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못난 인간 인사드립니다.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새삼스레 사죄의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염치가 없지만
어르신의 놀라우신 마음에 저 또한 이렇게 슬프지만,
가슴 아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명절 때나 무슨 때가 되면 어르신의 가슴 시림이 저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저의 외로움을
염려해 주시고 영치금까지 배려해 주신 어르신의 그 거룩함에 이 못난 인간 그저 면목없어
고개만 숙이고 눈물만 흘립니다.
어르신께서 그토록 따뜻한 분이셨기에 사모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르신을 부르셨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야 조금이나마 그 심정을 느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에 대한 앙갚음이 목적이었던 저의 바보같은 분노에 희생양이 되셨던
할머니, 사모님, 그리고 저와 동갑내기였던 아드님의 모습까지 요즘 들어
부쩍 꿈속에 자주 나타납니다.
감히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저의 미래는 없지만 이 세상 떠나는 그 순간까지 숨 쉬고 있는 시간 시간 뉘우치겠습니다.
괜한 인사가 어르신께 심려를 끼치지 않았나 걱정이고 구차한 변명같아
긴 말씀 올리지도 못하겠습니다
진정 굴뚝같은 심정으로 사죄의 마음 가슴 속 깊이 전합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06년 유영철 올림
*이 편지는 고정원 (루치아노) 할아버지께서 교정사목으로 보내온 유영철의 편지 글입니다.
*그 당시는 (04년 구기동 한가족 살인 사건) 비신자셨던 고정원 할아버지는 팔순 노모와 아내와 아들을
아침 출근때 인사하고 퇴근해 오셨을 때 온 집안은 피바다였었다는 말씀중 우리모두는 눈물바다 였습니다
그 후로 두려움과 공포 원한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한강다리를 건너시던중에 유영철을 만나 물어보고나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셨고 구치소 담당수녀님을 만나게 되어 세례를 받으신 후
주기적으로 유영철을 면회하시고 영치금까지 넣어주시고 유영철의 두 자녀까지 보살피고 계십니다.
이것이 기적이고 이분의 삶이 현세를 살아가는 예수님의 삶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