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2005. 9. 9- 11(3일간)
누 구 랑 : 나홀로
날씨 첫째날 저녘 : 비
첫째날 : 흐리고 안개
셋째날 : 맑음
일정 첫째날 : 저녁 10시20분 점촌 도착
둘째날 : 버리미기재- 이화령
셋째날 : 이화령- 하늘재 (귀경)
베낭무게 16kg(물 없이)
* 소 제목 : 추석 보너스 대간길의 허망한 3시간의 알바
추석 보너스로 가벼운 대간길을 계획한다.
점촌에 사는 암벽학교 후배이자 엘비클럽( 암벽등반 전문) 같은 회원이 진즉 부터 문경구간에 오시면 들머리와 날머리 써포트를 해 준다고 하였으나, 이번 들머리인 버리미기재까지의 어프러치가 쉽지 않아, 써포트를 부탁 하였더니 쾌히 승락을 한다.
9월9일 오후 8시 점촌행 버스를 예약하고, 5시40분경 집을 나선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리는데 비가 추적 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내일은 비가 조금 오다가 오후에는 개인다고 하니, 예보를 믿고 출발하기로 한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내내 비가 내린다.
점촌도착 30분 전방에서 부터는 비가 그치고 오지 않는다. 도로도 말라 있는 상태다. 여긴 비가 오지 않았나 하여 안심이 된다.
10시20분 버스가 점촌 터미널에 도착하니 후배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도 얼마전까지 비가 제법 왔었다고 한다.
후배와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고 시간이 어중간하고 머물곳이 마땅치 않아 버리미기재로 향한다.
비가 또 내린다. 국도변 휴게소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옷을 2,000원에 사 만약의 우중 산행을 준비한다.
버리미기재에 도착을 하니 12시다. 한적한 고개길에 비까지 내리니 음산하다.
들머리를 확인하고 차를 한편으로 주차시키고 시간 때우기 잠을 청한다. 비는 오다 말다하며 변덕이 심하다. 잠이 올 턱이 없다. 마음이 착찹하다. 비오는 이 밤중에 꼭 산행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야간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게 원칙이였는데..
그러나 오늘은 어쩔수 없다. 03시쯤 산행을 하기로 하였으나, 후배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할수 없어, 1시 50분경 자지도 않은 잠을 깨는척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한다. 후배가 걱정스럽게 산행을 하시겠냐고 한다. 랜턴을 착용하고 차량 밖으로 나와 지난번 목욕을 했던 계곡으로 들어가서 물통에 물을 채운다. 비는 오지 않지만 비옷을 입고 출발 준비를 완료하니 02시06분이다. 야영장비와 그밖의 물건은 차에 실어놓고 내일 중, 이화령 휴게소에 보관을 부탁하니 베낭 무게가 반으로 줄어 들어 무게부담을 덜수 있어 다행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산으로 접어든다. 비에 젖은 나뭇잎이 차갑게 느껴져 온다. 지도상으로 스타디만 하였지 생전 처음가는 대간길이 만만하기야 하겠는가 마는 오늘따라 마음까지 가라 앉는다.
안개가 짖게 끼어 랜턴 불빛이 1m를 가지 못한다. 발 디딤의 요철이 분간키 어렵다. 오름길은 그런대로 이지만, 내림길은 절대 조심해야 할것 같다. 한참을 오르니 대간 산행기에서 보았던 쓰러진 거목 나무뿌리가 등로 옆에 있다. 현재까지 장성봉 오름길은 틀리지 않은것 같다. 긴장속에 쉬지 않고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절말 과 막장봉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다. 그리고 이어 장성봉 정상석이 어둠속에 홀연이 서 있다. 반갑기도 하고 섬뜩 하기도 하다.
시간을 보니 03시 01분이다. 시계 고도가 875m이다. 보이지 않은 장성봉 정상석을 겨냥하여 사진을 찍어본다.
<희양산 우측의 준봉들>
<희양산 좌측의 준봉>
90도 이상 급 꺽임 우측으로 조금 가니 이정표에 우측으로 희양산 90분. 구왕봉 60분, 좌측으로 입석마을과 은티마을이 60분의 표시가 되어 있다. 제대로 된 표시다. 안심을 하고 길을 재촉한다. 제석산악회의 표지기가 반갑게 보인다. 은티재로의 내려가는 길이 확실하다. 그때 갑자기 꽤~액하고 멧돼지가 능선 옆으로 후다닥 튄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궁둥이가 어미 소만큼 큰 놈이다. 멧돼지도 정신 없이 무엇을 하다 갑자기 나를 보고 놀란 모양이다. 한참동안 나뭇잎 밟는 소리와 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대간길을 걷는동안 청화산 오르다가 토끼를, 그리고 오늘은 멧돼지, 두번째로 짐승을 본다.
