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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0년 6월 26일, 제주올레 18-1코스인 추자도 올레길이 열리는 날 참가한 여행기입니다. 의미가 있는 글이라고 생각하여 다시 여기에 올립니다.]
▲ 추자도 올레 코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할 수밖에 없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 그리고 앞으로 직장 생활을 마친 후에도, 시간만 나면 혹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등산과 걷기 여행(트래킹)을 하면서 ‘딱 1번밖에 없는’ 나의 인생을, 보다 즐겁고, 신나고, 의미 있고, 보람차게 살다가 죽기로 진작부터 맘먹은 사람이 바로 나 로망이라는 사람이다.
나에게 주어진, 혹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책무’를 나 나름대로 30년 동안 열심히, 올바르게, 제대로 하려다가 많이‘얻어터지고’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마음의 상처를 스스로 보다듬고 치료하려다 보니 이러한 ‘인생관’을 지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무릎에 부담이 더 가는‘과격한’등산보다 제주올레와 같은 걷기여행이나 트래킹이, 내 성격이나 체질에 더 맞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등산보다 걷기를 더 즐겨하고 있다.
분기별로 열리는 제주올레 새 코스 개장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나는 대략 5~6개월 전부터 미리미리 면밀한 여행 계획을 짜놓고 착착 실천해 오고 있는 중이다.(제주올레의 모든 코스가 완성될 때까지, 특별한 사정이 생기기 않는 한, 3, 6, 9, 12월 넷째주 토요일에 새 코스 개장식 행사가 있을 것이라고 했음)
토요일 개장식 행사를 마치고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서울로 돌아오는 저녁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월요일 직장에 출근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대략 6개월 전부터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고 준비하곤 한다. 만일 행사 당일 급한 일이 생기면 예약해 놓은 비행기표를 취소하면 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스타항공의 초저가요금 (2010년 6월 현재 19,900원임. 여기에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가 붙으면 대략 30,000원 가까이 됨) 등으로 예약했다가 취소하면 그 요금(19,900원)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평상시의 요금으로 예약하게 되면 약간의 위약금을(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은 1,000원이며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름) 물면 지불했던 항공료를 되돌려 받을 수 있으니까, 미리미리 비행기표를 예약 확보하는 것이 제주도 여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 준비 자세이다.
[나는 올레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보통 직장이 끝나는 금요일 저녁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간다. 적당한 숙소에서 하루 밤을 자고 다음 날 개장식 행사에 참여하여 올레 걷기를 하고 난 후에, 올레여행을 하다가 어울리게 된 사람들과 저녁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지낸다.
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오후까지 다른 올레코스를 걷거나 자유롭게 보내다가 밤 8시경 김포행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하고 오는 것이다. 이렇게 2박3일을 ‘알뜰하게’보내야 비행기요금이 아깝지 않다.]
이번 추자도올레 개장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나는 지난 2월에 미리 비행기표를 예약해 놓았다. 우리직장 연간 계획표까지 확인한 결과 올레행사 전날인 6월 25일(금)이 쉬는 날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편안하게 여행하기 위해서 24일(목) 직장이 끝나자마자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도착 다음 날인 25일(금) 아침에 추자도로 떠나는 핑크돌핀호를 타고 하루 먼저 들어가 올레코스 몇몇 곳을 미리 둘러보고, 개장식 행사 날 배를 타고 들어올 수백명의 올레꾼들과 함께 개장식 행사에 참가하기로 하는 식으로 계획을 짰다.
비행기편을 확인한 결과 6월24일 저녁 7시 30분에 떠나는 이스타항공의 19,900원짜리 초저가 비행기표를 발견했고, ‘이게 웬 횡재냐?’하는 기분으로, 한편 사정이 생겨 취소를 하게 된다면 그 돈을 날릴 각오를 하고서 잽싸게 예약했다. 예약 날짜를 확인해 보니 그 때가 2월 16일이다. (9월에 있을 개장식 행사에 대비하여, 지난 3월에 제주왕복 비행기표도 이미 예약해 놓았다.)
