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구래초등학교’를 찾다
영월로 갔다. 높은 산지와 깊은 강물이 자리 잡은 이 곳은 과거에는 귀양지로 활용될 정도로 험준하지만 이제는 자발적 고독과 여유를 갖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고장이다. 곳곳에는 수많은 박물관들이 개성을 감추고 숨겨진 비밀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땅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에도 아내와 함께 내려온 병철이 ‘옥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학교 마당을 넉넉히 채워주던 느티나무와 별마루 천문대에서 바라보던 깨알같은 별들의 군무가 기억난다. 이번에 다시 영월을 찾은 것은 재승이가 작년(2015년)부터 영월 구래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시간도 났고 여행 중이던 병철도 영월로 온다기에 ‘좋은 일은 서둘러라’라는 마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영월에 있는 학교들의 매력은 학교를 감싸는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점이다. 특히 구래초등학교 건물 뒤에 있는 ‘꼴두 바우’는 학교의 독특한 멋을 표현하고 있었다. 구래초등학교는 학생들이 불과 10여명에 불과하다. 재승이 맡고 있는 4, 6학년도 6학년 1명, 4학년 2명의 단촐한 규모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적어도 기본적인 학교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교직원은 20명이 넘는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학교와 교실은 나무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교실 내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책상에서 시골학교의 여유와 낭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래초등학교가 위치한 ‘상동’은 지하자원 중석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학교 주변에는 광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무너진 폐가들도 철거되지 않아 마을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었다. 과거로부터 퇴락되어가는 광산촌의 쓸쓸함이 배어있는 장소였다. 재승이 말로는 중석 광산이 다시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의 생산가격이 인상되고 상동에서 나는 중석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외국 업체에서 이곳을 다시 광산으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상동의 부활을 기대할 일이다. 그때에는 무너진 폐가도 사라지고 달라진 상동마을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학교 교직원들은 대부분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상동은 영월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들어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학교 분위기는 올해 교장이 부임한 이후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분위기가 좋다보니 방과 이후 만남이 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경험은 기쁜 일이다. 다만 건강에 유의할 일이다. 좋은 공기 속에서 건강이라는 선물을 안고 귀경해야 하니 말이다. 재승은 내년 1년 정도 더 근무 연장을 고려 중이라고 하였다.
재승의 표정과 학교직원들의 따뜻함을 통하여 자연의 넉넉함에 자리 잡은 학교에서 소박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의 여유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영월’이라는 말 그대로 편안함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충전된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될 시간을 또한 소망하면서 영월 방문을 마무리했다.
** 구래 초등학교와 상동마을의 사진을 싣는다. 상동 들어가기 전에 들렀던 '주천'의 명승지도 같이 올려본다.
* 주천과 영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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