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회차 진고개 - 대관령(7구간)
산행일시: 2005년7월 10일 날씨:비오고 흐림
동 행 자 : 산벗회원님들과
산행구간 :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 매봉 - 곤신봉-선자령 -대관령
산행거리 : 진고개-대관령: 25.8 km + 어프러치 1.7km (미지의산)왕복 = 29.2Km (도선상)
산행시간 : 2시 40분 - 13시 50분 ( 총 11시간 10분)
숙소앞에 도착한 버스는 우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랫만에 만나는 분들이 그리웠다. 보고팠다. 외롭고 힘든 진부의 만남은 힘든 우리에게 청량제가 되었다. 왜 난 그분들을 한동안 보지 못했을까? 왜 한동안 지리산만을 그렸을까? 요물이 이쁘지 않아도 요물이 이쁘다고 환하게 대해주는 분들의 배려는 산님들만의 아름다운 마음씨이리!
10일 새벽 2시 진고개다. 캄캄한 어두움속에 안개에 산행준비는 시작된다. 우리일행은 미지의 산으로 떠난다. 오로지 오늘 만큼은 잘 올라서 미지의 산을 내가 꼭 만져봐야 한다. 한편 자락의 내 마음은 벌써 남들이 다하지 못하는것을 내가 해보는것? 아니면 내가 바라는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발버둥의 새벽신호였을지 모른다.
미지의 산? 그래도 올라선다. 어제 힘든 여정을 끝낸탓에 좀 힘은 들지만 그래도 갈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내 마음을 미지의 봉우리로 당겨온다. 일행은 3명에서 다섯명으로 어제보다는 좀더 산님들의 부자로 느껴지는 어두움속의 친구들은 천망 다행이다. 산님들이 숙제를 해야 하는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면 얼마나 힘들까? 난 숙제를 해야 하는것이 아니고 오직 미지의 산을 내가 만지러, 밟으로 가는 것이라!
오대산 국립공원 노인봉 (1,338m )첫 봉우리 만나러 가다.
이슬비가 내린다. 오르는 길은 아주 평평한길로 시작해 오르막을 만나지만 너무도 편하고 소풍길로 여겨지기도 한다. 숲을 맘껏 눈요기 하며 맘껏 숨을 내 쉴수 있을 것 같다. 어두운 새벽이지만 이슬비속에 걸어보는 아주 풍요로운 마음은 이제 살것 같은 세상을 만나는듯 하다.
이슬에 맺힌 땅위에 피어난 이슬 방울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은빛 구슬의 은세계를 연출한다. 은빛장식을 꾸며 놓은듯 어둠속의 찬란함은 날 소녀로 되돌려 놓는다. 낙엽지는 넓은 큰나무 다릅나무, 5월에 꽃피고 꿀이 많이 난다는 팝배나무, 피나무 잣나무 신갈나무 로 이어지는 하늘거목들과 함께 한다.
날이 샜다.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 오르막 오른쪽으로 초원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잔잔하게 그리고 장엄하게 펼쳐진 초록금이 진행해야 할 초원지대다.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0.25km )이정목을 지나 올랐다.
5시 20분 짙녹의 나무위로 얼굴를 내민 바위는 노인봉 정상이었다. 표지석도 있다.
사방을 둘러 보았다. 내가 지나온 미지의 산을 중심으로 가야할 동서쪽으로 광랄한 초원의 산등성이로 펼쳐져 들어오는 아주 평화로운 능선은 운해속의 연기꽃을 피우며 노인봉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다..
봉우리가 쑥쓰러워 보일듯해 다가 없어지고 다시 내미는 수줍은 새색시 얼굴은 연기꽃속에 아름다운 하늘밑을 수 놓았다. 기묘한 자연의 조화다.
노인봉에서 바라본 운해
아마도 운해님은 노인봉을 만나지 않았으면 오늘의 이 멋진 운해속의 노인봉을 죽도록 후회했을지 모르는데? 운해속의 운해님은 사진 파노라마에 미쳐서 그 좋아하는 소주도 마다하고 있었으니 모두가 요물 좀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미끼일지 모른다. 운해속에 운해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연가의 san001 님이 30여년 전 재학시절에 이곳을 보고 산을 품게 됐다는 사실이 왜 꼭 이곳이었을까?