시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육지에 살고 있는‘자유인’들은 미리미리 여러 항공사의 비행기표 요금을 확인하여 가장 저렴한 항공기표를 예약 구입하면 여행 경비를 보다 절약하면서 제주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보이 & 걸 스카우트의 정신인 ‘준비!’의 자세로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무슨 여행을 하던 간에 크게 보탬이 될 것은 말할 나위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전에 내 나름대로 여행 준비를 착실하게 한 결과, 올레꾼으로서는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추자도올레 개장식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극소수의‘올레 행운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추자도올레 코스처럼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하는 섬에서 제주올레 개장식 행사가 열리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추자도나 우도 그리고 가파도처럼 올레길을 낼 수 있는 큰 섬이 없기 때문이다.
7명(나, 오산에서 오신 추회장님 부부, 어린이 2명을 포함한 한가족 4명 도합 7명 정도가 올레 개장식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배를 타고 외부에서 들어온 ‘진성올레 여행자’ 거의 전부였다.)의 극소수 올레여행자만이 참여하는 추자도올레 개장식 행사와 같은 개장식 행사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제주올레와 내가 혹시 전생의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런 ‘행운’도 얻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님을 포함한 주최측 입장에서는 이번 개장식 행사가, 기상여건 때문에 배편이 결항이 되는 바람에, 미리 배편을 예약한 500여명의 올레꾼들이 빠진 상태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상당히 아쉽고 섭섭하고 허무했을 수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고마움과 함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린다.
24일 오후 직장이 끝나자마자 변함없이 배낭을 짊어지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갔다. 미리 초저가로 예약 결제를 해놓은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밤 8시 30분이다.
다음 날 추자도로 들어가는 배를 편안하게 타기 위해, 아침잠도 실컷 자기 위해 제주시 건입동 제주연안여객터미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숙소인, 과거에 숙박을 했던 적이 있던 민박집을 찾아갔다.
[과거에는 욕실이 딸린 그 민박집 방(이지만 대략 모텔형이다.)을 15,000원 내고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20,000원을 냈다. 그 동안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모텔이나 민박집은 방 하나 이용할 경우에 한 명이 이용하나 두 명이 이용하나 일반적으로 같은 숙박비를 받는다.(나 혼자일 경우에 숙박비를 5천원 정도 깎아 주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경험했지만.)
혼자서 여행을 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비는 숙박비가 되겠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여행을 하는 ‘나홀로’ 여행객이 숙박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장 즐겨 애용하는 숙박업소는 당연히 비용이 가장 저렴한,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나 도미토리룸이 될 수밖에 없다. 단, 가격이 저렴한 만큼 혼자서 잘 때와 같은 쾌적한 잠자리는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으려고 하면 그 만큼 비용을 더 지불해야(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각자의 형편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숙박업소나 기타 시설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처럼 후손 대대로 이용해야만 하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고도의 포크레인질’로 망가뜨리면서, 동시에‘글로벌 호구’ 노릇을 하면서, 돈·권력·명예·지위·섹스·안락함·영생(永生) 등을 몽땅 다 가지려고(차지하려고) 하는 족속들은 한마디로 ‘날도둑놈’이요 ‘썩을 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항에서 제주연안여객터미널로 직접 가는 버스는 없기 때문에 나는 일단 동문로터리 방향으로 가는 시내버스(38번인가?)를 타고 가다가 거기서 내려서, 주변 지리를 좀 더 자세히 익힐 겸 민박집까지 터덜터덜 15분 정도 걸어서 갔다.
제주연안여객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92번뿐인데, 공항에서 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일단 일도1동 중앙로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앙로터리에서 내려 이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버스 환승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전국적으로 사용 가능한 티머니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유리하다.)
