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의 명절과 기일 제사의 시안들
들어가는 말
명절이 되면 천주교 신자들은 제사 문제 때문에 갈등하곤 한다. 본당에서 위령 미사만 봉헌하고 명절을 지낼 것인지, 또는 위령 미사도 드리고 집에서 제사를 지낼 것인지, 또는 집에서 제사만 지낼 것인지, 더 나아가 전통적인 제사를 지낼 것인지 아니면 위령 기도(연도)라도 바쳐야 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결정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 집안이 해오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지내도록 허용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권장하고 있다 하겠다. 가톨릭 신자들이 증가하면서 신앙을 갖지 않았을 때 지내던 제사를 신자가 된 다음에 가정 안에서 이 전통의 예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그들에게 그리스도교적인 제사를 지내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신앙의 뿌리가 깊은 집안은 오랫동안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위령 미사로 그 깊은 신앙을 드러내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 와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관습과 더불어 신앙이 약해졌을 때에 이것도 저것도 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반대로 가족들은 제사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더욱 키워 가고 굳게 할 매개물로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필요성이 있는데도, 현재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서 지정된 형태의 제사 양식은 없다. 아직 시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양식들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에 그 동안 제시되었던 몇 가지 제사 양식을 소개한다. 이 양식들은 임의로 만들어 일부 쓰고 있는 시안들이다. 여기에 붙여진 제사의 이름들도 소개될 때 쓰인 이름으로 편의상 붙인 것일 뿐이다. 그 제사의 이름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제사 양식을 꾸미는 데는 여러 형태의 예식들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안들 안에서 천주교의 제사를 이루는 요소들을 나열해 보면, 기존의 제사 양식, 교회 예배 요소의 중요 요소인 말씀 전례, 고인을 위한 기도, 그 외에 명절 때 조상에게 드리는 예(禮)의 요소와 축복 기원(전구), 또한 그리스도교적 예배에서 갖는 간구와 축복(찬미) 등이 이 제사들을 이루는 요소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세 가지 시안은 다음과 같다. - 차례 제사 : 주로 한가위 명절 중심의 제사로 제시된 간단한 형태의 말씀 전례와 제사의 중심인 축문과 배례,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의 신앙 고백과 여러 기도들로 구성되었다. - 조상 제사 예식 : 기존의 제사 양식을 기본 틀로 잡고 일부 기도와 말씀 봉독을 삽입한 형태로 간결한 시안이다. 주로 기일을 위한 것이며 명절 제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제주의 권고 등 말씀 나누기와 개인 기도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 가톨릭 제사 : 교회의 기도인 위령 기도(연도)에 제사의 공경 절차를 복합시킨 제사 시안이다. 연도를 마친 다음 성서 봉독과 여러 기도를 선택적으로 드린 다음 제사의 공경 절차를 거행하도록 구성하였다. 일반적으로 세 가지 시안 모두 제사를 준비하는 단계는 비슷하며 일반적인 제사 준비와 일맥상통하고 공통적이다. 또 다음에 제시된 양식들 가운데서 성서 말씀이나 성가 등은 공통으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 또 제사의 핵심인 '축문'은 경우에 따라 3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공통으로 호환할 수 있을 것이며 고쳐 쓸 수 있을 것이다. 가정이나 본당에서 주어진 시안에 따라 제사를 드려 보고 그 느낌들을 나누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어떤 부분은 또 어떻게 바꾸어 하는 것이 좋은지, 어느 시안이 우리 가정에 더 적합한지 의논해 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개선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천주교회의 제사가 더욱 발전되고 성숙된 형태들로 우리 가운데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해 본다.
