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8)
1.일자: ’06.8.5~ 6
2.구간: 제 10구간<무남이재 - 주월산 - 방장산 - 파청치 - 오도치(겸백고개)
- 그럭재 , 산행거리: 20.4Km / 산행시간: 9시간 50분/ 둘이서>
“ 폭염 속에서 정맥을 가다 ”
8/5(토) 13:30
8월의 폭염 속에서 이틀 연속 산행하기가 부담스러워 당분간은 1구간씩 뛰기로
하고 일찌감치 차를 끌고 보성으로 향한다.
오랜 장마 뒤 폭염 속에서 휴가를 떠나는 차량들과 뒤섞여 가다 쉬며 8시 넘어
보성군 조성면 고장마을에 이르러 지난 번 민박집(주월산 흑돼지 농장)을 찾아드니
주인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며 오늘은 산속의 농장에서 묵으라 한다.
지난 장마로 망가진 임도를 따라 조심스레 차를 끌고 산중턱에 이르니 널따란
잔디가 조성된 조립식 건물(새로 지은 듯 깔끔한)로 인도한다.
이번에도 산속에서 둘이서 오붓하게 숯불구이로 요기를 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8/6(일) 05:30
밤새 깊은 잠을 못 이루고 간신히 일어나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차를 끌고
민박집으로 내려서니 주인이 미리 나와 우리를 기다린다.
무남이재까지(약 2.7Km) 태워 달라 부탁을 해놓은 터라 고맙게도 우리를 기다린
다.
역시 장마로 망가진 임도를 구비구비 돌아 올라 무남이재에 도착하니 07:10.
벌써부터 아침 햇살이 뜨겁다.
잠시 준비를 갖추고 07:20 주월산을 향해 출발.
언제나처럼 시작은 가파르게 오르막을 올라 이후 능선안부에서는 조금은 편안하게 능선 길을 따른다.
주월산 정상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등산로 양쪽으로 밧줄을 묶어놓아 편안하게 길을 찾아 갈 수 있지만 오늘도 예외 없이 이슬에 바지는 휘둘리고 거미줄은 얼굴에 감기고 수풀과 잡목을 뚫으며 길을 잡아 나간다.
작은 봉우리 두 개를 오르내리며 주월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오르는 임도와 나란히 지난다.
08:10 주월산 패러글라이딩 팻말이 보이는 임도.
그들을 위한 시설인 듯 비닐 하우스가 관리가 안돼 흉물스럽다.
예서 약 50여m를 더 오르니 전망이 탁 트이는 주월산정상마루(558m).
북으로 이어지는 존제산 그리고 동쪽으로는 대곡저수지, 우리가 묵었던 고장마을과
그 아래 조성면도 보인다. 간척지아래 득량만도 시원스레 펼쳐진다.
하지만 전에 있었다는 주월산 정상 표지석을 아무리 찾으려도 없다.
잠시 바로 아래 널따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내려서니 광주에서 4륜 구동을 끌고
올라와 지난 밤에 이곳에서 자고 텐트를 걷는 중년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방장산으로 향한다.
능선 옆으로 마을 사람들이 설치한 듯한 운동기구들이 잘 정비 되어있고 08:38 배거리재라는 삼거리를 지난다.(좌측으로 조성면 고장마을로 내려서는 길).
계속 잡목과 수풀을 헤치며 480봉, 490봉을 오르내리며 뙤약볕 속에서 기계음이 소란한 방장산(535.9m)에 오른다. (09:40)
무슨 공사인지는 몰라도(아마 중계소인 듯) 2층 건물을 짓느라 정상 주변이 어수선하고 파청치에서 예까지 이르는 등산로는 최근에 공사를 위해 만들었는지 포클레인으로 커다랗게 임도를 닦아 차가 오르내린다.
어수선한 정상에서 흔적만 간신히 남기고 내려서 그늘을 찾아 늦은 아침을 준비한다.(09:45)
그리고 10:15 출발.
임도를 따라 파청치로 내려서는 길.
KBS 짚차가 먼지를 날리며 그 위를 달려 올라온다.