용두암, 용연, 관덕정, 제주목관아, 탑동 광장과 해변가 등은 내가 제주시에서 머물 때 몇 번 찾아갔던 곳이기 때문에 그 곳 주변 지리는 나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그런데 요즘 탑동 해안가 방파제가 파도에 깎여 아래에 구멍이 나있어서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완전 보수가 될 때까지 조심해서 이곳을 지나다녀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가 제주시에서 머물게 될 경우에는 바다가 바로 옆에 있고, 이마트와 수많은 숙박업소와 찜질방과 음식점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탑동 해안가 (삼도2동과 일도1동) 근처에서 숙박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시에서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25일(금) 아침 10시까지 실컷 늦잠을 자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배낭과 짐을 잠시 민박집에 맡기고 나와, 이마트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그 전날 혼자서 먹다 남은 막걸리와 함께 곰탕으로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이마트로 가서 추자도에서 만나게 될 제주올레 관계자분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마실 술과 몇 가지 안주거리를 사가지고 와서 민박집으로 되돌아왔다.
갖고 간 짐 중에서 올레 코스 개척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에게 드릴 자그마한 선물은 일단 민박집에 맡겨 놓았다가 나중에 추자도에서 나온 후에 찾아간다고 했고, 배낭만 찾아서 짊어지고 추자도행 배를 타기 위해 출발 시간에 맞추어 여객터미널로 갔다.
▲ 제주항 연안 여객터미널. 추자올레 개장행사를 위해 증편된 배편(핑크돌핀호)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밖에는 비가 약간씩 내리고 있었다. 기상 상태를 보아하니 되돌아 나올 때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적어도 일요일(27일) 오후까지 제주시로 되돌아 나오지 못하면 비행기를 타지 못해, 월요일 결근을 하거나 지각을 하게 되어 직장에 누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하늘님’이 보우하사 다행히 일요일 아침 기상 상태가 호전되어 완도발 추자도 경유 제주행 배를 타고 나올 수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하늘이 도와주는) 여행복과 (조상님 은덕에 의한) 먹을 복’은 타고 난 것이 아닌가 하고 종종 생각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누리는 이러한 복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면서 말이다.
▲ 추자도올레 개장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행운의 배표
전날 미리 제주올레 서동성 국장님과 통화를 한 결과, 오후 2시 30분에 추자도로 떠나는 한일카페리3호를 타고 가기로 했다. 제주올레 직원과 관계자분 그리고 올레길 탐사대원 등 몇 분이 그 배로 갈 테니까 만나서 같이 추자도로 들어가라고 했다.
결국 여객터미널과 배안에서 만나 제주시로 되돌아 나올 때까지, 기상여건 때문에 다른 올레꾼들이 추자도에 들어올 수가 없었던 덕분에, 2박3일 동안 서명숙 이사장님을 포함한 제주올레 관계자 분들과 행동을 같이 하게 되는(할 수밖에 없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 올레행사를 위해 배편을 늘렸지만 결국 기상 악화 때문에 모두 취소되었다.
한일카페리3호를 타고 나와 함께 추자도로 들어간 사람은 제주올레 직원인 이수진님, 15코스 올레지기이자 탐사팀원인 김홍석님(서 국장님이 늘‘홍석형’이라고 부르던 분), 공무원이신 K님, 강민아님, 그리고 라르고님이다.
올레 개장식 행사에 참가하고 올레 걷기여행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자도로 들어간 또 다른 올레가족 4명도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추자도로 들어갔다. 결국 이 가족 4명, 나, 오전 9시 30분 핑크돌핀호를 타고 일찌감치 추자도로 들어간 오산에서 오신 추 회장님(오산둘레님) 부부, 이렇게 도합 7명이 추자도 밖에서 들어온 ‘순수 올레걷기 여행자’의 거의 전부가 되어 버렸다.
▲ 제주항을 떠나는 한일카페리3호.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여객터미날 대합실로 들어가 우선 추자도행 배표를 끊었다. 당연히 요금이 가장 저렴한 3등석을 택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굳이 요금이 비싼 1, 2등석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론은?
김홍석님 덕분에 따로 방이 마련되어 있는 1등석 객실에서 편안하게 오고갔지 뭡니까 글쎄. 그야말로 횡재를 한 기분이었지요 뭘~~
이래서 평소에 ‘차카게’ 살아야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다니까요~~ ^^;
배표를 구입한 후에 혹시 제주올레 관계자분들이 있나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다. 강민아님이 눈에 띠었다. 강민아님은 지난 3월 가파도 올레 개장식 때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혹시 강민아님 아니십니까?”
