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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사랑한다] 08
1. # 산책로 (이른 아침)
민주, 조깅하고 있다. 저 앞으로 조깅하고 있는 무혁(박인우)의 뒷모습이 보인다.
민주, 잠깐 생각하다가 뛰어 가서 무혁의 옆에 나란히 서서 뛴다.
민주 : 안목이 대단하시던데요?
무혁 : (흘끗 민주를 본다)
민주 : 스카프요...엄마가 굉장히 맘에 들어 하셨어요.
무혁 : (앞만 보고 조깅하는)
민주 : 성공, 하신 거 같애요.
무혁 : ......
민주 : 절 유혹할 생각이었다면....아주 훌륭하게 성공하셨어요.
무혁 : ..... (보는)
민주 : 당신한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무혁 : (민주를 보다가 앞을 보며 뛰는)
민주 : (무혁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뒷걸음질 쳐서 가며)
무혁 : ......
민주 : 근데, 딱 여기까지예요....당신같은 바람둥이한테 흔들리기엔...내가 너무 철이 들어 버렸거든요.
사랑하구 열정은 구분할 줄 알게 됐어요, 불행하게두...
(윙크하며 웃고 몸을 돌려 뛰어간다...돌아서는 순간 웃던 표정 굳어진다...자신이 없다)
무혁 : (민주의 뒷모습을 보며...무표정하던 표정에..과연 그럴까?...씨익 서늘한 웃음이 떠 오르는)
2. # 무혁 거실
무혁, 거실로 들어서며 안경을 벗고 수염을 떼고, 윗 옷을 벗는다.
3. # 무혁 욕실
무혁, 세면대에 서서 푸파푸파 세수하다가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을 본다.
문득 거울에 대고 서툴게 글자를 써 간다. “송...은...제..” 갸웃하다가 “제”를 지우고 “체(여전히 틀린)”라고 다시 쓰고는
스스로 대견한 표정 짓는다.
무혁 : 은채야...잘 잤니? (환하게 웃는)
4. # 서경방 이불 속
은채, 심난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한다....
어젯밤 무혁과의 키스...마음이 아직도 울리고 있다...가슴에 손을 대 본다. 이 감정은 대체 뭔가?
이때, 이불 안으로 서경이 들어와 은채 옆에 나란히 눕는다. 이불안 놀인가? 재밌다.
은채 : (서경을 향해 웃는다)
서경 : (은채를 향해 웃는)
은채 : ...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본다)
서경 : (은채를 따라한다)
은채 : (아랫 입술과 윗 입술을 부벼 본다)
서경 : (따라한다)
은채 : (다시 가슴이 울렁댄다...가슴에 손을 대고 푸후 한숨을 쉰다)
서경 : (은채를 따라 가슴에 손을 대고 푸후 한숨 쉬는)
은채 : (서경을 향해 멋쩍게 다시 웃고)
서경 : (은채를 향해 따라 웃는)
카메라 빠지면, 갈치, 잠들어 있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은 은채와 서경이 있다.
5. # 지하철역 앞
은채, 서경, 갈치, 함께 김밥을 팔고 있다.
은채, 갈치와 함께 자두의 김밥송을 부르며 김밥을 팔고, 김밥, 제법 잘 팔린다.
은채,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가족(아버지, 엄마, 딸)으로 보이는 사람들 지나가고 있다.
은채의 표정이 얼핏 굳는다.
은채 : (서경 보며) 언니! 나 전화 좀 하구 오께요.
6. # 공중전화 박스 안
은채, 버튼을 다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신호음 들리고.
민채(F) : 여보세요.
은채 : .....민채야.
민채(F) : (반가와서) 언니야!!
은채 : 아버지랑 엄마 잘 계셔?...언니 잘 있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시라구....그래, 언니 진짜 잘 지내구 있어.
7. # 은채 거실
민채, 수화기 귀에 대고 있고,
식탁에 있던 혜숙과 숙채, “은채니? 은채야?” 하며 “인 줘봐!” “나 줘봐!”하며 서로 수화기를 뺏으려 하고,
민채는 “나하구 지금 얘기 중이란 말야!”하며 뺏기지 않으려 하고,
혜숙, “이게 에미가 달라는데..”하며 민채를 쥐어 박고,
숙채도 “이게 언니가 달라는데...”하며 민채를 쥐어 박고 한바탕 난리가 난다.
대천, 식탁에서 애써 무심한 듯 밥만 먹고 있다.
8. # 공중전화 박스안
은채,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 혜숙과 숙채와 민채의 목소리 고스란히 다 들려온다. 서글픈 미소 지으며 듣고 있는.
혜숙(F) : 은채야...엄마야, 엄마....밥은 먹구 다니냐?
숙채(F) : 은채야, 언니다....니 빤스 줄여놨다. 얼른 들어와.
민채(F) : 언니야. 숙채가 니 핸드폰 갖구 국제 전화 걸구 영화두 보구.. (숙채가 때리자) 아야! 왜 때려!
혜숙(F) : 우리 이사 갈거다, 은채야!....과부 땡빚을 내서라두 이 집에서 떠나기루 했으니까 얼른 와. 얼른 들어 와.
은채 : (혜숙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수화기에 대고 큰 소리로) 저 정말 잘지내요, 엄마!
은채, 바위처럼 단단해져서 들어갈 거니까, 걱정 말구 계세요.