은티재까지 고도가 제법 낮게 떨어진다.
06시 37분 은티재에 도착한다. 이 시간에 봉암사 스님들은 없겠지만, 출입금지 프랑카드와 경고판이 서슬 퍼렀게 대신하고 있다.
<경고판>
사진을 찍고 베낭을 메고 다시 출발을 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사람소리가 나, 또한번 놀랜다. 알고보니 은티마을 사람인데 버섯 채취차 올라온 모양이다. 나보고 이 새벽에 어디서 오냐고 한다. 버리미기재에서 온다고 하니, 잘 모른다. 벌바위쪽 고개라고 하니 그제서야 끄덕이며, 조심해서 가라며 내가 내려온 쪽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부터 알바의 단추가 끼워지기 시작한다. 은티재에서 바로 오르는 봉이 주치봉이 있음을 망각하고, 바로 구왕봉으로 오르고 있음을 착각을 한것이다.
주치봉을 7부쯤 오르니 나이가 나보다 듬직한 산님 두분이 지름티재에서 출발하여 온다고 내려 온다. 지름티재에 스님들이 없더냐고 물으니, 자기들 올때는 없었지만, 지금쯤 가면 있을것이라 한다.
07시 25분 작은봉 두세개를 올라 마지막 전망 바위에서 다리쉼을 한다.
< 안개에 쌓인 산정들>
여기서 내려가면 지름티재라고 착각을 하고, 스님들에게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까, 궁리를하면서 무심코 내려간다.
은티재에서 부터는 표지기를 스님들이 다 수거해 버리고 없다고 하였는데 내려가는 길에 간간히 "x덕산악회"(문제의 산악회 표지기) 연두색 표지기가 붙어 있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최근에 붙여 논 것이 겠거니 하고, 한참을 무심코 내려 갔는데도, 지름티재가 나오는게 아니라, 작은 지류가 나오더니 급기야 큰 계곡이 나오는게 아닌가... 이거 뭔가 잘 못 되어도 크게 잘못되었구나 하니, 마음이 당황이 되기 시작한다. 계곡이라 안개는 더욱 자욱하게 끼어 보이는게 없으니 답답하기만 더 한다. 지도와 나침판을 펴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위치와 방향이 터무니가 없어 믿을수가 없다. 계곡을 따라 바로 옆에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올것이라 믿고, 위로 아래로 다녀 봤지만 감을 잡을수가 없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산능선이 나올것이라 생각하고 한참을 올라보니, 암자가 하나 나온다.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사람이 있는가하고 불러보아도 기척이 없다. 시간이 자꾸 흘러가니 마음은 더욱 바쁘기만 하다. 마루에 베낭을 내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차근히 정리를 해 본다. 최초 잘 못 내린 곳을 찾아 원 위치로 올라간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시 바쁘게 움직인다. 잘 못내린 곳을 기억하여 찾아 다시 오른다. 오르다 보니 저 멀리 우측으로 암벽으로 뒤 덮인 산이 보인다.
아~ 저기가 희양산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측으로 비스듬히 치고 오르면 희양산 오르는 대간길 능선과 마주치겠구나 싶어, 오래된 희미한 길을 따라 비스듬히 치고 오르기를 30여분, 대간길 같은 능선길과 마주친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X 덕 산악회 표지기가 붙어 있는게 아닌가. 희양산이라고 반신 반의하고 기를쓰고 오르는데, 산행기에서 보았던 희양산 암벽 구간이 나오지 않고 무명 봉우리가 나온다. 희양산이 아닌것 같다. 더 혼란스럽다. 봉우리 정상 공터에 지면에 나무를 일정한 방향으로 가로 막아 놓았다. 표시대로 따르니 급 좌 내림길에 가느다란 세가닥 밧줄이 메달려 있다. 희양산은 확실히 아니다 싶어, 반대 방향으로 가보니 거기는 안개속이지만 낭떠러지 같다. 할수 없이 고석수씨에게 전화를 하니 나의 설명이 부족해서 인지, 명쾌한 위치를 얻을수가 없다. 그러던중, 밧줄이 걸려있는 내리막길 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어찌 되든 사람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내려 간다. 얼마쯤 내려가니 스님 세분과 속인 2명이 라면을 끓일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합장 인사를 하고 현재 위치를 물으니 구왕봉 정상에서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내가 조금전에 있었던 봉우리가 구왕봉 정상이라니... 어이가 없다.