“네, 그런데요.”
“저 로망입니다. 지난 번 가파도 올레 개장식 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여쭈어 본 겁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추자도로 떠나는 배에 올라탔다. 강민아님은 이수진님과 라르고님 하고 동행을 하고 있었다.
한편, 내가 배표를 구입하고 난 후에 여객터미널 안팎을 어슬렁거리면서 이것 저것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얼굴이 많이 익어 보이는 분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저분 틀림없이 제주올레 관계자 분인 것 같은데...’ 하면서 인사를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내 볼일 만 보고 승선했다. 나중에 강민아님 일행과 승선하고 보니까 그 분이 바로 김홍석님이셨다.
김홍석님은 공무원이신 K님과 동행을 하고 배를 타신 것이다. 김홍석님 일행과 제주올레 사무실에 계신 이수진님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이고, 이수진님은 강민아님을, 나는 강민아님을 매개로 이수진님을, 그래서 결국 나와 김홍석님이 서로 인사를 하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즉, 나 → 강민아님 → 이수진님(& 라르고님) → 김홍석님을 거쳐 K님까지 인간 관계가 연결되어 결국 2박3일 동안 함께 동행 하다시피 하면서 추자도 올레 개장식 행사를 치렀던 것이다. 참으로 인간관계의 오묘한 얽임이 우리들 사이에서도 ‘순식간에’ 일어났다.
‘관계의 6단계 법칙 (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고 불리는 법칙에 따르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대 6단계 이내에서 서로 아는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인간 관계의 오묘한 얽힘’을 미국 영화배우인 케빈 베이컨의 이름을 따서 붙인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Kevin Bacon)’혹은 ‘6단계 게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것은 자기 주변의 인맥을 이런 저런 요런 그런 일로 여섯 단계(사람)만 거치면 모두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법칙’이다. 모든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100%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상당히 그럴 듯하게 인간 관계의 얽힘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오묘한 얽힘,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상호 의존 관계를 ‘연기론’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연기론적 사고가 옳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 케빈 베이컨
이러한 얽힘을 바탕으로 나는 편안하고 안락하게 결국 김홍석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과 1등석 객실에서 함께 추자도로 가게 되었는데, 1등석 객실 안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제가 제주올레 홈피에 가끔씩 글을 올렸던 필명 로망이라고 합니다.“
“아이쿠 그러십니까? 저 분(강민아님)이 로망님인 줄 알았습니다. 로망님이 여자분인 줄 알았으니까요.”
“제가 로망입니다. 여자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서동성 국장님으로부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로망님이 이 배를 탄다고 연락이 왔으니까 잘 대해드리라고 저에게 신신당부을 했는데, 결국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서로 통성명을 나누고 이때부터 우리 일행은 2박3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달렸다.’
‘달리기’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함께 올레 걷기’ & ‘술타령’, 즉 ‘놀멍, 쉬멍, 걸으멍, 먹고마시멍’을 2박3일 동안 줄기차게 한 것이라고 대답하겠어요.
내가 올레걷기를 하거나 등산을 다닐 때 배낭에 꼭 챙겨가는 것이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물’과 ‘알콜(술)’이다. 이것들은 생명의 원천이요, 에너지요, 활력소요, ‘비상약’이기 때문에 꼭 챙겨가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는 만취해서 상대방에게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가끔씩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바람에, 지난 날 실수를 하거나 남에게 실례를 저지르거나 '쪽팔림'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는데 글쎄~~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알겠느뇨?” 하면서 지금도 술 마실 때는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오 주(酒)여, 저 로망을 부디 너그럽게 여기시고 널리 보살펴 주시옵소서~~”^^;;
미리 인사를 나누었던 강민아님 일행(이수진님&라르고님)과는 1등 객실로 들어오기 전에 밖에서 바다 경치도 구경하면서(안개가 잔뜩 끼어 시계가 불량했지만)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마시면서 지내다가, 날씨가 쌀쌀해지자 김홍석님과 K님이 자리를 잡고 계신 1등실로 들어와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추자도에 도착하기 까지 강민아님 일행 세 분은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잠을 청했으며, 나와 김홍석님과 K님은 술상을 벌려놓고 배에서 내릴 때까지‘달리기’ 시작했다.
