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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의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가서 2:10-13)
지금 사무실에 걸려 있는 고국의 달력을 보고 있습니다. 3월의 캠퍼스에 목련이 활짝 피었네요. 사계절의 변화가 분명하지 않는 이곳에서도 새봄 소식이 반가운 것을 보면, 저희는 아직도 고국의 시간 개념에 더 익숙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를 쓰노라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영적 새봄을 기다리는 주님의 땅 에리트리아에서 가슴 가득 그리움을 안고 평안의 인사를 올립니다. "셀람!"
꿈꾸는 봄
아스마라에도 기다리던 봄이 왔습니다. 이곳의 봄은, 꽃샘 추위로 따스한 봄볕을 한층 더 그립게 만드는 한국의 봄과 달리 한낮의 후덥지근한 대기로 이내 여름이 올 것을, 그리고 기다리던 우기가 시작될 것을 예감케 하는 그런 봄이지요. 어느덧 임신 6개월 째에 들어선 아줌마 선교사는 봄과 함께 피어난 새 소망들로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한 주에 두 세 번은 시내에 있는 재봉학원에 다닙니다. 지금은 한창 뜨개질에 재미를 붙여 벌써 아기 스웨터를 한 벌 다 떴습니다. 첫 작품이라 실수가 많아 이 스웨터는 태어날 우리 아가에게 입힐 수밖에 없지만, 새로 배우고 있는 예쁜 나비 모양 패턴의 스웨터를 두고는 이 옷을
선물하고 싶은 아기들의 명단이 제 머리 속에 가득하답니다.
할머니 선생님은 아직 티그리냐어에 서툰 저에게 일일이 뜨는 법을
보여주시고 거듭 확인해 주시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들어서는 저를 얼마나 반갑게 맞아 주시는 데요.
이 허름한 학원 구석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제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무슨 구경이나 난 것처럼 입구에 모여들어 웃음
짓곤 합니다. 솜씨가 더욱 좋아져서 제 주변에 자꾸 자꾸 태어나는 가난한 현지 아가들에게 손수 뜬 스웨터를 입혀주고 싶은 바램이 있습니다. 일교차가 심한 고산지대의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선배 선교사님들께는 틈이 나는 대로 빵과 과자 굽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밀가루와 과일들로 바나나 케이크, 오렌지 케이크를 만들고 건포도나 땅콩, 운이 좋아 초콜릿을 구하게 되면 초콜릿을 조각 내서 쿠키를 만들지요.
처음에는 아까운 쿠키를 몽땅 태우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제법 먹음직하게 구워냅니다.
지난 주에는 남편이 가르치는 성경학교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치렀는데 학생들을 격려 할 겸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어 샤히(현지 음료)와
함께 교실로 보냈지요. 학생들이 좋아해서 다음 학기에도 학생들 간식을 만들어 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을 결심하면서 '배움'은 여기에서 끝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선교지에서 또 다른 세계의
배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색다른 배움에 저는 가슴 설렘으로 몰입하고 있습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꿈꾸는 봄은 저의 손과 발을 바쁘게만 합니다.
시작되는 사역들
겨울 내내 저를 괴롭히던 감기와 입덧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건강이 회복되자마자 저는 그 동안 잠시 중단했던 영어 수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교회 안에 성경학교 교실을 빌려 매주 토요일
점심 무렵 이곳 중, 고등학생들에게 문법 중심의 학교 영어를 가르칩니다. 토요일에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학교를 가야 하는 고학년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일부러 오전반 수업이 끝나고 오후반 수업
시작 전인 점심 시간이 저에게 주어졌습니다.
처음에 저는 자신이 없었지요. 모두들 점심을 먹고 싶을 그 시간에 누가 영어를 배우러 나올까? 그러나 학생들은 모여들었고 그렇게 두 달
남짓 이제는 좁은 교실 안에 사용 가능한 책상과 의자들을 모두 채울
만큼의 학생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오전 수업으로 지친 몸과 주린 배를 하고 무거운 책가방을 진 채 하교
후 곧바로 영어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 혹은 아예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참석해서 함께 공부하다가 오후반 수업시간에 맞추어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가는 아이들.
저에게 보내진 이 아이들은 적어도 영어에 열심히 있는 아이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영어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진지하게 수업 내용을 듣고, 노트를 하고,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하며, 누가 한 번 대답해 볼까 하고 물으면 저마다 손을 높이 쳐들고 반짝 반짝 눈을 맞추는 성실하고 영리한 아이들이지요.
