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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 곱게 장식한 목각인형 | |
7177 | 2006-08-02 | 추천 : 2 | 조회 : 16233 |
장례식이라면 대형 승합버스, 검은 리무진을 떠올리는 요즘이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죽은 이가 경험하는 가장 화려한 이동수단은 상여였다. 망자의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옛 상여 조각들을 소개한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 내 목인박물관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는 ‘목인(木人), 세속에서 얻은 성스러움’ 전에서는 19세기 말~20세기 중반 제작된 상여 장식 목조각 270여 점이 소개된다. 흔히 인생의 정점으로 꼽는 혼례 때 쓰는 꽃가마는 화려해봐야 4인용이 고작이지만, 상여는 십수 명의 상두꾼이 짊어져야 하는 장대한 규모를 지닌다. 가난한 사람도 상여에 태워 장지로 보내는 건 죽은 이에 대한 마지막 예우였다. 특히 상여는 단지 주검을 장지까지 운반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이승의 집을 떠나 저승의 무덤으로 향하는 중간계와 같은 역할을 했기에 큰 의미가 있다.
상여는 대개 삿된 것을 내쫓는 방상씨를 앞세우고, 상여 앞머리의 용수판, 알록달록한 종이꽃[紙花], 저승길 노잣돈으로 쓸 종이돈[紙錢], 새·꽃·인간 등의 형상을 묘사한 목조각 등으로 화려하게 꾸미기 마련이었다. 이처럼 복잡하고 화려한 장식으로 꾸민 상여는 장례가 끝나면 해체했다가, 다음 장례 때 다시 조립해 썼다. 전시된 상여 조각들은 이러한 상여의 중요한 부속품이다.
오늘날 그 흔적을 찾기 힘든 옛 상여 조각의 멋과 상징을 전하는 본 전시에서 맨 처음 눈길을 끄는 건 1층의 새 조각들이다. 새는 예로부터 초월적인 존재로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면서, 이승과 저승을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신성한 새인 봉황, 십장생 중 하나인 학, 솟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리, 청둥오리나 꿩처럼 화려한 금조 등을 접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눈여겨봐야할 요소는 지하 1층에 주로 전시된 꽃판 장식이다. 납작한 저부조로 제작된 꽃판들은 생화 대신 반영구적으로 상여를 장식할 수 있었고, 민화가 그러했듯 저마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컨대 연꽃은 환생을, 모란은 부귀영화에 대한 기원을 상징한다.
그밖에 2층 상설 전시실에서는 20세기 초·중반에 제작된 목인 조각을 감상하면서, 비치된 전통문화 서적을 읽을 수 있다. 옛 조각품도 감상하고, 옥상정원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문의전화 02-722-5055.
[사진 보기] 다채로운 새 조각들 | 신성한 새인 봉황, 십장생 중 하나인 학, 솟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리, 청둥오리나 꿩처럼 화려한 금조 등을 접할 수 있다.
학과 봉황 | 십장생 중 하나인 학과 신성한 동물인 봉황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봉황 | 부조로 제작해 상여에 꽂게 만든 납작한 조각 외에, 환조로 만들어 실감나는 봉황 조각이 마치 실제로 허공을 나는 듯하다.
요령을 달았던 봉황 조각 | 봉황 부리에 굵은 주홍색 줄을 매고, 매듭을 세 개 만들어 끝에 요령을 단다. 상여가 크게 움직일 때마다 요령이 딸랑거린다. 이로써 상여가 기울 때 수평을 유지하도록 소리로 알리고, 한편으론 잡귀를 쫓는 역할을 했다. 원래 있던 요령은 유실되었다.
횃대에 앉은 새처럼 | 좌대나 유리 진열장 속에 전시하지 않고, 일상 속에 가까이 접근했던 상여조각이 그러했듯 자유롭게 나무판 위에 올려 전시했다.
