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는 '투기펀드'로 일반인에게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다. 스타타워 19층에 있는 론스타코리아, 스타타워를 관리하는 스타PMC 등의 사무실 입구에 대한 사진촬영을 금지했다. 또 회사 브로슈어나 설명책자를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마디로 '접근금지 구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외환은행 계약건이 진행되면서 그 보안체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국 내 모든 직원에게 업무는 물론 일반적 회사 개요까지도 철저한 보안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3자들도 이 회사에 대해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외환은행 외자 유치와 관련해 론스타측과 접촉하고 있는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대략적인 회사 개요를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론스타코리아측에서 보안을 요구했다"며 "론스타코리아에 직접 알아보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도 비슷한 설명을 되풀이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주무부처가 아닌 데다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론스타의 실체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사 서열 3위권 실세 스티븐 리
이렇게 회사측과 정부당국의 철저한 보안으로 론스타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유일하게 언론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KDB론스타 우병익 사장은 "외환은행 거래건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것이나 딜이 끝나면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우 사장은 "스타타워도 인수 후에 론스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덧붙였다.
금융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임회장인 심광수 론스타코리아 고문(63)과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사장(53)은 '얼굴마담'이고 한국 내에서 투자결정은 론스타 본사에서 파견된 아시아 본부장 격인 스티븐 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론스타코리아의 대표이사도 스티븐 리가 맡고 있다. 스티븐 리를 만나본 금융계 관계자들은 그가 재미교포로 한국 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운전기사도 없이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리는 론스타 본사에서 서열 3위권의 실세다. 한국 언론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본사 서열 3위의 중량급(?)을 한국에 보낸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의 수익률이 좋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심 고문은 산업은행 부총재보와 자산관리공사(구 성업공사) 부사장을 지낸 후 1999년에 론스타펀드코리아에 회장으로 영입됐다. 유 사장은 (주)대우 미국지사장, (주)신한 상무이사를 지냈다. 심 고문과 유 사장은 한국 내에서 투자기업 경영자 등을 물색하거나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안을 도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펀드의 한국 내 투자자산을 관리-운용하는 허드슨어드바이저 코리아의 정헌주 사장은 회계전문가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은행과 론스타코리아가 50 대 50으로 출자한 KDB 론스타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이다. 대표이사는 론스타측에서 보낸 우병익씨가 맡고 있고 부사장은 한국산업은행에서 임명한 김호영씨다. 2000년 10월에 취임한 우 사장은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비서관과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등을 역임한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우 사장은 심 고문이 "구조조정 전문업체를 만드는데 CEO(최고경영자)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이 직접 CEO를 맡았다.
외환은행 외자 유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론스타를 보는 정부의 시각은 한마디로 긍정적이다. 부실화해가는 외환은행을 회생시킬 수 있는 '구세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모두 1조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외국 자본이 행여 투기성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김경호 사무국장은 "론스타가 펀드라서 거부감을 갖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일각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한 뒤 웃돈을 얹어 다시 매각하기 위해서도 잘 운영해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즉 론스타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국장은 "외환은행 노조 일각에서 론스타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외국계의 타이트한 구조조정이 두려워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도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외자 도입을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나서고 있고, 외국 기업에 공장부지를 무상에 가깝게 대여했던 영국을 예로들며 외국 자본 유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외자유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
김 국장은 "소버린이나 론스타는 펀드라 하더라도 장기투자자로 봐야 한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는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자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투자은행은 한국에서의 은행사업이 리스크가 높아 투자 의향이 없다"면서 "외국의 여러 은행에 인수를 타진했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티은행 등이 한국에 현지법인을 두지 않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외환은행의 외자 유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추경호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은 "외환은행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과 외자 유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공적자금의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외자 유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론스타가 일본에서도 은행을 인수한 바 있어 외환은행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의 긍정적인 시각과 달리 금융계 일각에서는 펀드인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재벌의 은행 인수를 원천봉쇄하면서 외국인에게는 투기펀드까지 허용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론스타와 비슷한 뉴브리지캐피털(제일은행)과 칼라일(한미은행)을 보더라도 외국계의 금융기법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경영수지 개선이 이뤄졌느냐는 반문인 셈이다.