스님들이 어디로 가느 길이냐고 물어, 대간길 희양산쪽으로 간다고 하니, 희양산을 가지 못하게 우리가 지키고 있는 중이니, 지름티재로 내려가 은티마을로 하산을 하라고 한다. 일단은 이제 감을 잡았으니 어떻게 되더라도 지름티재로 내려 가기로 한다. 암벽 구간의 내림길이 만만치 않다.
지름티재에 내려오니 스님 네분이 지키고 있다. 통과 할 수 없으니 은티 마을로 내려가라 한다. 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는데 중도 탈출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다. 어차피 넘어야 할 산, 오늘 못 넘으면 언제 넘으랴.. 나름대로 형편을 설명하고, 조용히 넘어 갈테니 선처를 바란다고 점잖게 사정을 하였더니,
여기를 통과 하여도 희양산 밧줄 구간에 밧줄 작업을 하고 있는 스님들이 있어, 거기서는 절대 통과를 시켜주지 않을 것이니, 헛 고생 하려면 목책 을 우회하여 올라 가보라고 하면서, 단지 여기서 보내 주더라고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의 뉴앙스에 한가닥 희망이 있을것 같기도 하여, 작심하고 희양산으로 오르기 시작을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 개구멍을 덮고있는 거대한 바위를 우회하여 오르니 7-8명의 스님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합장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나를 보고, 시비조의 말은 하지 않고, 그 중, 대표격 스님 한분이 희양산을 출입금지 하게된 배경과 봉암사 유래를 일장 연설로 설명한다. 나도 스님의 말에 동감을 한다고 전제하고 자초지종 나의 사정을 설명을 하고, 조용히 흔적 없이 지나 가겠노라고 간청을 하니. 더 이상 말하기 곤란하였는지 점심 식사전이면 점심식사나 같이 하자고 한다. 물이나 한 컵 달라고 하여 먹고 말랬더니, 여러 스님들이 라면과 밥을 내 밀고, 먹으라고 한다. 하는수 없이 적과 동침하는 기분으로 라면과 나물 반찬에 절밥을 먹는둥, 마는둥 한다. 밥을 먹고나니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 진것 같아,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여기서 공개 불가)
그리 하여서인지 조건부 허락을 한다. 절대로 보내준 사실이 없다. 그리고 희양산 정상은 가지 말고, 바로 성터쪽 대간길로 바로 갈것을 약속하라고 한다. 틀림 없이 약속을 지키겠노라 하고, 고맙다고 스님들께 성불 합시라는 합장을 하고, 올라가려는데, 홍삼 파우치 백 음료를 두개를 내 밀며, 밧줄구간이 빗물이 흘러 미끄럽고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당부까지 주는게 아닌가. 서로간에 피해가 없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분쟁은 없었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스님들을 뒤로하고 희양산을 올라 드디어 밧줄구간이다. 밧줄이 여러군데 깔려 있어 어느구간으로 올라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제일 우측 구간에는 엄지 손가락 크기의 밧줄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밧줄을 스님들이 철거를 해버렸다는것은 사실이 아니것 같기도 하다.
암벽을 하는 나에게는 별 어려운 코스는 아니였으나, 조심이 최상이라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무사히 올랐다. 희양산 정상 갈림길에 도착하니, 시간이 11시 51분이다. 희양산 정상 쪽으로는 나무로 길을 막아 놓았다.
베낭을 내려 놓고 한시름 놓고 쉰다. 도대체 어떻게 된 심판인지 알바 구간을 지도를 펴고 정리를 해본다. 1차로 주치봉을 구왕봉으로 착각을 하고 지도상에도 길주의라고 표시된 주치봉 정상에서 우측능선으로 잘 못 내려가 봉암용곡 까지 바닥을 쳐버렸던 것이다. 2차로 이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마음만 바쁘게 설치면서 당황을 한 탓이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드라도 정신을 차리렸다고...
