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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선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우시장이 정기적으로 선다. 이뿐 아니다. 버스정류장의 안내판에도 모두 황소가 그려져 있다. 횡성은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내륙의 오지다. 그래서인지 우리 전래의 토속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숯가마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다. 또 이제는 서울에까지 그 명성을 드날리고 있는 안흥찐빵은 사람들로 하여금 옛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글.사진=이경택/여행칼럼니스트 |
사람은 서울로, 소는 횡성으로’라는 말이 있다. 물론 강원도 횡성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러나 횡성을 찾으면 그 말을 곧 실감할 수 있다. 산자락 도처에 한우방목장이 널려 있고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쇠전우시장도 정기적으로 선다. 이뿐 아니다. 버스정류장의 안내판에도 모두 황소가 그려져 있다. 누런 황소 빛깔만큼 토속적인 우리 문화를 더 잘 대변해주는 것이 있을까. 횡성은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내륙의 오지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우리 전래의 토속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숯가마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다. 하얀 연기를 뭉게뭉게 피워 올리는 숯가마를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한 착각까지 든다. 또 이제는 서울에까지 그 명성을 드날리고 있는 안흥찐빵은 또 어떤가. 무쇠솥에 쪄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찐빵은 그 담백한 맛과 함께 사람들로 하여금 옛 향수에 젖어들게 만든다. 고향의 정겨움이 가득한 횡성. 스산한 겨울 산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뜨거운 삶의 열기로 추위조차 잊게 만들어주는 횡성의 토속적인 모습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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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가마에 숯을 굽고 있다. 숯을 구워낸 가마에서 찜질체험을 하는 사람들과 바로 꺼낸 숯으로 삼겹살구이를 해먹고 있는 모습.(사진 위에서부터) |
횡성 우시장
횡성읍 조곡리에선 1, 6일 5일장으로 열리는 우시장이 선다. 우시장에는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전조등을 밝히며 짐칸마다 황소를 태운 트럭들이 속속 등장한다. 1만여 평의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은 황소떼가 들어차며 늠실늠실 누런 파도의 바다를 이룬다. 거래를 붙이는 중개인들의 눈길이 바빠지고, 커다란 눈을 꿈벅꿈벅거리는 황소떼가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린다. 계근장에는 마지막 가격흥정을 위해 무게를 달려는 소들이 줄지어 체중계에 올라선다. “수입산 육우들이 밀려들며 소값이 떨어지고 있어요. 여기에 요즘 들어 채식주의 바람까지 거세지며 소비량도 줄어들어 악재가 겹쳤어요.” 사진 촬영을 달가워하지 않는 한 중개인의 설명이다. 우시장에 하루 출두하는 황소는 도축유와 암소, 송아지를 포함해 모두 200여 두. 이중에 60% 가량이 거래된다. 보통 마리당 500㎏ 가량 나가는 수소의 경우 1㎏당 8,000원 기준 400만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진다. 지난 57년경부터 계속 열리고 있는 횡성 쇠전에는 아직도 경기, 강원도는 물론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목축업자들이 찾는다. 시장은 오전 8시30분경이면 파장한다. 횡성축협 033-343-9907
고래골 숯가마
황량하고 쓸쓸하기만 한 겨울산하. 그 산자락 깊숙한 골짜기에서 하얀 연기가 펑펑 피어오른다.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에 있는 강원참숯. 황토가마 여기저기에서 시뻘건 불길을 토해낸다. 새벽 우시장에서 언 몸을 데우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모두 15개의 불가마가 설치돼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며 숯을 구워낸다. 한번 가마에 갇힌 참나무는 그 안에서 일주일간 섭씨1300도의 고열에 시달린 뒤 1급 백탄으로 변한다. 아버지 최흥원(64)씨로부터 가마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들 최호섭(32)씨. “예전 숯꾼들은 참나무가 있는 산자락을 떠돌며 가마를 묻고 숯을 구워냈어요. 이처럼 한곳에 정착한 것은 불과 10여 년밖에 안돼요. 교통수단이 발달해 이제는 숯의 재료인 목재를 쉽게 날라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숯의 효능이 알려지며 강원참숯은 언제부터인가 건강여행 명소가 됐다. 숯은 가습기 역할에 공기정화작용까지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마 연기의 수증기를 걸러낸 목초액은 피부병에 특효약으로 소문났다. 주인 최씨는 “숯은 천식, 비염에 특효가 있으며 얼마 전엔 목초액으로 꾸준히 양치질을 한 사람이 구강암까지 고쳤다”며 “못 믿겠으면 만나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다. 강원참숯은 여행객이 많이 찾으며 2년 전부터 입장료 5,000원을 받고 숯가마 찜질체험기회를 제공한다. 숯을 다 구워낸 가마를 하루정도 식힌 뒤 사람들이 가마안에 들어가 찜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마 속 온도가 60도에 이르기 때문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들어가야 한다. 또 숯가마 한쪽에는 바로 꺼낸 숯으로 삼겹살구이를 해먹을 수 있도록 바비큐장도 마련해 놓았다. 삼겹살은 한 근에 8,000원. 033-342-4508.
