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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흥(漫興) -윤선도
산슈간 바회 아래 집을 짓노라 니
그 몰론 들은 웃다 다마
어리고 햐암의 내 분인가 노라.(제1수) ▶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
* 산슈간: 정계와 떨어진 곳, 속세와 떨어진 곳
* 집: 안분지족의 심정을 드러냄* 햐암: 향암(鄕闇)의, 즉 시골의 무식한 사람의
산과 시내 사이 바위 아래에 움막을 지으려 하니,
나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비웃는다고 한다마는
어리석고 시골뜨기인 내 마음에는 이것이 분수에 맞는 것이라 생각하노라.
보리밥 풋을 알마초 머근後에
바횟긋 믉의 슬지 노니노라
그나믄 녀나믄 일이야 부줄이 이시랴(제2수)▶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
보리밥에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이나 물가에서 마음껏 놀고 있노라.
이렇게 한가로이 노닐고 있으니 그 밖에 다른 일이야 부러울 줄 있으랴.
잔들고 혼자안자 먼뫼흘 라보니
그리던 님이 오다 반가옴이 이리랴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 노라(제3수)▶강호 한정(閑情)의 삶
* 그리던 님이 오다: 세속의 벼슬살이, 부귀영화
* 말도 우움도 아녀도 몯내 됴하노라: 자연에 동화된 상태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고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산이 말씀을 하거나 웃음을 짓지 아니해도 나는 그를 좋아하노라.
누고셔 三公(삼공)도곤 낫다더니 萬乘(만승)이 이만랴
이제로 헤어든 巢父許由ㅣ 냑돗더라
아마도 林泉閑興을 비길곳이 업세라(제4수)▶강호 한정의 삶
* 만승(萬乘): 만 개의 수레. 황제의 지위를 가리키는 말
* 巢父許由(소부허유): 중국 고대의 은사(隱士)들. 왕위를 거절하고 자연에 묻혀 살았다고 함
* 林泉閑興(임천한흥): 자연에서 누리는 한가로운 흥취
누군가가(자연이) 삼공보다 낫다고 하더니만 만승천자라고 한들 이만큼 좋겠느냐
이제 생각해 보니 소부와 허유가 영리했도다.
아마도 자연 속에서 노니는 즐거움은 비길 데가 없으리라.
내 셩이 게으르더니 하히 아실샤
人間萬事(인간만사) 일도 아니맛뎌
다만당 토리업슨 江山을 딕회라 시도다(제5수)▶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
내 천성이 게으른 것을 하늘이 아셔서
세상의 많은 일 가운데 하나도 맡기지 않으시고
다만 다툴 상대가 없는 자연을 지키라고 하셨도다.
江山이 됴타 내分(분)으로 누얻냐
님군 恩惠(은혜) 이제 더옥 아노이다
아므리 갑고쟈야도 올 일이 업세라.(제6수)▶ 임금의 은혜에 감읍(感泣)함
강산이 좋다고 한들 나의 분수로 누워 있겠는가.
이 모두가 임금의 은혜인 것을 이제야 더욱 알겠도다.
하지만 이 은혜를 갚고자 하여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구나.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가가 전라도 해남에서 은거할 때 지은 <산중신곡> 속에 들어 있는 전 6수로 된 연시조이다. 산중에서 홀로 자연을 벗 삼아 가난하게 살아가는 초연한 삶의 모습과 자연과의 일체감이 잘 드러나 있다. 세속적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은거하면서 거기서 누리는 흥취를 노래한 것으로, 조선 시대 선비의 이상적 이념이었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구현하는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다.
제1수에서는 자연 속에서 세속적 명리를 잊고 안분지족하려는 작자의 초탈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초장의 ‘띠집’은 안분지족의 심정을 드러내기 위한 소재이며, 종장의 ‘햐암’은 자신을 겸손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제2수에서는 비록 보리밥과 풋나물로 연명하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자연을 벗하는 유유자적하는 마음은 세속의 온갖 부귀영화가 전혀 부럽지 않다는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제3수에서는 자연이 주는 무한한 즐거움에 빠진 작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말이 없는 자연이, 그리운 임보다 더 정겹다는 표현에서 이미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버린 화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제4수에서는 자연 속에서 누리는 한가로운 마음의 평화가 정승이나 천자의 지위보다 낫다는 화자의 인식이 드러나 있다. ‘임천한흥’은 곧 이 시조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제5수에서는 자연에 귀의하여 사는 것이 하늘이 자신에게 맡긴 분수임을 밝히고 있다.
제6수는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한 것으로, 이는 당시의 선비들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이 잘 드러난 부분인 동시에 사대부 시조의 전통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 주제: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즐거움
만보(晩步)[늦을 녘에 거닐면서] -이황
잊음 많아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흩어진 걸 도로 다 정리하자니,
해가 문득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가람엔 숲 그림자 흔들리누나.▶기: 노학자의 책 정리
苦忘亂抽書(고망난추서) / 散漫還復整(산만환복정)
曜靈忽西頹(요령홀서퇴) / 江光搖林影(강광요림영)
막대 짚고 뜨락으로 내려가서
고개 들고 구름재를 바라다보니,
아득아득 밥 짓는 연기가 일고,
으스스 산과 벌은 싸늘하구나.▶승: 가을날 석양 무렵의 정경
扶筇下中庭(부공하중정) / 矯首望雲嶺(교수망운령)
漠漠炊烟生(막막취연생) / 蕭蕭原野冷(소소원야랭)
농삿집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돌아.
갈가마귀 날아드니 절기 익었고,
해오라비 우뚝 서니 모습 훤칠해▶전: 수확의 기쁨과 자연의 원숙함
田家近秋穫(전가근추확) / 喜色動臼井(희색동구정)
鴉還天機熟(아환천기숙) / 鷺立風標迵(로입풍표동)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는 건지 원.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이 회포를 말할 이가 없구나.
거문고만 둥둥 탄다, 고요한 밤에.
▶결 : 오랫동안 숙원이 이루어지지 않음에 대한 안타까움
我生獨何爲(아생독하위) / 宿願久相梗(숙원구상경)
無人語此懷(무인어차회) / 搖琴彈夜靜(요금탄야정)
* 만보 : 늦을 녘에 거닐면서
* 잊음 많아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 진리 또는 학문에 대한 끝없는 탐구
*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 학문적 성취의 미진함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
● 핵심정리
▶지은이 : 이 황(李滉)
▶성격 : 사색적, 성찰적
▶주제 : 학문 성취에 대한 소망(가을날 저녁의 자아 성찰)
▶특징 : 수확의 계절인 가을날의 해질녘에 수확의 기쁨에 들떠 있는 사람들과 풍요로운 자연의 모습을 보며 학문적으로 숙원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작품으로 퇴계와 같은 대학자가 이룬 것이 없다는 말은 실제로 이룬 것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그만큼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인생의 말년에 도달한 한 노학자의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머리가 둔해져 책을 정리하는 시적 화자에게 추수를 앞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기이다. 사물과 대비되는 나를 발견하고 학문적 성취에 대한 부족함을 생각하면서 삶에 대한 깊은 내면의 성찰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는 배경이 중요하다. 해는 지고 멀리 저녁이 오고 있으며, 하루의 끝을 알리는 시간이고, 그리고 눈을 멀리 들어 들로 던지니 가을걷이가 가까워져 무르익은 들녘이 보이는 한 해의 끝을 알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또, 방앗간이며 우물터에서는 사람들이 수확의 기쁨에 들떠 있고 모든 것이 성취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이다. 밥 짓는 연기며 방앗간 우물터의 기쁜 빛이 그런 뜻을 함축한다. 그래서 날아드는 갈가마귀며 우뚝 선 해오라비까지도 다 기쁨과 자랑에 차 있는데, 이런 가운데 나만 오로지 이룬 것이 없다. 책을 뽑아 놓고 흩어진 걸 정리하면서 그 공허함이 새삼 뼈에 사무친다. 숙원을 가진 지 오래지만, 하루 일이나 농사일 같은 소득이 없다. 그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으랴, 거문고만 탈 뿐이다. 이처럼 바라보는 사물과 대비되는 나를 발견하면서 학문적 성취에 대한 미진함을 생각하면서 삶에 대한 깊은 내면의 성찰을 하고 있는 작품이다
성산별곡(星山別曲)-정철
1. 창작 배경:
을사사화의 여파로 낙향(落鄕)하는 아버지를 따라 전남 창평(지금 담양 별뫼)에서 27세까지 지내게 되었다. 여기서 양응정, 임석천, 김인후, 송 순, 기대승 등에게 수학함으로써 문학적 소양을 닦음. 송강이 25세 때(명종 15년-1560년) 처의 외재당숙인 서하당 김성원을 경모(敬慕)하여 지은 작품.
2. 제재 : 성산의 사시계절의 변화에 따른 풍경과 식영정 주인 김성원의 풍류
3. 영향관계: 상춘곡→면앙정가→성산별곡
4. 구성
* 서사 : 김성원의 전원 심취와 식영정 주변의 모습
* 본사 : 식영정 주위의 사시 가경
춘사-봄 경치를 즐기는 산옹의 생활(청문고사, 무릉도원)
하사-시원하고 한적한 여름을 즐기는 은자의 모습(麻衣, 葛 巾)-유유자적
추사-선경과 같은 가을 달밤의 풍류(이백·소식을 떠올림)
동사-눈 덮인 겨울 경치(산옹의 부귀)
* 결사 : 혼탁하고 무상한 세상을 떠나 술과 거문고로 무아경 에 빠진 신선의 풍모(허유와 소부의 고사-대화 형식으로 서 두와 호응)
● 핵심정리
▶연대 : 조선 명종 때(1560)
▶갈래 : 서정가사, 양반가사
▶형식 : 3.4조 4.4조 4음보의 연속체
▶구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성격 : 전원적, 풍류적
▶주제 : 성산의 풍물과 풍류
<명앙정가>와 유사점 비교
1. 형식면: ‘서사→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사계의 경물→풍류 생활→결사’의 구성이 유사함
2. 내용면: 사계절을 통한 자연미의 발견이나 신선의 경지에 드는 풍류의 극치를 그려낸 점
3. 표현면: ‘~거니, ~거든’등의 문체가 공통적으로 나타남.
● 본문
▲서사: 김성원의 전원 심취와 식영정 주변의 모습
어떤 디날 손이 성산(星山)에 머믈며셔 서하당(棲霞堂) 식영정(息影亭) 주인아 내 말 듣소. 인생 세간에 됴흔 일 하건마 엇디 강산(江山)을 가디록 나이 녀겨 적막(寂寞) 산중의 들고 아니 나시고. 송근(松根)을 다시 쓸고 죽상(竹床)에 자리 보아 져근 덧 올라 앉아 엇던고 다시 보니 천변(天邊)에 구름 서석(瑞石)을 집을 사마 나 듯 드 양이 주인과 엇더고. 창계(滄溪) 흰 물결이 정자 알 둘러시니 천손운금(天孫雲錦)을 뉘라서 버혀 내어 닛 펴티 헌토 헌샤. 산중의 책력 없어 사시(四時)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틴 경(景)이 쳘쳘이 절로 나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仙間)이라.
