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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귀여워서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을 만큼 좋았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정환이를 데리고 어딜 간다는 게 좀 쑥스럽더라고요.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모두들 ‘손자냐’고 물었으니까요. 사람들이 그렇게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왠지 섭섭하고 편치 않더라고요. 정환이를 데리고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점원이 ‘할아버지, 손자에게 이게 어울리겠는데요’라고 말하면 대꾸도 안하고 매장을 나와버립니다. 집앞에 있는 산을 산책할 때도 정환이가 ‘아빠, 아빠’ 하고 부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도 신경이 안 쓰여요. 첫아이를 낳았을 때는 저 아이가 장가갈 때까지 살 수 있겠나 싶었는데…. 이 나이에 또 아이를 얻었으니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서 정환이를 지켜줘야지 하는 생각뿐이에요.”
둘째아이를 임신하기 전 가요계 복귀를 노렸던 나미는 정환이를 키우면서 모든 꿈을 접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정철이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정환이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하루 해가 짧게 느껴질 만큼 바쁘기 때문이다.
“새벽 5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요. 큰아들 밥 먹여서 학교 보내야 하고 정확하게 7시에 밥을 찾는 둘째아들과 남편 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어요. 정철이를 보내고 조금 있다가 정환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잠깐 집안일을 하고 나면 이내 둘째 아이가 돌아올 시간이에요. 그러면 또 점심 먹이고, 간식 챙겨주고 그러다 보면 다시 저녁 먹을 시간이고…. 어디 외출할 틈도 없다니까요. 두 아이 키우면서 저도 보통 주부들처럼 살아요.”
그러면서 “저 아줌마 다 됐죠?”라고 되묻는 나미의 모습에서 예전에 무대를 열정적으로 달구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넉넉함과 편안함이 물씬 풍겨났다.
“어∼휴, 말도 마세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솥뚜껑 운전’을 해야겠느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어요. 화려한 연예계 활동을 접고 집에서 살림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죠. 하지만 저 스스로 인기나 명예보다는 가정에 들어앉아 가족을 보살피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수백번 다짐했어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종종 활동을 재개하라는 권유를 받곤 하지만 발라드 가수였다면 모를까 이 나이에 댄스가수로 재기할 수 있겠어요?(웃음) 지금 제가 무대에서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만 해도 웃기지 않아요?”
현재 나미와 최회장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6층과 7층(실평수 총 2백30평)을 사용하고 있다. 6층은 주로 이들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이고 7층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6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널찍한 거실에는 세가지 스타일의 소파를 배치해 각각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건물 옥상에는 수영장이 마련돼 있다. 선탠을 즐기는 나미와 물장구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정환이를 위해 최회장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요. 큰아들 정철이가 얼마전에 가수로 데뷔했어요. 그룹 ‘룰라’ 출신의 이상민이 우연찮게 정철이의 노래를 들어보더니 가수로 한번 키워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으로 최민수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룹 ‘QOQ’의 싱어를 맡고 있어요. 가수로 데뷔하기 전에는 엄마가 얼마나 유명한 가수였는지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었는데 방송국을 왔다갔다하면서 연예계 사람들을 만나 부모 이야기를 듣고는 엄마나 아빠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일 때문에 잠깐 외출한 정철이가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룹 ‘QOQ’의 홍보포스터를 들고 와 “얘가 바로 정철이에요”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아들자랑을 늘어놓는 나미의 얼굴에는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행복한 미소가 엿보였다. (끝)
첫댓글 큰아들 정철군 피는 못속이나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