이미 앞서온 일행이 보였다. 허기진 배를 간식으로 채우고 있었다. 난 먹을것이라곤 물밖에 없는 빈털털이인데 처음으로 뵙는 분들의 도움으로 내 목축임을 했다.
이어지는 등로는 어느길보다도 평평한 널널한 길, 어느 누구나 걸으면 편안한 길로 여겨지는데 어제 너무 힘든 산행에서 얻은 고통은 피해갈 수 없는 연속이었다. 약을 먹어서 조금은 참을 수 있었던 허리가 다시 고통을 신호해 오면서 나의 속도는 느러졌다.
심신이 모두가 편치가 않았다. 자연의 섭리를 받아 들일수 있는 넓은 아량의 아낙은 아니었으니? 이어지는 숲속 초록의 양탄자를 파 헤쳐놓은 맷돼지들의 전쟁을 보면서 안타까운 내 심정은 마음까지도 흔들어 놓았다. 내가 처음으로 대간길에 나섰들 때 보았던 그 흔적 그 모습을 또다시 이곳에서 내 눈을 가리지 못했음을!
목을 너무도 가냘프게 내밀다 못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루오줌, 꽃송이가 꿩의 다리를 닯았다하여 이름 그대로 붙여진 꿩의 다리, 하늘향해 솟아 오를듯 길게 드리운 큰상꼬리풀, 기린초, 여로, 큰앵무, 참좁쌀나무, 물레나무 들을 보면서 기쁨과 설렘을 누릴 수 있었다.
대관령 목장으로 이어지는 시작이었다. 小黃柄山( 1,430m)이다. "목초는 우유와 고기입니다"
해발 1000m에 600만평의 고산 유휴지를 개척하여 초지을 일구어 푸른 초원으로 동양에서 가장 큰 목장이다. 가을 동화의 촬영지인 드라마 배경으로 유명하며 지금은 눈요기하러 오는 관광객들도 있다한다.날씨가 맑은 날에는 강릉이 전망대에서 바라보이기도 하나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나의 희망은 이루지 못한 아쉬움만이 !
광랄한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너무도 넓다.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넓다못해 신비스럽다. 출렁이는 강아지풀들의 자태를! 큰 파도가 은빛 구슬에 출렁이는 거대한 바다로 옥색의 바다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감을 퍼놓은듯한 연분홍빛 참조팝나무와 자주빛을 그려내는 하늘을 솟아오듯한 분홍바늘꽃은 푸른 초원위를 수놓고 있다. 단연 이 초원의 왕자님이시다.
임도를 내어서 마루금이 너무도 사라졌다. 무심코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섰수도 있다. 아직도 광랄한 초원지대는 공사중이었다. 여기저기서 중장비 돌아가는 모습이 분주한 것으로 보아 마음이 아파오는 미래의 모습은 더할것 같다.
잎새님(?)과 요물의 조화
진흙탕으로 변하기도 하고 밤새 내린 비로 임도로 마루금을 이어가고 있는 요물은 너무도 힘들었다. 한발한발 걷는 발걸음이 질퍽이는 신발속의 물로 발바닥은 이미 내 발이 아니었다. 3일째 이어지는 물속의 발과 참지 못해 찾아오는 허리의 고통으로 아무말 없이 그렇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오늘 뚱짱이님을 뵌다. 웬일인가? 요물이 미지의 산을 다녀오느라 너무도 늦어있었는데,여기서 뵈다니? 꼬리를 단 일행들도 만날수 있었다. 잠깐 캄캄한 밤에 인사만 나누고 한번도 뵙지 못한 분들이었는데? 반갑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려준 걸까? 고맙다. 맛난 간식 먹을수 있어서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너무도 아파서 걸을수 없었는데 빈속이라 약을 먹을 수가 없었는데?