<현대어역>
어떤 지나가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의 주인아 내 말을 들어 보소.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많건마는, 어찌 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한 산중에 들어가고 아니 나오시는가.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대에 자리를 보아, 잠시 올라앉아 어떤가 하고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있는 구름이 서석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하다가 들어가는 모습이 주인과 어떠한가.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하늘의 은하수를 누가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쳐 놓은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 속에 달력이 없어서 사계절을 모르더니. 눈 아래 헤친 경치가 철을 따라 절로 생겨나니,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본사1 : 성산의 봄 풍경
매창 아젹 벼 향기(香氣)예 잠을 니 선옹(仙翁)의 욜 일이 곳 업도 아니다 울 밋 양지(陽地)편에 외씨를 허두고 거니 도도거니 빗김의 달화 내니 청문고사(靑門故事) 이제도 잇다 다 망혜(芒鞋)를 야 신고 죽장(竹杖)을 흣더디니 도화(桃花)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니어셰라 닷봇근 명경(明鏡) 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재 버들 사마 서하(西河)로 가니 도원(桃源)은 여기로다 무릉(武陵)이 여긔로다
<현대어 역>
매창 아침볕의 향기에 잠을 깨니, 산늙은이의 할 일이 아주 없지도 아니하다. 울타리 밑 양지 편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김을 매고, 북을 돋우면서 비 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 것이로다. 짚신을 죄어 신고 대나무 지팡이를 흩어 짚으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졌구나. 잘 닦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린 돌병풍 그림자를 벗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여기가 바로 그곳이로다.
▲본사2: 성산의 여름 풍경
남풍(南風)이 건듯 불어 녹음(綠陰)을 헤쳐 내니 절(節) 아는 괴리 어드러셔 오돗던고 희황(羲皇) 벼개 우 픗을 얼픗 니 공중(空中) 저즌 난간(欄干) 믈 우 잇고야 마의(麻衣)를 니믜고 갈건(葛巾)을 기우 쓰고 구부락 비기락 보 거시 고기로다 밤 비 운의 홍백련(紅白蓮)이 섯거 픠니 람 업시셔 만산(萬山)이 향긔로다 염계(溓溪) 마조보와 태극(太極)을 뭇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혓 노자암 건너보며 자미탄(紫微灘) 겨 두고 장송(長松)을 차일(遮日) 삼아 석경(石逕)에 안자니 인간 유월이 여긔 삼추(三秋)로다 청강(淸江)에 올히 백사(白沙) 올마 안자 백구(白鷗)를 벗을 삼아 잠 줄 모나니 무심코 한가미 주인과 엇더니
<현대어 역>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철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희황 베개 위에 선잠을 얼핏 깨니, 공중의 젖은 난간이 물 위에 떠 있구나. 삼베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비껴 쓰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대면서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붉은 연꽃과 흰 연꽃이 섞어 피니, 바람기가 없어서 모든 산이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하여 태극성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쳐 놓은 듯, 노자암을 건너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의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청강에 떠 있는 오리가 흰 모래에 옮겨 앉아, 흰 갈매기를 벗삼고 잠깰 줄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하여 어떤가.
▲본사3: 성산의 가을 풍경
오동(梧桐) 서리이 사경(四更)에 도다 오니 천암만학이 나진 그러가. 호주(湖洲) 수정궁(水晶宮)을 뉘라서 옴겨 온고. 은하(銀河) 여 건너 광한전(廣寒殿)에 올랏 . 마 늘근 솔란 조대(釣臺)예 셰여 두고 그 아래 워 갈 대로 더뎌 두니 홍료화(紅蓼花) 백빈주(白蘋洲) 어느 사이 디나관데 환벽당(環碧堂) 용의 소히 머리예 다하셰라. 청강(淸江) 녹초변(綠草邊)의 쇼 머기 아들이 석양(夕陽)의 어위 계워 단적(短笛)을 빗기 부니 믈 아래 긴 용이 잠 야 니러날 . 예 나온 학(鶴)이 제 기 더뎌 두고 반공(半空)의 소소 소선(蘇仙) 적벽(赤壁)은 추칠월이 됴타 호 팔월 십오야를 모다 엇디 과고. 섬운(纖雲)이 사권고 믈결이 채 잔 적의 하의 도 이 솔 우 걸려거 잡다가 딘 줄이 적선(謫仙)이 헌샤
<현대어 역>
오동나무 사이로 가을달이 사경에 돋아오니, 천암만학이 낮보다도 더 아름답구나. 호주의 수정궁을 누가 옮겨 왔는가.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한 쌍의 늙은 소나무를 조대에 세워 놓고, 그 아래에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내버려 두니, 홍료화 백빈주를 어느 사이에 지났길래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푸른 풀이 우거진 강변에서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의 흥을 못 이겨 피리를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을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집을 버려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동파의 적벽부에는 가을 칠월이 좋다 하였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가. 잔구름이 흩어지고 물결도 잔잔한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으니,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졌다는 이태백의 일이 야단스럽다.
▲본사4: 성산의 겨울 풍경
공산(空山)에 싸힌 닙흘 삭풍(朔風)이 거두 부러 구름 거리고 눈조차 모라오니 천공(天公)이 호로와 옥(玉)으로 고 지어 만수천림(萬樹千林)을 며곰 낼셰이고. 압 여흘 리 어러 독목교(獨木橋) 빗겻 막대 멘 늘근 즁이 어 뎔로 간닷 말고. 산옹(山翁)의 이 부귀(富貴) 려 헌 마오. 경요굴(瓊瑤窟) 은세계(隱世界) 리 이실셰라
<현대어 역>
공산에 쌓인 낙엽을 북풍이 휩쓸어 불어, 떼구름을 거느리고 눈까지 몰아오니, 조물주가 일 꾸미기를 좋아하여 옥으로 꽃을 만들어, 온갖 나무들을 잘도 꾸며 내었구나. 앞 여울물 덮어서 얼고 외나무다리 걸려 있는데, 막대를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 늙은이(여기서는 ‘김성원’을 가리킴)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경요굴(달나라의 아름다운 구슬의 굴. 여기서는 ‘성산’을 가리킴) 은밀한 세계를 찾을 이가 있을까 두렵도다.
▲결사: 전원생활의 멋과 풍류
산중(山中)에 벗이 업서 황권(黃券) 하 두고 만고(萬古) 인물(人物)을 거리 혜여니, 성현도 만커니와 호걸(豪傑)도 하도 할샤. 하 삼기실 제 곳 무심(無心)할가마 엇디 시운(時運)이 일락배락 얏고. 모 일도 하거니와 애옴도 그지 업다. 기산(箕山)의 늘근 고블 귀 엇디 싯돗던고 박소 핀계고 조장이 장 놉다. 인심(人心)이 낫 야 보도록 새롭거 세사 구롬이라 머흐도 머흘시고. 엊그제 비 술이 어도록 니건니. 잡거니 밀거니 슬장 거후로니 의 친 시 져그나 리다. 거믄고 시옭 언저 풍입송(風入松) 이야고야. 손인동 주인(主人)인동 다 니저 려셔라. 장공(長空)에 는 학(鶴)이 이 골의 진선(眞仙)이라. 요대(瑤臺) 월하(月下)에 행여 아니 만나신가. 손이셔 주인(主人)려 닐오 그 긘가 노라
<현대어 역>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을 쌓아 놓고, 만고의 인물들을 거슬러 세어 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인간을 지으실 때 어찌 무심하랴마는, 어찌 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古佛) 귀는 어찌 씻었던가. 소리가 난다고 핑계하고 표주박을 버린 허유의 조장(‘지조행장’의 준말, 지조 있는 몸가짐)이 가장 높다. 인심이 얼굴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느냐?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높고 먼 공중에 떠 있는 학이 이골의 진선이라. 이전에 달 아래서 혹시 만나지 아니하였는가? 손님이 주인에게 이르기를 그대가 곧 진선인가 하노라.
● 이해와 감상
‘성산별곡’은 송강 정철이 지은 가사 작품으로서 창작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25세 때 지은 작품으로 보기도 하고, 동부승지로 진출했다가 다시 물러나 고향에서 생활할 때인 42세 때로 보는 견해도 있다. 송강 정철은 조선조 최대의 가사 작가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가 지은 ‘전후미인곡’과 ‘관동별곡’ 등은 조선조 최고의 시가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특히 ‘사미인곡’은 동방의 이소(離騷)라고 격찬받을 만큼 충신연군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서사, 봄, 여름, 가을, 겨울, 결사의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작자의 솔직한 생활 정서나 인생관 등이 잘 표현된 가사라고 할 수 있다. 후기의 가사에 비해서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고 한문투의 어휘가 지나치게 등장하는 등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조 가사 등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전라남도 담양에 소재해 있는 식영정은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무등산의 모습과 우리의 전통 정원을 잘 보여주는 소쇄원 등이 있어서 유적답사로 찾아가 볼 만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 답사를 해 보면 이 작품에 묘사된 경관에 대한 묘사가 허사가 아님을 쉽게 알 것이다.
곡자(哭子) -허난설헌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두 자식을 잃음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화자의 슬픔 이입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蕭蕭白楊風(숙숙백양풍)
도깨비불은 숲속에서 번쩍인다.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무덤 앞에서 느끼는 쓸쓸함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한 소재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應知第兄魂(응지형제혼)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자식의 무덤에서 혼을 위로함
비롯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縱有服中孩(종유복중해)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화자의 슬픔을 감각적으로 응결시킨 시어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자식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며 슬퍼함
* 황대노래: 자식을 계후의 모함에서 지키지 못한 당나라 고종과 같이 화자도 자신의 사랑이 모자라서 자식을 연달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자책이 나타나 있음.
* ‘황대노래’에 얽힌 이야기 : 당 고종의 아들이 여덟 명이었는데, 위로 넷은 천후(天后)의 소생이었다. 맏아들인 홍(弘)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두 번째 왕비)가 이를 시기하여 그를 독살하자, 둘째인 현(賢)을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현은 수심에 가득 차 말이 없고, ‘황대 노래’를 지어 악공에게 부르게 하여,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책임을 깨닫게 하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
■ 핵심정리
▶주제 :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안타까움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두 자식을 연달아 잃은 지극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애통한 심정이 터져 나오는 절규와 황량하기 그지없는 무덤가 전경에 대한 묘사, 넋을 잃은 피울음 등을 통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자식을 생각하는 모정의 피눈물은 듣고 보는 이의 슬픈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별한 비유나 수식 없이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었다.
◈ 더 알아보기
*김현승의 시 '눈물' *김광균의 시 '은수저'*백 석의 시 '여승'
◈ 작품 이해하기
1. 1, 2구에서 연상되는 관용어구는?
☞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雪上加霜)
단장사(斷腸詞) -작자 미상
생각 끝에 한숨이오 한숨 끝에 눈물이라. / 눈물로 지어내니 들어보소 단장사(斷腸詞)라.
이리하여 날 속이고 저리하야 날 속인다. / 속이는 이 좋거니와 속는 사람 어떠하리.
상사(相思)로 말미암아 병들어 누웠으니 / 모첨(茅簷)에 우는 새는 종일토록 상사로다.
우졸(愚拙)한 규중처는 흩은 머리 헌 치마에 / 한 손에 미음 들고 잡수시오 권할 적에
그 경상(景狀) 가긍하다. 이내 병 어이하리. / 행여 올까 바라더니 반가운 임의 소식
시문(柴門)에 개 짖으니 풍설에 행인이라. / 산을 보되 생각이오 물을 보되 생각이라.
