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연휴를 맞아 대구에 모임 참석차 갔다가 내친김에 부모님 계시는 창녕 모라이 까지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 대구에서 모임 후 한잔 하느라 다소 피곤하였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대구를 출발하여 모라이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이었다.
이틀 전 부모님께 시골 갈 예정이라고 알리고 갔었는데, 도착한 시골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방 저방 문을 열고 보는데 큰방 중앙에 작업복 한 벌이 덩그렁 놓여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부모님께서 내가 오면, 준비 해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당신이 일하시는 일터로 나오라는 무언의 명령이 아닌가 생각하며, 그 옷으로 갈아입고 들녘을 향했다.
동네 길을 통과하여 들녘을 가는 길에서 이웃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나는 우리 부모님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의 마늘 논에서 일하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빨리 간답시고 옛날 소먹이면서 자주 다녔던 지름길을 택했다.
지름길을 한참 가다보니, 그 길은 왕래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 잡풀로 덥혀 더 이상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마라!!!” 어쩔 수 없이 큰 길로 걸어 나와 한참을 걸어 부모님이 일하고 계시는 마늘 논에 도착했다.
나는 부모님께 안부도 여쭙기 전에 “뭐한다고 마늘을 이렇게 많이 심었느냐”며 채근하자,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땅 놀리기가 아까워서... 내년에는 먹을 만큼만 심으마!”,,,,,
나는 안다. 내년에도 금년 보단 적게 심겠지만 또 많이 심을 거란 걸!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나도 합류하여 마늘 묶는 작업을 거들었다.
원래 땀이 많은 지라 엎드려 마늘 묶는 작업을 하자니, 얼굴에는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일요일에 비가 올 수 있다하여 뽑아둔 마늘을 오늘 모두 집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늘이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야 음식 재료가 된다는 거 농사일을 안 해 본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략 정리하면.....
밭을 간다. 흙덩이 큰 것을 잘게 부수고, 마늘 심을 줄을 곡괭이로 긋는다. 마늘을 심는다. 비닐을 덮는다.
마늘 순이 나오도록 비닐 구멍을 조정한다. 마늘 논에 물을 댄다(가문 경우). 마늘 꽃을 뽑아낸다. 마늘을 캔다.
마늘 뿌리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마늘을 묶는다. 묶은 마늘잎의 윗부분을 낫으로 잘라내고, 마늘을 경운기에 싣는다.
집에 도착하여 경운기에 실린 마늘을 내려놓는다. 마늘 묶음을 건조대에 매단다.
여름 내내 건조대에 걸린 마늘을 하나씩 내려 마늘을 깐다. 깐 마늘을 포대에 담아 공판장에 내다 판다.
아마도 내가 언급한 것 중에 빠진 내용이 있을 것이지만, 정말 많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써 음식 재료로서의 마늘이 완성된다.
마늘 논에서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서 안면이 많은 사람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철수가 아닌가!!!
반가이 악수를 나누고 이런 저런 애기를 나누다 보니, 철수도 마늘 캐는 일 도우러 시골에 왔다고 하였다.
철수가 모는 경운기를 얻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막걸리에 사이다 썩어 단숨에 폭탄막걸리 한 사발을 벌컥벌컥 마셨다.
한 모금의 폭탄 막걸리에 더위와 갈증이 언제 느꼈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요즘 마늘이 보양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한쪽의 마늘이 입안에 들어가기 전 농부의 수많은 손 거침과 진실한 땀이 담겨져 있는 한, 마늘은 영원히 온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첫댓글 와~~ 마늘수확 할때이군아! 마늘 농사 잘지었네 그랴.. 수고한 친구는 영양 만점인 마늘 먹겠어...요즈음 AI 어쩌구 저쩌구 난리통인데. 마늘 많이 먹어면 좋다는데......... 광우병 땜에 쏘옥 들어 갓드라만 촛불집회 나가서 시청광장에서 걸어보니 다리가 많이 아프~~ㅠㅠ
재미있게 읽고 언제해봤나싶게 까마득하네 우리부모님은 더 연로하셔서 (83세) 아무것도 못하시거던 남들이 하는것보면 재미있어보이는데 그 옛날 우리들이 할때는 어찌나 힘이들든지 정말 부모님들하시는일 고마움을 말로다 표현못하지 어째거나 오랜만에 친구 고향길 보람있게 잘갔다왔구만요 마늘이 최곤기라 마니먹고 힘이 뿔끈뿔끈 누군좀 괴롭겠제 ㅎㅎㅎㅎ
친구야 고향 생각 뭉클하게 하네 연로하신 부모님 일손 마니 도와 드리고 왔구나 고생마니 했구만 마늘 짱아지에 삼겹살이 일품이제 뭐라캐도 우리 농산물 아이가 우리것이 최고여 ........요즈음 마늘 짱아지 마니들 담아서 묵어봐 얼마나 맛나는디 침이 꿀꺽 꿀꺽 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