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의 뜨거운 심장이야기<14> 알코올과 심장
알코올과 심장
술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는 함부로 하기가 어렵다.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술이 심장 건강에 이롭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만 의사들의 설명을 거두절미하여 절주(節酒)한 경우에 얻을 수 있는 알코올의 장점을 과음하는 사람들이 과음을 정당화하는 변명에 이용하며 전파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학자들은 알코올이 심장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연구해왔고 ‘과음은 건강에 분명히 해가 되지만, 소량의 음주는 심장병 발생이나 심장발작 위험을 낮추므로 건강에 유익하다’는 일관되고 명백한 내용을 결과로 발표해왔다.
소량의 알코올이 심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전은 다음과 같다, 알코올은 혈중 좋은 콜레스테롤(HDL) 농도를 높이며, 상승된 혈중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간을 통해 배설시키는 과정에 일조하기 때문에 실제로 절주(節酒)하는 사람은 협심증의 발생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낮다.
문제는 대부분의 애주가들은 의학적으로 볼 때 과음을 한다는 것이며, 심장 건강에 유익할 정도로 소량의 알코올만을 흡수하도록 절주하는 사람은 실제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지난 강의에서 절주(節酒)라는 말을 금주(禁酒)라는 말과 혼동하신 분들의 오해가 많았는데 정확한 뜻은 ‘절제하여 마신다.’는 뜻으로 의학적인 의미는 하루 30ml 이하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 30ml는 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두 잔의 음주를 말한다. 대부분의 술잔은 약 15ml의 순 알코올을 포함한다. 맥주잔은 350cc, 포도주잔은 120cc, 소주잔은 60cc로 두 잔을 마시면 30ml의 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
하루 30ml 이내의 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건강에 이롭지만, 그 이상을 마시게 되면 오히려 고혈압과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월등히 높아진다. 특히 임산부의 과음은 태아에게도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의 특징은 술에 대한 인심이 후하고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술이 약하거나 스스로 절주하려는 사람은 그 조직에서 이기적이거나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몰리는 경우까지 있어 회식 참여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에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여 회식에서 상사와 같이 마신 경우는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고, 다음 날 근무에 지장을 초래해도(분명한 급성 알코올 중독의 증세)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이런 과음을 넘는 폭음의 문화에서는 절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과음이 사회 관습처럼 인정되기 때문에 음주는 건강의 분명한 위험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자는 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술의 장점을 물어오면 가급적 술을 시작하지 말라고 권할 수밖에 없다.
과음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과음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 체중, 식습관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과음을 자주 습관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심각한 심혈관 문제를 초래한다. 앞서 언급한 고혈압과 뇌졸중의 위험 외에도 치명적인 확장성 심근증 환자 세 명 중 하나는 과음이 발병 원인이다.
확장성 심근증이란 심장 근육이 늘어지고 활기를 잃는 심각한 질병이다. 다행히 조기 발견하여 술을 끊으면 회복할 수도 있지만 심장 근육의 손상이 어느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고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심장이식수술 밖에 없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폭탄주와 같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알코올을 마시는 우리나라의 회식문화는 부정맥(불규칙한 심장박동) 발생의 주범이 된다. 부정맥은 또한 심장 내 혈전 발생의 주요 원인이며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로 가면 뇌졸중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정맥은 약물 치료 또한 쉽지 않다. 많은 의학자들은 과음하는 습관 자체를 알코올 중독증이라는 질병으로 보고 있고, 과음은 심장 외에도 우리 장기에 여러 가지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음은 식욕을 없애므로 영양부족을 유발하기 쉽다. 심장 외의 음주와 관련된 문제는 다음 항에서 논의하기로 하자. 술을 강권하고 과음을 당연시하는 음주문화는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대에 동네잔치가 있으면 이웃끼리 같이 모여 음식을 권하고 술을 권하는 인심 좋은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과식이나 과음 모두 맞지 않는다. 과식을 권하는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지만 과음을 강권하는 전통은 아직도 회식이나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등에 남아서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사고가 매년 보고되고 있다. 술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주하는 음주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도록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심장 건강을 위한 최선의 조언은 음주를 할 때 하루 두 잔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스스로 절주할 수 있다면 즉시 시행하고 만약 의지대로 잘 되지 않는다면 이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알코올이 약물복용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은 여러 가지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특정 악물의 효과를 몇 배 강화시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약물과 음주를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음주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치의에게 확인하여야 한다. 한약이나 민간처방의 약을 먹고 있다면 이것 또한 음주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성분을 알고 주치의와 의논하여야 한다. 특히 기계 판막 치환수술을 받은 환자의 판막보호제로 사용되고 있는 와파린은 약효가 음주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잘못하면 출혈을 일으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안정제나 수면제도 알코올 흡수량에 따라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금주하는 것이 안전하다.