세월이 무진(無盡) 생각사록 무익이라. / 모진의술 철침으로 중완(中脘)을 찌르는 듯
초경(初更)에 이십팔수 오경(五更)에 삼십삼천 / 크나큰 나무뭉치 종경(鐘磬)을 치는 듯이
쾅쾅 치는 이내 간장 철석인들 온전하리. / 우리 임 상경시(上京時)에 주야로 바라보게
이내 몸 죽은 후에 선산에도 묻지 말고 선연동 높은 곳에 높직이 묻어 주오.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고통
조선(朝鮮)의 유세적덕 백자천손 하련마는 / 불초(不肖)한 이내 몸이 박복한 탓이로다.
선영(先塋)에 풀이 긴들 제초할 이 뉘 있으리. / 청명한식 화류시에 잔 드릴 이 전혀 없다.
창창제천(蒼蒼諸天)은 하정(下情)을 감하소서. / 월노인연 맺은 후에 유자유손(有子有孫) 하오며는 / 불효도 면하올 겸 연분도 좋으리다.
서산에 지는 해는 어이 그리 수이 가나. / 북망산(北邙山) 누누총에 오느니 백발이라.
궂은 비 찬 바람에 백양(白楊)이 소슬한데 / 백발이 그 몇이며 가인(佳人)이 그 얼만고.
왕사(往事)는 춘몽이오 황분(荒墳)만 남아 있다. / 우리도 이 세상에 저와 같이 초로(草露) 인생 / 백발이 오기 전에 아니 놀지 못하리라.
▻임과의 연분이 맺어지지 않아, 자손도 없이 늙어 죽을 자신의 모습에 대한 걱정
이 몸이 생기랴면 내가 나지 말았거나, / 임의 몸이 생길진대 내가 나지 말았거나
공교할손 임과 나와 한 세상에 생겨났네. / 한 세상에 생긴 일이 연분인 듯 하건마는
어이 그리 그리는고. / 그립고 답답하니 연분(緣分)이 원수로다.
창천(蒼天)이 뜻을 알아 연분을 맺은 후에 / 화조월석(花朝月夕)에 주야 진정 마주 앉아
살뜰히 그리던 일 옛말 삼아 하고 지고 / 내 마음 이러하니 저인들 어이 무심하리.
옛말도 끝이 없고 할 말도 무궁(無窮)하다. / 중천(中天)에 외기럭아 소식이나 전하여라.
▻임과 연분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 시문(柴門)에 개 짖으니 풍설에 행인이라: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개 짖는 소리에도 혹시나 임의 소식을 전하는 이가 왔을 거라고 착각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남
* 모진의술 철침으로 ~치는 듯: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고통을 감각적으로 드러냄
* 우리 임 ~높직이 묻어 주오: 죽어서도 임을 보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
* 유세적덕: 세월이 흐를수록 덕을 쌓음
* 백자천손: 수많은 자손
* 불초(不肖)한: 못나고 어리석은
* 박복한: 복이 없는, 팔자가 사나운
* 하정(下情): 윗사람 앞에서 ‘자기의 심정’을 낮추어 이르는 말. 여기서는 ‘자식을 못 낳는 한’을 말함
* 감하소서: 어른이 살펴봄을 높여 이르는 말
* 월노: 부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월하노인(月下老人)
* 누누총: 겹겹이 쌓인 무덤
* 황분(荒墳): 버려두어 헐고 거칠어진 무덤
* 궂은 비 찬 바람에~황분(荒墳)만 남아 있다: 늙어 죽기 전에 임과 연분을 맺어 자식을 많이 낳고 살아가고 싶은 심정이 제시되어 있음
* 옛말 삼아: 추억 삼아
* 외기럭아: 임에게 화자의 심정을 전달하는 매개체
◈ 현대어 풀이
생각 끝에 한숨이오 한숨 끝에 눈물이라 / 눈물로 지어낸 들어보소 단장사라.
이리하여 날 속이고 저리하야 날 속인다. / 속이는 이 좋거니와 속는 사람 어떠하리.
상사로 말미암아 병들어 누웠으니 / 모첨에 우는 새는 종일토록 상사로다
우졸한 규중처는 흩은 머리 헌 치마에 / 한 손에 미음 들고 잡수시오 권할 적에
그 경상(景狀) 가긍하다 이 내 병 어이하리 / 행여나 반가운 임의 소식이나마 올까 바랐더니, 사립문에 개 짖으니 눈바람에 행인이구나.
산을 보아도 임 생각이요, 물을 봐도 임 생각이구나. 세월은 끝이 없고 임 생각할수록 무익하구나.
모진 의술 철침으로 혈을 찌르는 듯, 큰 나무 뭉치로 종을 치는 듯이 쾅쾅 치니 이내 간장이 철과 돌로 이루어졌다한들 온전하겠는가? 우리 임 상경할 때 밤낮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이내 몸이 죽은 후에 선산에도 묻지 말고 선연동 높은 곳에 묻어 주오.
▻이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고통
조선의 세월이 흐를수록 덕을 쌓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손을 낳아 복을 누려야 하건마는(그러지 못하는 것은) 못나고 어리석은 이내 몸의 팔자가 사나운 탓이로다.
조상의 무덤에 풀이 길게 자란들 제초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청명 한식날 꽃과 버들 좋은 시절에 잔 올릴 사람이 전혀 없구나. 푸른 하늘은 내 심정을 살펴보소서.
월하노인의 인연(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에 자손을 갖게 되면 불효도 면할 겸 부부 인연도 맺어 좋을 것이다.
서산에 지는 해는 어찌 이리도 빨리 가는가? 북망산의 겹겹이 쌓인 무덤에 오는 것은 백박이로구나. 궂은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 백양나무 쓸쓸한 곳(북망산)에 백발이 되어 온 사람은 그 몇이며, 아름다운 사람은 그 얼마인가? (젊은 날 아름다움을 유지하였으나 늙어 백발이 되어 온 사람은 그 몇이던가?) 지나간 일(젊어 아름다움을 유지하던 시절)은 봄날 꿈과 같고, 이제는 버려두어 황폐해진 무덤만 남아 있도다.
우리도 이 세상에 저들같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 백발이 오기 전에 아니 놀지 못하리라.
▻임과의 연분이 맺어지지 않아, 자손도 없이 늙어 죽을 자신의 모습에 대한 걱정
임의 몸이 생겨났으면 내가 나지 말 것이지, 공교롭게도 임과 내가 한 세상에 생겨났구나.
한 세상에 태어난 것을 보면 연분인 것 같은데 어찌 그리도 (임을) 그리워하는가?
그립고 답답하니 연분이 원수로구나. 하늘이 뜻을 알라 연분을 맺은 후에 경치 좋은 시절에 밤낮으로 (임과) 마주 앉아 살뜰히도 (자신이 임을) 그리워했던 일들을 옛말 삼아 이야기하고 싶구나.
내 마음이 이러하니 저(임)인들 어찌 무심하겠는가? 지나간 일들에 대한 말도 끝이 없고, 할 말도 끝이 없도다. 허공중에 외기러기야, (임에게) 소식이나 전하여라.
▻임과 연분이 맺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해제 : 임과 헤어진 상황에서, 임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삶의 고통과 임과의 인연이 맺어지지 않아 느끼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가사이다. ‘모진의술 철침으로 중완을 찌르는 듯 크나큰 나무뭉치 종경(鐘磬)을 치는 듯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임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심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망산에 황폐해진 무덤을 묘사하여 늙기 전에 임과 연분을 맺어 자식을 많이 낳고 살아가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주제 : 이별의 고통과 임에 대한 그리움
삼동에 뵈옷 닙고 -조식(曺植)
三冬(삼동)에 뵈옷 닙고 巖穴(암혈)에 눈비 마자
구름 볏뉘도 적이 업건마,
西山(서산)에 지다 니 눈물겨워 노라.
[시어, 시구 풀이]
* 삼동(三冬) : 겨울의 석달. 한겨울
* 뵈옷 : 베로 지은 옷. 벼슬하지 않은 사람이 입는 옷
* 암혈(巖穴) : 바위와 굴. 은둔자가 거처하는 곳
* 볏뉘 : 볕 기운. 임금의 은총을 뜻함. ‘뉘’는 대단치 않은 것. 작은 것을 뜻하는 접미사
* : 임금(중종)을 상징함
* 지다 : 임금의 승하
* 三冬(삼동)에 뵈옷 닙고 巖穴(암혈)에 눈비 마자 : 세상을 등지고 사는지라, 한겨울에도 베옷을 입고 은둔지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어
* 구름 볏뉘도 쐰 적이 업건마 : 환한 햇볕은 고사하고 구름에 가린 약한 볕 기운이라도 쬔 적이 없지마는. 즉 벼슬을 하지 않은 몸이라 국록(國祿)을 먹거나 임금의 은총을 받은 적이 없지마는
* 西山(서산)에 지다 니 눈물겨워 노라. : 임금(중종)께서 승하하셨다 하니 슬퍼서 눈물이 흐르는구나.
[전문 풀이]
한겨울에 베로 만든 옷을 입고, 바위굴에서 눈비를 맞고 있으며(벼슬한 적이 없이 산중에 은거한 몸이며)
구름 사이에 비치는 햇볕도 쬔 적이 없지만(임금의 은혜를 입은 적도 없지만)
서산에 해가 졌다(임금께서 승하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난다.
[핵심 정리]
▶지은이 - 조식(曺植, 1501-1572) 호는 남명(南溟). 명종 때 학자로, 어려서부터 성리학을 공부하였으나,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고 산림처사(山林處士)로 지냄. ‘남명가(南溟歌)’, ‘왕롱가(王弄歌)’, ‘권선지로가(勸善指路歌)’ 등의 가사를 지었다.
▶ 갈래 - 평시조
▶ 성격 - 유교적, 군신유의(君臣有義)
▶ 표현 - 은유법
▶ 제재 - 임금(중종)의 승하
▶ 주제 - 임금(중종) 승하의 애도
▶ 작품 해설
군신유의(君臣有義)의 유교 정신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군신(君臣) 간의 의(義)를 노래한 작품이다. 벼슬을 하지 않고 산중에서 은거하는 몸이라 국록(國祿)을 먹거나 군은(君恩)을 입은 바 없지마는 임금(중종)이 승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읊은 시조이다.
