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시루봉(950m)
노송 어우러진 암릉에서 내리계곡 절경 즐기는 전망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충북 단양군
영춘면 등 3도 경계를 이루는 어래산(1,063.6m)에서 북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약 3km 거리에다 빚어놓은
산이 시루봉이다. 서족 와석리와 동쪽 내리 경ㄱ몌를 이루며
계속 북진하는 시루봉 능선은 불과 3~4km 더 나아간 다음,
외룡리 옥동천에 잔릉들을 모두 가라앉힌다.
시루봉은 유명한 내리계곡 들목을 지키고 있는 산이다.
내리계곡은 우리나라 마지막 청정지역에다 비경지대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지금도 자연휴식년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 계곡은 금년 8월31일로 5년 주기인 휴식년제가 풀리게 된다.
그러나 이 계곡에서 꼬리치레도룡뇽 집단서식지로 밝혀져 환경부와
강원도에서 휴식년제를 계속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리 마을에서 내리계곡 방면 가장 끝에 자리한 소나무집
야영장 이후로는 계곡 진입로에 철대문이 설치되어 있다. 철대문
옆 산림청 영월국유림관리소에서 세운 안내판에는 '무단 입산시
2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다.
내리계곡 입구에 자리한 시루봉은 입산통제구역과 경계를
이루지만, 내리계곡 입구 방면에서 유일하게 등산이 가능한
산이다. 또한 이 산의 매력은 들어갈 수 없는 내리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수년 전부터
영월악우회 회원들이 이 재미로 암암리에 등산을 즐겨온 것이
전부인 숨은 산이다. 그래서일까, 취재산행을 함께 한 영월악우회
회원들조차 하산길을 잘못 들었을 만큼 산길이 뚜렷하지 않은
전인미답의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월에서 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고씨동굴~하동을 지나는 88번
국지도다. 하동에서 옥동천을 거슬러 김삿갓묘 입구를 지나 약 5km
가면 외룡리 칠룡교 직전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 옥동천변 길은
녹전~태백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칠룡교를 건너 경북 춘양으로
이어지는 88번 국지도를 따라 약 1km 거리인 내리 마을회관 옆
느티나무식당 앞에 이르면 된다.
느티나무식당에서 내리2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굽도는 농로를
따라 약 10분 가면 살개골 입구에 닿는다. 살개는 사투리로, 거의
일직선으로 패어나간 골짜기를 뜻한다. 살개골 안으로 10분
들어서면 합수점 아래 물탱크에 닿는다. 이 계곡수는 마을 식수원이다.
합수점에서 오른쪽 큰살개골과 왼쪽 작은살개골로 나뉜다.
여기에서 오른쪽 큰살개골로 들어간다. 버들치들이 떼 지어
노니는 계류를 거슬러 오르는 계곡길은 원시림이나 다름없다.
7~8분 거리인 쓰러진 큰 소나무 아래를 통과한 다음, 10분
가량 들어가면 축대 흔적이 남아 있는 집터들이 보인다. 옛날
화전민들이 살았다는 곳이다. 십수 개의 집터를 지나 잣나무숲과
낙엽송숲을 지나 30분 올라가면 오래된 산판길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 작은 분지로 들어선다.
작은 분지를 뒤로하고 15분 올라가면 미사리어구계곡 건너로
곰봉(953m)이 마주보이는 시루봉 북서릉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는
옛날 와석리 미사리계곡에서 내리로 넘나들던 고갯길이다. 안부를
뒤로하고 북서릉으로 20분 올라가면 번개를 맞아 밑둥이 까맣게
불탄 노송 3그루가 있는 바위지대에 닿는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곧이어 20m 높이 바위벽이 가로막는다.
여기서 왼쪽으로 우회하여 10분 오르면 5m 절벽바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길을 벗어나면 아름드리 노송군락 바윗길을 올라간다.
노송군락 사이로 5분 올라간 곳에서 또 바위벽이 가로막는다.
바위벽을 왼쪽으로 우회하면 상수리나무와 철쭉군락이 어우러진
숲길로 이어진다. 이 숲길로 약 20분 오르면 15m 절벽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이어서 바위가 U자형으로 패어
급경사를 이룬 약 40m 걸리(홈통바위) 안으로 들어간다. 40m
홈통바위를 올라선 다음, 오른쪽 바윗길로 약 20m 더 오르면
시루봉 정상이다.
노송 20여 그루가 있는 정상에서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멋들어진
조망이 전개된다. 북서로는 곰봉, 마대산, 태화산, 계족산이 보인다.
북서로 응봉, 북으로 망경대산, 북동으로 두위봉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어래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정상에서 북동릉으로 내려가면서 즐기는 풍광도 일품이다. 북동릉도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안릉이다. 암릉을 오르내리며 30분 거리에
이르면 내리계곡이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바위에 닿는다. 전망바위에서
동으로는 내리계곡 건너로 삼동산과 구룡산이 마주보인다.
구룡산 오른쪽으로는 백두대간 도래기재로 이어지는 88번 국지도가
실낱처럼 보인다. 도래기재 오른쪽으로는 내리계곡 울타리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 상의 옥돌봉과 선달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쪽으로는 깊은
골을 이룬 내리계곡 상단부로 회암령과 어래산이 마주보인다.
