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물부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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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체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 10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5,000명의 아동들이 물과 관련된 각종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는 물과 관련된 최근의 세계적 정황들은 세계 다수 국가들 내에서의 물 공급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UN개발계획(UNDP)은 대략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세계 인구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경우 세계 경제는 약 380억 달러의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음은 물론 수단 다르푸르 사태와 같이 물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각종 갈등도 상당 부문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지금의 물 부족 사태가 다름 아닌 이의 분배 시스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도처에서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일부 국가들이 수자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으로 인해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현실은 지금의 수자원 분배 시스템을 어떠한 방식을 통해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세계적 논의를 본격화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적정 가격의 도입 문제

현재 수자원 관리와 관련되어 가장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현안은 무엇보다도 적정한 수준의 물 공급 가격을 어떠한 방법과 원칙을 통해 설정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 혹은 아프리카 대륙의 후진국 등에 거주하고 있는 다수의 빈곤 시민들은 깨끗한 물의 사용이 사실상 허락되지 않고 있는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 놓인 반면, 동일 국가 내의 일부 부유층들은 물을 매우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는 완전히 상반된 현실은 이러한 적정 가격의 도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논리에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들 후진국들과 더불어 선진국들 역시 수자원 관리 체계에 있어 상당한 허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의 심각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스페인 농가의 경우 전체 농작물 생산비용의 고작 2%만을 농업 용수 사용에 할당하고 있으며, 美 캘리포니아州 밀 생산업자들이 州 전체 수자원 사용량의 20%를 독식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들은 州 정부의 엄청난 보조금을 바탕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수자원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물의 공급 가격이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되지 않았다는 지금의 잘못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우 낮은 수준에 책정되고 있는 물의 공급 가격은 다수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야말로 '물을 물쓰듯' 하도록 사실상 방조하고 있을 뿐이며, 이러한 사람들의 잘못된 습관이 결국 지금의 물 부족 사태를 야기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될 경우 향후 물의 공급 가격은 더욱 상승할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인한 쓰라린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의 가격 정책을 도입하는 방안만이 이 같은 사람들의 물 낭비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상황이다.

가격 통제 실패의 요인: '가상 수(水)' 및 각종 보조금

그러나 적정 수준에서 물 공급 가격을 책정하려는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가상 수(Virtual Water: 토니 앨런 英 런던대 교수가 처음 고안한 개념으로, 물이 풍부한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을 상대로 물 소요가 막대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이 같은 교역 방법을 통해 그만큼 물이 절약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개념을 들 수 있겠다.

'가상 수' 개념은 왜 다수의 소비자들이 각종 제품들에 소요되고 있는 엄청난 물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종 재화들의 판매 가격을 놓고 볼 경우 대부분 제품의 판매 가격은 이들의 생산에 소요되는 물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청바지 한 벌에 최대 1만 1,000리터 및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도 무려 2,400리터 이상의 물이 소요되고 있다는 사실 등은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 같은 '가상 수' 개념은 사람들이 왜 물의 중요성에 대해 망각하게 되는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농업 종사자들은 농산물 생산 과정에 필요한 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직접적 혹은 간접적 형태의 각종 정부 보조금을 지급 받고 있으며, 이는 이들 농업 종사자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싼 가격에 물을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을 뿐이다. 결국 이 같은 보조금은 농업 종사자들의 심각한 물 낭비를 자연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머지 않은 미래에 농업 생산량을 급감하게 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요인으로 치부되고 있다.

농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 분야들 역시도 직접적인 보조금 혹은 다른 방법을 통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실제 수자원의 전체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남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급격한 인구 증가가 발생하는 경우 전세계가 동시에 '물 대란'이라는 또 하나의 절대적 위기 상황에 봉착할 수 있음을 그대로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수자원 거래 제도의 도입 움직임

다수의 NGO 단체들은 물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라는 이유를 들어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물 공급 가격 인상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정부의 잘못된 수자원 정책으로 인해 적정한 물 공급 가격의 형성이 가로막히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간의 기본적인 하루 생활에 필요한 20리터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해당국 정부가 이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물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 오히려 잘못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적정한 물 공급 가격을 제대로 책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하겠다. 이 같은 사실은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와 유사한 방식을 물 거래에도 도입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도록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새로운 발상이 아니며, 국토 대부분이 황량한 사막으로 뒤덮여 있는 중동 지역의 오만에서 이미 이러한 물 거래 시스템이 수천 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물 거래 움직임은 스위스 일부 지역의 농민들을 중심으로도 이미 구체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 시스템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정치 및 법적 난제들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농부들이 물과 관련된 개별적인 소유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자원 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농지와 물의 소유 권한을 별도로 지정하는 법적 작업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만 할 것으로 보이며, 이와 더불어 모든 인류의 공동 소유물인 물을 사유화하는 경우에 대한 다수의 논란도 해결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 사용에 있어 상당한 특혜를 받고 있는 농업 분야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이익단체들의 강한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 실제 거래 시스템이 활성화될 경우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다수이며, 이에 따라 이의 시행과 관련된 구체적인 검토 작업이 이미 착수된 상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거래 제도의 전망 및 시사점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물 거래 시스템 구축은 현행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와 극명히 대비되는 한 가지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참고해야만 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탄소 거래는 실제적인 무게가 아닌 온실가스 배출권의 교환과 같은 다분히 가상적인 개념이지만, 물은 실제적인 무게를 가짐은 물론 수송에 있어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체가 불가한 수자원 고유의 특수성도 반드시 감안해야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실제 수자원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는 동일한 수자원을 공유하는 인접한 소규모 지역 사이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위에서 언급한 스위스 농부들의 사례는 이러한 소규모 형태의 물 거래 시스템에 대한 활성화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시스템의 도입 여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모든 산업 부문들이 향후에는 더욱 비싼 수준의 수자원 가격을 반드시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안정적인 물 공급이 확보되는 경우에만 건전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향후의 물 공급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시장 원칙'과 '수자원 보호'라는 두 가지 명분 하에 가장 효율적인 대안 마련에 시급히 착수해야만 한다는 데에는 어떠한 이견도 있을 수 없다고 하겠다.

♠ 참고자료
"A Costly Thrist," Financial Times, 4/4, 2008
"Spain's Drought: A Glimpse of Our Future?," The Independent, 5/23, 2008
"Water Shortage after Main Bursts," BBC, 4/28, 2008
"Water Shortage Worst in Decades, Officials Says," Los Angeles Times, 5/2, 2008
"Water Will Be Source of War Unless World Acts Now, Warns Minister, The Independent, 3/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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