▲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수진님
▲ 배안 술판을 벌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2박3일의 '달리기 일정'이 시작된 것이다. ^^
시원하게 물을 가르면서 달리는 배안에서 술 마시는 기분이 어떤지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하겠지만 그 맛이 꽤 쏠쏠하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섬으로 가는 연안여객선을 타고 가다가 실내 객실을 나와 밖에서 함께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잣거니 하는 술맛, 참 살맛 나게 하는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배를 타고 가는 도중에 계속 기상 상태가 안 좋아져, 내일(토, 26일) 추자도로 가는 배가 뜰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우리 일행이 올레 개장식에 참가하기 위해 추자도로 들어가는 마지막 손님이 된 것이다.
한일카페리3호는 제주여객터미널에서 떠난 지 2시간 여 만에 하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사전에 연락을 받은 추자도 올레지기인 김정일님이 나오셔서 우리 일행을 맞이해 주셨다.
▲ 하추자도 신양항으로 들어서고 있는 한일카페리3호. 앞에 있는 산이 돈대산이다.
우리 일행 6명은 봉고차와 트럭에 각각 나누어 타고, 먼저 추자도에 들어와 있던 서명숙 이사장님을 비롯한 제주올레 선발팀이 머물고 있는 상추자도 대서리 추자항으로 이동했다.
나와 김홍석님과 K님, 그리고 함께 배를 타고 온 올레가족 4명 중 부녀 2명은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추자항으로 이동했는데, 트럭 짐칸에 짐처럼 실려타고 달릴 때 그 기분,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했다.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가는 것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색다른 맛이기 때문이리라.
▲ 1톤 트럭을 타고 달리는 모습
15분 정도 신나게 달려서 상추자도 대서리 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김홍석님이 휴대폰으로 미리 들어온 제주올레 관계자분들과 연락을 취했다. 잠시 후 서동철님과 수호천사님이 나타났다. 이 두 분은(다른 몇몇 분들과 함께) 새로운 올레 코스를 개척하거나 올레길 보수를 할 때마다 서 국장님과 함께 엄청 수고를 많이 하시는 탐사팀원이다.
별다른 혜택이나 대가도 받지 못하고(않고) 수고를 많이 하는 이런 분들 덕분에, 나와 같은 올레꾼들은 ‘평화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올레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그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내가 이런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조금마한 성의를 보이는 것뿐이다. 제주올레에 약간의 기부금을 내주고, 올레 여행을 할 때 만나게 되면 술이라도 한잔 사드리고, 제주올레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훗날 내가 직장을 마치게 되어 ‘자유인’이 된다면, 여행과 등산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마음먹고 있다. 제주도에 머물면서 제주올레팀을 도와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다. 나는 내 '운명이나 사주팔자'에 맡기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그렇게 되도록 살아갈 것이다.
마중 나온 수호천사님과 가파도 올레 개장식 때 처음 뵌 서동철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서동철님은 누님(서명숙 이사장님)이 지금 요기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보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찬스는 이때다, 머리를 손보고 있는 이사장님의 모습을 찍자, 하면서 미장원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안녕하세요, 또 왔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머리 손질하고 있는 서명숙 이사장님
잠시 후 미장원을 나와 서동철님을 따라 사단법인 제주올레 ‘수뇌부팀’이 머물고 있는 숙소(태흥여관)로 갔다.
▲ 숙소로 돌아가고 있는 서명숙 이사장님 남매. 동철님이 들고 가고 있는 것은 '달리기' 할 때 필요한 물건이랍니다.