눈물 -김현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순결한 생명에 대한 소망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흠, 티, 금: 일체의 비순수(금욕적, 청교도적 정신세계 표상)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절대 순수로서의 눈물
더욱 값진 것으로 눈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
드리라 하올 제, 바치라 하신다면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절대적 가치로서의 눈물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슬픔의 종교적 승화(절대 순수로의 부활)
-내향적인 눈물에서 인생의 참다운 미와 가치를 찾고 있음
(시집 ‘김현승 시초’, 1957)
* 더러는 : (일상적인 죄악과 불순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때로는
* 옥토(沃土): 풍요로운 땅
* 작은 생명이고저…… : 하찮은 존재이나마 순수하고 가치 있는 세계를 창조하는 생명(눈물)이 되고 싶어함(작은: 겸허한 표현←신 앞에 드리는 기원이기 때문에, ~이고저: ~이고 싶어라(의도, 희망, 기원)
* 흠, 티, 금: 일체의 비순수
* 이:눈물=생명=진리의 최고 가치
* 아름다운 나무의 꽃: 일시적이고 덧없는 것
* 열매: 눈물, 영원한 가치, 영속성
* 웃음: 꽃과 통함, 아름답지만 유한하고 불완전하며 타락하기도 하는 삶의 기쁨
* 눈물: 열매와 통함. 삶의 고뇌와 시련을 통하여 도달된 절대 순수의 세계
◆ 핵심 정리
▶ 詩作 배경
시인은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시인은 슬픔과 눈물을 피하기보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그 고통을 넘어서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제망매가’에서 친족의 죽음이라는 비통한 체험을 종교적 깨달음으로 극복하고자 했듯이, 김현승 또한 슬픔과 고통의 극한에서 절대자를 향한 경건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기독교적 시정신이 이룩한 높은 경지의 하나를 본다.
♠ '죽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한 작품들
정지용 <유리창Ⅰ>, 김광균 <은수저>, 백 석 <여승>
▶ 詩想의 전개
기 - 제1연 : 순수한 삶의 기원(눈물-순결한 생명)
승 - 제2연 : 절대 순수로서의 눈물(눈물-나의 전체)
전 - 제3,4연 : 최고의 가치로서의 눈물
결 - 제5,6연 : 슬픔의 종교적 승화(절대 순수로의 부활)
▶성격 : 상징적, 종교적, 서정적, 명상적, 기구적
▶심상 : 묘사, 비유, 상징
▶어조 : 경건한 경어체와 기원조
▶제재 : 눈물(눈물의 의미)
▶주제 : 순수하고 진실한 삶의 추구
◆ 연구 문제
1. ‘눈물’을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라고 표현한 데는 다음에 나올 어떤 시어를 예비하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어떤 시어인가?
☞ 열매
2. 이 시에서 단정적 어조는 화자의 태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50자 내외로 쓰라.
☞ 슬픔을 신의 섭리로 알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이 시의 어조를 단정적이게 한다.
3. 이 시에서 제재를 구체적으로 상징한 시어를 찾아 쓰고, 그 의미를 15자 정도로 쓰라.
☞ 열매 ― 순수하고 진실한 내면적 가치
동 동(動動)
德으란 곰예 받고덕은 뒤에(신령님께) 바치옵고,
福으란 림예 받고복은 앞에(임에게) 바치오니
德이여 福이라 호 나라 오소다
덕이며 복이라 하는 것을 진상하러 오십시오.
아으 動動다리
동동은 북소리, 다리는 악기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
▶송도(頌禱) - 덕과 복을 빎
正月ㅅ 나릿 므른 아으 어져 녹져 논
正月의 냇물은 아! 얼려 녹으려 하는데
누릿 가온 나곤 몸하 올로 녈셔
세상에 태어나서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아으 動動다리
정월냇물(자연의 변화)↔화자(고독한 처지로서 변화가 없음)
▶고독 - 생의 고독과 비애
二月ㅅ보로매 아으 노피 현 燈ㅅ블 다호라.
二月 보름에 아! 높이 켜 놓은 등불 같구나
萬人 비취실 즈샷다
萬人을 비추실 모습이시도다.
아으 動動다리
▶송축 - 등불과 같은 임의 모습 찬양(연등절)
三月 나며 開 아으 滿春 욋고지여
三月 지나면서 핀 아! 늦봄의 달래꽃이여
브롤 즈 디녀 나샷다.
남이 부러워할 모습을 지니고 태어나셨구나.
아으 動動다리
▶송축 - 진달래꽃같이 아름다운 인품 찬양
四月 아니 니저
四月을 잊지 아니하고
아으 오실서 곳고리 새여.
아! 찾아오셨구나 꾀꼬리새여
므슴다 錄事니 녯 나 닛고신뎌
어찌하여(무슨 이유로) 綠事님은 옛날을 잊고 계시는구나.
아으 動動다리
꾀꼬리(4월마다 잊지 않고 찾아옴)↔임(4월이 되어도 찾아오지 않음)
▶애련(哀戀) -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
五月 五日애, 아으 수릿날 아 藥은
五月 五日에 아! 端午(단오)날 아침 藥은
즈믄 長存샬 藥이라 받노다.
千年을 사시게 할 藥이기에 바치옵니다.
아으 動動다리
▶기원(祈願) - 임의 만수무강을 빎.
六月ㅅ 보로매 아으 별해 룐 빗 다호라.
六月 보름(流頭日)에 아! 벼랑에 버린 빗과 같구나.
도라보실 니믈 젹곰 좃니노다.
돌아보실 임을 잠깐이나마 따르겠습니다.
아으 動動다리
* 별해 룐 빗: 버림받은 화자의 처지
▶애련(哀戀) - 버림받은 신세를 참고 견딤.
七月ㅅ 보로매 아으 百種 排야 두고
七月 보름에 아! 百種을 벌리어 두고
니믈 녀가져 願을 비노다.
님과 한 곳에 가고자 願을 비옵나이다.
아으 動動다리
▶연정(戀情) - 임을 영원히 따르고 싶어하는 염원
*百種 : 절에서 죽은 이를 위하여 음식과 과실 및 술을 차려 놓고 빌며 재를 올리는 일
八月ㅅ 보로 아으 嘉俳 나리마
八月 보름은 아! 가윗날이지마는
니믈 뫼셔 녀곤 오낤 嘉俳샷다.
님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가윗날이로다.
아으 動動다리
▶사모(思慕) - 임 없이 쓸쓸하게 맞이하는 한가위
九月 九日애 아으 藥이라 먹논 黃花고지 안해 드니
九月 九日에 아! 藥이라 먹는 黃化꽃이 집안에 드니
새셔가 만얘라.
歲序가 저물었도다.
아으 動動다리
* 새셔가 만얘라: 초가가 조용하구나
▶적요(寂寥) - 사랑에 버림받고 물러하는 쓸쓸함.
十月애 아으 져미연 다호라
十月에 아! 잘게 썬 보리수 같구나
것거 리신 後에 디니실 부니 업스샷다
꺾어 버리신 後에 지니실 한 분이 없도다.
아으 動動다리
▶애련(哀戀) - 버림받은 사랑에 대한 회한과 고독
十一月ㅅ 자리예 아으 汗衫 두퍼 누워
十一月 봉당 자리에 아! 汗衫(속적삼) 덮고 누워
슬라온뎌
슬픈 일이구나
고우닐 스싀옴 녈셔.
고운 이와 갈라져 제각기 살아가는구나
아으 動動다리
⇨ 애련(哀戀) - 독수공방의 외로움
* :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토방
十二月ㅅ 분디남로 갓곤
十二月 분지나무로 깎은
아으 나 盤 져 다호라
아! 소반의 저와 같아라
니믜 알 드러 얼이노니
님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놓으니
소니 가재다 므노다.
손이 가져다 무옵나이다.
➡ 생각지도 않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게 된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고 있다.
아으 動動다리
⇨ 애련(哀戀) - 헤어져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
* 님을 가리키는 말 : 등불, 진달래꽃
* 버림받은 시적화자의 처지를 가리키는 말 : 빗, , 져
▣ 핵심 정리
▶구성 : 전13연의 월령체, 서사와 본사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 : 전13연의 달거리 노래
▶표현 : 영탄법, 직유법, 은유법
▶의의 : 최초의 달거리 노래(월령체(月令體))
▶주제 : 임에 대한 송도(頌禱)와 연모(戀慕)
▶의의
①고려 가요 중 유일한 우리나라 최초의 달거리 노래이다(고려 시대 민속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②남녀의 이별을 주제로 하여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로워지는, 임을 여읜 한 여인의 그리움이 절절히 표현되어 있다.
▶출전 : 악학궤범
▶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노래는 분절체 형식과 후렴구 사용 등에서 고려 가요의 형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나, 월령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남녀의 이별을 제재로 하여,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로워지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전체에 일관되게 흐르는 내용은 축도와 사랑이지만, 12개월의 특성에 맞추어 송축과 찬양, 떠나버린 임에 대한 원망과 한스러움, 그리움 등을 표현하고 있어서 한 여인의 슬픔 마음을 체험케 하고 있다.
◈ 월령가(月令歌)
일 년 열두 달을 차례대로 맞추어 나가며 읊은 형식의 노래로, 월령체가 또는 달거리 노래하고도 한다. <동동>,<관등가>처럼 임을 여윈 여자가 열두 달의 명절마다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것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전승되어 왔다. 열두 달에 하는 농사일을 노래한 달거리 노래도 있는데, <농가월령가>가 이에 해당한다. 달거리 노래에는 구비 전승된 것도 있고 개인이 창작한 것도 있는데, 모두 농민 생활이 반영되어 있고 세시기(歲時記, 일 년중 철을 따라 행하여지는 여러 가지 민속 행사나 풍물을 적어 풀이하여 놓은 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지은이 미상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
大川(대천) 바다 한가온 一千石(일천 석)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지고, 람 부러 물결치고 안개 뒤섯계 자진 날에, 갈 길은 千里萬里(천리 만리) 나믄듸 四面(사면)이 거머어득 져뭇 天地寂寞(천지 적막) 가치노을 듸, 水賊(수적) 만난 都沙工(도사공)의 안과, ▶수적 만난 도사공의 마음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임과 이별한 화자의 절박한 심정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시어, 시구 풀이]
* 바히돌 : 바윗돌. ‘바히’만 따로 ‘전혀’의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음 * 친 : 쫓긴 * 안 : 속마음 * 뇽총 : 용총(龍驄). 돛대에 맨 굵은 줄 * 치 : 키. 배의 뒤에 달려서 방향을 조절하는 기구 * 나믄듸 : 넘는데. 더 되는데 * 거머어득 : 검고 어둑한 곳 * 가치노을 : 까치놀. 큰 파도 * 도사공(都沙工) : 사공의 우두머리 * 을리오 : 견주리오. 비교하겠는가
*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 나무나 바위라도 있으면 숨기라도 하련만 그런 것조차 전혀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절박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임을 잃은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절박하다는 말이다.
*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 까투리나 도사공의 심정보다도 나의 심정이 더욱 안타깝고 참담함을 표현하고 있다.
[전문 풀이]
나무도 돌도 전혀 없는 산에 매한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과
대천 바다 한가운데 일 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돗대의 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이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 리 만 리 남았는데 사면은 검어 어둑하고, 천지 적막 사나운 파도 치는데 해적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
엊그제 임 여읜 내 마음이야 어디에다 비교하리요?
[핵심 정리]
* 지은이 - 미상
* 갈래 - 사설시조
* 성격 - 수심가. 이별가
* 어조 - 절망적이고 절박한 여인의 목소리
* 표현 - 상징적 암유, 열거, 비교, 과장, 점층법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임을 여읜 절망적인 슬픔
▶ 작품 해설
이별 당한 것을 하소연하고 있는데, 그 비유가 기발하다. 시련이 겹치는 사회적 상황을 거듭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시련의 극치이다. 해학적 표현 속에 비장감(悲壯感)이 감돈다.