산행 원칙을 준수하고 조금만 침착 하였드라면, 약 3시간이 넘는 알바를 하지 않았을것을 생각하니, 나 자신 자괴감과 한 없는 원망이 겹쳐 온다.
<희양산 정상 방향>
<희양산 삼거리 마지막 밧줄구간>
밧줄 오름 구간 오름 중에 전화가 울려 받지 못해 확인을 해보니 고석수씨다.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한 모양이다. 고석수씨와 집사람에게 전화를 한후, 스님들과의 약속대로 희양산 정상은 밟지 않고, 성터쪽으로 대간길을 잡는다. 성터길도 햇갈리기 쉽상이다. 성터를 넘어 내리막에도 확실한 길이 있으니 말이다. 대체적으로 시루봉까지 내림길이다. 이 구간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교행을 한다. 특히 국제산악회 회원들의 숫자는 많다. 고석수씨의 당부대로 시루봉 못가 계류에서 물을 보충하고, 쉬고 있는 산님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 한사람도 2주전에 나와 똑같은 장소에서 알바를 하여, 날은 어두어 가는데 혼이 났으며 가까스로 지름티재를 찾아 은티마을로 하산을 하였다고 한다. 수리봉 밑에도 길이 여러 갈래다. 지류를 따라 올라가는길도 잘 나 있다. 대간길은 지류위 평탄 공터에서 우측으로 꺽어 약간 내리다가 다시 뺙쎄게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보면 좌측으로 고도 800m이 넘는 평지의 형세인 배너미 평전이다. 평전을 지나 완만하게 가다가 989m의 이만봉에 14시 09분에 당도한다. 이만봉 정상에는 아들은 많이 젊고, 아버지는 지긋한 나이의 부자지간이 쉬고 있다. 암말에서 올라와 이만이골 도막으로 내려 간다고 한다. 아들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하여 이만봉 정상석을 옆에 끼고 사진을 찍는다.
그들과 헤어져 또다시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을 내려 다시 곰틀봉을 오른다. 한참을 내리니 사다리재 이정표다.
이후 평이한 길을 가다가 886봉에서 쉰다. 배를 가져 왔으나 칼을 가지고 오지 않아, 입으로 배 껍질을 벗겨가며, 맛있게 먹는다. 집사람이 만들어준 복숭아 즢이 좋은 회복제가 된다. 진하게 탄 미숫가루도 한 몫 단단히 한다.
베낭을 챙기고 출발하려 하는데 젊은 산님이 한분 도착한다. 어디서 오냐고 하였드니, 아침 06시에 버리미기재에서 출발 하였다고 한다. 나도 오늘 02시10분에 버리미기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니, 왜? 여기까지 밖에 못 갔느냐고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오면서 보니 한사람정도 지나간것 같아서 악휘봉 못미쳐 내려오는 두사람의 등산객에게 앞서간 사람의 소식을 물의니 3-4시간 앞서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알바의 자초지종을 듣더니 자기도 그 구간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빠져 약20분 정도 알바를하고 왔다고 하면서 희양산 구간은 어떻게 하였느냐고 묻는다. 대충 하고 왔다고 하였드니, 자기는 스님들이 끝까지 못가게 하여 지름티재까지 다시 내려가 우회하여 희양산을 올랐다고 하면서, 체력을 다 소진해 버려 오늘 일정을 이화령까지로 축소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젊은이 일시 종주자로 13일째 산행이며, 산악마라톤에서 체력을 키우고 일반 마라톤도 풀코스 기록이 3시간 23분인 준족으로 원래 오늘의 계획은 조령까지 세웠다고 한다.
나도 이화령까지이니 길동무를 하기로 한다. 홀로 대간꾼에게 길동무가 생겼으니 이~ 아니 좋을소냐..
백화산을 향하여 이런저런 애기를 하며 걷는다. 경남 남해가 고향이며, 지금 사는곳은 부산이란다. 나도 부산에서 약17여년을 살았다고 하니 반가워한다. 젊은이 베낭에 이상한게 튀어 나와 있어, 무엇인가 물으니 대금이라고 한다. 웬 대금? 하니, 현재 기능보유자인 스승에게 대금을 전수받고 있는 중이며 내년쯤 문광부에 전수자 등록이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기인 기질이 다분하다. 일단 백화산 정상에서 한 곡조 듣기로 한다.