잠시 내려서니 호동재라는 이정표와 좌측으로 호동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이라
알려주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이 잡풀만 무성하다.
예서 우측으로 약수터도 있다는데…
우리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서 10:49 파청치에 이른다.
고개 마루에도 3대의 차량이 올라와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 길을 오르니 잡목과 수풀 속에서 목장지대 인듯한 철조망이 나타난다. 철조망을 뚫고 지나간 팀들도 있지만 수풀 속에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시 밖으로 나와 철조망을 우측으로 끼고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290봉을 올랐다 내려서 다시 335.5봉을 향해 숨가쁘게 오른다.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체력소모가 커 오늘따라 무척 힘이 든다.
집사람도 무릎이 무척 아픈 지 벌써부터 내리막에서는 뒤로 내려서느라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 시간도 꽤 지체된다.
급격한 내리막을 내려서 250봉을 하나 넘어 다시 급하게 내려서며 12:20. 겸백면 경계표시가 있는 845번 지방도로상의 오도치(마을 사람들은 겸백고개)에 이른다.
차량통행이 제법 빈번한 고객 마루의 그늘에서 조금은 오래 쉬어 가기로 자리를 잡는다.
잠시 후 3명의 정맥 종주하는 사람들이 겸백면 쪽에서 오도치로 오른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인터넷상으로 만난 인천산클럽 호남정맥 종주팀 선두인가 보다.
우리도 인천에서 왔다니까 함께 뛰자 하면서 오늘은 예까지 끊고 함께 인천으로 올라가자 한다.
오늘 그들은 04:00 석거리재에서 예까지 9시간 만에 왔다 한다. ㅜㅜㅜ
하지만 우린 그리 못 하기에 정중히 사양을 하고 13:00. 그럭재를 향하여 그들과 작별을 하고 다시 절개지 사면을 오른다.
몇 차례 무덤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또다시 허기가 심하다.
일단 길가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해결한다. (13:25)
그리고 14:00 출발.
오도치에서 평소 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그럭재이지만 오늘은 폭염 속에서 많이
지친데다 집사람 무릎사정으로 천천히 운행하기로 하고 쉬엄쉬엄 길을 간다.
270봉을 올랐다 내려서 260봉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능선과 산사면 길은 지친 발걸음을 덜어준다.
그러나 막판 약 20여분을 코를 박고 올라서서 길은 좌측으로 이어져 간다.
또다시 그늘 속에서 간식으로 과일을 들고 출발.
오늘은 참으로 고되다.
하늘이 뚫리는 가 하니 그리 넓지 않은 차 밭이 나타나고 그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 붙는다.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이지만 참으로 힘겹다.
그리고 이어지는 급경사의 내리막. 나뭇가지를 잡고 통사정하며 내려선다.
집사람도 무릎 때문에 뒤로 내려서다 앞으로 내려서며 힘들어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간이나 정맥은 쉬 그 끝을 내어 보여 주지 않는다.
오늘도 끝날 듯 끝날 듯 오르내리며 저 아래 2번 국도가 눈에 들어오며 차소리도 들린다.
산에서 내려서니 고추밭.
우측으로 임도를 따라 끝까지 가니, 안치마을 이정표의 그럭재. (17:10)
9시간 50분의 산행.
예상보다 2시간여 늦은 시간이지만 이 무더위에 저 아픈 다리를 끌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2번 국도 밑 굴다리를 통과하여 도로에 오르니 고맙게도 마침 벌교행 버스가 지나간다.
서둘러 세워 얻어 타고 조성면에서 택시로 민박집으로 이동(\2500)
민박집으로 돌아와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시원하게 목욕하고 감사한 마음에 \10,000을 더 드리니 그냥 가라 한다. < 아침에도 차까지 태워다 주었는데… >
이곳이 고향이라는 젊은 주인 내외가 참으로 친절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다음에 (봄이나 가을에) 한 번 더 가야 하기에 그 때 아이들 과자나 사주리라 생각하고 차를 몰고 목포로 향한다. 오늘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10번째 구간의 안전한 산행 성공을 자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