(수화기를 끊는다....수화기를 내리고서도 한참을 자리를 못 뜨는)
9. # 은채 주방 식탁
대천, 밥 먹고 있는데, 혜숙, 숙채, 민채, 우르르 몰려 와 앉는다. 다들 심난한 표정 이다.
혜숙 : (눈물을 찔끔거리며) 시장 나가는 길에 로또나 하나 사와야지...걸리기만 해봐.
이 집 맞은 편에다 이 집 두 배 만하게 집 지어서 살거다, 내가.
대천 : (묵묵히 밥만 먹는)
숙채 : 엄마가 보톡스만 안 맞구 살아두 주름 서너개만 덜 찝었어두 우리 빌딩 올렸다.
민채 : 내 말이.
혜숙 : 그러는 넌?!!....이날 입때껏 십원짜리 하나 못 벌어본 년이 동생 카드, 아부지 카드 죄다 빵구내 가면서
명품 옷에다 명품 가방에다 명품 구두에다...너만 아니면 우리 재벌 됐다, 이 년아.
민채 : 내 말이. (하는데)
윤(E) : 아줌마!!
가족들, 고개 돌려 보면 윤이 숟가락과 젓가락 들고 들어서고 있다.
민채 : (얼굴에 화색이 돌며) 오빠!!
숙채 : 최 스타가 웬일이냐? 이 누추한 델?
윤 : 밥 좀 주세요! 아줌마네 밥, 먹구 싶어서 왔어요!
대천 : (바로 돌아앉아서 밥 먹고)
혜숙 : (의아하지만) 그래, 이리 앉어.... (밥 뜨기 위해 일어난다)
윤 : (민채가 빼 주는 자리로 와 앉으며...반찬 하나 집어 먹고 눈치 살피며) 은채...한테 연락 없어요?
민채 : 안그래두 좀 전에...(하는데)
대천 : (갑자기 숟가락으로 민채의 국그릇을 딱 때리고) 아무 연락 없었다.
민채 : (머쓱)
숙채 : 은채 걱정 돼서 염탐하러 왔구나?
윤 : 염탐은 무슨....이 기집애 근데 정말 미친 거 아냐?....요즘 세상이 얼마나 살벌하구 무서운데 다 큰 기집애가
어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구....(그 사이 혜숙이 밥과 국그 릇을 앞에다 놓는다) 아줌마! 이대루 가만 계실 거예요?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녜요? 여자하구 그릇은요 밖으로 내돌리면 바루 깨지는 거 모르세(하는데)
대천 : (갑자기 숟가락으로 윤의 뒷통수를 딱 때리며) 밥이나 먹어! 은채가 전봇대로 귀를 후비든 손톱깍기루 사과를 깍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혜숙 : 내 말이.
윤 : (무안하고..멋쩍고....쪽팔리고...할 말 없다...밥만 벅벅 먹는)
10. # 지하철역 일각 거리
은채, 심난한 표정으로 고개 떨군 채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갈치(E) : 떡 사세요, 떡! 방금 막 뽑아온 따끈따끈한 떡 있습니다!
서경(E) : (따라하는) 따끈따끈한 떡 있습니다.
무혁(E) : 김밥 사세요! 김밥! 열라 맛있는 김밥 있습니다!
서경(E) : 열라 맛있는 김밥 있습니다!
은채,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 들어보면, 무혁이 서경, 갈치와 함께 김밥을 팔고 있다.
무혁 : (은채와 시선을 마주친다...씨익 웃는다)
은채 : (괜히 멋쩍고, 부끄럽다....표정)
11. # 중국집
무혁, 서경, 갈치, 누구랄 것도 없이 똑같이 짜장면 입가에 묻혀 가며 열심히 짜장면 먹고 있다.
은채, 세 사람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본다.
짜장면 다 먹고, 세 사람, 일제히 젓가락을 놓는다.
은채 : 잠깐만... (하며 물수건으로 갈치의 입가를 닦아주고, 서경의 입가를 닦아준다)
무혁 : (그 모습을 애틋하고 고맙게 본다)
은채 : 아저씨두 나 봐요.
무혁 : (은채를 뚫어지게 보며 얼굴 내민다)
은채 : (무혁의 시선을 멋쩍게 피하며 입가에 묻은 짜장을 정성스럽게 닦아준다)
무혁 : (저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12. # 문구점
서경, 갈치와 이것 저것 신기한 듯 만져보고 있고.
무혁, 바구니 들고 은채를 따라 다닌다.
은채, 노트와 연필, 지우개, 연필깍기, 필통 색연필, 크레파스, 스케치북, 한글 학습 교재등
학용품들을 손에 집히는대로 바구니에 넣는다.
무혁, 낑낑 무겁게 들고 따르며 의아한 표정으로 은채를 보는.
13. # 서경방
무혁, 서경, 갈치, 각각 작은 상 하나를 펴고 앉아 있다.
각각의 상위엔 한글 교재(무혁),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서경), 초등학교 교과서(갈치)가 놓여 있다.
은채, 갈치에게 교과서의 산수 문제를 가르쳐 주고 있다...
갈치, 고개 끄덕이며 열심히 듣고....“자, 이제 니가 풀어봐.” 얘기하고.
무혁, 턱을 괴고 그런 은채를 유심히 지켜본다.
은채, 서경이 그림 그리는 것을 돕는다. 우리 가족...서경이 그려놓은 그림 위에 은채가 글을 쓴다.
윤서경(나), 갈치(아들), 무혁이(내동생)...서경, 웃으면서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
무혁, 얼굴에 자꾸만 흐르는 미소를 감추려고 손바닥으로 입주위를 자꾸만 쓴다.