981봉을 지나, 오늘의 최고봉인 백화산(1,063m)에 16시 48분에 도착을 한다. 고석수씨가 전화를 하여 이화령에 내려 왔느냐고 묻는다. 이제 백화산인데 무신 소리냐? 유구무언이라고 답한다. 집사람에게도 전화로 보고를 한다.
<백화산 정상에서>
<백화산에서 둘러본 산하와 뭉게 구름 #1>
<# 2>
<# 3>
<# 4>
<백화산 정상에서 대금 연주중인 동행 산님>
대금 산조를 몇곡 듣는다. 아직은 다듬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산중에서 대금 연주를 감상할수 있다니...
앞에 있는 물병이 아니고 술병이 였으면 금상첨화 였는데... 아쉽다 아쉬워,. 쩝...
이화령까지도 만만치 않으니 발걸음을 빨리 하기로 한다. 점촌 후배가 나의 야영장비와 물건들을 휴게소에 맡겨 놓았는데 7시30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하였기에 마음이 더욱 바쁘다.
황학산을 지나 한시간 정도 내려오니 이화령을 알리는 첫 이정표가 나온다.
<17시 59분에 만난 이정표>
이정표에 이화령이 110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이대로 가면 너무 늦는다. 동행자는 랜턴 준비도 않되었다.
걸음을 더 빨리한다. 쉽다던 내림길이 생각보다 더디다. 억새밭과 헬기장 두군데를 지나도 이화령은 감감 무소식이다.
조봉을 지나면 마지막 681봉인데 봉을 넘으면 또 봉, 봉 같지 않은 봉들이 기수다. 군 시설인 교통호 및 참호가 보이기 시작 한다.
681봉인가 보다. 군부대쪽은 금지이고 이제는 우회길이다. 금방 떨어질것 같은 우회길이 지루하기도 하다. 막바지 경사가 심하여 랜턴을 켠다. 하나로 두사람이 내려 간다. 군부대 갈림길 계단이다. 저 밑에 도로가 희멀건하게 보인다. 드디어 19시35분에 이화령 도로에 떨어진다. 우선 휴게소로 간다. 휴게소는 장사를 마쳤는지 실내에만 불이 켜있다. 주인을 찾아 맡긴 짐을 찾고 식사를 물어보니 다들 퇴근을 하여 안된다고 한다. 2층에 민박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역시 안된다. 그러면 화장실 물이라도 좀 사용하자고 하니 그것도 안된다고 한다. 이화령 휴게소라면 조령산 덕분으로 등산객들의 혜택을 보았음직 한데, 너무나 야박한것 같다.
신발에서 옷까지 하루종일 젖어 있어 운신이 곤란하다. 둘다 비박장비는 있지만, 어쩔수 없이 문경으로 내려 가기로 한다. 비상용으로 산행기에 소개되어 있는 문경 택시 양승달 기사에게 전화를 하여 택시를 부른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땀이 식으니 한기가 몰려온다. 따뜻한 방 생각이 간절한데, 택시는 빨리 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양승달씨가 아닌 딴 기사분이 온다. 기사분의 소개로 일단 문경 읍내 힐 모텔에 여장을 푼다. 대간길에 나선 이후, 첨으로 여관신세를 지게된다.(지금까지 야영및 비박을 원칙으로 하였는데..)
11일 아침 06시 30분 택시를 불러 타고 이화령으로 오른다. 문경읍내는 안개가 끼어 있지만, 이화령에 오르니 안개가 걷히고, 오늘 날씨는 쾌청할것 같다. 06시 47분 이화령 고개마루에 도착한다. 어제 저녁 너무 어두워 못 찍은 고개마루 이화령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산행 채비를 한다.
<괴산 휴게소에 있는 고추노인>
등산객을 실고 왔던 24인승 버스가 고개 마루턱에 주차되어 있다. 기사분이 인사를 한다. 서울에서 어제 저녁에 내려와 여기서 야영을 하고, 06시에 하늘재를 향하여 출발한 산악회팀 기사란다.
오늘도 일시 종주 산님과 동행하기로 하고, 07시에 이화령을 출발하여 하늘재로의 산행이 시작된다.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편안한 사면 우회길을 5분쯤 가니, 끓어진 대간길을 안내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끓어진 대간구간을 안내한 현수막>
우회길을 지나 된비알을 치고 오르는데, 어제의 몸이 풀리지 않아선지 많이 힘들다. 땀이 나기 시작 한다. 초반에 지치면 않되는데...
