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앞 책상 가득
어제 인화해온 사진들을 쫘악~ 펼쳐놓았습니다
건봉사 불이문, 청정하게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결결이 가지를 뻗은 나목들이 마치
바닷속 산호초 군락같아요^^
오리를 이고 선 돌 솟대, 범어를 새겨놓은 사각기둥, 적멸보궁 진신사리 부도전....
금강산 계곡 옥류동 에메랄드같은 물빛,
상팔담에서 바라본 세존봉의 당당한 능선,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한 선녀의 날개옷자락을 펼쳐놓은 듯한
굼실굼실 부드러운 바위능선.....
겨울 금강의 천의무봉한 자태를 담아오기엔
턱도 없는 솜씨이지만
다행히 렌즈는 십분 제능력을 발휘해 성실히 그것들을 담아
지금 제 눈앞에 그 벅차고 아린 감동을 쏟아놓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이 여행의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이럴 때 언어가 얼마나 한낱 하찮은 것인가 느껴요
그 벅차고 아프고 뜨겁고 .....그 어떤 말로도 그 느낌을 온전히 전할 수 없는 그 무엇 !
<1>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여자란 여행하기엔 매우 적합하지 않은 불편한 존재입니다
여행을 편하게 하기 위해선 여자이기보다는
그저 다만 인간일 뿐이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걸어서 지구를 몇 바퀴 돌았다는 아리따운 여행가가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더우기 '펜션'이란 단어를 순진하게 믿고 떠났다가
낭패본 적이 많았던 터라 고작 2박3일 여행에 챙기는 짐보따리가
무슨 석달 열흘은 안 돌아올 사람같습니다.게다가 혹을 하나더 달았으니....
혹 춥진 않을까? 넣어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그렇게 구겨넣었다 뺏다 몇번을 거듭한 끝에
에랏 모르겠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버티지... 하는 심정으로
미련을 거두고 탁! 기내가방 단추를 채웠습니다
"덜그럭 드르륵 드륵륵~~"
10:40분 깊은 밤 11:30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도
여행에 부푼 소피아는
"동네 사람들~나 금강산 가요~~"
아파트 복도를 울리게 가방을 끌고 나옵니다
기내가방을 끌고 여행가는 걸 무진장 부러워 했나봅니다
앞으로 당분간 저 소피아랑 답사갈 때는
기내가방 끌고갈 예정이니 외계인 취급 마세요^^
04:15 드디어 서울 입성 완료
출발지인 압구정역과 가장 가까운 찜질방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택시기사에게
압구정 근처의 찜질방 앞에 내려달라고 했어요
보통 창원에서는 이런 주문이 먹히거든요
그런데 서울은 아니더군요 -_-;;;;
우여곡절 끝에 여성전용 사우나라는 곳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06:40 나와서
24시 편의점에서
딸과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하나씩 먹고
압구정역으로 향했어요
길 건너편에 만나고 싶고, 보고싶은 모놀님들이 기다리는 민산버스가
시야에 들어왔어요
아! 드디어 내가 민산버스를 타는구나! 그리고 가는구나!
'결코 잘 생기신' 대장님의 '출사표'를 시작으로
저마다의 이번 여행에 대한 명분!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
마치 오랜 억눌림에 지냈다 풀려난 ? 사람들처럼
우리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구겨넣어도 넣어도 삐져나오는 설레임과 행복감으로
팝콘튀는 소리처럼 통통 퐁퐁 경쾌하게 튀어올랐답니다
낙동강 이남 후방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어설픈 선입견 중의 하나는
전방으로 가면 동네도 마을도 사람도 다아~
'5분 대기조'처럼 비장하다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진 모르지만
이또한 분단의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웃지못할 '반공교육'의 잔재겠지요^^;
그런데 .....
제가 사는 김해평야 들판이나
소금주인님께서 뼈속까지 추위가 파고드는 2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건넜다는 소양강, 그 강줄기 옆으로 너르게 펼쳐진 들판은
모두 약간은 쓸쓸하고 또 한편으론 비어 있어 평화롭고....
다르지 않더군요.