알코올이 영향을 미치는 질환
알코올은 당처럼 분해되기 때문에 당뇨병환자는 알코올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이유로 고혈압환자가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알코올이 고혈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혈액 내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간의 손상이나 간 경화증이 있는 경우에는 간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한다.
알코올이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 1그램은 약 7 칼로리의 열량을 만들어내는 고칼로리 음식이다. 작은 병맥주(360cc) 한 병을 마신다면 약 150칼로리의 열량을 낸다. 따라서 체중 조절 중에 있는 사람이 음주하는 경우에는 다이어트에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다이어트 중에는 금주를 권한다.
알코올이 태아와 신생아에 미치는 영향
음주는 태아 발육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은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임산부가 과음하는 경우, 태아알코올 증후군 이라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기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 태아알코올 증후군은 얼굴과 몸의 기형과 함께 지능의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가 절주를 하는 경우에도 자신은 해가 없더라도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산모가 출산 후에 음주하는 경우에는 모유에 알코올 성분이 나오며 알코올이 혈액 내에 있는 한 모유에서 계속 알코올 성분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아기에게 술을 먹이는 셈이다. 따라서 산모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만약 음주를 피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이라면 주치의와 상의하거나 분유를 먹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의사와 상담에서 정직하라?
환자와 상담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바는 ‘많은 환자가 술에 관한 한 솔직하게 의사에게 털어 놓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심장병 치료제의 용량을 결정할 때 음주 사실을 숨기면 혼선을 일으키기 쉽다. 의사와 환자와의 대화는 비밀이 보장되며, 환자를 돕기 위함이지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술에 대해 정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특히 습관적으로 과음하는 사람들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에 해당하는 분이 많으며 과음하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데 환자가 의사에게 비밀로 하면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인의 경험에 따르면 솔직하게 털어놓은 분들은 대부분 어렵지 않게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금주 프로그램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알코올 중독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나라이고 과음을 일상화하고 술을 강권하는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알코올 중독자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알코올 중독자는 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며, 중독은 육체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설사 본인이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실제로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금주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분명히 의료적인 치료이므로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본인의 태도와 삶의 방식도 완전히 바뀌어야 하므로 가족과 주위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금주 프로그램을 통한 그룹 치료는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이에 대한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또 하나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초기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매우 관대하지만, 진행된 알코올 중독자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고 싸늘한 시각을 갖고 있는 이중적 사고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초기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더욱 엄격해져서 새로운 알코올 중독자의 발생을 막고, 오히려 진행된 알코올 중독자는 심각한 질병으로 인정하여 철저히 치료받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자세가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조건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경험을 분석해보면, 세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드린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의 알코올 중독이 자신과 가족 및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고 있으며 혼자서는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2.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의 대부분은 중독을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이런 분명한 의지의 근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복원을 갈망하는 마음이 강렬하거나 자신이 중독된 동안 여러 가지 권리가 박탈된 점에 대한 분노하는 마음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아무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는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원동력이므로 주위에서 이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3. 의사와 가족 및 주위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아드린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의 대부분은 스스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능동적으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일시적으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완전하게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사와 주위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본인의 노력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와 같이 적절한 치료와 주위의 도움을 받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술은 절제하여 마시는 경우에는 심장과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과음이 일으키는 해악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술이 건강에 이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과음이 건강에 끼치는 문제는 이미 여러 번 열거하였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외에도 과음은 판단력을 손상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심장외의 일반적인 건강에도 아주 나쁜 영향을 준다.
음주에 대한 가장 적절한 충고는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를 고려할 때 ‘지금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은 하루 두 잔으로 절주하라는 것이고 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음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미 과음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스스로 절주할 수 없다면 알코올 중독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하므로 의사의 도움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송명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