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특집 / 이규원 (2p)
<부제> KBS 이규원 아나운서
<제목> 뉴스를 통해 만난 하나님
<리드> 토요일 아침 8시. <뉴스 광장>이 끝난 후 만난 그에게 오늘 방송은 어땠냐고 인사차 물었더니, 이내 그 프로그램에 얽힌 간증 한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뉴스 진행과 함께 신앙이 성숙해지고 일하는 목적이 변화되고 있다는 그는 크리스천의 올바른 직업 의식을 제시하고 있었다.
글 이숙희 기자 | 사진 김진성 객원기자
<내용>
뉴스, 나의 간증
지난 일 년은 이규원 아나운서에게 특별한 해였다. 아나운서 생활 19년. ‘최장수 9시 뉴스 진행’, ‘최초의 기혼 여성 아나운서’, ‘임신 마지막 달까지 뉴스 진행한 아나운서’ 등 그동안 세운 기록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100분짜리 주말 뉴스에 메인 앵커로 캐스팅된 것은 더 놀라운 기록이다. 오랜 경험과 실력을 인정받아 맡겨진 일이겠지만, 함께 뉴스 진행을 하는 남자가 한참 어린 후배라도 그에게 주도권이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던 한국 방송에 굉장한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뉴스 광장>은 그에게도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뜻밖의 선물이었어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하나님은 준비된 자에게 일을 맡기실 텐데 과연 나는 얼마나 준비되었을까 부끄럽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분이 주신 귀한 선물임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어요.” 좋은 뉴스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오랫동안 기도해 오고 있었지만 그렇게 뜻하지 않은 때에, 그것도 베스트를 주실 줄은 몰랐다는 이규원 아나운서. 여자 아나운서들의 꿈이라고 하는 주요 뉴스 메인 앵커 자리를 자신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경험하고 그는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건 정말 하나님의 몫이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일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의 내 능력과 노력으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과는 근본적으로 달랐기에, 뉴스 전날 잠자리에 들 때도 새벽 3시에 일어나 스튜디오로 향할 때도 이 일을 통해 자신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뉴스를 진행하면서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뉴스 아이템에 대한 뉘앙스, 성실한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또 얼마든지 하나님이 드러날 수 있음을 믿기에 더욱 경건해지려 노력한다.
모태신앙이지만 아나운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얼마 후에야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이규원 아나운서. 그는 “방송을 통해서 하나님이 제 인격을 다듬어 주시고 제 삶을 이끌어 주셨어요”라고 고백한다. 방송을 하다 보면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신앙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과 눈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또 아나운서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자신의 일이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기회’임을 깨닫게 했고, 그만큼 매 순간을 철저한 책임 의식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채워가도록 이끌었다. 세상의 기준대로, 그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사람의 행위가 자기 보기에는 모두 정직하여도 여호와는 심령을 감찰하시느니라”(잠 21:2)는 말씀을 붙잡는다. 이 말씀은 직업을 통해 소명을 이뤄가는 그에게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주고 있다.
마흔이 넘어 내딛는 믿음의 발걸음
그는 12월 중순 즈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의사인 남편은 하버드의대에서 연수를, 자신은 써포크 대학에서 2년간 저널리즘 연구 과정을 공부할 계획이다. 주변에서는 다들 부러워하지만, 정작 이규원 아나운서에게는 이것이 축하받을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커다란 믿음의 싸움이다. 지금 하고 있는 좋은 프로그램들도 모두 내려놓아야 하는 데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뢰밭’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두 딸아이를 데리고 낯선 땅을 밟는 것도 분명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새벽 제단을 쌓을 때마다 강한 확신과 믿음을 주시기에 감사하며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나님께서 굉장히 좋은 선물을 예비해 놓으셨는데, 믿음을 연단하시고자 곳곳에 지뢰를 두신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준비되도록 말예요.” 얼마 전 마흔을 넘긴 그는 이제야 그 섭리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기도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인터뷰 동안 자신의 일과 하나님,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규원 아나운서의 얼굴은 단 한 순간도 예외 없이 기대감으로 가득한 약간 흥분된 모습이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소명을 기억하며 기쁨과 감사로 달려가길 원하는, 믿음으로 환상을 보고 웃음 짓던 눈매는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 일정 때문에 급히 이동해야 했던 그가 못다 한 말이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다. “세상이 찾는 지혜를 신앙에서 찾았고, 세상이 말하는 최고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그분의 사역에 동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