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데이트 코스의 첫 번째 시작은 바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이야. 사당역에 미술관이 있는 줄은 몰랐지?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동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사당역 6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바로 미술관이야. 우리도 오랜만에 전시회 보며 문화생활 좀 해보자.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2004년 9월에 개관했는데, 이 건물이 원래는 벨기에 영사관이었대. 1900년대 초에 지은 유럽식 건물이라던데 정말 고풍스럽고 멋있다. 그리고 미술관 앞에 이렇게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니까 좋다. 그치? 자기야, 여기 서봐. 조각품을 배경으로 사진 찍자. 빨간 벽돌의 미술관을 배경으로도 한 컷 찍을까? 우와~ 사진으로 보니까 우리 꼭 외국에 온 것 같다. 사진 찍기 놀이도 했으니까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자. 실은 나도 처음 와봤는데, 복도 양쪽의 방들이 모두 전시실이구나. 육중한 나무문,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오래된 나무 계단, 곳곳에서 세월이 느껴지는 것 같아. 여기 봐. 벽난로도 있어. 옛날에 사용하던 건가 봐. 이런 공간에서 미술을 감상하는 것도 독특하고 좋은걸...
지금 보는 <배를 타고 가다가 - 한강르네상스, 서울展>은 2008 하이 서울페스티벌과 맞춰서 5월 13일까지 전시한대. 조선시대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한강’의 역사적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의 환경을 가늠해 보는 것도 좋다. 자기는 미술관 데이트 어땠어?
자기야, 배고프지? 우리 점심 먹자. 오늘은 조금 특별한 데이트이니까, 점심도 특별한 곳으로 모실게. 사당역 12번 출구와 연결되어 있는 파스텔시티 지하 1층에 깔끔한 뷔페로 유명한 곳이 있대. 뭐? 뷔페가 다 똑같다고?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파티에존’은 심플한 인테리어에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일반 뷔페와 차별화되는 그릴 뷔페란 말이야. 샐러드, 한식, 일식, 중식뿐만 아니라 오픈 키친에서 직접 굽는 그릴 뷔페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릴 뷔페는 요일별로 메뉴가 변경된다는데, 오늘은 무슨 메뉴일지 기대해보자고. 신선한 샐러드, 싱싱한 일식, 따뜻한 한식, 느끼하지 않은 중식도 모두 맛있지만 무엇보다 그릴 뷔페니까 그릴에 구운 음식을 집중 공략해보자.
오픈 키친에서 야채, 고기, 해물, 소시지 등을 바로 바로 그릴에 구워주니까 재료의 고유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자기는 어때? 고기를 구운 파인애플이랑 같이 먹으니까 맛있다고? 천천히 많이 먹어! 먹다 질리는 것 같으면 저기 쌈장과 야채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쌈으로도 먹고. ‘파티에존’은 옛날에 ‘어니언스’라는 그룹으로 활동했던 가수 이수영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라니까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와도 좋겠다. 그리고 안쪽에는 연회나 파티를 할 수 있는 세련된 공간도 마련되어 있대. 와인 바와 가라오케도 있으니까 회식 때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번 더 와야겠어.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으니까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러 갈까? 사당역 4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예쁜 간판의 카페가 바로 Cafe HOBBY야. 나무로 된 바닥, 테이블, 창틀, 거기에 카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나무 한 그루, 모두 내추럴한 분위기가 딱 자기가 좋아할 스타일이더라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져서 따뜻함이 감도니까 더 좋지?
‘HOBB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책, 도자기, 사진 등 취미를 테마로 한 카페야. 저쪽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마음껏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최신 서적은 별로 없네. 그 옆에 도자기들 보이지? 카페에서 한 달에 두 번 도자기 체험을 하는데, 도자기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주인 아저씨가 도와주시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대. 우리도 다음에는 도자기 체험해보자. 커플 컵만들어보는 거 어때? 자기야, 우리가 주문한 와플이랑 커피 나왔다. 와플 접시도 도자기네. 와플도 도자기에 먹으니까 왠지 더 분위기 있고 좋은 것 같다. 그치? 커피 맛은 어때? 와인 잔에 나온 커피가 8시간에서 13시간 동안 찬물에 내리는 그 유명한 워터드립커피래. 커피를 와인 잔으로 마시니까 이색적이다. 와플도 맛있고, 커피도 그윽하고, 음악도 분위기 있고, 정말 좋다. 그치? 물론 자기랑 같이 있으니까 좋은 거지~
자기야, 집에 그냥 가기 섭섭한데 한 잔 할까? 아니, 아저씨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는 그런 술집이 아니라 정말 예쁘고 감각적인 주점이 있어. Cafe Hobby에서 지하철 역 4번 출구로 조금만 내려가면 돼. ‘차릴 음식 많을 전’이라는 퓨전 주막인데, 홍대 술집 같은 분위기가 난다니까. 자, 날 믿고 따라와봐.
짜잔~ 어때? 예쁘지? 디자인 전공한 젊은 사장이 지인들과 직접 인테리어를 했대. 독특한 그림이 그려진 칠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구석구석에 재미있는 소품들이 많아. 천장에 보면 술병 들을 전구와 함께 매달아서 한껏 분위기를 내고, 저쪽 구석엔 반짝이는 발을 걸어서 신비로운 분위기도 나고, 카운터는 붉은 색이 강렬함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아. 테이블 위에도 칠판이 있네. 우리도 낙서하자. 이 곳의 대표 메뉴는 삼색전이야. 검은 깨와 각종 버섯으로 만든 웰빙 흑전은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나고, 다진 고기와 야채, 특별한 소스를 더한 매운 홍전은 김치전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고, 퓨전 백전은 한국식 오코노미야끼로, 다진 야채를 부친 전에 피자 치즈를 올려서 케첩과 함께 먹지. 다 먹고 싶다고? 그런데 전 하나만 해도 양이 푸짐해서 다 못 먹을 텐데…….
그럼 건강을 생각해서 웰빙 흑전을 먹겠다고? 그럼 술은? 자기는 술을 잘 못 마시니까 소주 칵테일을 주문하자. 석류 향이 나는 빨강, 열대과일 맛의 노랑, 쭈쭈바 맛이 나는 초록 중에서 골라봐. 어떤 걸 골라도 맛있으니까 마음 놓고 골라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