도회지의 비빔밥이 청홍백 알록달록한 색감이라면
그날 우리가 먹은 비빔밥의 색감은
갈색이거나 밤색이거나...촌스럽지만 운치있고 정겨운 색감만큼이나
맛도 영양도 일품이었지요
조선조에 640 칸 큰절이었으나
전란에 폐허가 되었다는 건봉사
흔적만 남은 절 터에 자유로운 바람은 무척 헐겁고 쓸쓸했습니다
다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전선에서 봄을 맞는 절집답게
적막하지만 고요히 내밀히
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건봉사를 나와 북위를 높여
뉴스에서만 보던 대성리 마을로 들어섰어요
차창 옆으로 시원하고 콸콸한 동해바다
우리의 마음이 전이된 걸까요? 가볍게 흥분한 바다...바람...
인제 정말 이 '따뜻한 남쪽 나라'를 벗어나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카페 게시글
해외 여행후기
모놀가족
'출사표' 1
은사시나무
추천 0
조회 481
04.06.26 19:26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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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편 3편이 기대 되는걸....
언제나 올리실까 기다렸지유............... 얼른 2편 3편 쭈~~~~욱 올려주이소............. 함께 못해 미안한 마음 더 큽니다...... 그나저나 점심은 드셨어요??? ㅋㅋㅋ
고졸스러울 것 같은 비빔밥 저두 먹구 싶당! 가볍게 흥분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랍니다^^
와...은사시님 글 올라왔다..여태 기다렸어요...역시 좋아
드뎌 후기가 시작되는군요. 시작 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허허...
이럴줄 알았지만,,그래도..감동입니다..ㅎㅎ 비장한 출사표가 어떻게 펼쳐지나 콩당거리며 열어본 심정은 어디갔는지..첫날의 아침으로 은사시님 소피아 손잡고 함께 따라가고 있는 내가 보여집니다..편안하게 시작한 길이 비포장을 만나며 어떻게 펼쳐질지...궁금..궁금..기대 만땅입니다..ㅎㅎ
사모하는 이 글솜씨의 여인.......................얼렁 다음편 올리세요.
와.... 에휴~ 난 언제 숙제하나....
.......................2....................3................4쭉 기대 합니다...
언제나 올리실까 기다렸지유............... (2)넘넘 좋았는가보다....힝~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감동을 얻을밖에....2편은 언제 읽을 수 있는 걸까요?
모두 좋다한다 ,,,,,,,,,,,,,,,,음,,,,,,, 근데 나두 좋다^^ 빨랑 다음꺼 올려유~~~
혹?까지 달고...하하 후편 기대 합니다.
마음만 앞섰지 나두 쓰고 싶지만 글발이 딸려서리...대신, 은사시님 글이나 읽으며 내 감정 추스려야겠어요...내 몫까지 잘 써 주세요...화이팅!
언냐..이거 시작이져????
정말 기대되요.. 기대됩니다....... 많이 기다리는 이 엄청난 펜클럽................
드디어 출사표는 던져지고...
저는 숙제 못해요. 종원님이 종아리 때리시면 그냥 맞을랍니다. 제가 품고 있는 단어엔 한계가 있기에...대신하여 좋운글 올려주세요. 두번이고 세번이고... 함께 다닐께요.
기대하겠습니다. 이런글을 감칠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 피로는 회복되셨는지요....
기다리던 금강산 기행 연제가 시작 되었군요.잘 읽었고 새삼 그곳으로 다시 빨려 들어갑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감이 청하진 못했어도 많은 분들이 바라던 후기!!! 낙산사의 일출을 보는듯 하네요 소피아가 참 당차다는 느낌이 듭니다 혹이 아니라 엄마의 분신 같은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역시 은사시의 글을... 뭔가 달라도 달라요.. 그쵸?? 여러분~~~ 어째 요리도 맛깔스럽게 표현도 잘하고.. 참말로. 부럽데이~~~ 은사시~~~~
내는 글만 읽고 금강산 안 갈란다.... 너무 잘쓴다 그래서 화가난다..아! 신이시여 저에게는 왜 이런능력이..
역시... 가보기 못한 여행의 아쉬움을, 한편의 글로 충분히 달래주시는 분이십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