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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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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권우성 |
| 부채에 떠밀린 농민들이 야반도주하는 등 우리 농촌이 극도로 황폐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농협은 신용사업 등으로 임직원들의 배만 불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농협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농협의 설립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과 각 부문 3인의 대표, 상임감사 등은 연평균 1억원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농협중앙회 직원과 회원조합 조합장들도 거액의 연봉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조일현(강원 홍천, 횡성) 열린우리당 의원이 18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농협중앙회와 전국 1327개 회원조합으로부터 취합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회원조합의 조합장 연봉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억2000만원→4억200만원→4억4500만원... 3년새 2억 늘어
조일현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의 2003년 연봉이 2001년에 비해 2억2500만원 인상됐다. 또 여기에 업무추진비 1억9000만원을 합쳐 작년 한 해에만 모두 6억35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쌀 4200가마의 가격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1년 2억2000만원이던 농협중앙회장 연봉은 2002년 6800만원 인상됐고, 성과급이 신설돼 총 연봉은 4억200만원(83% 인상)에 달했다. 농협중앙회장은 또 2002년 업무추진비를 1억9000만원 사용해 혼자서만 6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썼다.
2003년에는 이 같은 비용이 더 늘어났다. 농협은 2003년 중앙회장의 성과급을 5800만원 늘리고, 경영수당을 월 570만원씩 신설, 배정해 중앙회장 연봉은 4억4500만원으로 증가됐다. 또 업무추진비 1억9000만원도 그대로 지급돼 중앙회장이 혼자서 쓴 비용은 모두 6억3500만원이나 됐다.
하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각 부문 대표와 상임감사는 자신들의 연봉을 올려가면서 이를 눈감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조일현 의원실에 따르면, 200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대표, 농경대표, 축산대표 3인의 연봉은 각각 3억400만원, 2억6200만원, 2억3100만원에 달해 전년 대비 최고 176%의 인상율을 보였다. 같은 해 상임감사 연봉은 2억6800만원(전년 대비 110% 인상), 상무는 2억1300만원(전년 대비 119% 인상)에 달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이 같은 현상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중앙회 부장(1급)은 해마다 600만원씩 연봉을 인상했고, 부부장(2급)도 매년 500만원씩 인상된 연봉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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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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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일선 조합장 평균 9000만원 지출... 업무추진비 2억 이상인 곳도
한편 지역 회원조합의 연봉 인상도 중앙회 못지 않아 '복마전'이라는 시중의 소문을 실감케 했다.
조사 결과 일선 회원조합의 조합장 평균 연봉은 2001년 4700만원에서 작년 6400만원으로 2년간 무려 1700만원(36% 인상)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조합당 26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보태면 조합장들은 작년 한해에만 평균 9000만원의 비용을 사용했다.
또 이 중에는 연봉 1억원 이상인 조합장이 11명이나 되고, 연봉과 업무추진비를 합쳐 1억원이 넘는 곳도 무려 246개에 달했다. 조합의 업무추진비만 2억원 이상인 곳도 9곳이나 됐다. 특히 경북 대구의 서대구농협은 조합장 연봉이 1억1800만원에 달했고, 다음으로 경기 구리농협, 경기 남대전농협, 부산 사상농협 조합장들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겼다.
회원조합 직원들도 부장(1급)이 2년간 1400만원의 연봉을 인상하는 등 중앙회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 같은 실태는 그 동안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들의 이익을 외면한 채 임직원 배불리기만 시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조일현 의원은 "사태가 이런데도 감사는 눈 뜬 봉사나 마찬가지고 이사회는 꿀먹은 벙어리일 뿐"이라며 "중앙회장, 조합장, 직원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임금인상에 담합하고 감사와 이사는 눈 감고 먼 산만 바라봤다"고 성토했다.
조 의원은 또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이 선출하고,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뽑지만 조합원들을 접촉하는 사람들은 주로 직원들"이라며 "결국 중앙회장은 재선을 위해 조합장의 도덕적 해이를 묵인하고, 조합장도 재선을 위해 직원들 봉급을 인상시킨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는 농협중앙회 임직원과 조합장들의 연봉이 최초로 공개되면서 이를 농협 개혁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웅두 전농 정책위원장은 "그 동안 농협중앙회와 조합원들의 임금 체계가 지나치게 높고, 농가 경제발전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지역에서는 이 때문에 조합장과 조합원인 농민들의 사이가 나빠지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농협의 임금도 실질적인 농촌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 또 이를 계기로 신경분리와 농정사업 집중, 자회사 통합 등 실질적인 농협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