정부는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금융감독위원회 차원에서 심의할 방침이다. 이 경우 적용되는 법규는 은행법 시행령 제5조와 제8조다. 은행법 시행령 제5조는 외국인이 국내 은행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자 할 경우 은행업이나 금감위가 정하는 금융업을 영위해야 하도록 돼 있다. 또 총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고 국제적 신인도가 높아야 한다는 등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8조 예외규정은 '금감위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더라도 신고를 수리하거나 승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한미은행에 투자한 펀드인 칼라일은 비금융주력자로 판정돼 금융회사인 JP모건을 앞세워 투자를 성사시켰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은 금감위가 제8조 예외규정을 적용해 인수가 이뤄졌다.
최근 국내 금융 시장은 론스타-맥쿼리-골드만삭스라는 외국 자본 3인방에 의해 움직인다는 얘기가 있다. 그 정도로 이들 외국 자본의 국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투자 1세대, 즉 외환 위기 직후에 국내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외국 자본 중 골드만삭스는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투자업체인 모건스탠리-메릴린치-리만브러더스-JP모건 등은 활약상이 미미한(?) 편이다. 이들은 이제 흘러간 세대이고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바로 론스타와 맥쿼리 등 후발투자업체들이다.
맥쿼리는 호주계 종합금융회사로 여의도 빌딩을 '싹쓸이'하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2000년에 한국 시장에 진출한 맥쿼리는 여의도 대우증권 사옥을 구입한 데 이어 론스타로부터 여의도의 SKC-동양증권 사옥을 각각 8백억원, 8백50억원에 구입했다. 맥쿼리가 이 빌딩들을 구입한 것은 여의도 지역 특성상 공실률이 거의 제로(0)인 메리트 때문이다. 맥쿼리는 빌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자산가치를 높여갈 계획이다. 임대수입으로 꾸준한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맥쿼리는 또 부동산투자를 위해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설립할 계획이다. CR리츠는 일종의 '부동산 펀드'이다.
맥쿼리 특히 인프라투자펀드 손대
맥쿼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해 주로 손을 뻗친 곳은 각종 펀드, 특히 인프라투자펀드다. 맥쿼리는 전 세계적으로 도로-항만-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부문에서 1위일 정도로 이 분야에 전문성을 띠고 있다. 국내에는 투자-자문 규모가 80억달러(약 9조6천억원)에 달한다. 인프라투자펀드는 SOC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현재 수리산터널, 광주 제2순환도로에 투자했다. 앞으로도 또다른 3개의 큰 도로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로드인프라투자펀드에만 올해말까지 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맥쿼리의 한국법인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존 워커 사장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등 맥쿼리와 코드가 맞다"면서 "한국은 맥쿼리에게 가장 좋고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투자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맥쿼리 투자처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한마디로 잡식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었다. 통신-전력-금융서비스 분야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아울러 리스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리스 사업이 확대될 경우 몇 년 후에는 국내 리스사를 인수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자문, 파생상품에도 진출해 있다. 이런 맥쿼리의 투자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니치(niche:틈새)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다. 워커 사장은 "우리가 강한 분야이거나 다른 투자기관들이 하지 못하는 니치시장을 철저하게 공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1996년부터 2003년 7월 25일까지 전 세계에서 각종 펀드를 통해 230%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워커 사장은 한국에서의 사업도 니치시장을 공략해 수익률을 높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로를 인수하면서 큰 주목을 받은 골드만삭스는 외환 위기 이후 한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회사다. 이 회사는 한국의 외평채 발행 자문에 응하면서 한국 경제에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단순히 금융 분야에만 투자를 한정시키지 않고 주식-부동산-부실채권 그리고 벤처기업 등 돈이 될 만한 곳에는 모두 손을 뻗쳤다. 골드만삭스도 론스타처럼 부실채권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부동산에서도 짭짤한 투자수익을 올렸다. 예컨대 2001년 4백78억원에 매입했던 대우증권 사옥을 올해 1월 호주 맥쿼리에 7백20억원 넘겨 무려 2백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현재 매각은 안 됐지만 여의도 거평마트, 강남 메트로빌딩도 시장에 내놓았다. 이 빌딩도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또 1999년 국민은행의 신주 발행 때 3억달러 등 총 5억달러를 투자해 2002년에 이 중 60%의 지분을 팔아치워 300%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철강제조업체인 기아특수강을 인수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골드만삭스 최근 기아특수강 인수