학을 탄 동자상 | 2층 상설전시장에 전시된 학을 탄 동자상. 정병과 복숭아를 양 손에 각각 쥐고 있다. 상여 조각으로 만든 민화 병풍(세부) | 새 부조와 꽃판 장식으로 꾸며 본 민화 병풍. 종이에 그린 민화 도상과 다를 바 없다. 신성한 새인 봉황, 환생을 기원하는 연꽃, 부귀를 비는 모란, 다산을 비는 물고기가 어우러졌다. 다채로운 꽃판 장식 | 주로 상여 난간을 장식하는 데 쓴 꽃판은 내세의 이상향에 대한 염원이 깃든 것이다. 초기에는 연꽃, 모란이 주를 이뤘으나, 근현대로 접어들면서 무궁화를 비롯해 다양한 꽃이 등장한다. 꽃판을 끼우는 부분에 쓴 숫자는 상여를 장식하고 조립할 때 꽂는 위치를 표시한 고유 번호다.
악귀 쫓는 방상씨 탈 | 상여에 앞세웠던 방상씨 탈(위 칸 맨 오른쪽)과 방상씨 조각(아래 칸 맨 왼쪽)이 이채롭다. 흔히 네 개의 눈을 가진 방상씨는, 긴 칼 혹은 창을 휘두르며 상여가 지나갈 저승길을 닦는다.
2층 상설 전시실 전경 | 제작 당시의 풍속을 알 수 있게 하는 각종 목인들과 용수판 등이 전시되어 있다. 청룡·황룡이 어우러진 용마루 | 상여 위에 청룡과 황룡이 앞뒤를 향해 서로 몸을 꼬고 있다. 이를 용마루라 한다. 용마루 위에 저승사자, 염라대왕, 강림 도령이 차례대로 올라탔다.
‘부친상’에 짚는 대지팡이 | 상주는 부친상에 대지팡이를, 모친상에는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는다. 아버지는 자식을 기르느라 속이 비어버려 대나무를, 어머니는 자식들이 애를 태워 속이 찼기 때문에 오동나무를 지팡이로 쓴다고 한다. 저승길을 호위하는 장수들 | 망자의 격을 높이기 위한 장치의 하나로 호위하는 인물들을 상여에 장식한다. 일제 강점기 순사 조각들 | 시대에 따라 장수 조각상이 말을 탄 순사로 대체되기도 한다. 연꽃 위에 올라앉은 순사의 손에 들린 ‘공수래공수거’란 말이 인상 깊다. 2층 상설전시실 전시 광경 | 무인, 문인, 동자상, 기호꼭두 등 다채로운 목인 조각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천정도 전시 공간으로 | 바닥뿐 아니라 천정에도 목인들을 올려 천상과 지상을 잇는 상여 조각들의 상징성을 돋보이게끔 했다.
위풍당당한 용수판 | 상여 앞머리를 장식한 용수판은 위협적인 얼굴로 악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 명료한 선악관 | 난초가 그려진 부채에 “착한 자는 극락 가고, 악한 자는 지옥 간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유서깊은 ‘쌍팔년도 건물’ | 단기 4288년(서기 1955년)에 지은 일본식 건물을 개조해 만든 목인박물관 전경. 쌍팔년이라면 4288년의 마지막 88년을 일컫는데, ‘옛날의, 구식의’ 란 뜻으로도 쓰인다.
전통문화 서적이 있는 북카페 | 2층 상설전시실에는 간이 북카페로 쓸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비치된 책을 읽을 수 있다. 고요한 옥상정원 | 목인박물관 옥상에는 2층에서 받아온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단아한 정원이 마련되어 운치를 돋운다. 관람료 5천 원에 음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
첫댓글 상주가 입은 베옷의 바느질을 보고도 부친과 모친을 구별 할 수 있다고 어릴적 할머님께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것을 배우고 있습니다...고맙습니다...^^
도움이 된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