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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규방칠우 원문보기 글쓴이: 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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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차 정금(샘이깊은물 발행인) 사진/하 지권(샘이깊은물 사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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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염색을 하노라면 여러 가지 식물들을 다루게 된다. 이 식물들은 줄기, 잎, 꽃, 열매 들의 모양이 각각 다르고 염색 재료로 쓸 수 있는 부분도 다르지만 염색 재료로 쓰는 방법도 서로 다르다 이를테면 어떤 식물은 생잎이나 생가지, 생껍질을 염색 재료로 쓰고 또 어떤 식물은 말려서 보관했다가 쓰기도 한다. 식물의 어떤 부분을, 어떤 방법으로 쓰든 이들 염색 재료는 끓이거나 발효시켜서 염색을 하게 된다. 몇 달 전부터 "자연과 빛깔"이라는 이 난을 통하여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식물 가운데 염색 재료로 쓸 수 있는 식물들을 소개해 왔다. 그런데 염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고 해서 한 식물을 단지 염색 재료로서만 소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 식물의 모양이나 특성뿐 아니라, 그 식물을 우리가 언제부터 써왔는지, 사람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아가서는 그 식물의 잎이나 줄기, 꽃이 주는 감성까지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식물 가운데는 고대부터 독특한 무늬로 형상화되어 회화나 공예에 이용되어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이 달의 염색 재료인 금은화가 바로 그렇다. 염색법과 더불어 식물로서의 금은화, 그 무늬 들에 관해서도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금은화"는 인동덩굴 금은화라는 이름은 한 줄기에 은빛, 금빛의 꽃이 함께 달려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향기 또한 무척 감미로워 요즈음에는 이 식물을 집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 매력적인 꽃을 피우는 식물의 본래 이름은 무엇일까? 겨울에도 줄기가 마르지 않고 추위를 견뎌내고 봄에 다시 새 움이 돋고 꽃을 피운다 하여 "인동덩굴"이라 부르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어려운 곤경과 난관을 인내와 끈기로 이겨낸다는 속뜻을 품고 있어서 어느 정치인에 비유되었고 그래서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인동덩굴은 인동과에 딸린 반상록 덩굴성 관목으로 우리나라 모든 지역의 산과 들뿐 아니라 숲 주변, 인가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 줄기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 길이가 삼 미터에 이르는데 잎이 길고 둥글며 마주나고 온몸에 짧은 갈색의 털이 덮여 있다. 꽃은 초여름 유월, 칠월께에 향기가 나는 잔꽃이 잎아귀에서 피는데 꽃을 따서 빨아보면 단맛의 꿀이 나와 이 십, 삼십 년 전 배고팠던 시절만 해도 시골 아이들이 좋아했던 꽃이었다. 꽃은 잎아귀에서 한두 개씩 피며 꽃잎의 길이는 삼, 사 센티미터로 처음에는 흰색이지만 곧 노란색으로 변한다. 꽃잎은 끝이 다섯 개로 갈라지며 그 가운데 한 개가 깊게 갈라져 뒤로 말린다. 인동덩굴의 잎이나 줄기는 "인동"으로, 꽃은 "금은화"로 불리며 예로부터 한방과 민간에서 약재로 쓰였다. 인동주라 하여 술로 담그기도 하고 목욕물에 풀어 목욕을 하면 습창, 관절통, 타박상 치료에 효과가 있다하여 인삼에 버금가는 약재라고도 하였다. 주요 성분은 루테올린 이노시톨과 타닌으로, 타닌 성분이 많기 때문에 염색이 잘 되는 식물이다. 조선시대에는 인동덩굴을 "금은화초"라 하였으며 <동의보감>에는 "겨
인동 무늬로 발전 인동덩굴은 약재로, 술을 담그는 재료로, 염색 재료로 쓰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늬로 발전하여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무늬는 길고 가느다란 잎사귀 모양의 부채꼴로 퍼진 추상 무늬인데 인동 무늬의 자연 원형은 고대 이집트의 로터스(수련) 무늬이다. 고대 이집트, 서아시아의 인동 무늬는 이 이집트 양식을 계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덩굴 무늬는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어 그리스 미술에서 완성을 보았으며 이 무늬를 사용한 지역은 꽤 광범위해서 북아프리카,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페르시아를 비롯하여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이른다. 그리스 시대에는 오 세기 즈음부터 부채꼴 모양의 잎사귀가 측면으로 표현된 삼엽형의 꽃 모양으로 기본 형태가 완성되었다. 단독 무늬에서 줄기에 여러 개의 꽃봉우리가 함께 연결되는 연속 무늬로 발전했고 대표적인 덩굴 무늬인 당초 무늬와 결합해 "인동 당초 무늬"를 만들어냈다. 또한 불교 미술에 흡수되어 연꽃 무늬와 함께 불교 장식 무늬의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스에서 완성을 본 식물 장식 요소가 간다라 미술, 곧 불교 미술에 흡수되면서 여러 형식으로 발전하였고 당시 동쪽으로 전래되어 중국풍의 당초 무늬가 나타났다. 구름 무늬와 결합됨으로써 고대 미술에서 구름의 표현은 인동 무늬로 변모하거나 화염 형식을 인동으로 표현하여 중국의 인동 무늬는 알파벳 "시"자 형 곡선과 마디가 기본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 세기 즈음부터 인동 무늬가 쓰였다. 고구려 고분 벽화 "우현리대묘"와 "중묘"에서는 전형적인 인동 무늬가 나타나며 백제 미술에서도 독특하게 쓰였다. 인동 무늬는 칠, 팔 세기 즈음 통일신라에 이르러 불교 미술의 성행과 함께 새로운 화문 양식이라 할 수 있는 극히 화려하고 다양한 "보상 당초문"으로 대치되기도 하였지만 조선시대까지 회화, 건축, 공예, 조각 같은 여러 분야에서 장식 무늬로 꾸준하게 쓰였다. 이처럼 인동 무늬는 동양과 서양에 걸쳐 매우 중요한 식물 장식 무늬이다. 오늘날 자연 염색을 연구하는 이들도 이 인동 무늬를 그대로 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발전시켜 자연 염색한 옷감에 활용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직물 염색을 넘어서 무늬를 넣은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은화로 물들이려면
금은화 구하기 한약 재료를 취급하는 곳에 가면 금은화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금은화는 주로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육백 그램에 사천오백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데 금은화 꽃은 흰빛에서 노란색으로 변하여 피기 때문에 말려놓은 꽃도 누렇다. 곰팡이나 다른 물질이 섞여 있지 않은 깨끗한 것으로 사면 된다.
염액 끓이기 명주 한 필을 기준으로, 금은화 육백 그램 정도가 필요하다. 이십 리터의 물에 이십 그램의 탄산칼륨을 넣는다. 이때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가 피에이치 구로 맞춘 다음 금은화를 넣고 이십 분 동안 팔팔 끓인 뒤 헝겊을 깐 바구니에 밭쳐 염액을 얻는다. 두
번을 더 끓이는데 이때 물의 양은 처음의 절반인 십 리터를 넣고 끓인다. 이때는 탄산칼륨을 넣지 않는다. 세 번을 끓여 사십
리터의 염액을 만든다.
염색하기
헹구기
<샘이깊은물> 2000. 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