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못간 다섯 딸들이, 부친의 시집보내 주지 않음을 풍자해 '태수놀이'를 하더라는 설명을 듣고, 관장이 이들의 결혼을 성사시킨 희한한 이야기이다.
(1) 이광정이 양주 목사일 때, 날마다 관청 매사냥꾼이 나가 사냥을 했는데, 하루는 이 매사냥꾼이 밤에 돌아오지 않았다가 이튿날 다리를 절면서 돌아와, 어제 본 얘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 주었다.
(2) 날이 어두워 한 곳의 이 좌수 집 앞에 가니 어둑어둑한데 집 뜰에 다섯 자매 처녀들이 나와 [[관원놀이]] 연극을 하는 것이엇따. 매사냥꾼이 좀더 가까이 가서 보려고 개울을 거넌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3) 큰 딸을 관장이ㅣ 됭어 평상에 앉고, 둘째는 좌수, 셋째는 별감, 넷째는 형방, 다섯째는 사령 등으로 분장이 정해졌다. 관장이 "좌수를 잡아들여라." 하고 호통치니, 막내인 사령이 대답하고 둘째를 끌어와 꿇어앉혔다. 곧 관장이 꾸짖기를, "혼인은 [[인륜대사]]인데 네 막내딸이 이미 혼기를 넘겼으니 위 네 딸은 말할 것이 없다. 왜 아직 결혼을 시키지 않느냐?" 하면서 호통쳤다.
좌수로 분장한 둘째딸이, 집이 가난하고 혼처가 없어서 그렇다고, 두려운 목소리로 아뢰었다. 이에 관장은 "맹물을 떠놓고도 식을 올릴 수 있다. 꼭 비용을 들여야만 되는냐? 그리고 들으니 인근에 송 좌수, 김 별감, 오별감, 최 별감, 정 좌수 등 집에 모두 좋은 신랑감이 있다고 하는데, 왜 사람을 보내 교섭해 보지 않느냐?" 하고 나무랐다. 좌수 역의 둘째가 황송한 듯이 "힘껏 주선해 보겠습니다." 하니, 관장은 "네 죄를 물어 매를 칠 것이로되 특별히 용서하니, 빨리 주선하도록 하라." 하고는 데리고 나가라 했다. 이러고 다섯 자매는 한바탕 웃고 연극을 끝내는 것이었다.
(4) 얘기를 들은 이광정은 크게 웃고, 먼저 이 좌수를 불러 딸이 몇이며 결혼 관계를 물으니, 처녀들이 연극한 내용과 같은 대답을 했다. 다음은 처녀들의 연극에서 거명된 인근의 두 좌수와 세 별감을 불러 물으니, 모두 총각들이 있다고 대답하기에, 이 좌수 다섯 딸을 하나씩 자부로 맞으라고 했다.
그러니까 다섯 사람이 모두 대답을 하지 않기에, 이광정이 구짖고는 다섯 폭의 종이를 각각 주면서, 즉석에서 [[사주단자]]를 적어내게 하여, 혼인할 것을 엄명했다. 그래서 날을 받아 같은 날 다섯 쌍의 합동 결혼식을 올리게 하고, 결혼 비용은 관청에서 부담하니, 인근에서 칭송하는 소리가 자자했다. 이광정은 [[관운]]이 계속 좋았는데 아마도 이 적선 때문일 것이다.(선조)
이광정은 선조 때 이조와 호조 판서를 지냈고, 부원군에 봉해졌으며, 청백리에 녹선된 사람이다.
(김현룡, 한국문헌설화4, 건대출판부, 1998. 97-1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