07시45분 조령샘 직전의 이정목이다.
<조령샘 이정목>
1분후, 조령 샘이다. 물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어서, 베낭을 내리고 물을 마시고, 세수 대야에 받쳐진 물로 시원하게 세수도 해 본다. 여기도 지나온 대간길 대덕산 셈터와 똑 같이 "목을 축이는 길손이시여" 란 시귀처럼 이색적인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조령샘>
조령샘을 지나 20여분 치고 오르니 헬기장이다. 조령산이 10분 거리다.
<조령산 10분 전방>
8시15분 이화령을 출발한지 1시간 15분만에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조령산(1,025m)에 도착한다.
<조령산 정상석>
<초반부터 심상치 않는 모습>
조령산 암벽 구간을 알리는 서막이 펼쳐진다. 고도표를 보니 떨어지고 오르고의 연속이다. 직벽 내림과 오름에 밧줄이 잘 설치되어 있다. 내리다 첫 전망바위에서 시계가 좋아 조망해본다.
<암벽구간의 서막을 알리는 바위 산>
<신선봉과 가운데 부봉>
위험지대를 지나 깊게 떨어져 안부에 닿는다. 새재주막으로의 이정목이 서있다.
갑자기 텁텁한 막걸리 생각이 난다.
<새재주막과 신풍으로 갈리는 갈림길>
간간히 설치된 밧줄을 잡고 오르자니 팔에 힘이 빠진다. 오늘은 부드럽게 산행을 할수 있는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은성 싶다. 923봉 전망이 좋아 잠시 쉬면서 한섬지기 계곡 아래 마을을 내려다본다.
<새터 마을 전경>
<좌측으로 멀리보이는 절골 마을>
가을을 알리는 야생화가 보기에도 향기롭다.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암벽 사이의 야생화를 담아본다.
<바위틈의 야생화>
바위 직벽구간으로 밧줄이 많이 설치된 지역이다. 이지역을 지나면 밧줄 구간은 대충 지난 모양이다.이화령에서 06시에 출발한 서울팀 후미와 중간을 추월한다. 숫자가 많으니 위험구간에서 많이 지체된다.
조령 삼관문이 2시간거리이다. 나 역시 그렇게 진도가 빠르지는 않는것 같다. 자꾸만 조령 3관문이 지근거리에 있는것처럼 느껴진다. 우측으로 조령 3관문으로 오르는 차도가 보이기에 이번 구간만 돌아 올라가면 3관문으로 떨어질거라는 희망은 자꾸만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다시 올라야 한다.
11시58분 깃대봉 삼거리다. 이제야 우회하여 3관문으로 떨어진다. 지도상으로 여기서도 25분 인것을... 지루하게 3관문을 기대하고 온것 같다.
기대를 많이 할수록 더욱 더디고 지루하다.
<깃대봉 안부 삼거리>
3관문이 가까워지자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휴게소에서 틀어논 확성기에는 대금연주와 풍악이 흘러나온다. 어린 애들과 가볍게 산을 올라오는 가족팀이 시끌벅적하다.
드디어 12시22분이다. 유달리 힘들게 온 제3관문이다. 제법 사람이 많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였는데 이외로 조용하다.
우물터는 수리중이라 매표소까지 가라고 안내 되어있다.
여기서 시원한 물에 점심을 먹기로 하였는데 낭패다.
도저히 매표소까지 갈수 없어 우물터를 살펴보니 돌 웅덩이에 흑탕물이 고여 있어 흘러나오는 물을 받을수가 없었다. 돌 웅덩이 물을 퍼내니 깨끗한 물을 받을수가 있다. 손이 시러울 정도로 물이 차다. 찬 물에 밥을 말아 가져온 마늘에 된장을 찍어 먹으니 입맛이 돌아온다. 밥이 부족 한듯 하다.
<측면에서 본 3관문>
<너무나 조용한 3관문>
이화령에서 07시에 출발하여 이제 반을 왔으니, 남은 갈길도 만만치 않다.