그러나 지금까지 골드만삭스가 한국에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는 없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여러 부서에서 여러 형태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공식적 집계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지사에서 투자하는 것도 있고, 홍콩에 있는 아시아본부에서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도 외환 위기 이후 부실채권 매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부동산의 경우 2000년에 매입한 서울 종로구 한누리빌딩을 매물로 내놓았다. 아직 이익 실현은 안 됐지만 워낙 싼값에 사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증권업을 주로 영위하던 투자은행이어서 이제는 주식시장에서만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안정되면서 마땅한 '먹이'가 없는 것이다. 메릴린치도 모건스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GE캐피털은 최근 의욕적으로 소비자-기업금융을 시작했다. 물론 부동산에도 손을 대고 있다. GE캐피털은 지난 7월 서울 충정로 리젠시 보험 사옥과 서울 신설동 동진타워 등 약 6백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한국에 생명보험 시장에만 진출해 있는 푸르덴셜의 현투증권-현대투신운용 매수 추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에 현투증권-현대투신운용을 인수하려는 주체는 미국법인인 푸르덴셜 파이낸셜이다. 이회사의 총운영자산이 5천5백5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 금융서비스 그룹이다. 푸르덴셜은 한국에서도 생보 시장에서의 기반을 토대로 미국에서처럼 종합금융서비스를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외국 자본의 한국에서의 이같은 활동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수십 년간 축적한 풍부한 업무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각국의 네트워크에서 입수된 정보를 통해 최적의 거래 대상을 찾는 것이다. 이들 외국 자본은 철저하게 이익을 좇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따른다. 외국 투자은행이나 펀드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자본 시장의 선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갖기도 하지만 국부가 유출되는 창구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론스타(Lone Star)가 한국 금융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론스타는 텍사스주의 닉네임으로 '외로운 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한국 금융 시장에서는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통한다.
론스타는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진출하자마자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이 실시한 부실채권 입찰에 참여,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금융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론스타는 부실채권 매매를 기본사업으로 하고 있다. 외국 투자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부실채권을 싼 가격에 구매해 장사를 잘 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부실화된 채권을 싼 값에 인수해 정상화시킨 후 수익을 남기고 팔아넘기는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8년에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5천6백46억원 등 2001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그 금액은 모두 2조3천여억원 가량으로 모건스탠리(2조1천여억원)-골드만삭스(1조6천여억원) 등 외국 유수의 투자은행을 모두 제쳤다. 외환 위기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부실화된 기업은 론스타에는 좋은 '먹이'였던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론스타는 외환 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기업으로부터 부동산도 매입했다. 1999년에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을 6백50억원에 매입했다. SKC 여의도 사옥도 6백60억원에 사들였다. 론스타는 2001년에 SKC 사옥을 8백억원에, 동양증권 사옥은 8백50억원에 맥쿼리에 팔아치웠다. 두 개의 빌딩을 통해 3백억원을 넘게 벌어들였다.
론스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은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I타워 매입이다. 현대산업개발이 팔려고 내놨던 서울 역삼동 I타워를 론스타는 6천6백32억원에 샀다. I타워 인수전(戰)에서 론스타는 미국 리만브라더스-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I타워는 지상45층, 지하8층에 건축연면적으로는 한국 최대 규모의 빌딩이다. 이는 론스타가 한국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았음을 알려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I타워 인수
론스타는 1991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펀드를 구성한 뒤 현재 7번째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펀드가 구성될 때 그 규모가 수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 구성한 '론스타 4호 펀드'는 42억5천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론스타 펀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론스타는 특히 아시아에 관심이 크다. 전체 자금의 75%를 이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은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공공 연-기금, 대학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등 다양하다. 텍사스 석유재벌의 여유자금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투자된 규모는 2백억달러로 자산관리 전문가만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부실채권과 부동산 매입에 주력하는 론스타가 2001년 이후에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 서울은행 인수에 뛰어든 것. 실패로 끝났지만 론스타는 하나은행을 누르기 위해 '서울은행을 인수한 뒤 인수 후 3년간 발생하는 이익 중 일부를 그 당시 서울은행을 관리하던 예금보험공사와 나누겠다'며 입찰관행을 어기면서까지 추가 제안을 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론스타는 금융 시장 진출의 꿈을 한빛여신전문에서 이뤄냈다. 론스타는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후인 2002년 11월 여신전문금융회사인 한빛여신을 3억2천7백만달러(약 4천억원)에 사들였다. 금융계에서는 론스타의 한빛여신 인수를 금융 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즉 한빛여신 인수를 발판으로 다른 금융권역으로 사업을 넓히려는 의도란 것.
