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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학관 한시기행(6)] 허삼둘가옥 상량송 / 김윤숭 ▪ 작자미상 兒郞偉抛樑東(아랑위포량동) 영치기영차 들보 동쪽으로 떡을 던지자 先得桑溟瑞日紅(선득상명서일홍) 먼저 동해바다에 상서로운 해가 붉게 뜨네 攝提古木無爲化(섭제고목무위화) 태초에 나무 덕으로 무위지치 이루고 天理生生自在中(천리생생자재중) 천리는 자재로운 가운데 낳고 또 낳네 兒郞偉抛樑西(아랑위포량서) 영치기영차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자 天上文星夜照奎(천상문성야조규) 하늘 위 문창성 밤에 규성이 비추네 秋天捲霧嵯峨出(추천권무차아출) 가을 하늘에 안개 걷히니 우뚝 드러나 無數名山又會稽(무수명산우회계) 무수한 명산에 또 회계산이네 兒郞偉抛樑南(아랑위포량남) 영치기영차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자 淸風一枕午眠甘(청풍일침오면감) 맑은 바람에 낮잠 한숨이 달콤하네 丁丁落子聲中起(정정낙자성중기) 딱딱 바둑알 놓는 소리에 일어나 閒聽桑麻野老談(한청상마야로담) 한가로이 농사일 농부 이야기 듣네 兒郞偉抛樑北(아랑위포량북) 영치기영차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자 錦水當心碧玉色(금수당심벽옥색) 금천수 복판은 푸른 구슬 빛깔이네 小婢爲汲酒醒初(소비위급주성초) 계집종이 물 떠오니 술이 막 깬 때라 一匏入口淸胸臆(일포입구청흉억) 한 바가지 입에 들어가니 가슴이 시원하네 兒郞偉抛樑上(아랑위포량상) 영치기영차 들보 위쪽으로 떡을 던지자 仰看可掬銀河浪(앙간가국은하랑) 손에 잡힐 듯한 은하수 우러러보네 坐高不遠居瑤臺(좌고불원거요대) 높은데 앉으니 신선 누대 거하기 멀지 않고 六六群仙好相訪(육육군선호상방) 수십 명의 신선들 방문하기 좋네 兒郞偉抛樑下(아랑위포량하) 영치기영차 들보 아래쪽으로 떡을 던지자 天回十里圍平野(천회십리위평야) 하늘이 십리를 돌아 평야를 두르네 廣開沃壤足生涯(광개옥양족생애) 널리 옥답을 일구니 일평생 족하고 壽域烟花濃滴斝(수역연화농적가) 어진 지역 안개꽃 짙은 이슬 술잔에 떨어지네 이 한시의 정체는 상량문 속의 상량송이다. 상량송은 여섯 수로 이루어져 육률(六律), 또는 첫머리에 다 아랑위(兒郞偉)란 투식어가 있기 때문에 육위(六偉)라고도 한다. 아랑위는 본의는 미상이고 통상 영치기영차처럼 함께 힘낼 때 내는 소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영치기 노래[兒郞偉頌]라고 한다. 일반적인 절구나 율시와는 다르다. 상량송은 첫 구는 제외하고 나머지 세 구는 칠언절구나 오언절구 형식을 취한다. 때로는 육언절구 형식을 취할 때도 있다. 상량식은 상량할 때 동서남북상하로 떡을 던지는 의식을 행하므로 동서남북상하 여섯 글자로 여섯 수의 운을 삼아 짓는다. 위의 첫 수는 東자가 운이니 紅, 中이 모두 평성 東자운이다. 제2수의 西, 奎, 稽는 모두 평성 齊자운이다. 제3수의 南, 甘, 談은 모두 평성 覃자운이다. 제4수의 北, 色, 臆은 모두 입성 職자운이다. 제5수의 上, 浪, 訪은 모두 거성 漾자운이다. 제6수의 下, 野, 斝는 모두 상성 馬자운이다. 상량송은 상량문의 중간에 위치한다. 상량문은 3부로 구성되는데 제1부는 序文이고 제2부는 頌이고 제3부는 祝文이다. 서문은 사륙변려체 문장이 일반적이다. 축문은 상량한 뒤의 희망사항, 축원을 서술하는 것이다. 서문과 축문을 뒷부분에 다 실어 소개하여 참고에 이바지한다.