이번엔 무혁 차례다. 은채, 노트 위에다 ‘우리 나라 대한 민국’ ‘코리아 파이팅’ ‘독도는 우리땅’ ‘김치 없이 못살아’ 써놓고
그 아래 칸을 무혁이 따라 쓰게 한다.
무혁이 잘 못 쓰자, 옆에서 지우개로 지워주고 다시 써보라고 하고...무혁과 함께 펜을 잡고 써보기도 한다.
두 사람 거의 얼굴이 맞닿은 자세가 된다.
은채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무혁, 가까이서 느껴지는 은채의 체취가 눈물나게 사랑스럽고, 눈물나게 행복하다.
그 위로 들리는.
무혁Na : 하느님...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당신에게 약속합니다.
14. # 재래시장
은채, 서경, 갈치와 함께 김밥 재료들을 사고 있다. “쪼꼼만 더 깍아주세요오오!”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은채, 따라하는 서경.
“고맙습니다” 허리가 꺽어지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은채, 신나서 따라하는 서경과 갈치....
무겁게 시장 바구니를 든 무혁, 흐뭇한 미소로 그런 은채를 보고.
무혁Na : ...송 은채....내게 남은 시간, 저 여자만 내 곁에 두신다면,
15. # 서경 주방
은채, 서경과 함께 김밥을 말고 있다.
서경의 능란한 솜씨에 비해 자꾸 김밥 옆구리가 터지고 서툴지만, 열심히 주워 먹으며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배운다.
무혁, 밖에서 갈치와 로봇 조립을 하다가 고개 돌려 은채를 본다.
무혁Na : 저 여자로 내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준다면....더 이상 날 건드리지 않는다면...
16. # 서경방 (밤)
은채, 서경과 갈치에게 맛사지 해주고 있다.
무혁Na : 그냥 여기서 다 멈추겠습니다.
조명등만 켜진 방.
은채, 말짱말짱 눈 뜨고 있는 서경과 갈치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서경과 갈치, 행복한 표정으로 스르르 잠이 든다.
무혁Na : 증오도 분노도 다 쓰레기통에 처넣고, 조용히 눈 감겠습니다....
17. # 서경 마당
무혁, 마루에 걸터 앉아 캄캄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무혁Na : 하느님...나, 당신에게...약속합니다.
은채, 걸어나오다 무혁의 쓸쓸한 등을 본다.....더 이상 다가가지는 않고 그대로 멈춰선 채 오래토록 응시하는.
F.O.
18. # 분장실 (낮)
런닝 차림의 윤, 짜증스런 표정으로 거울 보고 있다.
윤 : 아, 씨..이거 다크 써클 아냐?...아우, 어뜩해?..은채야! 나 다크 써클 생겼어! 은채.. (하다가 말을 멈춘다..아, 은채가 없지..)
수미 : (옷 들고 들어오다 벙한 표정 짓는)
무혁 : (분장실 입구에서 팔짱을 낀 채 윤을 지켜보고 있다...눈빛이 훨씬 순해졌다)
윤 : (머쓱한 표정 지으며 수미가 입혀 주는 옷을 입다가....찡그리며) 푸후우우우......나 이런 스타일 싫어하는데....
이렇게 스트라이프 들어 간 거, 나한테 잘 어울리지두 않구 내가 젤 싫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수미 : (무안한) ...죄송해요. 잘 몰랐어요....다시 알아 보께요.... (하며 밖으로 나간다)
윤 : (허공을 향해 푸 입김 품고)
무혁 : (무표정하게 보는)
19. # 아이스크림 가게
민채, 가방 메고 들어서 두리번거린다.
창가 자리에 은채와 서경(목걸이는 보이지 않게 옷 안에 착용된)이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민채 : (누구지? 갸웃하다가) 언니야!! (반갑게 부른다)
민채와 서경, 서로 경쟁적으로 숟가락까지 부딪히며 아이스크림(제일 큰 사이즈)을 퍼먹는다.
은채 : 천천히 먹어, 송 민채....또 사주께.
민채 : 이 사람 누구야, 언니?
은채 : 어... 내가 잘 아는 언니.
민채 : (아이스크림 계속 경쟁하듯 먹으며 탐문하듯 뚫어지게 서경을 보며) 상태가 좀 안 좋은 거 같다, 근데?
은채 : (그런 말 하는 것 아니라고 민채를 툭 치고) 어릴 때 교통 사고가 났었대...되게 착하구 좋은 언니야.
서경 : (민채를 경계하듯 째려 보며 계속 아이스크림만 먹고)
민채 : 그래서, 이 언니 집에 같이 있어, 지금?
은채 : 응....그거 줘.
민채 : 아, 잠깐.... (가방에서 작은 돼지 저금통 꺼내서 준다)
은채 : (반갑게 받아서 보는) 이거 한 이십만원은 되겠지?
서경 : (민채가 숟가락을 뗀 사이 열심히 먹고)
민채 : (얼른 숟가락으로 한 웅큼씩 퍼 넣으며) 돈두 없이 다니냐? 카드 없어?....아, 숙채가 언니 카드 쌔벼갖구 있더라, 참.
은채 : ...... (심난하다)
아이스크림이 든 볼, 깨끗이 비었다.
민채와 서경, 그제야 포만감 어린 미소 지으며 숟가락 쪽쪽 빨고 있다.