이런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론스타는 지난 7월 28일 외환은행의 외자 유치를 위한 단독 협상자(예비인수자)로 선정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론스타의 사업 스케일로 볼 때 한빛여신으로는 크게 미흡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시장 진출에는 은행이 가장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외국 투자은행의 한 임원은 "론스타는 부실채권 매매 노하우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은행을 인수해 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며 "일본에서도 은행을 인수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2001년 일본 도쿄쇼와은행(스타은행)을 4백억엔에 인수했다. 은행 경영에 대한 꿈을 일본에서는 이룬 셈이다. 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도 은행 하나를 인수했다.
금융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론스타의 이러한 의도는 스타타워를 매물로 내놓은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외국 자산관리회사의 한 임원은 "론스타가 스타타워를 8천억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론스타가 주력 부분인 부동산을 소홀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론스타는 올해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론스타가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은 1천억원대에 달하는 극동건설 사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는 지적했다. 또 부실채권으로 돈을 번 론스타가 최근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카드사를 지나치지 않았다. 론스타는 무려 2조원이 넘는 카드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환은행 외자유치 단독 협상자로 선정
한국산업은행과 론스타가 50 대 50으로 출자한 기업구조조정회사인 KDB론스타 우병익 사장은 "론스타는 돈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모두 투자하는 오퍼튜니티 펀드(기회 펀드)"라면서 "론스타의 사업은 기업형 채권(부실기업채권-리스채권-부실은행) 매입과 부동산 투자로 양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높은 수익률 등 다른 펀드에 비해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돈이 되는 '먹이'는 가리지 않는 '황소개구리' 론스타에 대해 직접 접촉해본 자산-투자사 관계자들은 "통이 큰 반면 약지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론스타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단적인 예로 론스타가 소유 하고 있는 스타타워의 실패를 꼽고 있다. 론스타가 지난 6월 한때 공실률이 25%까지 낮아지기도 했으나 그 전에는 50%에 달해 상당히 누적 손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스타타워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스타PMC까지 설립했다. 하지만 스타타워의 덩치가 워낙 큰 데다 입주사의 명성-재무구조-대외인지도를 조사하는 등 선정 조건이 까다로운 것이 오히려 수익을 저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초 초대 스타PMC 사장으로 임명될 때 차별화된 빌딩관리자로 주목을 받았던 제임스 콜호프 사장도 미국으로 돌아갔다.
외국 자산관리회사의 한 임원은 "당시 현대산업개발이 헐값에 팔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매각을 잘했다고 평가되고 있다"면서 "스타타워는 팔려고 내놔도 덩치가 워낙 커 쉽게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패 사례는 또 있다. 1999년 12월 평화은행 증자에도 참여했으나 1백20억원 전액을 감자당한 것.
투기펀드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의 꽃이라는 은행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한국에서 투자은행에 버금가는 활동을 하는 론스타가 잠시 반짝이다 사라져가는 '슈팅 스타'(별똥별)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경제를 주름잡는 진정한 '스타'로 자리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론스타 국내 주요 투자 내역
1998년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5천6백46억원 매입
1999년 자산관리 부실채권 8천5백34억원 매입
조흥은행에서 7천6백억원 부실채권 매입
자산관리공사 부실채권 8백47억원 매입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 6백50억원 매입
2000년 자산관리공사 및 예금보험공사 부실채권 5천3백56억원 매입
2001년 예보 부실채권 4천99억원 매입
SKC 여의도 사옥 6백60억원 매입
현대산업개발 I타워(현재 스타타워) 매입
2002년 한빛여신전문 인수
2003년 극동건설 인수
신한신용정보 49% 인수
국내 카드채권 장부가기준 2조원 이상 인수
동양증권 사옥 8백50억원, SKC 사옥 8백억원에 각각 매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