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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시계를 보았다.
7시가 넘었다.
6시에 일어나려는 계획은 역시 지키지 못했다.
오늘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건 어제 많이 마신 술 때문이리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 목도 마르고 얼굴도 부은 듯 하다.
물을 마시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사진기를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7시인데…. 텐트촌은 조용하다.
화장실은 역시 아침에 봐도 화장실 같지 않다.
이쪽 동해안 해수욕장들은 다 그런가?
월포는 영 아니었는데….
하늘소 같은 곤충처럼 생겼다.
아직 스스로도 정신 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셀프로 몇 컷 찍었다.
옆집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침을 먹기 위해 물을 뜨고 대충 세수를 하였다.
햇반을 익힌 물에다가 바로 1회용 북어국을 넣어 끓였다.
아침을 먹다보니 텐트촌이 슬슬 시끄러워진다.
옆 텐트 부인되시는 한분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신다.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고 나니 어느정도 나도 술이 깬 듯 하다.
얼굴색도 돌아오고….
옷을 갈아입고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텐트도 걷었다.
다시 원상복귀.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원래는 내일 오전까지 타려고 했지만
내일 오전까지 타고 영주서 인천으로 올라오려면 굉장히 힘이 들 것이다.
차가 무지 막힐 테니까….
기숙사 가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하려면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출발해야지 싶으니깐….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니 옆 텐트 가족들도 다 일어나 식사를 끝내고 있다.
출발하기 전 인사를 하고 한 컷을 부탁드렸다.
확인하니… 역시나 다리 짧다….
혼자 탈 때는 몰랐는데….
자…. 출발이다.
역시나 오늘도 9시 출발!!!
오늘의 코스는 대략 이렇다.
구산을 떠나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군도를 따라간다.
해안가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가다 보면 해월헌이란 곳에서 다시 7번 국도와 만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덕신에서 다시 해안도로로 들어가게 되고….
구산에서 울진까지는 25km 정도….
반나절이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오늘 불영계곡을 건너갈 수 있을까….
불안하다.
여름 날 가장 더울 때는 언제인가……
바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라고 얘기하겠다.
아침의 선선한 공기가 갑작스럽게 뜨거워 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아스팔트나 도로 위를 달려가면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땀을 철철 흘리면서 달리게 되어있다.
이것이 이번 자전거 여행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오전에 몸의 수분조절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오후의 컨디션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일단 솟아오르는 땀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물과 이온음료를 채워줘야 한다.
그래서 나의 배낭에는 왼쪽에는 이온음료, 오른쪽에는 얼음물이 항상 채워져 있다.
해수욕장과는 틀린 바다들이 나온다.
여전이 자그마한 언덕과 내리막길 연속이다.
어느 정도 바람은 불고 있으나 등 뒤로부터다.
어느새 앞에 또 높다란 길이 나온다.
그런데 자연스런 길이 아니다.
인공적이다.
왼쪽에는 커다란 제방 같은 것이 있는데……
무슨 산속에 고속도로 내는 것도 아니고 저것이 무엇이더냐……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와서야 알 수 있었다.
울진 공항 건설 중……
휘유…… 너무 힘들어서 꼭대기 그늘에서 잠시 쉬고….
아직 10시도 되지 않았는데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다….
뭐 그래도 어제만치 힘들지 않다.
이제 출발한지 1시간도 흐르지 않았는걸….
공항을 건설하는 언덕을 조심스레 내려와 다시 7번 국도와 만났다. 그리고 따라가다 만난 바다. 해수욕장.
여기가 바로 기성망양해수욕장이다. 원래 여기가 망양해수욕장이었다는데…. 나야 잘 모르지…. 하지만 굉장히 조용하면서 아름다워 보인다. 깨끗하고… . 무엇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좋다.
이 근처에 갯바위 낚시터도 있다는데…. 요기가 고긴지는 잘 모르겠고….
덕신해수욕장을 스쳐 지나가면서 바로 7번 국도가 아닌 해안도로 쪽으로 달려갔다. 중간중간에 만난 바다는 참 조용하다. 마을 잠시 들어가다 어느 어촌 마을 어귀쯤에 재미있는 곳을 발견. 무슨 바닷가의 벙커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서 파도 치는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다. 결국 자전거를 세워놓고 파도를 동영상 촬영하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파도와는 틀리게 바로 거세게 다가와 벙커 벽을 치면서 치솟아 오르는 파도는 보기만 해도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11시에 이곳을 떠나 해안도로를 쭈욱 달려가다가 어느 한 곳에 발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이곳…. 한동안 정신 없이 바다만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답다. 색깔도… 하늘도…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많아지고 차들도 많아진다. 바로 망양정이 있는 망양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이다. 조금 전에 있었던 아름다운 바다와는 틀리게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여기는 왠지 싫다. 그러나 어느새 12시가 되었기 때문에 조금 쉬어갈 겸,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더 이상 해수욕장은 나오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바다에 발도 담글 겸 자전거를 세웠다.
시원한 바람과 파도가 나를 반긴다. 백사장에 발을 담글 때마다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오긴 했으나 뭐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싶다. 지나가는 연인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했더니 이상하게 찍어놓는다. 내가 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겠나…. 나를 찍어달라고 했지 나를 배경으로 바다를 찍어주면 어찌하는가???
역시 셀프 카메라다. 내가 스스로 나를 찍는 게 낫지…. 왜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몸 전체가 나와야 하고 사진 중앙에 있어야 하고…. 그렇게만 생각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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