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건강법 전하는 〈수수팥떡〉 대표 최민희 |
"존재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바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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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 선생을 고칠 방법을 찾다가 자연건강법을 만난 최민희 씨. 그이는 내 한 몸의 건강보다는 여럿이 함께 건강해지는, 그리하여 전체가 바뀌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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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나니, 병고로 양약을 삼으라.' 이는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러나 실제로 몸이 아프면 이 말은 금방 무색해진다. 작년에 나는 많이 아팠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오래 아팠다. 처음엔 얼른 나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다녔다. 위염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았다. 그 다음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한약을 먹었다. 기수련을 배우고 천도재까지 하고 마음수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비로소 '몸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프고 싶지 않았다. 몸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온 나는, 아픈 몸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당황했다. 더군다나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 속에서, 나는 몸이 과연 나인지, 몸 아닌 나는 무엇인지 혼돈에 빠져들었다. 나는 아직도 아픈 것을 바라보는 법, 병과 함께 가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려줄 이가 혹 최민희 씨는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그이를 만났다. |
장기수 선생의 병을 고칠 방법을 찾다가 니시요법을 만난 최민희 씨. 그에게 니시요법은 몸을 이해하는 길을 밝혀준 한 점 불빛이었다. |
 최민희 씨를 만난 건 그이가 대표로 있는 모임 〈수수팥떡〉 사무실에서였다. 인터넷사이트(www.asamo.or.kr)를 운영하고 있는 수수팥떡은 바른 먹거리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이끌고, 나아가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건강한 생활환경을 추구하는 모임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수수팥떡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단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자연건강법에 대한 강의도 하고, 아토피 치료와 자연요법에 관한 특강도 진행한다.
이미 『황금똥을 누는 아이』 『해맑은 피부를 가진 아이』라는 두 권의 책을 쓴 유명 저자인 최민희 씨. 그이가 이런 길을 걷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모 시사잡지에서 기자를 하던 시절, 장기수 선생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어요. 위암 3기말이라는 진단에 3개월 시한부를 선고 받고는 35년 만에 출소한 왕영한 선생님이었지요. 인터뷰를 한 그 날 잠이 안 오더라구요. 이 분이 이대로 그냥 죽는다면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떻게든 이 분을 꼭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대병원, 경희대 한방병원을 쫓아다녔지만 모두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온갖 의학책과 민간 치유법을 찾아 다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일본의 니시요법을 만나게 되었지요."
최민희 씨는 인생을 살면서 온몸을 뒤흔드는 전율을 느낀 적이 두 번 있는데, 한 번은 변증법을 공부했을 때고 한 번은 니시요법을 접하면서라고 했다. 변증법이 세상을 이해하는 코드였다면 니시요법은 몸을 이해하는 길을 보여준 셈이다. 그 후 최씨는 니시요법을 철저히 공부했고, 장기수 선생을 살려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마침내 그이는 선생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10일 동안 꿀단식(꿀과 물만 먹으며 단식하는 법)을 했습니다. 피똥이 막 나오더라구요." 그 다음엔 풍욕과 냉온욕을 하고 채식으로 식단을 짰다. 최씨의 헌신적인 노력과 장기수 선생의 철저한 생활로 선생의 몸은 다시 소생했고, 이후 7년을 더 살았다. 선생은 비록 돌아가셨으나 이를 계기로 최씨는 니시요법에 기초한 자연치유법의 놀라운 세계에 눈을 떴고,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
수수팥떡엔 아픈 아이를 둔 엄마들이 즐겨 찾아오지만, 그이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 내면의 치유력을 일깨울 뿐. |
"인간은 누구나 회복력과 자연치유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누가 밖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말이죠.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좋은 먹을거리로 몸을 빚고 충분한 사랑을 공급해주기만 하면 누구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질병도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수팥떡 하면 아토피 치유 전문사이트를 떠올리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알고 보니 최씨가 수수팥떡의 문을 열 적에 함께 일하던 간사의 조카아이가 아토피를 앓다가 단식과 자연치유법으로 낫자,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엄마들이 알음알음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씨의 지도로 약 7개월 후 아이들의 아토피는 다 나았고, 이에 다시 소문에 불이 붙으면서 수수팥떡이 마치 아토피 치유 전문사이트인 것처럼 알려지게 되었다고. 최민희 씨 자신도 제 아이를 치유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사연은 그이를 유명하게 만든 책 『황금똥을 누는 아이』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나이 사십에 아이를 낳아 기르던 그이는 첫아이에게 천식과 알러지비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자연건강법으로 고쳤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호흡곤란이 온 적도 있었어요. 