전망바위를 내려서면 곧이어 약 10m 절벽이다. 절벽을 내려서서
10분 거리에 이르면 15m 절벽을 이룬 침니(바위틈)를 빠져나간다.
침니 마지막 부분 내리막은 3m 절벽에 좁은 공간이므로 매우 위험하다.
보조자일이나 슬링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내려서야 한다.
이후 바위 급사면을 휘돌아 나오면 능선이 갈라지는 평탄한 안부가
나온다. 여기서 북동릉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능선으로 약 20분
내려서면 암봉에 닿는다. 이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능선
위로 올라와 약 200m 내려선 지점에서 오른쪽 급사면을 횡단하여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이곳 주민들 식수원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파이프가 보인다. 겨울철 계곡물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은 비닐하우스도 있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약 50m 내려서면
내리분교가 건너다보이는 내리천이다. 내리천 계류를 따르는
논둑길을 따라 약 300m 나오면 산행을 시작했던 내리교에 닿는다.
내리2교를 건너가면 느티나무식당 앞이다.
느티나무식당을 출발하여 큰살개골~북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북동릉~전망바위~북동릉~비닐하우스가 있는 계곡~내리천
~내리2교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8.5km이다. 지도상 코스는
짧지만 바위지대를 돌아나가고 또는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아
산행시간은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춘천 삿갓봉(716m)
봄 향기 맡으며 호젓하게 산행할 수 있는 곳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는 애칭을 갖게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60년대 중반 서울의 홍수조절과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춘천댐,
의암댐, 소양댐 등을 건설하면서 자연하천인 북한강이 막혀 호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춘천에는 여러 관광명소가 생겼다. 중도,
도깨비섬 등 호수가 되면서 만들어진 섬들이 그렇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46번 국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호수를 빙 돌아 만들어진 마라톤 코스는 조선일보 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마라톤 마니아라면 꼭 한번 달려보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이다. 구뿐인가? 동양 최대의 서력댐인 소양강댐은 그
자체가 관광명소다. 춘천으로 오는 경춘선 열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기도 하는 곳이 바로 춘천이다.
춘천은 분지 지형이다. 그래서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호수와 춘천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들이 많이 있다. 그중
춘천댐 서쪽에 있는 삿갓봉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초보자도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나 한적해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봄철이면 댐 건너편 한국수력발전소의 벚꽃이 만발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전에는 국가주요시설로
사진촬영은 물론 민간인 출입 자체가 금지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시만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고, 그 일환으로 2,000여
그루의 벚꽃나무를 심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산행을 시작할 때나 끝마칠 때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삿갓봉은 가덕산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 상의 최고봉이다.
춘천의 명소인 '춘천댐 매운탕 골목'을 시작으로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남동쪽으로는
의암호와 춘천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가덕산, 몽덕산,
삼악산 등의 명산들이 장쾌하게 솟아있다.
삿갓봉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잘 정돈된 매운탕 골목을
따라 오르면 물레방아횟집이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춘천은혜원이 나온다. 은혜원을 지나면 곧바로 합수점이
나오고, 5분쯤 더 가면 두 갈래 길에 도착한다. 두 길 모두 등산이
가능하나 주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난 길이다. 다리를 건너 왼쪽
길로 들어서면 수천 평의 화전터를 지나는데, 이 길은 인적이
드물고 경사가 급해 자칫 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라기
보다는 오솔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길이 시원하고 맑은 물소리를
내는 계곡 숲터널로 이어진다. 하지만 등산로나 표지판이 전혀
정비되어 있지 않고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어 자칫 길을 잃을
위험도 있다.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리본을 잘 살피고, 독도법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산이 깊지 않아 조난 당할 위험은 크지 않다.
산동백(생강나무) 군락도 볼거리다. 누가 심어놓은 것도 아닌데
어림잡아 100여 그루가 넘는 산동백이 군락을 이루며 꽃망울을 담고
있었다. 산동백 군락은 산 곳곳에서 볼 수 있어 봄이면 알싸한
산동백 향이 코를 찌른다.
계류를 거슬러 4~5분 들어서면 오른쪽 계곡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길이 8m쯤 되는 와폭이 나오고, 7분쯤 더 걸으면
세번째 합수점이 나오는데, 여기부턴 능선에 오르는 약간 가파른
길인데, 25분쯤 오르면 북동릉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능선을 따라
난 철책선 너머 서쪽 아래는 유료사냥터다,
삼거리에서 서쪽 정상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10분 거리에 이르면
높이 약 15m 에 밑둥 둘레 4m가 넘는 커다란 굴참나무가 나타난다.
굴참나무를 뒤로하면 왼쪽 아래로 북한강과 춘천시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상 밑에는 가파른 통나무계단으로 밧줄이
매어져 있다. 계단 옆으로는 사과나무를 심어 놓았다. 밧줄을
의지해 계단을 오르면 고운 잔디로 뒤덮힌 40여 평의 공터와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있는 삿갓봉 정상이다. 사방 어디를 봐도
기막힌 경치를 볼 수 있다.
하산은 남동릉을 타거나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방법이 있는데,
남동릉은 길이 험하고 자칫 다른 계곡으로 빠질 위험이 크므로
초행이거나 독도법에 자신이 없다면 올랐던 길로 되내려가는
것이 좋다. 산행 거리가 짧아 조금 아쉬운 사람은 임도를 따라
가덕산까지 갔다 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