아무 생각하지로 않기로 했다. 오로지 넓은 임도를 따라 대관령으로 가고 싶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푸른 초원의 눈요기가 날 인도할 뿐이었다. 난 운해님과 산행을 하면서 때론 이슬이를 같이 하면서도 정말로 주고받은 것은 오로지 산에 대한것 아니면 별 말없이 그렇게 지냈다. 헌데 너무도 아픈 날 보면서 인지 날 위안이라도 하듯 오늘만은 다른날과 틀리다는 것을 !
걷고 또 걸었다. 곤신봉이 선자령이 어떻게 살고 누구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게 그냥 걸었다. 파헤쳐놓은 마루금을 무심코 걷다가 벗어나기도 했다. 되풀이 하기도 했다. 그냥 모든것을 잊고 대관령으로 달려가고픈 마음밖에는! 오늘 난 마루금을 벗어난 알바중의 가장 큰 알바를 요물의 비밀로 묻어두고 싶다. 오늘 만큼은 !
날머리였다. 오른쪽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두고 내려왔다. 뚱짱이님, 잎새님과 천둥님 발담으고 오늘의 여정을 씻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마루금은 바뀌지않는다. 그러나 지도는바뀐다는 사실을, 지도는 완성을 꿈꾸는 미완성의 작품을 ! 허지만 오늘 대관령 목장의 파헤쳐지는 임도며 절개지며 마루금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중이라고 , 그 마루금이 이 소녀는 찾지 못할때 난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번 산행에서 난 칠흑같은 어두움속의 소중한 가리봉을 얻었고 가리봉을 마음속에서 항상 같이하겠다고!
한계령 버스에 스패츠를 놓고 왔고, 숙소에 내가 아끼는 모자를 두고 왔고, 미지의산에 물 1.5리터 개봉도 하지않은 것을 두고 왔고 대관령 휴게소에서 주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잎뿐 지폐는 하나도 없는 빈털털이가 되어 잃은 물건이 너무도 많았다.
지난 태극종주의 미완성이란 산행글로 처음으로 이곳에 올리고 너무나 환대해 주시는 산님들의 고마움에 저또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입니다. 너무나 따뜻한 격려와 사랑으로 받아주신 한국의산하 산님들 정성스런 고마움 잊지 못하는 마음 가지고 열심히 산행코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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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든 산행이었나 봅니다. 이런저런 잊어버린 물건이 많은것을 보니... 허리통증이 있으면 많이 걸으면 안되는데 좀 쉬셔야 겠습니다. 비가 온 뒤라 그림은 좋습니다. 전 장마로 발이 묶여서 벌써 3주째 쉬고 있습니다. 지난주 잠깐 장마가 소강상태일땐 허리에 담을 맞아서... 그래서 6월에 부지런히 이화령 - 죽령을 마치려고 했는데 ...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ㅎ.. 대간하기전에 나름데로 규칙을 세운게 있는데 비오면 산행안한다에 걸려서... 그리고 구름이 있으면 경치를 볼 수가 없어서...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ㅎㅎㅎ 희양산 구간에서 하루종일 구름속에서 산행을 한게 후회가 많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그냥 기다립니다.ㅎㅎㅎ
이제 구름 걷어가고 나면 또 무지 덥겠지요.. 하지만 구름 보다는 맑은 날이 더 나을것 같다고... 더위는 그 다음 생각하고... 규칙에 더위에 대해서 이야기 없거던요. 구간을 건너뛰지도 못하고... 가다가 못가면 갈때까 될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규칙입니다.ㅎㅎㅎ
야튼.. 몸 조심 단단히 하십시오.. 길 걷는 사람이 발 아프고 허리 아프면 그 것 만큼 큰일인게 없지요. 대관령..... 다음달 쯤에 산상에서 서로 교차를 할 것 같네요..
이번달과 다음달 초 까지 태백산 까지 가려고 계획을 잡아 두었는데 어찌 될지... 아마 그때쯤이면 요물님 팀도 그쯤 어디에 오시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