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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노트북 컴퓨터인 '아이디어 패드(IdeaPad) U1'과 '스카이 라이트(Skylight)', 그리고 스마트폰의 일종인 '르폰(LePhone)'이 그것이다. 이들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더욱 작고 날씬하고 가벼우며, 네트워크에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장점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 패드 U1'의 경우 노트북의 모니터 부분만 떼내서 태블릿 PC로 쓸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 노트북'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지금까지 길어야 10시간 정도였던 배터리 사용 시간(대기시간)도 최대 60시간까지 크게 늘렸다.
또 르폰의 경우 구글의 스마트폰용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보다 선수를 친 것이다. 이들 제품은 이달 초 미국 CES 쇼에 출품돼 주요 상을 휩쓸었다. 특히 '아이디어 패드 U1'은 온라인 IT 뉴스인 씨넷(CNET)과 랩탑 매거진, 파퓰러 사이언스로부터 각각 최고의 컴퓨터와 노트북, 미래 제품으로 선정됐다.
레노버의 모바일 인터넷 전략은 즐거울 '락(樂)' 자를 써서 '프로젝트 르(樂)'로 불린다. 그 요체는 중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한 뒤 세계로 진출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양 위안칭 사장은 "스마트폰 역시 중국 시장에 먼저 내놓겠다"면서 "중국에서 성공해 자신감을 얻은 뒤에 세계 다른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무게감이 새삼 생생하게 와 닿았다. 중국 시장은 규모 면에서 미국에 필적할 시장으로 커가고 있고,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첨단 제품을 소비하는 테스트 베드가 되고 있다. 그런 시장을 갖고 있으니 한국을 곧 제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공개한 신제품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중국 속담에 '더 노력할수록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레노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끊임 없이 고민하고 연구개발을 해 무엇이 성장의 기회인가 생각합니다. 새 제품들은 더 슬림하고, 3G(3세대) 이동통신망이나 무선랜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더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중국 시장에서 컴퓨터를 비롯한 전 세계 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레노버가 중국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중국의 소비자용 PC 시장은 전년보다 40% 가까이 급성장했습니다. 이런 성장세는 우리도 놀랍게 느낄 정도입니다. 레노버도 지난해 중국 소비자용 PC 시장에서 50% 이상 성장했습니다. 올해도 중국 PC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올해도 중국 경제가 7~8% 이상의 쾌속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9년 3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레노버의 매출은 전년보다 8.9% 줄어들어 149억달러에 머물렀다. 중국을 비롯한 대중화권 지역의 매출이 5.0% 늘어났지만, 미국과 유럽의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레노버의 수출과 내수 비중이 현재 5대 5 정도인데 앞으로 5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요.
"단기적으로 중국과 해외 시장에서 계속해서 동시에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두 시장 중에서 굳이 꼽는다면 중국 시장이 더 빨리 성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레노버가 새로운 신흥시장에서 판매하는 속도에 따라서는 해외 신흥시장이 중국 시장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은 5년 전과 비교할 때 어떻게 달라졌나요.
"지금 많은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PC보다는 더 작고, 가벼우며,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우리도 스마트북과 스마트폰 같은 '작고, 얇고, 가벼운'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레노버의 중국 시장 전략과 해외 전략이 큰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 시장과 해외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세계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최신 제품(소비자용 노트북)을 중국에서만 판매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70여개 나라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흥시장 확대를 위해 판매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레노버가 중국에서 대학 졸업자들 사이에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혔더군요.
"그 뉴스를 듣고 굉장히 흥분되고 기뻤습니다. 레노버에서 일하는 수많은 임직원의 노력이 여러 사람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레노버가 2004년에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해서 얻은 가장 큰 이점(利點)은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중국 국내 회사에 머물렀으나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습니다. IBM의 브랜드와 고객, 기술, 관리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레노버의 성공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중국은 점점 더 자유시장으로 가고 있고, 기업은 경쟁을 기본으로 삼게 됐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중국 안에서는 약간의 보호를 받지만, 해외로 나가면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고, 이겨야 생존합니다. 중국 국민들의 생각도 이 나라를 누가 잘 살게 해주고 어떤 체제가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느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노버는 두 미국 CEO가 차례로 경영을 맡다가 작년 2월에 류촨즈·양 위안칭의 친정 체제로 바뀌었다. 글로벌 경영의 어려움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은퇴했던 류촨즈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를 더 높은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복귀했습니다. 류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항상 푸른(長淸) 100년 역사의 회사', 세계적으로 존중받는 회사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IT 분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레노버가 창업할 때 선언한 것이 있습니다. IT 사업은 첫째도 둘째도 효율성이 있어야 생존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효율성을 가진 회사가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업무를 할 때 효율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숙제이죠. 창조적인 사업 능력도 중요하지만 효율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투자를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