나도 아직 자연건강법을 몰랐을 때죠. 하지만 자연건강법을 알게 되면서 아이의 천식도 그 방법으로 고쳐갔습니다. 아이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5일간 단식을 했지요." 겨우 다섯 살 난 아이가 5일이나 단식을 할 수 있을까. 정말이지 웬만한 엄마나 아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최민희 씨는 그것 또한 일반인들의 편견임을 지적한다. 단식을 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오히려 일상적인 식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식생활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텔레비전 등의 매체에 나오는 광고들과 끊임없이 좋지 않은 것을 권하는 주변환경에 있기에, 이를 적절하게 조절해줄 수 있는 엄마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애도 처음엔 힘들어했지요. 그런데 나중엔 스스로 타협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꼭 탈이 난다는 걸 안 거죠." 몇 주일만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를 먹어도 몸에서 '갈갈갈'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그럴 때마다 최씨는 아이에게 겨자찜질과 각탕을 시키고 오곡밥과 채식 위주로 먹였다. 그러면 증세가 곧 나아지니 아이도 결국은 제 몸에 좋은 것을 선택할밖에. 이제 부쩍 자라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는 지금도 햄버거 같은 건 절대 먹지 않는다. 그런 대견한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는 말한다. "천식은 너를 구해준 훌륭한 친구야. 너는 천식 때문에 건강한 식습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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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씨에게 자연건강법을 전파하는 일은 나를 변화시키고 곧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존재와 운동을 함께 실현하는 길이라 할까. |
아이 때문에 몸살을 앓아본 엄마들이 유난히 많이 모이기 때문인지, 수수팥떡 사이트에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이는 엄마들이 자신의 아픔을 토로하고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소극적인 소통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움직여주기를 원한다. 생활 속에서 직접 자연건강법을 실천하고, 나아가 주변에 이를 확산하여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이에 힘을 보태기를 바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왜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안 되는지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에요. 사실 내 아이 하나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바꾸어야 하거든요. 패스트푸드가 거리거리에 선전되고 온 가족이 그리로 우르르 몰려가 아이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풍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 하나, 그이가 계획하고 있는 올해의 중요한 작업은 단식과 관련한 책을 내는 것이다. 여름에 발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현재 준비중인 책의 주제는 '생활 속의 단식'. 단식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바로 잡고 또 무리 없이 접근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기획된 이 책에는, 감기 설사 중이염 등 현대인이 흔히 체험하는 질병이 단식을 통해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풍부한 임상체험이 실릴 예정이다. "단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단식은 2년에 걸쳐 적어도 7, 8번은 해주어야 좋아집니다.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이 그리 쉽게 빠지지 않거든요. 하지만 일단 해보면 몸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수수팥떡에서도 한 달에 한 번 단식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년 전에 시작을 했는데, 이를 거쳐간 이들이 족히 천여 명에 이를 정도로, 수수팥떡이 단식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크다. 그러면 두 아이의 엄마이자,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딸이자, 또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인 그녀가 변변한 자본도 없이 일을 벌여 혼자 힘으로 오기까지 힘든 일은 없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조금은 안쓰러워진다. 아픈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정작 그이 스스로는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내 일만 열심히 하는 거죠 뭐. 전에는 욕심도 있고 화도 많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뭘 이루어야겠다 이런 것도 없고 웬만한 일에는 화도 잘 안 나요. 또 술, 담배 안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아픈 데는 없어요. 전 그래요, 단식이든 자연건강법이든 아니면 운동이든, 뭘 하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꾸준한 것. 어쩌면 최민희 씨를 가장 건강하게 만들어온 동력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이는 얼마나 오래도록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가.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장미꽃이 뿌려진 탄탄대로는 아니어도 그이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걸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이를 통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픈 것을 바라보는 법, 병과 함께 가는 법, 사회를 건강하게 만듦으로 자기 자신이 건강해지는 법을 배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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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현아 · holocene86@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