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든지 한시간도 못되어 눈을 떠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겨
집을 나선다.
나를 안고 기도하는 아내의 기막힌 기도는 차라리 듣지 않으리라.
자주 가는 낚시도 아니련만 유난히 강짜를 부리는 아내의 투정은
가볍게 넘겨 버리자.
지난 밤 늦은 귀가에 그래도 이것저것 챙겨준 아내의 마음에
사랑을 얹자.
두어시간의 이동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선창가 정자나무 근처에
차를 세우고 허리춤을 풀어 볼일을 보면서 곧장 우리를 따라 먼길을 나선
청룡언월도의 칼끝보다 더 예리한 그믐달이 이곳에서 반긴다.
차를 달려 오는 내내 우리를 앞서 인도하여 여기까지 인도하다니
마치 구름기둥으로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그분의 크신 사랑이라
자의적인,극히 작위적인 해석을 내린다.
날카로운 밤송이같은 별빛이 와르르 쏟아져 주섬주섬 주머니에 쑤셔 담는다.
극히 짧은 찰라지간에 긴 꼬리를 끌며 내 품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았고 나는 귀한 태몽을 꾸는 듯 바지춤을 추스리며 볼일 뒤에 엄습하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어둠은 사방을 둘러싸고 단단히 길목을 지키며 버텨 보지만 바늘귀만한
밝음에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히 보따리를 챙겨 길을 떠난다.
선장을 만나 아침과 점심보따리를 손에 들고 선창가로 향해 자그마한
낚시배에 올라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가벼운 엔진소리는 마치 만경봉호에
파견된 어여쁜 녀인들의 취주악단으로 들렸으며 입술을 지긋이 물고
나는 다짐했다.
그래,
꿈*은 이루어진다.
반드시 생애 가장 큰 괴기를 낚아 올리리라!!!
분주하게 채비를 챙겨 콧노래를 부르며 바닷속에 유혹의 미끼를 던지고
귀여운 우리 님들을 기다린다.
주머니속의 핸펀마져 끼륵끼륵 거려 꺼내보니 마당쇠님의 야~홋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팔공산 갓바위에서 일출의 기를 보냅니다~~~"
오늘 운수대통은 조상님 덕이 아니고 다 마당쇠님의 덕으로 돌리자!
팔공산으로 다대포로 여기저기 빠뜨리지 않고 빗자루질 하는 부지런한
마당쇠님 덕에 우리 안방마님 어께는 언제 주물러 준다냐!
선장님의 첫 기합소리로 시작하여 열전 열시간의 꽃님들과의 기나긴
용쟁호투는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생애 가장 큰 반어(약 60cm)세마리와 힘께나 쓰는 하모한마리와
감성돔 50여수에 나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아직도 울렁거리는 나의 머릿속은 아마도 꽃님들이 따라주는 반주에
맛이 갔으리라!!!
200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