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너를 보낼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손에 익은 물건들 편히 잘 수 있는 곳 숨고 싶어 헤매던 세월을 딛고서 넌 무얼 느껴왔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조용필에게 1990년대가 찾아왔다. 그것은 음반사와의 계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독립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의미이며, 대중적인 안배보다는 새로운 음악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의 의미이기도 하다. 1990년대가 되자 조용필은 강렬하고 무거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전까지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사운드 위주로 소리를 내던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의 소리를 따라갔다. 12집의 타이틀곡인 <추억속의 재회>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성숙해간 성인 팬들과, 잠시 그의 이름에 무관심해 있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히트를 기록한다. 조용필은 "대가"로서의 명성을 지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발라드도 아니고 휘발유를 뿌린 듯 한 록큰롤도 아닌 모데라토 넘버지만 대중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새로운 세대에게 주목을 받은 이유는 조용필의 음악적 재능까지 과시할 수 있었던 <추억 속의 재회>라는 단일 곡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작사가 박주연의 가사와 조용필의 모던 발라드적 감성이 만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의 분수 코드는 그야말로 1990년대식 한국 발라드의 신호탄이었다. 변진섭으로부터 신승훈과 이승환으로 이어지는 한국 발라드의 계보에서 조용필은 원조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단순히 1990년대를 여는 것 만으로 만족하지 않은 조용필은 <해바라기>에서 또 한번 자신의 감각을 과시한다. 예스, 아시아 등 198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깔끔한 사운드와 선명한 클라이막스는 그동안 조용필이 쌓아온 대중적 멜로디라인의 구현일 뿐만 아니라 안일한 진행의 "한국적 미들템포 넘버"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었다. 팝에 굴복하지도 않았고, "가요"의 형태에 중독되지도 않은 세련된 넘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