1. 차례 제사
☆ 차례 제사의 준비 1) 집 안팎을 깨끗이 하고 차례 지내는 방을 잘 꾸민다. 2) 모두 목욕 재계하고 단정한 옷을 입는다. 3) 고해성사로 죄와 모든 잘못을 용서받고 마음을 깨끗이 한다. 4) 차례 상을 정성껏 차리되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조상님께 대접하고 싶은 음식, 평소에 가족이 함께 나누고 싶었던 음식을 차린다. 5) 벽에는 십자고상을 걸고 그 밑에는 조상님의 영정을 모신다. 없으면 그 함자를 정성껏 써 붙인다. 6) 차례 상 앞에는 깨끗한 돗자리나 다른 좋은 깔개를 편다. 7) 가족이 함께 명절에는 본당의 공동체와 더불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기일에는 고인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선조와 가문과 후손을 위해 미사를 봉헌한다. 위로 ☆ 차례 예식 순서 시작 성가 <성호경을 긋고 시작 성가(54번 등)를 부른다.> 성서 봉독 <다음의 성서 가운데 적당한 것을 골라 봉독한다.> 1) 루가 6,43-49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안다.> 2) 신명 16,9-17 <추수절과 초막절> (한가위 명절에) 가장의 말씀 <가장이 선조의 훌륭했던 점이나 가르침, 가훈, 가풍 등을 전해준다. 오늘의 집안 형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일러준다. 하느님의 말씀과 선조의 가르침에 따라 성실하게 살며 가문을 빛내기로 다짐하는 말씀 등을 한다.> 화답 성가 <화답하는 뜻으로 성가(29장 등)를 다함께 부른다.> 축문 <축문은 제사의 핵심 부분이다. 조상께 드리는 축문을 조상의 전구를 통하여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문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 설 명절에 - † 세상 만물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아버지, 묵은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였나이다. 오늘 설 명절을 맞아 부족하나마 상을 차려 조상의 은덕과 유훈을 기억하며,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나이다. 하느님, 저희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소서. 저희 조상들의 공로와 저희의 정성을 보시어 새해에도 주님께 영광이 되고 조상들께는 기쁨의 위로가 되며 저희에게는 새 생활의 힘과 희망이 되도록 축복하소서. 저희 조상들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 부족하고 미약한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또는 추석 명절에 - † 언제나 저희를 자비로이 돌보시는 하느님 아버지, 금년에도 오곡 백과를 풍성하게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 드리나이다. 오늘 저희는 한가위 명절을 맞이하여 부족하오나 음식상을 차려 놓고 조상의 은덕과 유훈을 생각하며, 되새기고자 함께 모였습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희의 정성을 어여삐 보시고 저희 가문을 돌보아주시옵소서. 하느님, 저희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서로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조상님들이시여, 이 후손의 정성을 가상히 보시어 흠향하시고 저희를 언제나 축복해 주소서.) 저희의 이 정성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저희에게는 오늘과 내일을 창조하는 건실한 삶의 새로운 다짐과 기약이 되기를 바라나이다. 저희 조상들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 아버지, 부족하고 미약한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저희를 사랑하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또는 기일에 - † 주님의 보살핌으로 오늘 다시 ( )께 제사를 올리게 되었나이다. 이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드리는 저희의 정성과 사모하는 마음을 받아 주소서. 저희는 언제나 ( )를 기억하여 이 제사를 올리오니 ( )께서는 저희가 주님의 뜻에 따라 서로 사랑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 아멘.
배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이 순서대로 조상님의 영전에 큰절을 한다.> 신앙 고백 <다함께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한다.> 가족들의 기도 <이어서 가족들은 자녀를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를 바친다.> - 자녀를 위한 기도 -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기도 드린다.> ○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귀한 자녀를 주시어 창조를 이어가게 하셨으니 주님의 사랑으로 자녀를 길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소서. ● 주님, 사랑하는 저희 자녀를 은총으로 보호하시어 세상 부패에 물들지 않게 하시며 온갖 악의 유혹을 물리치고 예수님을 본받아 주님의 뜻을 이루는 일꾼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 부모를 위한 기도 -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기도 드린다.> ○ 인자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그 은덕에 감사하라 하셨으니 저희가 효성을 다하여 부모를 섬기겠나이다. ● 저희 부모는 저희를 낳아 기르며 갖은 어려움을 기쁘게 이겨냈으니 이제는 그 보람을 느끼며 편히 지내게 하소서. ○ 주님, 저희 부모에게 강복하시고 은총으로 지켜 주시며 마침내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개인 기도 <가족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친다.> 화답 성가 <다 함께 성가(44번 등)를 부르며 기도들을 모은다.> 주님의 기도 <다 함께 손을 잡고 바치며 성호경으로 차례 예식을 마친다.> 음복 <제사 상을 물리면 사랑과 나눔의 일치의 식사와 잔치를 이루며, 가난한 이웃들과도 음식을 나눈다.>
- 나기정 신부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