‘삼한(三恨)’ 혹은 ‘삼안[三內]’이라고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안’이라는 말로 마음을 나타내면서, 세 가지 절박하기 그지없는 마음은 어디나 비할 데도 없다고 하였다. 맨 마지막으로 엊그제 임을 여읜 자기 마음을 말하기 위해 다른 두 가지를 가져 와 놓고서, 비할 데 없다는 것으로 해서 그 둘이 각기 독자적인 의미를 갖도록 개방하여 버렸으니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치고 이만큼 기발한 예를 다시 찾기 어렵다.
매에 쫓긴 까투리는 ‘토끼전’에서 용궁을 탈출한 다음에 다시 시련에 부딪친 토끼를 연상하게 한다. 대천 바다에서 배가 부서지고, 날씨는 험악해지는 판국에 수적까지 만난 도사공의 경우는 시련의 극치로 느껴질 만큼 거듭 묘사되어 있다.
청춘과부가(靑春寡婦歌) - 작자미상
(1)
천지인간(天地人間) 만물중에 무상(無常)할손 이 내 사정 못할러라 못할러라 공방(空房)살림 못할러라 얽었으나 검었으나 부부(夫婦)밖에 또 있는가 [견우직녀성(牽牛織女星)도 둘이 마주 섰고 용천검(龍泉劍) 태아검(太阿劍)도 둘이 서로 짝이되고 날짐승 길버러지 다 각각 짝이 있건만]전생차생(前生次生) 무슨 죄로 우리 둘이 부부되어 검은 머리 백발(白髮)되고 희던 몸이 황금(黃金)되고 자손만당(子孫萬堂) 영화보고 백년해로(百年偕老) 사잤더니 하느님도 무심하고 가운(家運)이 불행(不幸)하여 조물(造物)이 시기하고 귀신(鬼神)조차 사정없다 말 잘하고 인물(人物)좋고 활 잘 쏘고 키 훨씬 큰 다정한 우리 낭군(郎君) 사랑하던 우리 낭군 무슨 나이 그리 많아 청산고혼(靑山孤魂) 되단말가 삼생연분(三生緣分) 아니런가 사주팔자(四柱八字) 그러한가 기위(旣爲) 부부되었으면 죽지말고 살았거나 그리 죽자 할작시면 만나지나 말았거나 부질없는 이 내 심사(心事) 어느 누가 위로(慰勞)하리 [심회(心懷)로다 심회로다 하해(河海)같은 깊은 수심(愁心) 태산(泰山)같이 높은 심회 상사(相思)로다 상사로다 상사(相思)하던 우리 낭군 어이 그리 못 오는가]
*무상(無常) : 모든 것이 덧없음. *공방(空房):(특히 여자가) 혼자 자는 방. *자손만당(子孫萬堂):자손들로 꽉 찬 방이나 강당-가족이 번창한다는 의미 *청산고혼(靑山孤魂):청산에서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넋.죽음을 의미함 *기위(旣爲):이미
(2)
와병(臥病)에 인사절하니 병이 들어 못 오는가 약수 삼천리(弱水三千里)하니 둘러 못 오는가 만리장성(萬里長城)이 가려서 못 오는가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하니 물이 깊어 못 오는가 하운(夏雲)이 다기봉(多奇峰)하니 산이 높아 못 오는가 물이 깊거든 배를 타고 뫼히 높거든 기어 넘지 추월(秋月)이 양명휘(揚明揮)할 제 달을 띄워 오시려나 동령(冬嶺)에 수고송(秀孤松)한데 백설(白雪)날려 못 오시나]동창(東窓)에 돋은 달이 서창(西窓)에 지거든 오시려나 [병풍(屛風)에 그린 황계(黃鷄) 사경일점(四更一點)에 날 새라고 꼬꼬 울거든 오시려나 금강산(金剛山) 상상봉(上上峰)이 평지되어 물밀어 배 둥둥 뜨거든 오시려나]어이 그리 못 오는가 무슨 일로 못 오는가 가슴속에 분(忿)이 나서 생초목(生草木) 다 타 간다 눈물이 비가되어 붙은 불을 끄련마는 한숨이 바람되어 점점 불어 구곡간장(九曲肝腸) 썩은 물이 눈으로 솟아날제 구년지수(九年之水) 되었구나 한강지수(漢江之水) 되었구나
*분(憤·忿): ①분기 ②억울하고 원통한 마음.분심(憤心). *구곡간장(九曲肝腸):굽이굽이 서린 창자라는 뜻으로, 깊은 마음속이나 시름이 쌓인 마음속의 비유. *구년지수:오랫동안 계속되는 큰 홍수. 중국 요나라 때 9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는 큰 홍수에서 유래한 말이다.
(3)
척척사랑 영이별은 두말없는 내 일이야 구중청산(九重靑山) 깊은 골에 잠자느라 못 오는가 자내 일정 못 오거든 이 내 몸 데려가소 선천(先天) 후천(後天) 생긴 후에 날같은 이 또 있는가 부모동생(父母同生) 없었으니 믿을 곳이 바이없네 애고 애고 이 내 일이야 눌로하여 이러한고 근원(根源)베일 칼이 없고 근심없앨 약이 없다 살았을 제 하던 거동 눈에 삼삼 어려있고 죽어갈 제 하던 말씀 귀에 쟁쟁 박혀있네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 보고지고 듣고지고 듣고지고 임의 소리 듣고지고 원수(怨讐)로다 원수로다 천하(天下)사람 많건마는 연소(年少)하신 우리 임을 무슨 죄로 데려가서 철석간장(鐵石肝腸) 다 녹이고 차마 설워 못 할레라 앉았으니 누웠으니 온갖 회포(懷抱) 절로 난다
*구중청산:아홉겹으로 쌓인 산이라는 뜻으로 깊은 산속을 의미 *철석간장(鐵石肝腸):철이나 돌 같은 간과 창자란 뜻으로, 굳고 단단한 절개(節槪)ㆍ마음
(4)
수삼년(數三年)만 더 살아도 유복자(遺腹子)나 있을 것을사촌동생(四寸同生) 친동서(親同壻)는 내 동갑(同甲)에 손자보고 김대장의 며늘아기 내 동갑(同甲)에 사위보네 날같은 인생보소 자식(子息)없이 과부되어 이렁저렁 지내다가 이 내 몸 죽어갈 제 어느 자식 앞에 앉아 엄마엄마 슬피울고 과부중에 청춘과부 금수(禽獸)에도 못 비할레 아니죽고 살자한들 임생각이 절로난다 애고답답 내 팔자(八字)야 가소롭다 가소롭다 청산녹수(靑山綠水) 원앙새야 교태(嬌態)마다 보기싫다 교태하는 네 거동을 내 차마 못 보겠다 노고지리 높이 뜨고 채양 바자 쟁쟁울 제 해는 어이 더디 가노 한숨쉬기 병이 되고 오동금정(梧桐金井) 떨어지니 밤은 어이 그리 긴고 울음울기 병이 되네 육백네날 다 지낸들 웃음웃을 날이 없고 눈물 마를 날이 없네
*유복자(遺腹子)나 있을 것을: 사고무친의 단신이 된 화자의 외로운 처지 *원앙새: 화자의 처지와 대비되며 화자의 고독과 슬픔을 심화시키는 소재 *오동금정(梧桐金井) 떨어지니: 오동잎은 금정(서편의 샘)에 떨어지는데
(5)
어화 내 일이야 신세 곰곰 생각하니 하던 일도 하기싫고 누워 곰곰 생각하니 없던 병이 절로 난다 머리깎고 중이 되어 염불공부(念佛工夫)나 하여볼까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보살신당(菩薩新堂)되어 볼까 그리저리 다 못하면 여취여광(如醉如狂) 하리로다 천사만사(千事萬事) 생각하니 마음둘 데 바이없다 방정맞은 내 팔자야 팔자중에 불쌍하다 십칠세(十七歲) 겨우되어 과부될 줄 어이 알리 사십과부(四十寡婦) 되었으면 한탄하올 내 아니라 집안거동 돌아보니 처량하고 처량하다
*여취여광(如醉如狂): 너무 기쁘거나 감격하여 미친 듯도 하고 취한 듯도 하다는 뜻으로, 이성을 잃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6)
내외분합(內外分閤) 물림퇴에 선자(扇子)추녀 굽도리도 네 팔자도 가이없고 능화도벽(綾花塗壁) 좋은 방도 네 사주도 망칙하다 선단이불 국화판요 쌍봉그린 쌍베개도 네 사주도 칙량없다 동래왜반(東萊倭盤) 좋은 반상(盤上) 경황(景況)없이 얹어 놓고 가께수리 성적함(成赤函)도 정신없이 놓아 두고 남수하주(藍繡霞綢) 석자 수건 생각없이 걸어 두고 이것 저것 생각하니 이내 심사 칙량없다 부용(芙蓉)같은 이 내 얼굴 외꽃같이 되었구나 전통(箭筒)같이 고운 허리 거미줄이 되었구나 앞집 동무 뒷집 동무 저런 팔자 어떠한가 분벽사창(粉壁紗窓) 좋은 방에 이리 궁글 저리 궁글 아들 딸을 가려 놓고 부부(夫婦)함께 즐기는고 이 내 팔자 들어보소 이십안에 과부되어 추월춘풍(秋月春風) 좋은 시절(時節) 눈물로 다 보낸다 다른 이별(離別) 싫다한들 영이별 같을소냐
*내외분합(內外分閤):내외를 하기 위해 드린 쪽문 / 분합(分閤) : 대청 앞쪽 전체(全體)에 드리는 긴 창살문. 겉창과 같이 되고 아래쪽에 통널 조각을 댐. 요즘은 흔히 유리 창문으로 만듦. 분합문 *물림간 : 본채의 앞뒤나 좌우에 딸린 반 칸 너비의 칸살(일정한 간격으로 어떤 건물이나 물건에 사이를 갈라서 나누는 살. 사이를 띄운 거리) *선자추녀: 서까래를 부챗살 모양으로 댄 추녀. 서까래의 안목들을 점점 가늘게 다듬어서 끝은 벌어지고 안쪽은 한데 붙어 부챗살 모양을 이룬다. *굽도리: 방 안 벽의 밑 부분. *능화도벽: 꽃무늬가 있는 비단 벽지를 말하는 듯 *칙량없다: 한이나 끝이 없다. *盤:소반·예반·쟁반 등의 총칭. *가께수리: 실내용 수장구의 일종으로 중요한 문서나 돈·장신구 등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가구. *성적함(成赤函):혼인날 신부를 단장할 때 쓰는 물품을 넣어 두는 그릇. *남수하주(藍繡霞綢): 쪽빛에 노을 수놓은 명주 *전통(箭筒):화살을 넣는 통. *분벽사창(粉壁紗窓): 하얗게 꾸민 벽과 깁으로 바른 창《아름다운 여자가 거처하는 곳》
(7)
앉아 곰곰 생각하니 생불여사(生不如死) 뿐이로다 누워 곰곰 헤아리니 임의 소리 정녕 난다 반겨 듣고 나서보니 임은 오지 아니하고 추월삼경(秋月三更) 깊은 밤에 짝을 잃고 울고가는 외기러기 소리로다 소상(蕭湘)으로 향하느냐 동정(洞庭)으로 가려느냐 너도 심히 무정하다 소식 한 번 못 전하니 어이 그리 무정하냐 죽은 목숨 섧다한들 날같이 설울소냐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께 비나이다 이제 죽어 고혼되어 만나보게 하옵소서 피눈물 반죽(斑竹)되니 아황(娥皇) 여영(女英) 설움이요 우산에 지는 해는 제경공의 설움이요 반야산 바위틈에 저의 모친 이별하던 숙낭자(淑娘子)의 설움이요 눈물로 하직하고 호지(胡地)로 들어가는 왕소군(王昭君)의 설움이요 부모동생(父母同生) 왜장하던 이암부인 설움이라 섧은 사람 많다한들 이 내 설움 당할소냐
*생불여사(生不如死): 형편이 몹시 어려워서 삶이 죽느니만 못하다는 뜻. *외기러기: 화자의 처지와 동질화를 이루는 대상. 감정이입 *아황(娥皇) 여영(女英):요의 두 딸 아황과 여영. 둘 다 순임금의 아내가 되었다. 순의 동생 상(象)이 형을 죽이려고 하자 둘이 순을 도와 위험에서 구조했다. 순이 천자(天子)가 되자, 아황이 후(后)가 되고, 여영은 비(妃)가 되었다. 순임금이 재위 39년만에 남쪽을 순시(巡視)하던 중 창오(蒼梧)에서 죽자 소상강(瀟湘江)에서 눈물을 흘려 반죽(斑竹)이 생겼다고 하며, 슬픔을 못 이겨 소상강((瀟湘江) 강물에 투신해 죽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소상강의 여신이 되었다. * 제경공의 설움: 제나라의 경공이 말 사천 마리가 있었으나 죽는 날에 백성이 덕을 일컬음이 없었다고 한다-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왕소군(王昭君):중국 전한 원제(元帝)의 후궁(?~?). 이름은 장(嬙). 소군은 자. 기원전 33년 흉노와의 화친 정책으로 흉노의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와 정략결혼을 하였으나 자살하였다. 후세의 많은 문학 작품에 애화(哀話)로 윤색되었다.
