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는 폭설경보가 내렸고 오늘 30cm의 눈이 온다지만 낮은 지역에는 비 소식만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이슬비가 추적거린다.
중문 상예리에 위치한 더대오름은 비고가 47m 정도인 낮은 오름으로 분화구가 메워지거나 침식되어 원추형으로 남아 있다. 오르면 오름이 또 있고 또 오르면 오름이 더 있어 더더오름, 발음이 변하여 더대오름이 되었고 한자 표기로 가가악(加加岳)이라고 한다.
우리(오름해설사 15명)는 중산간도로의 철책을 넘어 길 없는 길을 걸어 오른다. 등산로가 없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빨간 열매를 매단 백량금이 발에 채이고 가는 나뭇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 얼굴을 때린다. 별로 굵지도 않은 소나무 사이로 천선과나무와 말오줌때의 노란 단풍잎이 하늘거린다. 말오줌때는 빨간 열매를 반쯤 열고 까만 속을 드러낸다. 작살나무의 열매는 자주빛으로 반짝인다.
산정의 뾰족한 바위에 서니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바다가 희끗희끗 보인다. 우리는 아쉬운 듯 비탈을 휘돌다 언덕배기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귤나무 사이를 걸어 되짚어온다.
다시 차를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색달동의 초원 승마장 주차장이다. 목장 건너에는 우보악(비고 98m)이 넓은 품을 펼치고 우리를 기다린다. 초원으로 형성된 비탈길을 걸어 오르자니 참나무 조림지가 나타난다.
산정에 가까이 이르자 볼레(보리수나무의 제주어)가 둥글고 빨간 열매를 선보인다. 여럿이 가지에 달려들어 열매를 훑어 입에 넣는다. 약간 달면서 떫은 맛이 난다. 보리수나무는 보리밥나무 및 보리장나무와 다르다. 이 두 나무의 열매는 여름에 익으며 타원형의 열매를 맺는다. 보리장나무는 잎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지만 보리밥나무는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알려고 하면 보이고, 보면 안다.
등성마루에 이르니 흐리던 하늘이 구름을 흩어, 광명한 천지가 펼쳐진다. 그러나 한라산은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안개에 싸여 있다.
남쪽으로는 태평양의 망망대해가 보이고 서쪽에는 송악산, 산방산, 군산이 표표히 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에는 범섬, 새섬, 문섬이 바다에 떠 흔들거린다. 월드컵 경기장의 지붕도 보인다.
북쪽으로는 모라이악, 녹하지악, 법정악, 시오름이 한라산을 등지고 서 있고 동쪽으로는 고군산과 각시바위의 모습이 뚜렷하다.
우리는 용암의 거센 힘을 견디지 못하여 한 쪽이 터진, 말굽형 분화구로 내려온다. 목장의 경계인 철조망을, 다리가 긴 사람은 다리를 올려 넘고, 어떤 이는 철조망 사이를 비집고 또 어떤 이는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철조망을 통과한다.
남쪽 기슭에 꿩마농(달래)가 더북더북 군락을 이룬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간 골갱이로 달래를 캐어 보따리보따리 담는다. 한겨울에 웬 달래냐고요? 그래서 여기가 별유천지지요.
억새숲을 헤치며 건너편 등성이에 오르니 등성이는 큰 엉덩이처럼 펑퍼짐한데 갑자기 눈보라가 휘날려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문관광단지와 컨벤션센터 사이에 깊이 파인 베릿내의 계단을 오른다. 양쪽이 절벽이어서 베릿내, 별이 쏟아지는 내라 해서 별내(星川)라고 부르기도 한다. 계단을 따라 언덕에 핀 노란 산국과 빨간 피라칸다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 아치를 이룬 후추등의 파란 잎과 포도송이를 닮은 빨간 꽃송이가 신비롭다.
천제연폭포의 상단 줄기인 제3의 폭포수가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준다. 우리는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긴 호흡으로 만끽하고 행복에 겨워 돌아섰다.
첫댓글 오름해설사 수업 받으시 난 오름은 많이 다니겠네요! 사진두 첨부 해 주시면 안될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