이때, 가게 안, 노래 바뀌어 윤의 노래가 흐른다.
은채, 잠깐 심난한 표정이다가 티슈로 서경의 입가에 묻은 시럽과 아이스크림을 닦아준다.
민채 : (윤의 노래에 심난해지며) 윤이 오빠 잊기 대따 힘들지?
은채 : ....(서경의 흘러내린 머리에 다시 핀 꽂아준다) 아니.
민채 : 하긴 뭐 묻는 내가 바보지.
은채 : 정말루 나, 윤이 많이 잊은 거 같애, 인제.
민채 : 나한텐 뻥 안 까두 된다니까! 내가 사랑을 모르냐?
서경 : 나 화장실 갔다 오께요.
은채 : 네....따라 가 줄까요?
서경 : 아니요. 괜찮아요... (하며 밖으로 나간다)
은채 : (화장실 가는 서경을 눈길로 쫓으며) 잠자는 시간 빼구 눈만 뜨면 늘 윤이가 보였었거든...
윤이가 내 앞에 없어두 윤이가 내 앞에 있어두 늘 윤이만 보였어, 내 눈엔.
민채 : 그 맘 안다니까, 내가.
은채 : (민채 보며) 근데, 이젠 다른 사람이 보여...가끔 윤이가 보일때두 있는데...자꾸 그 사람이 보여, 이젠.
민채 : 그게...누군데?
은채 : (피식 웃음 흘리다가 아차! 벌떡 일어서는) 아, 갈치!
민채 : 엉? 갈치?
은채 : (시계보고 중얼 거리는) 클났다. 갈치, 담임샘 만나기루 했는데..금방 갔다 올테니까 아까 그 언니 잘 보구 있어. (나간다)
민채 : 갈치 담임샘?....용궁에 가냐?
이때, 민채의 핸드폰 울린다.
민채 : (핸드폰 받고) 네...어, 엄마....뭐?.....빨래?....가스 불에다 올려놓구 그냥 나왔어?....나두 지금 밖인데....
숙채랑 연락 안돼?......엄만 어딘데?.....알았어.....지금 바루 들어가께... (핸드폰 닫으며 일어서는)
민채, 그때 화장실에서 나오는 서경(산만하게 이리저리 휘 둘러보고 만지고 다닌다)을 난감하게 본다.
20. # 갈치 초등학교
은채, 뛰어와서 서면 아무도 없는 텅빈 운동장. 하교하는 초등학생 몇 명만 보인다.
은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면 가방을 맨 갈치, 그네에 앉아 발구름 하고 있다.
은채 : 갈치야!
갈치 : (은채 보고) 누나!!
은채 : 미안해...많이 기다렸지?.....(갈치 손 잡으며) 가자, 선생님 기다리시겠다.
갈치 : 나...학교 안 다녀두 되는데...김밥은 누가 팔아요, 그럼?
은채 : (마음이 아프다)...뭐...누나가 엄마 도와 드려두 되구....외삼촌두 있구....엄마 도와 줄 사람은 많잖아...
갈친 걱정 말구 학교 다녀두 돼, 인제...(갈치의 손을 끌고 교무실쪽으로 가는)
갈치 : (학교가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은 설레기도 한다...설레는 표정으로 학교를 휘 훑어 보는)
은채 : (안스럽게 보며 갈치의 머리를 흩트리고....목도리도 제대로 다시 묶어주는)
21. # 오들희 집 계단
민채, 서경의 손을 잡고 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서경, 우와..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22. # 오들희집 정원
민채, 서경의 손을 잡고 정원으로 들어선다. 서경, 신기한 듯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다.
민채 : 언니! 나 금방 들어가서 가스 불 끄고, 똥만 잠깐 싸구 올테니까요, 여기 꼼짝 말구 있어요.
서경 : 네... (고개 끄덕이는)
민채 : 꼼짝말구 있어요, 여기!! (얼른 집 쪽으로 뛰어간다)
서경 :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다가 연못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간다) 우와...물고기다.
23. # 오들희집 앞
윤의 밴이 도착한다.
운전석 문 열리고 무혁, 내린다. 무혁, 뒷문을 열어주면, 윤(모자를 쓴)이 내린다.
윤, 표정에 기운이 없다.
윤 : 피곤하다. 나 줌 자께.....라디오 생방이 몇시지?
무혁 : 일곱 시 반. (윤의 비뚤어진 모자를 바로 씌워준다)
윤 : (기운 없이 웃고) 여섯시 반까지 와 그럼. 좀 있다 보자... (손 흔들어 주고 대문 열고 들어간다)
무혁 : (윤이 대문 안으로 사라지자 잠깐 멈추고 있다가...밴 운전석에 오른다)
24. # 오들희 정원
윤, 정원으로 들어서다가 연못에 손을 넣고 찰방거리며 장난치고 있는 서경을 발견한다.
윤 : (누군가 갸웃하다가...) 이봐요.
서경 : (장난하는데 정신이 팔려 소리를 못 듣는다)
윤 : (뭐야?....가까이 다가가서 서경의 등을 툭 치며) 이봐요.
서경 : (그제야 깜짝 놀라서 돌아보고...윤의 모습에 겁 먹은 표정 되는)
윤 : 누구세요?
서경 : ......
윤 : 누구신데, 남의 집에 함부루 들어와 계세요?
서경 : (잔뜩 언)
윤 : 누구시?.... (하다가 서경의 머리에 꽂은 핀을 보고) 어? 이거 내가 은채 생일 선물루 이태리에서 사다 준 핀인데?...
