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과 무관한 사진)

(수필)
다시 그 자리에 서서
강난경
지난 2월 말경, 나는 홍마리아 목사로부터 어느 요양병원개원식의 축시낭송을 부탁받았다. 그 당시 오른쪽 무릎이 많이 아파 수술 날짜를 3월 14일로 받아놓고 있는 상태라 거절을 했다. 그녀는 그런 조건이라면 더욱 잘 되었다며 명랑하게 지저귀었다.
“강 목사님, MRI 찍은 걸 CD로 구어달래서 여기 병원 의사선생님께 자세히 봐달라고 하 세요. 이 병원에 연세병원의료진이 들어왔어요. 그리고요, 목사와 사모는 모두 무료래요.”
내가, 아니 우리 가족이 평생 신세를 진 연세의료진이라는 말과 무료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가 어디냐고. 그리고 나는 그녀의 ‘남양주 수동 기도원’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곳에 꼭 가겠다고 흔쾌히 대답을 하였다.
십 년 전 우리 부부는 교회를 시작하여 삼 년 만에 그만 두고 인생을 정리하려고 수동 기도원에 지은 실버타운의 한 곳을 계약한 일이 있었다. 내가 작가라고 하자 소개인은 글쓰기에 조용하고 전경이 아주 좋은 곳을 안내하였다. 나는 앞 창문을 열고 감탄사를 토했다. ‘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라고. 저 멀리 푸른 산 계곡으로부터 에스(S)자 모양을 그리며 굽이쳐 흘러오는 냇물이 콸콸 내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물이 이처럼 좋은 곳이니 지명이 수동면(水洞面) 운수리(雲水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멋진 산수 속에 산다면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우리는 그 당장에 계약을 하였다. 그후 어떤 사정으로 해약이 되었지만 나는 그 풍경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실버타운 자리에 한국 최고의 ‘수동세브란스요양병원’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원장은 연세의대 가정의학과 주임교수인 윤방부 박사에 내과는 대한민국 베스트 닥터로 선정(2004년)되었던 김성규 교수니 입이 딱 벌어졌다. 게다가 이태희 이사장의 사위인 염안섭 교수(신촌세브란스가정의학과)까지 호스피스 교수로 있다니 더 바랄 게 없는 완벽한 의료진인 것이다.
병원 개원 전날인 3월7일 금요철야예배에서 나는 무릎을 두드리며 찬양하고 문지르며 기도하였다. 주님이 만져주시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개원 예배가 끝나자 이사장 이태희 목사님의 병원 내부 안내 때 나는 놀랍게도 조금도 절룩거리지 않고 따라다니며 볼 수 있었다. 병원의 모든 시설은 호텔처럼 최고급으로 꾸며 진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구석구석까지도 따뜻한 손길이 한 눈에 보였다. ‘믿음이 가득한 원무과’ ‘정성이 가득한 샤워실’ ‘사랑이 가득한 906호’ 등등.
나는 칠년 전의 방을 찾아가 다시 그 자리에 서서 창밖을 보았다. 가뭄으로 냇물은 말랐지만 내 귀엔 물 흐르는 소리가 콸콸거렸다. 언제이건 비가 온 후에 다시 찾으리라.
내 무릎이 많이 건강해져서 수술은 보류되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봄비가 충분히 내려 수동의 냇물이 전처럼 흐르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사진기도 가지고 수동으로 갈 것이다. (끝) (2008.3.8)

강난경 프로필
0. 숙명여대 대학원국문과 졸업. 명예문학박사
0. 한양여전 문예창작과 강사 역임
0. 대한민국문학상 외 다수 수상
0. 장편<우리는 모두 날아가고 싶다>외 16권 발간
0. 현재 : 본지 발행인. 미2사단 캠프캐슬 카투사교회 담임 목사
첫댓글 연대 시창작반에서 축령산 휴양림으로 문학기행 가는 길에 지나던 수동면,,, 그 곳은 태고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맑고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목사, 사모를 위해 특별 할인이나 무료 진료를 해 주는 병원들이 많더군요. 참 좋은 일입니다. 회장님 영화배우 같으셔요~~~ ^^*
수동의 수려한 자연 경관은 손 타지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조용 하고 아름답습니다 ?빽빽한 숲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죠 ?수동은 최고의 청정 지역 입니다 ?누구나 한번 가보면 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게되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죠 ?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해지는곳. 수동은 가본것 만으로도 기억속에 남는 정말 좋은곳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