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사람들도 중요한 이야기는 밥과 술을 먹으면서 대화를 통해서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도 밥을 같이 먹어 본 관계가 아니면 아는 사이라고 하지 않듯이, 중국 사람들도 같이 밥과 술을 먹으면서 대화를 통해서 상대를 파악(把握)하고, 테스트하며, 평가(評價)한다.
만약 중국어를 구사할 줄 모르면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꽌시(關係)의 확장과 정보의 수집은 빈약(貧弱)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중국의 많은 일들이 공식적인 채널 이외의 비공식적(非公式的) 루트를 통하여 이루어짐을 안다면 중국어 구사 능력 없는 중국 사업은 치명적(致命的) 결함(缺陷)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중국어와 한국어에 유창한 통역(通譯)을 쓰면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서는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을 확보하여 적소(適所)에 배치하여 활용한다면 일상의 업무처리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하겠다.
그러나 중국 관련 사업을 하다 보면 중국 정부의 고위층(高位層)이나 고객(顧客)들을 수시로 만나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직 중요한 정보의 취득이나 큰 거래는 공식적 만남에서 보다 인간적인 교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勘案)하면, 회사의 실무자 뿐만 아니라 최고 경영자들도 상당수준 중국어에 능통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들은 중국어 이외에 영어에도 능통하여 영어로 의사 소통(疏通)은 가능하겠으나 아직까지 중국어 사용은 일반적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한자 문화권의 영향으로 대부분 500자 정도의 한자(漢字)를 이해하고 쓸 줄 안다고 한다. 500자 정도면 충분치는 않지만 잘 활용하면 기본 언어를 구사하는데 손색(遜色)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500자 정도의 한자 뜻을 알고 있는 보통 사람이 열심히 중국어를 6개월 정도 배우면 의사 소통은 별 문제 없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작은 투자로 많은 쓰임새를 갖는 언어는 중국어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면 유려한 필체(筆體)로 우리 식대로 종이에 써서 보여 주라. 그들은 먼저 필체에 놀라고, 대개는 그 뜻을 이해한다. 우리가 아랍어나 소련어를 단기간에 배워 이만큼 써먹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중국인과의 술좌석에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싯구(詩句)나 논어(論語)의 한 구절을 종이에 써서 보여주라! 그들은 놀라운 눈으로 당신을 대하고 상당한 수준의 학식(學識)을 가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할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방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많은 중국 현지 한국 기업들은 조선족 통역을 두거나 직원 전부를 조선족으로 채우거나 함으로써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면 5년, 10년 중국에 살아도 중국어를 유창(流暢)하게 구사(驅使)할 수 없다. 처음에는 어렵고 답답하더라도 업무의 공용어는 현지어로 하는 것이 타당(妥當)하다. 이젠 한국에서도 중국어를 배울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과의 교역(交易)을 꿈꾸는 사람도 틈틈이 중국어를 배워 두라, 반드시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중국과의 교류와 교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의 언어는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피하고 싶어도 중국은 이미 우리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로 엮이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지 않으면 손해일 것은 확실하다.
오늘날의 경영은 현지화(現地化)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현지화 없는 투자 성공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지화의 첫 걸음은 현지어(現地語)에 능통하는 일이다. 언어가 되어야 현지 사정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를 아무리 잘 구사한다고 하여도 그들과 꼭 같을 수 없으며 아무래도 고급 언어에 능통(能通)하기는 쉽지 않다. 공식적인 협상이거나, 중요한 자리에는 언어를 잘 구사하는 통역을 대동하는 것이 좋다. 통역을 통하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 좋고, 정확하게 자기의 의사를 전 할 수 있어 좋다. 공식적 협상(協商)이 끝난 후 비공식적인 좌석에서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상대에게 보여 준다면 상대는 놀라움을 갖고 당신을 만만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전 중국 주용기(周鎔基) 총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어에 능통했고, 문화대혁명 때 우파(右派) 분자로 몰려 시골 농장에서 돼지치기를 하면서도 이어폰을 꼽고 영어 실력을 키운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외국 인사를 만날 때에는 반드시 중국어로 대화한다고 한다. 다만 통역이 잘못 영어로 통역하면 지적(指摘)하곤 한다는 것이다. 통역의 잘못을 잡아 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고 있는 청렴(淸廉)한 그를 두고 누가 어려워하지 않으며 존경하지 않겠는가? 또한 그는 1998년 총리 취임 후 전 세계의 유명 언론사 기자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서 또박또박 영어로 기자 회견(會見)에 답하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사건은 중국 지도자로서 모든 자격을 갖추었음을 내외에 과시(誇示)하는 일이었다. 이만큼 언어는 의사 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인격(人格)과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指標)가 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자국의 언어를 사랑하고 완벽(完璧)하게 구사하는 일이다. 다만 우리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언어인 영어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중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중국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언어 속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智慧)가 담겨 있어 더욱 매력적(魅力的)이다. 중국어 고급수준이면, 이제 배운대로 세상에서 실천(實踐)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중국어 구사 능력은 전쟁터에서 남이 가지지 않은 또 하나의 무기(武器)를 가진 것이 된다.
첫댓글 마음에 와 닿는 귀한 말 입니다. 열심히 중국어를 배워야 겠어요...도전이 됩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