(공손하게) 이거 어디서 났어요?
서경 : ....아까...은채가 줬어요.
윤 : (흠칫) 은채...봤어요? 은채 어딨는데요? (은채 집으로 가려는데)
민채 : (허겁지겁 뛰어오다가 윤과 마주치고 흠칫하며 걸음을 멈춘다)
윤 : 은채...집에 왔어?
민채 : 아..아니요.
윤 : 은채, 어딨어?
민채 : 모...모르는데요, 난... (불안하게 서경을 본다)
서경 : (천진한 표정으로 눈을 꿈벅거리다가 다시 연못에 손을 넣고 장난을 친다)
윤 : (휙 시선 돌려 서경을 본다...은채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 직감한다)
25. # 아이스크림 가게
은채, 허겁지겁 뛰어 들어온다. 민채와 서경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갔지?...어리둥절하고 난감한 표정 짓는.
26. # 일각 공중 전화
은채, 민채의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은채 : 송민채!.....어떻게 된거야?.....어딨어, 지금?!
민채(F) : 클났다, 언니야....상태 안 좋은 언니, 윤이 오빠한테 포로로 잡혔어, 지금.
은채 : (어이 없는) 뭐?
민채(F) : 그 언니 찾구 싶음 언니가 직접 와서 데려 가래, 윤이 오빠가.
은채 : (기가 막힌)
27. # 오들희 거실
윤, 서경과 함께 놀고 있다.
윤, 친절하고 다정하게(서늘한 마음 숨기고) 팬들에게 받은 인형과 트럼펫 같은 악기 보여주고, 먹을 것도 잔뜩 가져다 놓았다.
서경,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서경 뒤로 오들희의 사진이 유난히 뚜렷해 보인다.
민채,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쫄래쫄래 들어선다.
윤 : 은채랑 전화 했어?
민채 : ....네.
윤 : (서경에게 미소 지으며 놀아준다...트럼펫-혹은 다른 악기- 불어주는) 재밌죠? 또 해주까요?
서경 : 네... (이것 저것 집어 먹으며 좋아라 하고)
민채 : (죽을 상 짓는)
28. # 공중전화 박스 앞
은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혹스런 표정으로 공중전화 박스에 기대 서 있다.
29. # 서경집 앞길
무혁, 케익과 과일, 은채와 서경과 갈치의 옷을 산 쇼핑 봉투등을 양손 가득 들고 걸어 올라 온다.
선물들에 가려 무혁이 안 보일만큼 하나의 선물 산이 움직이는 것 같다.
무혁, 휘파람도 불고, 몹시 기분이 좋다.
30. # 공중전화 박스앞 (노을녘)
은채, 여전히 어쩌지도 못하고 같은 자세로 심난한 표정 지으며 서 있다.
점점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31. # 오들희 정원 (밤)
민채, 혹시 은채가 오나 불안하게 서성이고 있다.
통유리를 통해서 본 실내...
윤은 소파에 벌렁 드러 누워 심난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 뜯고 있고,
서경은 인형 들고 신기한 듯 거실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32. # 오들희 거실
서경, 인형을 안고 거실을 어슬렁거리며 오들희의 사진앞에 멈춰 선다.
서경 : (오들희의 미모에 감탄하며) 우와아...이쁘다.... (오들희의 사진에 가만히 손을 대고 쓸어 보다가...오들희 방쪽으로 간다)
윤 : (자기 생각에 빠져 식식대느라...서경을 제어하지 않는다)
33. # 오들희 방
서경,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딱 벌어져 오들희의 방으로 들어선다.
우와아...흥분해서 오들희의 침대도 만져보고 한쪽 벽에 걸린 사진도 보다가 화장대 앞으로 간다.
화장대 위에 패물함 놓여 있다. 패물함 열어보며 갖가지 패물들 나온다.
서경, 진주 목걸이를 꺼내 “이쁘다” 하며 인형 목에다 걸어주고, 뚜껑을 닫으려는데, 그만 패물함이 바닥으로 쏟아져 버린다.
그때, 패물함에서 쏟아진 다이아 반지 하나가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 서경.
34. # 오들희 정원
오들희, 대천과 함께 얘기하며 정원으로 들어선다.
오들희 : 어우, 싼티 나. 싼티 나...어떻게 그런 여자가 그런 럭셔리한 남편을 만났는지 이해가 안 가, 난...
무슨 복을 타구 나서 그럴까, 걔는?
대천 : (씁쓸하게 웃고)
민채 : (오들희와 대천 오는 것 보고 당황하며) 안녕하세요.
오들희 : 어, 민채....왜 여기서 이러구 서 있어? 똥 매려운 강아지처럼?
민채 : (난처한) 예에...그냥...
오들희 : 어, 우리 아들 들어 왔네.... (집 안으로 들어가며) 아들!! 마이 썬!!
민채 : (이 일을 어떡해야 되나?..동동거리는데)
대천 : 왜 그래? 정말 똥 매렵냐, 너?
민채 : 아뇨오!! 아까 다 쌌어요.
35. # 오들희 거실
오들희, “아드을!” 하며 윤에게 달려 와 윤의 볼에 입맞춤을 한다.
오들희 : 아들! 오늘은 어땠어? 오늘은 나이스 데이였어?
윤 : (오들희를 꽉 껴안으며) 엄마...나 힘들어...