처음으로 양말을 벗고 발을 통풍시킨다. 발이 물에 절여서 부르터 있다. 밴드로 발 뒷굼치를 응급 조치하고 13시 10분 3관문을 출발하여 마패봉으로 출발한다. 출발 시작부터 된비알이다. 고도 300을 0.9km를 치고 오르자니 땀이 비오듯한다. 바위 너덜지대에 경사도가 심하니 더욱 오르기 힘든다. 자칭 털보산악회 회원들이 마패봉에서 쏟아져 내려 온다. 하늘재까지 간다고 하니 언제 가느냐고 남의 일 같지 않게 걱정을 한다. 3관문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고 희희락락이다. 부럽기도하다. 마패봉 정상에 올라보니 마역봉으로 되어 있다. 지도상 표시와 일치하면 좋으련만...
<마역봉 정상 이정목>
이름만 틀린것이 아니라 거리도 문제다. 3관문에는 마역봉까지 0.9km. 마역봉 정상석에는 0.8km. 이정목에는 1.1km 각각 다르다. 왜? 이런 사소한것도 일치하지 못하는가.
점심을 먹고 땀께나 흘리고 올라왔는데, 무섭게 또 내리 떨어진다. 털보 산악회 후미에 나이가 지긋한 털보회장님이 올라 오고있다. 수염을 멋지게 길르셨다. 털보 산악회의 트레이드 마크인가 보다.
14시 36분 북암문(북문)이다. 여기 이정목에도 마패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릅재와 동화원으로 갈리는 4거리다.
<북문 이정목>
북문부터 동암문(동문)까지는 위험구간이 없는 평이한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거리는 1.7km이지만, 1시간 13분 걸렸다.
옛 선현들이 힘들어 쌓아온 성터의 잔해가 군데군데 남아있다. 세월 앞에는 무쇠도 못견딘 것을.. 성터의 흔적이 무상하다.
축성시의 규모는 방대하였던것 같다. 가운데 통로인 제1관문, 제2관문, 제3관문을 둘러싸고 있는 성터의 길이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으나, 전술상 요충지에는 틀림 없나보다.
(허물어져 있는 동암문(동문)>
지금까지 통과한 북문이나 동문은 문이라고 할수없이 허물어져 자취가 없다. 상당한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16시 06분 부봉직전 이정목에 도착한다.
<부봉 갈림길)
16시 06분 많이 늦었다. 이러다가 어제 저녁과 다를바 없겠다. 마지막 힘을 짜내 걸어본다. 다리가 많이 풀린 상태라 움직임이 현저히 떨어진다.
<부봉 (제1봉)>
16시 24분 부봉 (제1봉) 정상이다. 주흘산과 동화원의 갈림길 삼거리다.
갈길이 바빠 초 읽기에 들어간 기분이다.
<주흘산쪽을 바라보며..>
주흘산은 3.9km로 2시간 20분거리로 표시되어 있다.
<탄향산과 포함산을 조망하며>
<959봉 갈림길. 대간표지기들이 단풍처럼>
16시49분 주흘산 1시간 30분 걸림을 표시한 959봉 갈림길 이정목이다. 표지기의 색깔이 호사스럽다.
<825봉 갈림길>
17시 20분 탄향산(월향삼봉) 정상에 도착한다.
<탄향산 (월향삼봉) 정상석>
<주변 경관>
<석양에 아름다운 홍송 자태>
17시 46분 하늘재로 내려가며 포암산을 담아본다.
<다음 구간으로 걸어야 할 포암산>
17시 48분 하늘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오늘 산행의 대단원의 막이 내릴려는 순간이다.
<하늘재 직전 절개지>
17시57분에 하늘재에 떨어진다.이화령에서 10시간 57분 걸렸다.
이구간도 만만한 구간은 아니다. 하늘재에 24인용 서울팀의 버스가 보이지 않은것을 보니 중도 탈출을 시도한 모양이다. 내심 걱정을 하였던터라 그리하였다면 현명한 선택을 한것이다.
<하늘재 고개 마루에 있는 계림정 유허비)>
또다시 걸어가야 할 대간길 포암산 들머리를 찾아 마지막으로 디카에 흔적을 남기고, 어제 오늘 서로간에 많은 힘이 되었던 동행자와 헤여져야 할 순간이다. 동행자는 하늘재 고개마루에 있는 산장에서 침식을 해결 하고 내일 계속해서 대간길을 걷기로 하고, 난 문경으로 나가 서울로 올라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