 하느님께 받은 은사를
밑천으로 삼아 모든 이들의 공동선 증진을 위해 성실히 봉사하며 노력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 운동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예수님이 펼치신 복음화는 복음을 입으로 외치고 가르치는 선포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복음화는 하느님이 손수 다스리시는 세상을
우리가 협력하여 오늘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교황께서 촉구하시는 ‘신앙의 해’에 추구해야 하는 새복음화도 복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교회는
처음부터 인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 자신이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 한 가지뿐입니다. 진리를
증거하고(요한 18,37), 판단하기보다는 구원하며, 봉사 받기보다는 봉사하러(요한 3,17; 마태 20,28; 마르 10,45) 오신
그리스도의 일을 오늘의 세상에서 계속 하려는” (민족들의 발전 13)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교구장 사목교서에 따른 실천지표>
1. 신앙의 내용을
바로알기 1) 교회의 가르침 배우며 나누기 -‘새로운 사태’, ‘지상의 평화’, ‘민족들의 발전’, ‘사목헌장’ 2) 니체아
신경 바로 알고 외우기 3) 제주 복음화의 역사와 제주 4․3 바로 알기 4) 복음의 빛으로 세상 속에서 시대의 징표를 끊임없이 찾고
공부하기
2. 신앙의 내용을 제대로 살아가기 1) 지역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이웃, 장애인,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관심과 배려 -독거노인에 대한 배려, 본당별 노인대학 설치 및 운영 -새터민, 이주민에 대한 관심과
친교 2) 자연환경 보호 및 에너지 아껴쓰기 3) 생명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하기(예 : 4․3 유적지 방문, 추모,
기도) 4) 기도학교 운영 및 가족 기도 바치기 -신자 개개인의 영성적인 양성과 훈련, 신자 재교육 5) 본당별 전례위원회
구성하기
2012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주교 강 우 일
군종교구 “희망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를 가지고 기다립니다.” (로마
8,24ㄴ-25)
친애하는 군종교구 사제, 수도자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 새해를 맞이하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푸시는 은총이 여러분 가정과 병영 그리고 군종교구 공동체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구는 ‘믿음’, ‘희망’,
‘사랑’ 향주덕을 중심으로 살아가기를 결심하였고, 지난 한해 “믿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라는 목표를 가지고 기도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키우고, 성경 탐독과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함으로써 신적 진리를 더 깊이 알아듣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복음 선교에 집중함으로써 믿음을
증거하여 복음 전파의 사도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을 통해 주님을 더욱더 깊이 체험하였고, 주님이 베풀어 주신 놀라운
은총에 감사드리며, 새로이 시작되는 해를 주님께 봉헌하고자 합니다.
2013년 우리 교구의 사목목표는 “희망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물질적인 풍요로 대변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광범위하고 폭넓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난과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 사회와 단절되어 병영 내에 버려졌다는 소외감, 가족의 해체로 오는 대화의 단절 등은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더욱 고통 받게 하며 희망을 잃게 합니다. 이러한 사회 모습으로 사람들은 희망을 잊고 절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상황에서 교회는 소외받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항상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돌보고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통해
절망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구원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희망은 과연 무엇입니까?
제자의 두 번째 길 : 희망
일반적으로 ‘희망’은 어떤 가치 있는 일을 이루고자 하는,
또는 무엇을 얻고자 바라는 마음을 뜻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적 희망은 모든 가치를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것에서 찾고, 마침내 모든
행복의 근원이신 하느님과 함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페소의 신자들은 사도 바오로를 통해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에는 “이
세상에서 아무 희망도 가지지 못한 채 하느님 없이”(에페 2,12) 계속 어두운 세계에 머물러 살았기 때문에 희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어두운 세계에 맞서 어두운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벗어났으며,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세상종말에 구원, 즉 영원한 생명이 완전한 모습으로 성취됨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희망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바라보는 이들은 현실을 도피하지 않으며 도피해서도 안됩니다. 오히려 종말론적인 희망은 신앙인들에게 지상 사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여 신앙인들이 현실 세계를 도피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 사명을 완수하도록
격려합니다.(사목헌장 21) 이러한 현실 사명의 완수를 통해 미래에 주어질 희망의 선물인 영원한 생명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오늘 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따라서 신앙인이 지니는 ‘참된 희망’은 하느님이실 수밖에 없습니다.