오들희 : 왜? 뭐 땜에? 은채 땜에 그래?
윤 : 몰라아....
이때, 서경, 오들희 방에서 나와 거실로 온다. 진주 목걸이한 인형을 안고 있다.
서경 : 나 집에 갈래요....
오들희 : (돌아본다)
서경 : 와...이쁜 아줌마다... (활짝 웃는)
오들희 : 쟤..뭐야?... (하다가 인형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 보고) 어, 저거 내 목걸이...내 목걸인데....
(벌떡 일어나서 서경에게 다가가더니 인형을 홱 채서 뺏으며) 아가씨, 뭐야? 지금 어느 방에서 나온 거야?
서경 : (오들희의 무서운 표정에 금방 겁먹은 표정 되는)
오들희 : 얘 누구야, 윤아?!!
윤 : 그냥 내가 좀 아는 사람이야... (일어서서 오며) 무섭게 그러지 마, 엄마...좀 정상이 아닌 거 같애.
오들희 : (서경을 무섭게 보며) 너, 여기 꼼짝 말구 있어.
서경 : (잔뜩 얼어서....)
36. # 오들희방
오들희, 방 안으로 들어선다.
패물함이 방바닥에 쏟아져 있고, 갖가지 패물들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오들희, 기함을 하는.
37. # 서경방
무혁이 사온 선물들, 여성복 옷가지들과 케익, 과일, 과자, 방안 가득 널려 있다.
갈치, 무혁의 눈치를 살피며 케익의 크림을 손으로 찍어 맛을 본다.
무혁, 심난한 표정으로 시계를 본다. 6시를 넘어서고 있다.
무혁, 한쪽에 놓인 은채 가방을 본다.
무혁 : 어디 간다는 말 없었어?
갈치 : 네....엄마 데리구 금방 올거라구 집에 가 있으라 그랬어요.
무혁 : (도저히 더 기다릴 수가 없다...벌떡 일어서며) 삼촌, 금방 갔다 올테니까....은채 누나 오면 꼼짝 말구 있으라 그래.
갈치 : 네...
무혁 : .......
38. # 오들희 집앞
무혁이 운전하는 윤의 밴 와서 멎는다.
무혁, 운전석에서 내려 대문쪽으로 오다가 한 대 맞은 듯 어이없는 표정 짓는다.
은채, 대문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은채 : (무혁의 모습에 당황하는) 아저씨...
무혁 : (윤일 만나러 왔나.....기도 막히고...배신감도 느껴진다)
은채 : ... (무혁의 마음을 안다) ....저기...그게...그러니까....
무혁 : ....우리 누난 어딨어?....집에 갔냐?
은채 : 아뇨.... (오들희 집 가리키며) 저기...있어요.
무혁 : (흠칫)
이때, 싸이렌 울리며 경찰 패트롤카 달려 와서 오들희 집 앞에 멎는다.
무혁과 은채, 이건 또 웬 경찰찬가?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39. # 오들희 거실
서경, 잔뜩 공포스런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아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서경 : 집에 갈래요....우리 집에 갈래요....갈치야....갈치야아아.....
윤 : (난감한 표정으로 서경을 달래며) 울지 마요...울지 마....(오들희 보며) 경찰까지 부를 건 뭐 있어, 엄마?
살살 달래서 물어 보지, 그냥...
오들희 : (소파에 앉아서 서경을 노려 보며) 물어봐두 자꾸 발뺌만 하잖아!! 반지 엇다 감췄어?! 반지 안 내놀래, 진짜?!!
서경 : (더욱 서럽게 울고) 갈치야아....갈치야아....
대천 : (오들희 옆에 난감하게 서서) 모르는 거 같은데, 정말루....니가 다시 한번 잘 찾아봐.
(민채는 대천 옆에서 죽을 상을 하고 있다)
오들희 : 샅샅히 잘 찾아봤어, 지금까지!!....다이아 반지 그게 얼마 짜린 줄 알어?....그건 돈 주구두 못 사는 거야!....
윤이 넌 저런 앨 왜 우리 집에 들여?! 저 따위 앨 왜 집에 들여서 이 사단을 만드냐구, 이 자식아!!
민채 : (죽고 싶다)
윤 : 하우 참.... (울고 있는 서경을 달래는) 요만해가지구 반짝반짝 빛이 나는 반지 못 봤어요? 잘 생각해봐요.
서경 : 우리 집에 갈래요....우리 집에 갈래요.....
오들희 : 내가 보기엔 모자란 척 하면서 상습범이야, 쟤.....속옷에다 감췄니? 아니다. 삼켰지, 너?!!
대천 : (어쩌지도 못하고 답답한)
서경 : ..흐으응...갈치야...갈치야아....
오들희 : 경찰들 와서 더 심각한 상황 벌어지기 전에 어서 말해....지금이라두 실토하면 암말 안하구 용서하께...얼르은!!!
서경 : ...외삼촌...외삼초온.....
이때, 남자 순경과 여자 순경, 안으로 들어선다. 경례하고.
여순경 : 무슨 일이십니까?
오들희 : ...(이젠 어쩔 수 없다) 6캐럿짜리 다이아 반지가 없어졌어요.
서경 : (경찰들을 보자 더욱 무서워 윤의 뒤에 숨으며 바들바들 떨며 우는)
윤 : (돌겠다)
40. # 오들희 정원
무혁, 털레털레 걸어 와 선다.
은채, 무안하고...미안하고...어쩔 줄을 몰라하며...무혁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와 선다.