안흥찐빵
안흥찐빵마을은 새말IC에서 평창, 강릉방향 국도를 타고 약 10여분 직진, 안흥면 소재지로 들어가면 모습을 보인다. 여기저기 찐빵업소가 문을 열고 영업중이며 안흥찐빵마을이라는 플래카드가 손님을 반긴다. 찐빵집마다 옛날안흥찐빵, 안흥고향찐빵, 안흥쑥찐빵, 할머니안흥찐빵 등 상호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굳이 원조를 꼽으라면 심순녀안흥찐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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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안흥찐빵 마을이 생기게 된 계기를 만든 심순녀씨가 요즘도 찐빵을 직접 쪄내고 있다. |
90년대 들어 안흥면에 찐빵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심순녀(59)씨가 34년전에 개업한 안흥찐빵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부터다. 심씨는 찢어지는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생계수단으로 찐빵을 팔기 시작했지만 빵맛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몇 년 전엔 ‘신지식인’에까지 뽑히며, 현재의 안흥찐빵마을이 생기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이 집에서는 밀가루와 달걀 등으로 반죽한 것을 1차 숙성시킨 뒤, 팥소를 넣고 둥그렇게 빚어 온돌방에서 30분 동안 2차 숙성시킨다. 이 때문에 기계 숙성기를 사용하는 다른 집에 비해 빵에 찰기가 더하고 촉감이 좋다. 특히 위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 밀가루 빵을 먹으면 신트림으로 고생해야하는데 심순녀씨의 찐빵을 먹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심씨의 진빵집은 면사무소 맞은편 허름한 외형의 ‘안흥찐빵’과 국도변, 파출소 옆에 각각 있는 ‘심순녀 안흥찐빵’ 등 모두 3곳에 있다. 현재 파출소 옆의 것은 딸 소유인데, 면사무소 맞은편 것도 얼마 전 동생에게 물려주었다. 지금은 국도변의 것만 운영중이다. 20개들이 한 박스에 5,000원. 033-342-4460.
여행메모 |
▲ 찾아가는 길=우시장은 영동고속도로 새말IC에서 빠져 횡성 방향 6번 국도를 타야 한다. 보통 오전 6시에 개장해 9시면 파장. 강원참숯이 운영하는 숯가마는 횡성읍에서 갑천·서석방향 국도를 타고 가다 구방교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 바로 우회전하면 된다.새말IC에서 빠져 둔내방향으로 가다 정금삼거리에서 좌회전해도 숯가마에 갈 수 있다. ▲ 별미=서한우의 고장답게 관련음식점이 많다. 아침녘의 해장국으로는 횡성읍 운동장 인근에 있는 운동장해장국집(033-345-1770)이 꼭 들러볼 만하다. 횡성군에서 지정한 친절·서비스 우수업체로 4,000원짜리 한우해장국을 비롯 뼈다귀해장국, 감자탕 등을 팔고 있다. 한우해장국은 한우 앞다리살에 콩나물을 듬뿍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숯불구이집으로는 횡성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곡교리 먹을거리단지내의 대성식당(033-343-0977)이 가볼 만하다. 아롱사태·제비추리·낙엽살 등을 섞은 모듬 400g에 3만4,000원. 최근2호점(033-343-0966)도 중앙고속도로 횡성IC앞에 문을 열었다. 또 지난 3월에는 새말IC인근의 우천면 우항리에 횡성축협에서 직영하는 횡성한우프라자가 문을 열었다. 1층에는 횡성한우전문식당과 한우 판매점이 있으며 2층에는 횡성한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우박물관이 있다. ▲ 잠자리=횡성읍에 장급여관이 많다. 그러나 숯가마에서 찜질하며 며칠 푹 쉬고 싶다면 강원참숯이 운영하는 민박집인 태림하우스(033-342-0391)가 좋다. 모두 15개의 방을 갖추고 있으며 그중 11실이 취사 가능한 콘도미니엄 형식으로 지어졌다. ▲ 연계여행지=자녀를 동반한 여행이라면 강림면 월현리의 천문인마을(033-342-9023. www.astrovil.co.kr)방문도 이색적인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다. 1997년 화가 조현배씨가 해발 650m지대인 월현리에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장비를 갖춰 1999년 5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강원지부를 창립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별빛보호지구로 선포한 곳이다. 42번 국도를 타고 안흥면에서 강림면 방향 411번 지방도를 탄 뒤 이화산장 앞에서 좌회전 비포장길을 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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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횡성한우 이야기 |
송아지 때부터 6~12개월 방목이 뛰어난 육질의 비결
횡성에는 모두 약 2만 두의 한우가 사육되고 있다. 횡성의 한우목장은 예전에는 횡성읍 인근의 남산리 마을 일대에만 몰려 있었다. 그러나 횡성한우가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는 한편, 가축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며 이제는 둔내 등 전지역에 걸쳐 여러 농가에서 방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횡성한우의 명성은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시장이 서는 날은 전국 각지의 목축업자들이 횡성으로 몰려든다. 이처럼 횡성한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가장 먼저 횡성한우의 맛을 꼽는다. “육질이 비교적 질긴 편이다. 그러나 질기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 고기 자체에 간이 배어 있는 것 같다. 횡성 한우 먹다가 서울소 먹으면 너무 싱겁다.” 횡성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다. 고기맛이 이처럼 좋은데 대해 횡성사람들은 서식여건을 꼽는다. 이에 대해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센터의 박연수 연구관은 나름대로 이렇게 분석한다. “사육환경이 무공해 청정대기에 일교차가 심한 준고냉지 지역이어서 육질조직이 치밀하면서 육즙도 달고 맛있다. 이는 마치 고냉지의 과일 당도가 더 높은 이치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초지 방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목장의 경우 보통 4, 5개월 된 송아지 때부터 6개월에서 12개월 가량 방목한 후 10개월 정도 축사에서 비육사료로 사육한 뒤 27개월 가량 되면 도축장에 내놓는다. 초기에 방목하는 이유에 대해 횡성군 삽교리 설성목장의 목장장 김동희씨는 “어릴 때 비육우들을 방목장에 풀어놓고 사육하며 골격을 갖춰 줘야 후에 비육우로서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골격이 커야만 살집도 좋아지고 육질도 고급화된다는 주장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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