(8)
애고 답답 내 팔자야 한심코도 가이없다 월명성희(月明星稀)하고 오작남비(烏鵲南飛)로다 부모동생(父母同生) 중한 연분(緣分) 천지(天地)에도 없건마는 낭군(郎君)그려 섧은 마음 차마 잊지 못할레라 견우성(牽牛星) 직녀성(織女星)도 일년일도(一年一度) 그리다 칠월칠석(七月七夕) 만나보니 그 아니 좋을손가 우리 낭군 어이하여 좋은 연분 그리는고 앞 남산 좋은 밭을 어느 낭군 갈아주며 동창하(東窓下) 빚은 술을 눌로하여 맛을 뵈리 옥면(玉面)을 잠깐 들어 장원(墻垣)의 투향접(偸香蝶)은 나를 쫓아 일어난다 어화 이 일이야 청려장(靑黎杖) 손에 들어 반공에 높이 떠서 천하(天下)를 굽어보니 눈앞이 구주(九洲)로다 백운(白雲)을 둘러타고 오로봉(五老峰) 찾아가서 불사약(不死藥) 얻어먹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홀연히 깨어보니 남가일몽(南柯一夢) 뿐이로다
*월명성희(月明星稀)하고 오작남비(烏鵲南飛):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까마귀는 남쪽으로 날아가는구나 *장원(墻垣): 담. 담장 *투향접(偸香蝶): 향기를 훔치는 나비는 *청려장(靑黎杖):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
(9)
명명(明明)하신 하느님은 이 내 설움 알으시고 천궁(天宮)에 데려다가 상제전(上帝殿)에 사죄(赦罪)하고 세상인연(世上人緣) 다시 맺어 백년해로(百年偕老) 시켜주오 청천명월(靑天明月) 호호(皓皓)하여 이 내 설움 알으시고 월궁(月宮)에 데려다가 섬대(蟾臺)에나 의지하여 상제전(上帝殿) 헌공(獻功)하고 후생(後生)길을 닦아보세 신명(新明)하신 후토부인(后土婦人) 이 내 인생(人生) 데려다가 십왕전(十王殿) 사죄하고 우리 낭군 만나보세 광대(廣大)한 천지간(天地間)에 날같은 이 또 있는가 임께서 보낸 편지 본듯말듯 손에 들고 가슴위에 얹었더니 편지가 중치 아니하나 가슴이 답답하다 슬프고 가소롭다 춘몽(春夢)일시 분명하다 이 꿈이 또 오너라 지금 편지 다시 보자
*사죄(赦罪):죄를 용서하여 죄인을 석방함. *호호(皓皓):① 깨끗하고 흰 모양 ② 빛나고 밝은 모양 *섬대(蟾臺):달 속에 있다는 궁전 *후토부인(后土婦人):토지를 맡아 다스린다는 여신(女神)
(10)
아서라 훨훨 다 버리고 유실(幽室) 구경 하고보자 죽장망혜(竹杖茫鞋) 들어가니 산은 첩첩 천봉(千峰)되어 만학(萬壑)에 벌려있고 물은 출렁 구비되어 폭포창파(瀑布蒼波) 흘렀는데 행심을경 빗긴 길로 가만가만 들어가니 꽃밭에 잠든 나비 아주 펄펄 날아간다 좌우로 돌아보니 온갖 짐승 다 모였다 이 골 저 골 닫는 것은 열없는 노루로다 방정맞은 망월(望月)토끼 수풀속에 내닫는다 또 한편을 바라보니 온갖 새 다 울더라 백로(白鷺) 백구(白鷗) 홍안(紅顔)들은 도화유수(桃花流水) 넘어가고 앵무공작 봉황(鳳凰)들은 백운청산(白雲靑山) 넘어가고 화중두견(花中杜鵑) 유상앵(柳上鸚)은 곳곳마다 봄소리라 비금주수(飛禽走獸) 각색 짐승 춘흥(春興)겨워 교태하고 슬프다 촉국새는 이 산가도 촉국새요 저 산가도 촉국새라 귀촉도 슬피 우네
*유실(幽室):조용하고 그윽한 곳에 있는 방. *망월(望月)토끼:달 속에 있다는 토끼 *비금주수(飛禽走獸):날짐승과 길짐승
(11)
보보(步步) 점점 들어가니 산수(山水)도 절승(絶勝)하고 녹죽창송(綠竹蒼松)은 층암절벽(層岩絶壁) 덮어있고 종성(鍾聲)이 들리거늘 절인가 자제 알고 사문(寺門)에 다다르니 난데없는 중 하나이 백팔염주 목에 걸고 육환장 손에 들고 언연히 나오더니 합장재배(合掌再拜) 묻는 말이 부인오기 뜻밖이요 이곳 어찌 오시느뇨 남승(男僧)인가 자세보니 여승(女僧)일시 분명하다 그제야 반겨하여 대강 목안한 연후에 승(僧)을 따라 들어가니 광채도 찬란하고 경개도 절승하여 별유천지(別有天地) 여기로다 불전에 배례(拜禮)하고 불당(佛堂)에 참례하니 제승(諸僧) 모두 즐겨하네 노승(老僧)이 묻는 말이 그대 전사(前史) 알으시요 염용(艶容) 대답하는 말이 소첩(小妾) 팔자(八字) 박명하여 가군(家君)을 영별(永別)하고 수회(愁懷)에 골몰하여 전사(前史)를 모르노라 그 노승 하는 말이 전생(前生)에 부인(婦人)께서 이 절 법승(法僧)되었을 때 부처님께 득죄(得罪)하여 인간(人間)에 내치시매 청룡사(靑龍寺) 부처님이 불쌍히 여기시사 이리로 인도(引道)하셨으니 청춘(靑春)에 죄받음을 조금도 슬퍼마오 어화 내 일이야 이제야 알리로다 이것 저것 다 버리고 불문(佛門)에 귀의하여 후생(後生)길이나 닦아볼까 하노라
*육환장:중이 짚는, 고리가 여섯 개 달린 지팡이 *거드름을 피우며 거만하게
■ 핵심정리
▶작자 : 미상
▶갈래 : 규방가사. 내방가사
▶형식 : 4.4조 326구
▶성격 : 한탄적, 회한적, 과장적
▶주제 : 임과의 사별로 인한 슬픔과 고독한 신에 한탄
▶표현 : 사물을 장황하게 나열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처량한 신세를 더욱 부각시킴. 유사한 통사구조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음성 상징어를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화자와 대비되는 소재를 제시하여 화자의 처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 감상의 길잡이
규방가사의 하나. 작자, 창작연대 미상. 순한글 필사본. 326구. 내용은 청춘에 과부가 되어 외롭게 지냄을 한탄하며, 일년에 한번이나마 만날 수 있는 직녀의 신세를 부러워하다가 노승을 만나 깨닫고 부처에게 귀의하여 후생길이나 닦으려는 심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등악양루(登岳陽樓) -두보(杜甫)
녜 洞庭(동정)ㅅ 므를 듣다니,
오 岳陽樓(악양루)의 올오라.
吳(오)와 楚(초)왜 東南(동남)녀키 뎟고,
하과 콰 日夜(일야)애 도다.
親(친) 버디 字(자)ㅅ 글월도 업스니,
늘거 가매 외왼 옷 잇도다.
사호맷 리 關山(관산)ㅅ 北(북)녀긔 잇니,
軒檻(헌함) 비겨서 므를 흘리노라.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吳楚東南拆(오초동남탁)
乾伸日夜浮(건곤일야부)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老去有孤舟(노거유고주)
戎馬關山北(융마관산북)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시어, 시구 풀이]
* 녜 : 옛날에 * 일야(日夜)애 : 밤낮으로 * 옷 : 배[舟]만 * 샤호맷 : 싸움에의. 싸움에 있는 * 헌함(軒檻) : 난간에 * 비겨서 : 의지하여. 기대어
* 녜 洞庭(동정)ㅅ - 岳陽樓(악양루)의 올오라. : 동정 호수의 장관에 대해 예전에 듣고 이제야 악양루 올라 그것을 보게 되니, 몹시 기쁘다는 것이다.
* 親(친) 버디 - 외왼 옷 잇도다. : 친한 벗에게 편지 한 장 없는 자신의 고독함을 배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외로운 배는 세월의 흐름 속에 방랑하는 시적 자아의 애수를 의탁한 객관적 상관물이다.
* 사호맷 리 - 므를 흘리노라. : 전쟁 중에 있는 나라와 고향에 대한 근심으로 눈물이 흐른다는 표현으로, 이 연은 우국과 향수를 나타내는 이 시의 주제연이다.