나는 추자도에 들어오기 전에 숙박할 곳을 미리 예약하지는 않았다. 평일이기 때문에 방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동성 국장님에게 숙박에 대해 여쭈어 보았더니 제주올레팀이 미리 잡아놓은 숙소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결국 제주올레팀과 2박3을 함께 지내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숙소에 들어갔더니 벌써 몇몇 분이 모여서 대낮부터 신나게‘달리고’있었다. 달리기 멤버에는 올레아카데미 교감선생님인 한산도님, 시인인 턱수염의 사나이 강제윤님도 끼어있었다. 한산도님은 얼굴은 늘 익숙한 분이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된 분이고, 강제윤님은 지난 가파도 올레 개장식 때 뵌 적이 있어서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렸다.
▲ 방안에서 '달리기' 하는 모습
이런 ‘달리기’에 내가 빠질소냐 하면서 인사를 드리고 나도 함께 끼어서‘달리기’시작했다. 달리는 사이 사이에 몇몇 분은‘동양화 감상’도 함께 실시했다. 주동자는 서동철님이었다.(맞죠?)
나는 ‘동양화 감상’ 과 같은 놀이는 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따로 판을 벌려, ‘교육적 차원’에서 마침 그 방에 함께 머물고 있었던 수봉님의 아내인‘미미님’에게 란님과 함께‘동양화 감상법’을 가르치는 데는 동참했다. 동양화 감상의 기초적인 방법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란님, ‘조수’는 나, 그리고 ‘학생’은 미미님이었다. 우리는 오고가는 현찰 거래가 없이 그냥, 아니 막걸리도 마시면서 놀았다. 영어를 잘하는 란님은 영어로 열심히 미미님에게 설명 & 강의를 했으며, 나는 옆에서 더듬더듬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미미님의 동양화 감상법에 대한 란님과 나의 교육 결과는 한마디로
“앞으로 많은 노력이 요구됨”이었다. ^^
‘달리기와 동양화 감상‘을 잠시 멈추고, 우리 일행 모두는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추자항 앞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야말로 아담하고 조촐한 자리였다. 내일 개장식행사에 대한 아쉬움도 얘기 했지만 그렇다고 개장식을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자연과 우주 혹은 하늘님의 뜻’은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니까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운 좋게 미리 추자도에 들어온 올레여행객 몇몇 사람과 추자도주민들과 기타 사람들을 모아놓고 개장식을 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예기치 않은 경험을 많이 하면서 어느 덧 오십 중반 가까운 삶을 살아와서 그런 지, 과학적 사고와 합리와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명과 팔자소관’ 혹은 ‘사주명리학’과 같은 ‘주술이나 미신(?)’ 따위에 귀가 솔깃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더라도 내 자신 스스로의 의지력 발휘와 노력의 끈은 결코 놓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 제주올레를 이끌어 가는 분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우리 일행은 ‘달리기’를 결코 멈추지 않았다. 달리고 또 달렸다. 계속 달렸다. 막걸리, 한라산소주, 맥주, 소탄주 등 골고루 능력껏 마시고 또 마셔대면서 계속 달렸다. 숙소로 돌아가서도 계속 이어 ‘달렸다.’ 몇몇 사람들은 노래방으로까지 가서 계속‘달렸다.’ 그래도 다음 날 아침에는 모두들 멀쩡(!?)하였다. 좋은 사람들과 환상적인 곳에서 ‘달렸기’ 때문이리라.
올레정신이란 무엇이냐?
평소에는 미친 듯이, 정신없이 일(노동, 직장 생활)을 하다가도, 올레를 걸을 때는 그야말로 간세다리(게으름뱅이) 정신으로, 천천히, 끈기 있게, 여유를 가지고 놀면서(놀멍), 쉬면서(쉬멍), 걸으면서(걸으멍), 먹으면서(먹으멍), 마시면서(마시멍) 인생을 음미하고, 성찰하고, 정화하고, 즐기고,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더냐!
이 숙소 저 숙소(올레팀들은 두 여관으로 나누어서 묵었다.)를 돌아다니면서‘달리다’가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잠잘 방으로 돌아왔다. 서동철님, 한산도님, 강제윤님이 주무시고 계신 틈을 비집고 들어가 쿨쿨 잘 잤다. 내일 날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기를 빌면서...
아무데서나 잘 먹고 잘 자는 체질을 지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한없이 고맙다는 말씀을 새삼스럽게 드린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