허삼둘가옥은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 196번지에 있는데 1984년 12월 24일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되었다. 1918년 당시 진양(晉陽)의 갑부인 허씨 문중의 허삼둘이 윤대홍에게 시집와서 건립한 건물로, 상량묵서명(上樑墨書名)에 ‘세재무오구월상량(歲在戊午九月上樑)’이라 써 있어 무오(戊午:1918)라는 건립 연도를 알 수 있다. 위의 상량송 제2수에 “秋天捲霧嵯峨出(추천권무차아출) 가을 하늘에 안개 걷히니 우뚝 드러나”라고 한 것이 9월 상량의 묵서명과 부합된다. 한옥 목조와가 6동(棟)으로 이루어졌으며, 여성 중심의 공간배치와 특히 안채의 구성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안채·곳간채·행랑채·사랑채가 튼 ‘ㅁ’자형의 평면구성을 이룬다. 2004년 7월에 일어난 방화사건으로 폐가나 다름없이 변해 버렸다. 이 화재는 인근의 농월정(2003), 정여창고택(2004) 서하면 봉전리 한옥문화체험관 고택(2004)의 방화와 맞물려 군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였다. 2013년 함양군이 매입하여 해체, 중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상량 홈에서 상량문이 발견되었다. 연암 박지원(1737~1805) 선생의 서거 200주기 기념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2005년에 안의현감으로 6년을 봉직한 함양군에서 기념사업이 없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기획하여 함양문화원 주최로 연암실학학술회의를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그때 기조강연을 한 대산 이동환 교수 및 김영 교수 등과 만찬 후 허삼둘가옥을 방문하니 허삼둘가옥이 안의현 내아라고 들었다고 대산선생이 설명하였다. 그 말을 증명하듯 상량문에서 "公廨(원문 公閡는 오자라고 생각됨)而變私舍 安陰而轉咸陽 관청으로서 사갓집으로 변했고 안음으로서 함양으로 바뀌었네"라고 하였다. 이 상량문은 허삼둘가옥의 안의현 관청으로서의 실체를 증명해주는 가치를 지녔다 ▪허삼둘가옥 상량문 서문 兒郞偉 영치기영차 錦溪之頭 花林之口 금천수의 들머리, 화림동의 입구 鳳鳴鶻舞 古稱名勝之區 봉황새 울고 송골매 춤추니 옛적부터 명승지라 일컫네 虎距龍盤 中爲化治之郡 호랑이 웅크리고 용이 서리니 중간에 교화의 고을 되었네 公廨而變私舍 安陰而轉咸陽 관청으로서 사갓집으로 변했고 안음으로서 함양으로 바뀌었네 依舊水麗山明 至今風淳俗厚 여전히 산자수명하고 지금도 풍속이 순후하네 營室新照 正合胥宇之天 영실 별이 새로 비추니 바로 터전을 살피는 천리에 부합하고 矩繩方張 都料構堂之地 곱자와 줄자를 바야흐로 펼치니 모두 집 지을 땅을 헤아리네 是圖永遠於心上 非求侈美於目前 이것은 마음 위에 영원을 도모함이지 눈앞에 사치함을 추구함이 아니네 顧惟捿遑 卜云居奠 깃들고자 하여 점치니 자리잡으라 하네 乾來丑作 已得地而協心 동남향에서 남서향까지 이미 땅을 얻고 마음도 맞네 日吉辰良 遽徵工而擧事 날도 길하고 때도 좋으니 이에 장인들을 불러 공사를 일으키네 管烟霞之亦有數 庇風雨於將無窮 자연을 관리함도 운수가 있고 무궁히 비바람을 가리겠네 斯聚斯歡 爰居爰處 기쁘게 모이고 거하고 처하겠네 焉侖焉奐 迨木役之告功 크고 아름다우니 목조 건축이 완공되었네 乃寢乃興 惟 土祇之垂祐 여기서 자고 여기서 일어나니 토지신의 가호가 있기를... 停爾郢斲之手 聽我巴歈之詞 너의 뛰어난 솜씨를 멈추고 나의 속된 노래를 들어보소 ▪허삼둘가옥 상량문 축문 伏願上樑之後 養送無憾 엎드려 바라건대 상량한 뒤에 봉양과 장례를 유감없이 하게 하고 敎育有方 詩禮勿替 교육은 도리에 맞게 하여 시경과 예기도 쇠퇴하지 않게 하고 孝賢簪笏 多出忠悃 효성스럽고 어질고 높은 벼슬하며 충성스런 인물도 많이 나게 하고 箕裘其業 恐墮相傳 그 가업을 잘 계승하여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며 전승하게 하고 婚祭以時 不失先訓 혼례와 제례도 때에 맞게 하여 조상 가르침 잃지 말기를... 其家福也 于時保之 그 집안의 복됨을 이에 보전하게 하소서
▪김윤숭 ---------------------------------------------------------------------- |
| 1959년 함양 출생. 중국 사천대학 종교학연구소 석박통합과정 수료. 월간 《우리詩》 신인상 추천당선. 시집 『지리산문학인 반백음』,『지리산문학인 소요유』와 시조집 『지리산문학 21』, 한시집 『함양구경』,『지리산문학관 33』,『인산사계』, 역시집 『함양구경』이 있음. 함양예술인상 수상. 현재 함양문화원 이사, 대전대 철학과 객원교수, 지리산문학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조시인협회 상임위원,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시와소금》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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