[전문 풀이]
옛날에 동정호에 들었더니
이제서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수련:1-2행 악양루에 오름)
오나라와 초나라가 동남쪽에 갈라졌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다.(함련:3-4행 동정호의 장관)
가까운 친구의 편지도 없으니
늙어감에 외로운 배뿐이로다.(경련:5-6행 방랑의 외로움과 고뇌)
싸움터의 말이(전쟁 중) 관산 북쪽에 있으니
난간에 의지해 눈물을 흘리노라.(미련: 7-8행 우국과 향수)
[핵심 정리]
▶ 지은이 - 두보(杜甫, 712-770) 당(唐)의 시인.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린다. 생애의 대부분을 방랑 생활로 지낸 불우한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애가 넘치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 갈래 - 오언율시(五言律詩)
▶ 연대 - 두보가 57세(768년) 때 지음
▶ 표현 - 대구법
▶ 구성 -
1,2구 : 늙어서야 악양루에 오름
3,4구 : 동정호의 장관
5,6구 : 방랑의 외로움과 고뇌
7,8구 : 우국(憂國)과 향수
▶ 제재 - 악양루에 오름
▶ 주제 - 우국(憂國)과 향수
▶ 관련 - 감정이입(고독한 서정적 자아를 배에 빗대어 표현)
▶ 출전 -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중간본
■ 작품 해설
「등악양루(登岳陽樓)」는 두보가 57세(768년) 때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이다. 동정호를 소문으로만 들어왔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악양루에 올라 보니 그 광대, 장려한 모습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를 마주한 자신은 외로이 떠도는 방랑객이고 더욱이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어 근심으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자연과 인간, 기쁨과 슬픔의 대비가 선명히 이루어져 있다.
특히 3~4행(함련,頷聯)은 천고(千古)의 절창(絶唱)으로 꼽히는데, 오나라와 초나라의 상황, 하늘과 땅의 모습이 절묘하게 대구를 이루고 있다.
<참고> 두보의 문학관과 두보 문학의 의의
그의 시는 전란 시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하여 사회악에 대한 풍자가 뛰어나며 만년의 작품은 애수에 찬 것이 특징이다. 형식적 기교에 뛰어나고 유교적 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시성(詩聖)이었다. 한유(韓愈), 백거이(白居易) 등 한시(漢詩)의 대가(大家)들에게 선구적 입지를 인정받고 1,400여 편 이상의 수작을 남겼다.
白雪(백설)이 자진 골에
-이색(李穡)
白雪(백설)이 자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반가온 梅花(매화) 어 곳에 픠엿고.
夕陽(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노라.
<청구영언(靑丘永言)>
[시어, 시구 풀이]
* 백설(白雪) : 흰 눈. 여기에서는 ‘고려 유신(遺臣)’을 비유함
* 구루미 : 구름이. 여기에서는 당시의 정치 상황을 대표하는 조선의 ‘신흥 세력’을 의미
* 머흐레라 : 험하구나.
* 매화(梅花) : 지조. 충성. 여기에서는 ‘우국지사(憂國志士)’를 의미함
* 셔 이셔 : 서서
* 白雪(백설)이 자진 골에 구루미 머흐레라. : 풍자적인 표현으로서 ‘구름’은 간신인 요승(妖僧)인 신돈(辛旽)을 가리킴
* 반가온 梅花(매화) 어 곳에 픠엿고. : 작자가 처하고 있는 현실의 어려운 상황을 뜻하는 구절
* 夕陽(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노라. : 기울어 가는 국가의 운명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작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전문 풀이]
흰 눈이 잦아진(사라진) 골짜기에 구름이 험하구나.
(나를) 반겨 줄 매화는 어느 곳에 피어 있는가?
날이 저물어 가는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을 모르겠구나.
[핵심 정리]
▶지은이 - 이색(李穡 1328-1396). 자는 영숙(穎叔). 호는 목은(牧隱). 문신, 학자로 고려 말 3은(三隱)의 한 사람. 저서로는 <목은집(牧隱集)>이 전한다.
▶ 연대 - 고려 말
▶ 갈래 - 평시조. 단시조
▶ 성격 - 우국가(憂國歌)
▶ 표현 - 은유법, 풍유법
▶ 내용 - 초장(신흥 세력의 대두) 중장(우국지사에 대한 염원) 종장(우국 충정)
▶ 주제 - 우국충절, 봄을 기다리는 마음
■ 작품 해설
작자는 왕조의 마지막인 역사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심정을 자연의 경치에 빗대어 표현하였을 것이다.
역사적 전환기에 처한 지식인의 고민을 ‘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노라’하는 탄식 속에 묻으면서도 어디선가 나타나 줄 것만 같은 ‘매화’와 연결시켜 그 정을 더해 주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기울어져 가는 고려 왕조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고려 유신(遺臣)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기서, ‘백설, 구름, 매화, 석양’ 등은 ‘고려 유신, 신흥 세력(이성계 일파), 우국지사, 고려 왕조’를 상징하고 있는 시어로서, 왕조를 다시 일으켜 보고자 하는 충신들의 우국충정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추야우중(秋夜雨中) -최치원(崔致遠)
秋風唯苦吟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世路少知音 세상에 알아 주는 이 없네.
窓外三更雨 창 밖엔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시어, 시구 풀이]
* 秋風(추풍) : 가을바람
* 唯(유) : 오직
* 苦吟(고음) : 괴로이 시를 읊조림
* 世路(세로) : 세상살이, 세상 살아가는 길, 처세의 방법
* 知音(지음) : 자기의 마음속을 알아주는 사람. 백아(伯牙)가 거문고 소리를 친구인 종자기(鐘子期)가 잘 알아 주었다는 중국의 고사에서 나온 말
* 三更(삼경) : 한밤중,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 자시(子時), 병야(丙夜)
* 萬里心(만리심) : 이 작품을 귀국 전의 작품으로 본다면, 먼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라고 보아야 함. 귀국 후의 작품으로 본다면, 마음과 일이 서로 어긋나서 이 세상과는 이미 천리만리 떠나 있는 작자의 심회를 호소한 것으로 보아야 함
[핵심 정리]
▶ 지은이 : 최치원(857-?) 신라 시대의 학자. 경주 최씨(慶州崔氏)의 시조. 자 고운(孤雲), 해운(海雲). 869년(경문왕 9) 13세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874년 과거에 급제,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된 후 승무랑(承務郞) 전중시어사내공봉(殿中侍御史內供奉)으로 도통순관(都統巡官)에 올라 비은어대(緋銀魚袋)를 하사받고, 이어 자금어대(紫金魚袋)도 받았다. 879년(헌강왕 5) 황소(黃巢)의 난 때는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하여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 갈래 : 오언절구(五言絶句)
▶ 연대 : 신라 말기
▶ 성격 : 서정시
▶ 표현 : 대구법
▶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 제재 : 가을 밤비
▶ 주제 : 뜻을 이루지 못한 지성인의 고뇌. 향수(鄕愁)
▶ 출전 : <동문선> 제 19권
▶ 의의 : 육두품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좌절한 최치원의 심경이 표현되어 있다고 보기도 함
■ 작품 해설
이 한시는 오언 절구(五言絶句)로서 비 내리는 가을밤에 자신을 알아 줄 지기(知己)가 없는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 100편이 넘는 그의 시 중에서 이 작품은 “제가야산(題伽倻山)”, “등윤주자화사(登潤州慈和寺)”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가을 바람/세상’, ‘삼경(三更)/만리(萬里)’의 대구로 짜임새를 잘 갖추었다. 기구(起句)에서는 서정적 자아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으로 시를 읊게 되었다는 시적 동기를 밝히고 승구(承句)에서는 작자의 처지와 심회를 호소하고 있으며, 전구(轉句)에서는 점층 · 심화된 서정적 자아의 고독한 심회를 비에 감정 이입시켜 형상화하고 있다. 결구(結句)는 등불 앞에서 잠 못 이루며 자신의 외로움이 절실하게 나타난 주제구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당나라에 유학한 최치원의 귀국 이전 작품이라고도 하고, 또 귀국 후의 작품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의 시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에도 수록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시 경향과 내용으로 보아 귀국 후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구(結句)의 ‘만리심(萬里心)’은 그대로 만리 타국에 있는 작자의 심경이라기보다는, 마음과 일이 서로 어긋나서 이 세상과는 이미 천리 만리 떠나 있는 작자의 심회를 호소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귀국하여 벼슬이 병부시랑에까지 올랐으나, 이 때는 신라 말기로서 이미 진성여왕의 난정(亂政)으로 나라가 혼란했으므로, 몸과 마음을 의탁할 곳을 찾지 못하여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를 올리고 가야산으로 들어가 은거하고 있었다. 이 때의 그의 심경이 곧 ‘만리심(萬里心)’이었던 것이다.
선운사에서-최영미<창작과 비평>(1992)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이별의 성격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1연 : 짧은 순간 피었다가 지는 꽃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사랑의 감정이 불같이 일어날 때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2연 : 빨리 잊고 싶은 마음
이별의 아픔을 빨리 잊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3연 : 꽃을 통한 임 연상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4연 : 주제연-이별한 임을 잊기 어려움
●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애상적
▶제재 : 꽃
▶특징 :
①시간적 대비(‘잠깐’과 ‘한참’)를 통해 의미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②사랑하는 사람을 ‘꽃’에 비유함.
③모순 형용에 의한 역설로 표현의 멋과 깊이를 더하고 있음.
④자연 현상과 인간의 일을 병치시켜 시적 의미를 확장시킴.
⑤반복과 변주 형식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함.
▶주제 : 이별한 사람을 잊기 어려움. 이별의 고통과 임에 대한 그리움
▶시상 전개 :
1연 : 짧은 순간 피었다가 지는 꽃
2연 : 빨리 잊고 싶은 마음
3연 : 꽃을 통한 임 연상
4연 : 이별한 임을 잊기 어려움
● 출제 포인트
1)시적 화자의 태도 : 이별의 슬픔과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절제된 어조로 담담하게 표현함.
2)특징 : 꽃이 피고 지는 자연사와 만남과 헤어짐의 인간사를 병치시켜 시적 의미와 주제 의식을 강화함. 시간적 대비(‘잠깐’, ‘순간’과 ‘한참’)를 통해 의미를 선명하게 전달함.
3) 발상과 표현 : 그대가 처음 / 내 속에 피어날 때 : ‘그대’를 ‘꽃’에 비유함(은유법). 영영 한참이더군 : 모순 형용에 의한 역설법
● 이해와 감상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는 과정으로 대비시켜, 이별한 사람을 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표현한 시이다.
이 시에서 중심이 되는 시상의 흐름은 ‘꽃이 피는 것이 힘들다’, ‘꽃이 지는 것이 잠깐이다’, ‘꽃을 잊는 것은 한참이다’로 연결된다. 이것을 임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잊혀짐으로 대비시켜 보면 ‘임과의 만남은 같다’, ‘임과의 이별은 잠깐이다’, ‘임을 잊는 과정은 같다’와 같이 된다. 이와 같이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이 선운사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보고, 임과 이별한 자신의 처지와 대비시켜 표현한 시로 볼 수 있다.