희망 성취의 도구인
기도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목표를 확신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병영생활, 사회 현실이 비록 고달프더라도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을 가지는 첫 번째 방법은 ‘기도’입니다. 많은 이들이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있지만 나 혼자만 던져져 있다는 외로움인 영혼의 갈증을 느낍니다. 아무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언제나 말씀 드릴 수 있고, 하느님 역시 나에게 귀 기울이십니다. 내가 완전한 외로움에 빠져있을 때에도
기도하면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고 하느님을 통해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예수님 역시 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셨던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시며
하느님께로부터 위로를 받으셨고, 부활의 희망을 확신하셨습니다.(마태 26,26-45) 하지만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기도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올바른 기도는 개인적인 희망의 성취가 아니고, 하느님과 이웃 사람들에게 자신을 열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함으로써 공동체가 함께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생명을 보호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부름 받은 우리 군인들도 자신을 위한 기도에서
이웃을 위한 기도로 그리고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로 이어지는 기도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나 자신이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개인적인 기도와 주님께서 우리에게 올바른 기도법을 알려주시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전례기도, 즉 공적인 기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전방에서 철책을 지키며 바치는 묵주기도, 염경기도, 화살기도 등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성전에 모여 성체의 모습으로 계시는
주님을 만나고 모실 때, 우리는 홀로 버려져 있다는 절망과 외로움을 극복하고 나를 위로해 주시는 주님을 체험함으로써 삶 안에서 힘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 자신을 열고 이웃에게 봉사할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신앙인의 참다운 희망인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게 됩니다.
희망 성취의 실천인
투신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
13,44ㄴ) 우리가 크고 작은 희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자리에 머물지 말고 행동하고 투신해야 합니다. 즉, 희망의 성취를 위해서는
보물을 얻기 위해 가진 것을 다 파는 상인처럼 용기를 지니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해야 합니다. 또한 나에게 주어진
신앙인으로서, 군인으로서의 현재 역할과 임무에 먼저 투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희망을 얻고자 한다면 내가 먼저 주님의
계명을 지켜 사랑과 자비와 겸손을 실천함으로써 생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해야 합니다. 군인으로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는 희망을 성취하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국가를 사랑하고 군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보람찬 병영생활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나만 편하고자 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 주어야’(마태 7,12)합니다. 가정의 화목이라는 희망을 얻고자 한다면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먼저 사랑하고, 축복하고,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루카 6,27-28) 더 나아가 우리 신앙인들은 각자 자신의 삶의 자리인 병영과
가정과 본당 공동체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고, 하느님이 부여하신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죄스럽게 하는 세상과 병영의 제도나 조건이
있다면 비록 고통과 어려움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정의의 규범에 일치하도록 개선해 나가는 노력과 삶의 투신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투신의
원동력이 바로 희망입니다. 즉, 보물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은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을 극복하게 하고 인내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 5,4)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약속에
바탕을 둔 희망이야말로 좋은 때든 나쁜 때든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우리의 활동을 하느님께로 인도해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희망으로 구원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로마 8,24)
친애하는 군종교구 사제, 수도자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이웃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주어라. 그러면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루카 6,35)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희망은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고, 종말에 완성되는 기쁨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가정과 본당 또 병영생활 안에서 끊임없는 기도와 신앙인으로서, 군인으로서의 현재 역할과 임무에 먼저 투신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합시다.
기도와 투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희망을 주는 군종교구민이 되도록 힘차게 살아갑시다.
사목교서에 따른
세부지침
1. 군종 사제단 - 종말론적 희망의 제사인 매일 미사 봉헌한다.(신자가 없어도 봉헌) - 미사
전 먼저 성당에 나와 기도와 성체조배를 통해 신자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 희망의 완성이며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부활교리 가르친다.(강론,
피정을 통해) - 순교자 신심에 관하여 교육한다. - 신앙을 잃고 쉬는 교우와 신앙으로부터 쉽게 멀어지는 초급간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 정신적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군인들에게 희망의 상담자 역할을 실천한다.
2. 군종 교구민 - 평일 미사
참례하고, 구원의 희망이신 주님 앞에 자주 머무른다.(성체조배) - 적어도 한 권 이상 순교성인에 관한 서적 읽는다. - 먼저
격려하고 칭찬하며 가족과 부대원들을 위해 기도한다. - 부활 희망을 믿고 비신자에게 전하여 1명 이상 예비자 인도한다. - 적어도
한 번 이상 희망을 주제로 피정을 한다.(강의, 성시간 등) -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이웃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벗, 상담자가 되도록
노력한다.
2012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 수 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