작문 과제를 내주면 제출하라는 소리를 안 해도 그 다음주 첫 시간에
큼지막하게 이름을 써서 가져오고, 깜박 잊어버린 아이들은 다음날
주일에라도 집으로 찾아와 숙제를 내고 간답니다.
매주 나누어주는 강의 안을 차곡차곡 모아 멋진 파일로 철을 해서는
수업시간에 자랑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은근히 칭찬을 바라며 눈을 빛내는 아이들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서서 수업을 하다보면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차 오르며 식은땀이 나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임신에 따른 빈혈증세인가 봅니다. 이럴 때면 저는 슬쩍 교실 안에 빈 의자가 있나 살펴보는데 금새 눈치를 챈 아이들이 의자를
가져다주고 교실 창문을 죄다 열고, 컵에 물을 떠오는 등 손발을 맞추어 저를 도와준답니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아프리카의 순진한 아이들이지요.
주말의 영어 수업 이외에도 주중에는 두 차례 이곳 선교사님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중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얼떨결에 가르치고 있지만 피아노를 전공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하나님께서 채워주셔야
한다고 떼를 쓰며 기도하지요.
다음 주에는 주일학교 한 학급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하나씩, 둘씩 맡겨지는 사역들을 통해서 저는 낭비가 없으신 우리 하늘 아버지의 일하심을 묵상합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이곳에서 이렇게 쓰여지리라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잠재력이라도 사용하시기로 마치 작정하신 것 같습니다. 순종하며 충성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하늘의 도우심을 간절히 바랍니다.
아스마라교회의 세례식
언젠가 고국의 한 교회에서 베풀어진 세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중년이었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며 세례를 받는 것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런 감격의
역사가 지금 이 땅에서도 일어나고 있답니다.
2월 6일은 19명의 중, 고등부 학생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교회 강단 밑에 물을 담을 수 있는 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먼저 세례복을 입은 학생들이 강단 앞에 줄지어 서서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씩 물을 향하여 내려갑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 대답을 합니다. 합티쉬 전도사님과 요나스 전도사님은 그들을 물에 담급니다. 코와 귀에 물이 들어가 "허푸! 허푸!"
하면서도 그들은 기쁨에 겨워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그렇게 천하보다 귀한 젊은 영혼들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는 표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를 받을 만한 신실한 아이들이 빠진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묻자, "아직 준비가 안되서요!"라는 말로 대답을 합니다. 세례를 대하는 이들의 진지함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기뻤습니다. 척박한 이 땅에서도 생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구원받는 백성의 수가 더해 가고 있습니다.
성경학교 이야기
이번 학기에는 주간, 야간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월, 화요일에 있는
오전 수업에는 "목회 사역"을, 목요일에 있는 저녁 수업에는 "주님의
전도 계획"을 가르칩니다. 주님의 전도 계획의 핵심은 제자를 삼는 것입니다. 목회 사역에서는 전반적 목회 사역에 대한 강의와 함께 "생명을 변화시키는 소그룹"(Life-changing Small Group)에 대해 가르칩니다.
소그룹은 제자를 삼고, 새생명을 인도하는 가장 전략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주님의 지상 명령 성취를 위한 전략으로, 전도와 제자 삼기, 그리고 소그룹과 은사를 따른 섬김이라는 목회적 틀을 형성되게 되었습니다.
감성적 예배와 집단적 회중 모임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에게 이런 개념과 전략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의
강의와 토론을 통해서 점점 그 이해의 도가 더해 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쉽고 가슴 아픈 일은 학생들이 하나씩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간반은 처음 9명으로 시작했습니다. 한명은 곧바로 교리적 차이 때문에 떠났습니다. 까란은 몸이 아파서 휴학 중입니다. 요하네스는 군대에 갔습니다. 떼아미는 이탈리아에 있는 아내와 아이를 만나기 위해 떠났습니다. 얼마전 다니엘이 다시 군대에 갔습니다. 그는 폐결핵을 앓고 있습니다.
