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때 예비창업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요소는 창업자금이다. 특히 장기불황과 자영업소 과당경쟁이라는 불리한 현 상황에서 성공하려면 적정한 규모의 자금은 필수. 하지만 규모의 경제학에 따라 중대형으로 창업하려면 자기자본만으로는 쉽지 않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다 해도 처음으로 창업에 도전할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금을 올인 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창업비용을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단 창업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점포 비를 아끼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층이 아닌 지하나 2층에 들어가는 대신 홍보를 강화하든가, 권리금 없는 새 건물에 들어간다든가, 죽은 점포를 싸게 인수해 리모델링하는 것이 그 예다.
죽은 점포는 그만큼 목이 안 좋다는 반증이므로 창업자 대부분이 기피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공격적 마인드로 C급 점포를 인수해 A급 점포로 변화시킨 사례도 있다. 점포 대 변신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미다스의 손들을 만나 보자.
C급 의류점 닭오리 판매점으로 변신성공 오리요리판매업 이레화이트하우스 잠실점 이연희
잠실에서 14년 동안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이연희씨(42)는 작년 11월 근방에서 닭오리요리판매업(이레화이트하우스 잠실점 www.irepeople.kr.com)을 시작했다.
신천 잠실 쪽 지리는 꿰뚫고 있었기에 폐업으로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왔지만 가능성이 있는 점포를 구할 수 있었다. 위치는 신천 새마을 시장 내로, 이전에는 중가 브랜드의 여성아동의류점이었던 곳이다. 불황으로 의류 소비가 줄었을 뿐 아니라 신천역 출입구에 의류점이 늘어서 있어 시장까지 들어와서 구입하는 고객이 없었기에 문을 닫았던 것.
의류점으로서는 C급 입지였지만 이씨가 하려는 아이템에는 잘 맞는 자리였다. 같은 라인에 정육점과 닭 신선육을 판매하는 곳이 네 곳이나 있어 요리까지 겸한다면 이들과 경쟁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회사에서 퇴근하는 사람들과 신천 새마을 시장으로 장보러 나오는 주부들과 회사에서 퇴근하는 아빠들을 상대로 치킨을 배달, 테이크아웃 하기도 하고, 닭신선육, 오리고기 등을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본사에서도 나와 주변 상권을 조사, 합격점을 준 뒤 음식점과 판매업의 적정한 비율을 설정해 줬다.
점포비는 권리금 6000만원에 보증금 2000만원이 들었다. 주변의 바닥 권리금이 1억~1억5000만원 선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 개설비용은 8평 기준 3000만원이 소요됐다.
매장은 치킨 튀기는 공간이 3평 정도이며 튀김기는 2대 설치돼 있다. 신선육이나 오리고기는 냉장기 두 대에 보관하고, 육가공 제품은 냉동기 한 대에 보관한다. 냉장기가 대형이고 30여 종의 다양한 진공 포장품들이 진열돼 있어 쇼케이스 전시 효과가 있다.
가장 잘 나가는 메뉴는 역시 치킨류이다. 염지 처리된 육계를 정량으로 진공 포장해서 일정한 가격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치킨을 먹어본 손님은 모두 엄지손가락을 든다.
비만을 걱정하는 여성이나 고혈압, 당뇨 때문에 고기를 먹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오리고기를 추천한다. 오리 기름은 수용성이라 체내에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문을 듣고 멀리 잠실주공 5단지에서까지 오리 고기를 사러 온다고.
매장에 미리 주문하고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중형은 한 마리당 6000원, 대형은 8000원을 받는다. 배달은 대형만 하는데 한 마리당 1만1000원을 받는다.
뛰어난 맛과 질로 입 소문이 나면서 현재 이씨는 한달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 중 순수입은 1200만원 정도다.
망한 삼겹살집 선술집 개조 월 1000만원 순익 한국형 퓨전선술집 지짐이 동양공대점 정광현
고척동 정광현씨(40)는 1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접고 지난 2월 퓨전선술집(지짐이 동양공대점 www.ggmi.co.kr)을 오픈했다. 친구가 종로에서 10여 년 동안 호프를 운영해오고 있어 자주 들르다가 주점 창업까지 이르게 된 것.
오랜 직장생활로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합치면 창업자금이 부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점포를 물색하다 보니 생각보다 권리금이 너무 높았다. 마음에 드는 자리는 1억~2억으로 부담감이 너무 컸다.
매번 퇴근길에 점포들을 살펴본 결과, 동양공전 앞의 한 삼겹살집이 눈에 띄었다. 동양공전은 규모가 작아 대학가 상권이라고 하기 힘들 뿐더러 도로변에 입점해 있지만 교통정체현상으로 자동차들이 다른 길로 빠져나가 고객이 머물지를 못했다. 또 인근 점포들은 삼겹살을 3000원대에 판매하는 데 비해 그곳은 7000원으로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없어 실패한 곳이었다.
하지만 1층이고 점포 앞에 공간이 넓어 주점을 하기에는 장점이 많았다. 더군다나 근방에 주점이 많지 않고 대부분 안주가 고가여서 저가형의 편안한 선술집을 한다면 고객에게 어필할 거라고 봤다.
주변 점포의 바닥 권리금이 1억인 데 비해 정씨는 16.5평 규모의 이 삼겹살 집을 권리금, 보증금 합해서 6000만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개설비용은 4500만원이 들었다.
오픈하자 정씨의 예상대로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회를 제외한 안주 메뉴가 4900원에서 6900원이라 누구든 부담 없이 올 수 있고, 가격 대에 비해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 분위기도 만점이었다.
양은 도시락과 고갈비 등 향수를 자극하는 메뉴들이 있어 30~40대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동양공전 건너편 구로공구상가, SK텔레콤 서비스센터 등에 근무하는 직장인들과 인근 아파트 주부들까지 고객 층이 다양하다.
메뉴가 저렴하다고 해서 순수익이 낮지는 않다. 가격 부담이 없어 한 고객당 보통 두 개의 메뉴를 주문하기 때문에 일반 주점과 마진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편이다. 또 고객의 수준에 따라 적합한 메뉴를 추천하는 것도 전략이다. 8명 정도의 단체 고객에게 탕류와 식사를 권유하고 연인에게는 꼬치류 등을 제시해 객단가를 높인다.
양을 많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조리실장에게 항상 접시 바닥이 보이질 않게 음식을 담으라고 한다. 정씨는 매장 뒷 편에서 지켜보다가 테이블 객단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메뉴판을 직접 들고 가 고객이 지정한 메뉴를 무료로 서비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