무혁, 서늘한 표정으로 오들희 집을 노려 본다.
통유리를 통해 윤과 오들희(윤이 심하다며 오들희를 말리고 있고, 오들희의 표정은 강건하고),
대천, 민채, 남자 순경의 모습이 보인다.
41. # 오들희 방
서경, 하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며 훌쩍이며 서 있고, 여 순경, 서경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여순경 : (난감하게 보며) 죄송하지만, 양말 좀 벗어주시겠어요?
서경 : (눈치 살피며 바들바들 떨며...양말을 벗는다)
여순경 : (양말을 살펴 보는데)
오들희 : (벌컥 문 열고 들어오며) 그렇게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시면 어떡해요?
속옷에다 감 췄다니까요...홀딱 벗겨 놓구 잘 좀 보세요.
여순경 : (난감한)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구, 인권 침해 문제두 있구요, 사모님... (하는데)
오들희 : (O.L.) 도둑이 무슨 인권이 있어요?....엇다 숨겼니? 대체 엇다 숨겼어, 응?!!... (하며 서경의 웃옷을 우왁스럽게 벗긴다)
서경 : (어쩌지도 못하고 울면서 바들바들 떨고만 있고)
여순경 : (곤혹스런 표정 짓는)
오들희 : 그러게 왜 말루 할때 안 듣니? 왜 말루 할 때 안 들어? (서경의 옷을 런닝만 남겨놓고 우왁 스럽게 벗긴다...
그 바람에 서경이 걸고 있는 목걸이가 툭 떨어지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
서경 : (무서워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외삼촌....외삼촌.....
오들희 : (런닝을 벗기려 하며) 이것두 벗어봐..벗어 봐, 좀.
서경 : 싫어요...싫어요.... (꽉 잡고 안 놓고 있다) 갈치야....갈치야..... (하는데)
이때, 벌컥 문 열리며 무혁이 들어온다. 표정, 무섭도록 싸늘하다.
서경 : (무혁을 보자 안도하며 와앙 울음 터뜨린다) 외삼초온....
무혁 : (분노에 찬 표정으로 오들희를 노려 본다)
오들희 : (당황스럽게 무혁보며) ...미스타 차!
무혁 : (무섭게 노려 보다가....자기 잠바를 벗어서 서경을 돌돌 싼다)
오들희 : 뭐니? 너 얘랑 아는 사이야?!!
무혁 : .....업혀, 누나... (서경의 옷가지는 손에다 들고 서경을 업더니 밖으로 나간다)
오들희 : (기가 막힌)
42. # 오들희 거실
윤, 대천, 민채, 남 순경, 무혁이 서경을 업고 나가는 모습을 당혹스럽게 보고 있다.
43. # 오들희 정원
은채, 당혹스런 표정으로 서 있는데, 무혁, 울고 있는 서경을 업고 나온다.
은채 : (하얗게 얼어서 무혁을 보는)
무혁 : (무표정하게 눈빛 마주치고 그대로 가는)
은채 :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아저씨....아저씨...(따라 가려는데)
윤 : (어느새 정원으로 나와 은채의 팔을 잡는다)
은채 : (윤을 보는)
44. # 오들희 계단
무혁, 서경을 업고 걸어 내려온다.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
무혁Na : 하느님...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당신에게 약속합니다.
45. # 오들희 정원
은채, 윤을 야속하게 보다가 “이거 놔!” 하며 윤의 손을 뿌리치고, “아저씨!” 부르며 대문쪽으로 산다.
윤, 당혹스럽다.
무혁Na : 내게 남은 시간, 저 여자만 내 곁에 두신다면,
46. # 오들희 집 앞
은채, 뛰어와 서면,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무혁과 서경 남매.
은채, 더 이상 따라가지도 못하고...두 눈 가득 눈물이 그렁 맺힌다.
무혁Na : 저 여자로 내 남은 시간을 위로해 준다면....
47. # 일각 거리
무혁, 이를 앙물고 가고 있다. 서경의 벗은 맨발이 애처롭다.
무혁Na : 더 이상 날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혁, 부릅뜬 눈, 서슬이 시퍼렇다.
무혁Na : 그냥 여기서 다 멈추겠습니다.
48. # 오들희집 앞
무혁의 멀어지는 등을 보는 은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무혁Na : 증오도 분노도 다 쓰레기통에 처넣고,
49. # 거리
무혁의 앙 문 입술이 부르르 떨려 온다.
무혁Na : 조용히....조용히....눈 감겠습니다.
50. # 오들희 집 앞
은채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무혁이 멀어져 까만 점이 될 때까지 꼼짝도 않은 채 서 있다.
윤,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황당한 표정으로 은채를 보며.
윤 : 뭐야, 너?....그동안 무혁이 형네 있었어?
은채 : ......
윤 : (버럭) 무혁이 형네 있었냐구, 그동안?!!...미친 거 아냐?!!
은채 : ...소리 지르지 마.
윤 : (기가 막힌) 은채야.
은채 : 왜 소리 질러? 나한테 왜 소리 질러? 내가 너한테 뭘 잘못 했다구 소리 질러?
윤 : (점점 기가 막히는)
은채 : 그리구, 나 안 미쳤어...아주 멀쩡해, 윤아... (하며 대문쪽으로 가는데)
윤 : (은채를 잡는) 너 왜 이래, 진짜? 딴 사람 같이?!!