결국 4명의 학생들이 남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남은 학생들이 더욱 진지하게 공부하며 점차 진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가까스로 D를 받던 학생이 C를, 그리고 B를, 이제는 A를 넘보고
있습니다. 어려워만 하던 영어 에세이 스타일의 시험에도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올 12월에 졸업을 하면, 에리트리아 전역으로 파송을 받아 각 곳의 교회를 섬기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소망 가운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야간 학생들은 대부분은 주간에 직장에서 일을 합니다. 이들 중에는
의사,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를 일을 보는 사람, 성서공회에서 일하는
사람, 전도자로 섬기다가 다시 신학교육을 받는 사람 등 상당히 수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13명으로 시작한 야간반도 이제 6명이 남았습니다. 이들 모두가
전도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설교자로, 교회의 직분자로서 그들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선생인 제 눈에는 학생들 하나 하나가 보석처럼 소중하게 보입니다.
설교자들을 위한 성경해석 강의
깔리휘옽교회에서는 여러 명의 설교자들이 돌아가며 설교를
합니다. 물론 특정한 담임 목회자가 바른 신학과 목회의 비전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매주 설교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오랜 전통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설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설교자들을 위한 훈련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11(토)-12(주)일 양일에 걸쳐 설교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토요일에는 미끼엘 목사님이 "설교의 유형," 주일에는 합톰 전도사님이 "설교자의 삶," 저는 양일에 걸쳐 "설교를 위한 성경해석의 원리와 실제"에 관하여 강의를 했습니다.
이 세미나에는 주일 오전과 오후 예배, 그리고 젊은이 예배를 설교로
섬기는 사람들, 그리고 미래의 설교자들과 장로님들을 포함해서 13명이 참석을 했습니다. 간혹 어려운 용어들과 개념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들은 시종 진지한 태도로 강의를 경청하며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틀 동안의 특강을 통해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설교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태도에 대해서 도전을 던질 수는 있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 강의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국의 깔리휘옽교회를 섬기는 설교자들을 만나 설교에 대한 기본적 원리들을 나누게 될 것입니다.
"설교자가 변하면 교회가 변합니다. 교회가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이 땅에 말씀을 통한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의 교회 라디오 셀람나
라디오 셀람나는 깔리휘옽교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송 전도
프로그램입니다. 아스마라교회에서 목회자들과 전도자들의 설교와
대담 등을 녹음해서, 케냐로 보내어, 전선으로 방송을 내보냅니다. 교회가 없는 최전선에서 라디오 셀람나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신앙의 성숙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군인들은 "이 방송이 우리의 교회입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방송 횟수와 시간을 늘려 달라고 간절히 요청을 하고 있답니다.
라디오 셀람나는 하르넷 전도사님과 임마누엘 전도사님, 그리고 하니발 전도사님이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르넷 전도사님은 케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방송 관련 일을 하던 분입니다. 임마누엘은 이곳 성경학교 졸업생입니다. 하니발 전도사님도 성경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요. 지금은 단기 방송 훈련을 받기 위해 탄자니아의 아루샤에서 체류 중입니다.
교단 대표인 메코넨 씨와 교회 스텝들은 이제 새로운 언어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에리트리아 26곳을 방문 조사했습니다. 이제
곧 지금하고 있는 티그리냐어 방송 이외에, 모슬렘들이 대부분인 티그레이어 방송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점차 방송 언어의 수를
늘려 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재정입니다. 이 나라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인 복음 전파의 수단이며, 실제로 많은 열매를 거두고 있는 라디오
셀람나를 위한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합니다.
기도해 주세요!!!
1.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이제 아내는 임신 6개월째를 맞고 있습니다.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숨이 가쁘답니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도록, 그리고 순산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저도 한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쉽게 피곤해지곤 했습니다.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2. 이 땅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2월 대접전설은 한차례의 전투를 치르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 지도자들이 모든 국제 단체의 중재안을 거부한 채, 일전을 벼르고 있습니다. 피폐한 경제는 이제 회복을 바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 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로 이 땅에 갈망하는 평화가 임하도록 다시 한번 기도를
부탁합니다.
3. 영적 부흥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전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의 수는 예전에 비해 줄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성도의 수가 늘었다는 말이지요.
고난이 많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끌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난의 의미를 묵상합니다. 이 땅의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4. 사역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4월초면 올 해 첫 학기가 끝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5월초에 다시 새 학기를 시작합니다. 오는 학기에는, 주간 학생들에게 "문화인류학"(Cultural Anthropology)을, 야간 학생들에게는 조직 신학 중 "하나님과 성경"에 대해 강의를 합니다.
아내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영어 수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기도해
주세요.
기도 가운데 만나요! "챠오!"
2000년 3월, 아스마라에서 안건상, 김미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