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악가에서 합창 지휘자로 바꾸게 된 계기
1961년 예그린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합창단이 해산되고 서울민속가무단이 생겼어요. 그 때 가무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는데 지휘자가 되면 월급을 더 줄 수 있다고 했죠.(웃음) 저는 지휘자를 꿈 꿔 본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해서 직업적인 지휘자의 첫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지휘자라면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경험을 쌓아서 직업 지휘자가 되고 저처럼 처음부터 직업 지휘자가 경우는 거의 드물죠. 지휘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2.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합창지휘자로서 올 10월에 개최될 부산세계합창올림픽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부산에서 세계합창대회가 개최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한국합창이 융성하지만 수준이 높지는 않아요. 이번 기회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며 대회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3. 지난 1984년 남성솔리스트앙상블의 첫 연주회 이후 부산, 경남지역 남성솔리스트앙상블 등 여러 무대를 지휘하셨습니다. 수도권과 지역무대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서울의 남성솔리스트앙상블은 KBS 합창단 선후배의 모임이 태동이 되어 시작됐지요. 전국의 유명 성악가가 참가하고 음악인의 연령대가 다양해서 스승과 제자, 선후배가 함께 한다는 것이 특색이죠. 부산의 남성솔리스트앙상블은 서울의 영향으로 생겨났다고 볼 수 있지만 지역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특색이 있습니다. 서로 가까이 살기 때문에 연습을 위해 모이기도 쉽지요, 부산남성솔리스트앙상블의 역사가 생기면 발전성이 훨씬 더 많다고 봅니다.
4. 개성이 강한 성악가들을 합창으로 이끌어 내는 비결은?
솔리스트앙상블은 연습할 때 출석이 잘 안되고 솔리스트의 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소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한 소리를 내기 위해 ‘더불어 같이’라는 뜻으로 모입니다. 또 직업합창단의 정교한 합창대신에 힘있는 소리가 강점이죠.
5. 나 교수님께서는 한국합창의 산 증인이라 불립니다. 지금의 한국합창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우리나라는 30여개의 직업 합창단이 있고 수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습니다. 외국의 합창단 상황과는 아주 다르죠. 외국에선 월급을 지급하는 시립합창단이 드물고 유명 합창단이라고 해도 직업합창단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국·공립 합창단을 양성하는 경우가 유래 없을 정도의 독특한 상황이기에 연구대상으로 될 만합니다. 비록 합창음악이 서양음악의 소산으로 자생적이지 않지만 가장 한국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한국합창음악의 토양은 풍부하고 우리 민족이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성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이 점에서 한국합창이 세계무대에서 일익을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6. 합창음악의 매력은 어떤 것입니까?
우리민족은 합창 체질이기보다 솔로 체질이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서울솔리스트 앙상블이 올해로 19년이 됩니다. 세계적인‘쓰리 테너’는 있어도 우리처럼 일류 성악가들이 모여 꾸준히 합창을 한 적이 없죠. 저는 여기에서 한국인의 저력을 느끼며 정치, 경제적으로 문제는 많지만 합창으로 하나되는 창조력이야말로 한국인의 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제2회 세계합창올림픽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 지도급이어서가 아니라 하나를 이루어 낼 수 있는 문화적 근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7. 한국음악신문이 창간 3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면을 빌어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그간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한국음악신문의 자리를 지켜온 것을 높이 삽니다. 학교에서 신문을 보았을 때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제작한다는 것에 참 놀라웠습니다. 앞으로 유익하고 좋은 정보와 소식이 가득한 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8. 울산시립합창단의 지휘자로서 합창단에 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울산시립합창단과의 인연은 제가 합창단을 객원 지휘하는 무대에서 심완구 울산광역시장님께서 직접 무대 위에 올라와서 합창단을 맡아서 지휘해 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신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울산시립합창단을 위해 광역시장이 직접 제안하신 것에 감동을 받았고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울산시립합창단은 서울로 집중되고 향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합창단으로 그 지역에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합니다. 지방합창단이 서울보다 좋은 지휘자와 좋은 단원을 구하기에 불리한 처지이지만 합창만큼은 뛰어난 연주자가 모인다고 해서 좋은 합창이 되지 않죠. 여러 명의 보통 소리가 모여서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 바로 합창이예요. 서울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지 말고 울산은 울산대로 그 실력을 갖추어가야 하겠습니다.
9. 올해 준비하고 계신 연주회 일정은?
3월 26일 울산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영혼을 위한 노래’가 있고 4월 12일 국립오페라단 소속 오페라 전문합창단의 첫 무대로 울산시립합창단과 함께 오페라「아이다」갈라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6월 5일은 월드컵기념연주회로 극작가 이강백 교수, 작곡가 이건용 교수와 함께 만든 칸타타「울산, 내사랑」를 지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