진도 아리랑
-작자 미상
문경 새재는 웬 고개인고 /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순탄치 못한 삶에 대한 탄식
치어다 보니 만학천봉(萬壑千峰) / 굽어 보니 백사지(白沙池)로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험난한 삶에 대한 막막함
임이 죽어서 극락을 가면 / 이내 몸도 따라가지 지장보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지장보살: 부처 없는 세계에서 머물면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보살
다려가오 잘 다려가오 / 우리 님 뒤따라가서 나는 가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저승까지라도 임을 따라가겠다는 다짐
* 잘: 날
원수야 악마야 이 몹쓸 사람아. / 생사람 죽는 줄을 왜 모르나.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자신을 버린 임에 대한 원망
저넘에 계집애 눈매 좀 보소. / 속 눈만 뜨고서 발발 떠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연적(戀敵)에 대한 비난
* 속 눈만 뜨고서: 검은 듯 만 듯한 눈을 하고서
왜 왔던고 왜 왔던고. / 울고 올 길을 왜 왔던고.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힘겨운 삶에 대한 원망과 자책
[핵심 정리]
▶ 갈래 : 민요(전남 진도)
▶ 성격 : 서정 민요
▶ 표현 : 소박하고 직설적인 표현
▶ 형식 : 선후창(先後唱)의 연창(連唱) 형식. 후렴구
▶ 제재 : 사별(死別)한 임에 대한 원망
▶ 주제 : 사별(死別)한 임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
■ 작품 해설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정 민요로서 전국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아리랑’ 노래 중 전남 진도(珍島) 지방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진도 지방에서는 부녀자들이 밭일을 하는 중이나 밭일 뒤의 휴식 시간에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다른 ‘아리랑’ 노래에 비해 후렴구의 비중이 작다는 점이 특징적이라 하겠다. 이 노래는 죽은 임을 따라 자신도 죽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을 통해서, 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또한 혼자 몸으로 살기 힘들다고 탄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울고 올 길을 왜 왔던고.’라는 마지막 부분은 인생의 고달픔을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상사(長相思) -성현
달빛 되어 임 계신 방으로 들어갈까
長相思 思不見 (장상사 사불견) 길이 그려도 그려도 볼 수 없으니
心如紙鳶風中轉 (심여지연풍중전)내 마음 종이연 바람에 떨 듯
有席可捲石可轉 (유석가권석가전) 자리라면 말고 돌이라면 굴리련만
此心鬱結何時變 (차심울결하시변)내 마음 답답함 언제나 풀린 건가
▻1~4행 :임과 만날 수 없는 답답함
所思遠在天之娵 (소사원재천지추) 그리운 임 아득히 하늘가에 있는데
雲天綠樹晴悠悠 (운천록수청유유)흰 구름 뜬 하늘 아래 늘어진 푸른 버들
悠悠不盡愁 (유유불진수) 가득한 수심 끝이 없어
獨坐彈箜篌 (독좌탄공후)홀로 앉아 공후를 연주한다네
箜篌如訴復如泣 (공후여소복여읍) 공후의 곡조 하소연하듯 흐느끼듯
彈罷不覺羅衫濕 (탄파불각나삼습)연주가 끝나니 비단적삼 젖는 줄 몰랐구나
▻5~10행 : 임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슬픔
願爲雙飛鳥 (원위쌍비조) 쌍쌍이 날아가는 새가 되어
向君窓前立 (향군창전입)님 계신 창문 앞에 서 있을거나
願爲明月光 (원위명월광) 아니면 밝은 달빛 되어
穿君유陷入 (천군유함입)님 계신 방으로 들어가리라
▻11~14행 : 임과 함께 하고 싶은 소망
悲歌無寐夜何長(비가무매야하장)
잠 못 들어 슬픈 노래 부르나 밤 왜 이리 긴지
魂夢不渡療山陽(혼몽불도요산양)
꿈 속의 넋은 요산(療山) 땅을 건너지 못하였네.
長相思 (장상사) / 空斷腸 (공단장)
그립고 그리워라 / 공연히 애간장만 끊누나.
▻15~17행 : 꿈속에서도 임을 만날 수 없는 안타까움
* 내 마음 종이연 바람에 떨 듯: 임과 만날 수 없는 화자의 심정이 비유적으로 표현
* 종이연: 하늘을 지향하지만 바람에 펄럭이며 빙빙 돌기만 하는 존재-임의 곁(하늘가)에 가지 못하는 화자
[참고] ‘종이연’과 처지가 비슷한 존재-서정주의 <추천사>의 ‘그네’, 유치환의 <깃발>의 ‘깃발’
* 자리라면 말고 돌이라면 굴리련만: 임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돗자리라면 둘둘 말아 치울 수 있고, 돌이라면 굴려 없앨 수 있으련만
* 흰 구름 뜬 하늘 아래 늘어진 푸른 버들: 가지가 하늘로 향하지 못하고 땅을 향해 축 늘어져 있는 존재-임의 곁에 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수심 속에 잠겨 지내는 화자
* 쌍비조, 달빛: 임과 함께 하고 싶은 화자의 소망이 투영된 소재
* 꿈: 화자의 소망이 간절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비극성을 두드러지게 함
* 요산(療山) 남쪽 : 임 계신 곳
◈ 해제: ‘장상사’는 긴 그리움이라는 뜻으로, 사실 악부의 편명이다. 이백을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이 제목으로 작품을 남긴 바 있다. 성현의 ‘장상사’는 ‘고원사’ 25수의 하나로, 임이 보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날마다 언덕에 올라가 사모의 정을 하늘로 날려 보내지만 마치 종이 연과 같이 바람에 펄럭이며 빙빙 돌고만 있어 님에게 전할 길이 없음을 슬퍼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화자는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이 돗자리라면 차라리 둘둘 말아 한곳으로 치워 버리고, 돌이라면 굴러서 없애 버리면 되련만 그럴 수가 없다며,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릴 날이 아득하기만 하여 한탄하고 있다. 이처럼 화자는 임을 그리는 자신의 처지를 바람에 떨고 있는 종이연에 비유하여, 임과 이별하고 홀로 지내는 화자의 간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비유, 대구, 감정의 직접적 서술(감정이입)을 통해서 임과의 만남을 애타게 소망하는 화자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 주제: 임에 대한 그리움
안락성을 지나며[過安樂見(과안락견)]-김삿갓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安樂城中欲暮天(안락성중욕모천)
관서 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關西孺子聳詩肩(관서유자용시견)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짓기는 미루면서
村風厭客遲炊飯(촌풍염객지취반)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店俗慣人但索錢(점속관인단색전)
빈 배에선 자주 천둥소리가 들리는데
虛腹曳雷頻有響(허복예뢰빈유향)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破窓透冷更無穿(파창투냉경무천)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 번 마셨으니
朝來一吸江山氣(조래일흡강산기)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詩向人間辟穀仙(시향인간벽곡선)
[시어, 시구 풀이]
* 過安樂見(과안락견) : ‘안락성을 지나며 본 것’이라는 뜻
* 關西(관서) : 평안도 지방 * 孺子(유자) : 어린 사내아이
* 辟穀(벽곡) : 곡식은 안 먹고 솔잎, 대추, 밤 따위만 날로 조금씩 먹음. 또는 그런 사람. 신선의 식생활을 표현한 것
* 관서 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 ‘孺子(유자-‘선비’를 뜻함)’라고 써야 할 부분에 ‘孺子(유자-젖먹이 또는 어린아이)’라고 하여 같은 발음의 다른 어휘를 사용하여, 사대부의 허세를 유치하다고 조롱하고 있다. 봉건 질서의 모순과 양반 귀족들의 허식에 대해 품었던 작가의 비판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마을 인심이 - 돈부터 달라네. : 이 부분은 여행 중에 들른 안락성에서 농촌의 넉넉한 인심이 아니라 상업주의적 태도를 만나고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 아침이 되어서야 -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 한밤중에 주막에 들어 아침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나타낸 부분이다. 고단하고 배고픈 나그네의 서글픈 신세를 나타내면서도 선비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는 정신적 여유가 엿보인다.
[핵심 정리]
지은이 : 김삿갓(金笠, 1807-1863) 본명은 김병연(金炳淵). 한때 과거 급제를 통해 벼슬길에 오르려는 뜻을 품기도 하였으나, 가문의 내력을 알고는 이를 포기하고 방랑길에 올랐다. 그의 한시 작품들은 일상적이고 파격적인 표현, 날카로운 풍자로써 양반층을 풍자하는 동시에 재치와 해학으로 서민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 갈래 : 한시. 칠언율시
▶ 성격 : 비판적. 풍자적
▶ 표현 : 과장법
▶ 구성 :
1,2행 - 양반의 허세 비판
3,4행 - 야박한 마을 인심
5,6행 - 나그네의 서글픔 제시
7,8행 - 선비의 자부심
▶ 제재 : 양반들의 허세와 야박한 인심
▶ 주제 : 사대부의 허세와 관서 지방의 야박한 인심에 대한 풍자
■ 작품 해설
이 시는 평안도 안락성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작가가 그 지방의 각박한 인심과 사대부의 허세를 비판한 칠언율시의 한시다.
평안도 용강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으로 인해 가문의 몰락을 겪은 작가의 집안 내력으로 볼 때, 작가가 애초에 관서 지방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이 작품에서 관서 지방의 인심을 비판한 심리적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대 사회에 대한 김삿갓의 비판이 애초에는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개인적 입장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점차 봉건 질서와 신분 제도, 빈부의 격차와 양반층의 허식과 횡포에 대한 것으로 옮아 갔음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을 이와 같이 해석할 수만은 없다. 이 시는, 유학적 지식과 작시(作詩) 능력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적 우월을 정당화하려 했던 사대부 계급의 허세와 무식을 비판하고, 가난한 나그네를 괄시하는 각박한 인심과 세태를 풍자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가버슨 兒孩(아해)ㅣ들리
-이정신(李廷藎)
가버슨 兒孩(아해)ㅣ들리 거믜쥴 테를 들고 川(천)으로 往來(왕래)며,
가숭아 가숭아, 져리 가면 쥭니라. 이리 오면 니라. 부로나니 가숭이 로다.
아마도 世上(세상) 일이 다 이러가 노라.
- <청구영언(靑丘永言)>
[시어, 시구 풀이]
․ 거믜쥴 테 : 거미줄을 붙인 잠자리 채 ․ 가숭아 : 잠자리를 부르는 말 ․ 부로나니 : 부르는 이가. 부르는 것이
․ 가숭아 가숭아, 져리 가면 쥭니라. 이리 오면 니라. : 각박한 세태의 한 면모를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 구절은 요즘도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을 때 흔히 부르는 노래로, 민요와 동요의 긴 생명력을 실감나게 한다.
[전문 풀이]
발가벗은 아이들이 거미줄 테를 들고 개천을 왔다갔다하며
“벌거숭아, 벌거숭아, 저리 가면 죽고 이리 오면 산다.” 부르는 것이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세상 일이 다 이런 것인가 하노라.
[핵심 정리]
지은이 - 이정신(李廷藎, 연대 미상)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 호는 백회재(百悔齋). 여러 가집에 시조 13수(그 중 1수는 불확실)가 전한다.
․ 갈래 - 사설시조
․ 성격 - 풍자가
․ 표현 - 풍자적 암유. 의인법. 대화체
․ 주제 -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험난한 세태 풍자
▶ 작품 해설
‘가숭이(벌거숭이 아이들)’ 가 ‘가숭이(고추잠자리)’를 잡는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약육 강식(弱肉强食)의 각박한 세태를 해학적으로 풍자하였다.
어린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려고 하면서 잠자리가 자기들에게 와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역설적 상황이다. 잠자리가 살기 위해서는 아이들로부터 멀리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모두 이와 같다는 소박한 표현 속에 깊은 생활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가버슨 兒孩(아해)ㅣ들’과 ‘가숭이’는 모해하는 자를, ‘가숭아’는 모해 받는 사람을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 사설시조
■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 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에 집착되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사설조로 길어지고, ②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거리낌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 사설시조의 작자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 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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