은채 : 너 오늘 실수했어...서경 언니한테, 무혁이 아저씨한테....아주 큰 실수했어. (윤의 손을 떼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윤 :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허!....허!
51. # 오들희 거실
오들희, 괴롭게 머리를 쥐어 싸고 앉아 있다. 대천, 그런 오들희를 갑갑하게 본다.
오들희 : 그 바보 애가 미스타 차 누나였어?....어쨌든 걔가 범인이야, 분명히....
반지가 발이달려 하늘로 날랐겠어? 땅으루 꺼졌겠어?....아우, 아우, 혈압 올라.
대천 : (창밖으로 시선 돌려 버린다)
52. # 오들희 방
민채, 반지가 있나 싶어 여기저기 방바닥 살펴 보고 있다.
민채 : 그 언니가 그렇게 지능적인 언니가 아니던데.... (중얼거리다가 뭔가를 발견하다)
침대 모퉁이에 서경의 반지 목걸이가 있다. 들어서 보고 갸웃하는 민채.
53. # 오들희 거실
오들희, 신경 안정제를 먹고 있다.
오들희 : 흐으으으....내 반지...내 반지 어뜩해..어뜩해애애애.....
민채 : (방에서 나오며) 여기 반지도 아닌 것이 목걸이두 아닌 것이 뭐가 하나 떨어져 있는데요. (반지 목걸이 들어 보이는)
오들희 : (고개 돌려 보는....자세히 안 보인다)
대천 : (문득 고개 돌리다가....쿵하는 표정)
오들희 : 뭐야? 그건?....일루 갖구 와 봐.
민채 : (걸음 옮기려는데)
대천 : (급하게 가서 민채가 든 목걸이 휙 채서 뺏는다)
오들희 : (의아하게 보는)
대천 : (오들희에게 등을 보인 채 목걸이 자세히 살펴 본다....“영원히” 라고 써진 글귀... 눈빛이 무섭게 흔들린다.
창백해지는 안색, 숨이 컥 막힌다)
민채 : (의아하게 보는)
오들희 : 뭐야, 오빠? 일루 갖구 와 봐.
대천 : 벼...별 거 아닙니다. 아가씨... (떨리는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목걸이를 넣는다)
오들희 :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울상이 되어) 어뜩해, 내 반지...어뜩해애애애....
54. # 오들희 정원
싸늘히 굳은 대천, 정원 끝 쪽으로 걸어와 선다. 충격으로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본다.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서도 “영원히” 라는 글자...명확하게 보인다.
55. # 도장방 (회상, 27년전)
반지에 철침으로 새겨지는 글귀...“함께”
세공사, 반지에 글귀를 새기고 있다.
젊은 대천, “영원히”라고 씌여진 반지를 들고 있다.
착잡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목 걸이 줄 꺼내서 반지에 묶어 목걸이로 만든다.
56. # 도장방앞 (회상, 27년전)
대천의 차가 서 있다.
대천, 차 뒷문을 열어보면, 두 개의 바구니에 각각 강보에 싸인 두 명의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다.
대천, 먹먹한 표정으로 두 아기를 바라본다.
그런 대천과 아기들을 지켜보는 어떤 시선.
젊은 민현석, 한쪽에 몸을 숨긴 채 표정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57. # 오들희 방 (회상, 27년전)
지금과는 다른 방.
출산 직후, 땀으로 흠뻑 젖어 실신해 버린 오들희에게 간호사, 링거 꽂아주고 있다.
들희모, 오들희를 안쓰럽게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때, 젊은 대천, 들어선다.
대천 : 다녀왔습니다.... (오들희를 안쓰럽게 보는)
들희모 : ....정신을 일찍 놔서 지가 쌍둥일 낳은 것도 모를거야....
대천 : ......
들희모 : 죽었다구....하세.
대천 : ......
들희 : 자네하구 나, 김 간호사....무덤까지 갖구 가야 하네, 오늘 일은.
대천 : .....예.
간호사 : ...예.
들희모 : 지 에미랑 인연이 아니었나 보지, 걔들은... (오들희의 손을 꼭 잡아준다)
대천 : (가슴이 미어진다)
오들희 : ......
58. # 서경방
조명등만 켜진방.
갈치를 사이에 두고 무혁과 서경, 누워 있다.
서경은 잠들어 있고, 무혁은 팔베게를 하고 천장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F.O.
59. # 오들희 집 외경 (아침)
60. # 은채 주방 식탁
대천, 멍하니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숟가락은 국그릇에 그대로 담근 채, 바위 처럼 멍해 있다.
혜숙, 걱정스럽게 대천을 보다가 은채를 본다.
은채 역시 멍한 표정으로 밥상 위의 김만 넋나간 듯 보고 있다.
숙채와 민채, 대천과 은채를 번갈아 의아하게 보며 입만 벌려 ‘왜 저래, 두 사람?’ ‘몰라, 나두!’ 소근거린다.
은채,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혜숙 : 어디 가? 은채야?!!
은채 : 그냥...답답해서....바람 좀 쐬구 오께요.
60-1. # 오들희 정원
은채, 걸어나오는데, 윤, 연못의 금붕어들을 보고 있다.
윤 : (문득 고개 돌리다 은채를 발견하는)
은채 : (시선 외면하고 가려는데)
윤 : (벌떡 일어나 은채를 가로 막고 선다. 명랑하게) 떡볶이 해 먹자, 은채야.
은채 :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윤을 비켜서 가려는데)
윤 : (은채가 가려는 쪽을 또 가로 막는다) 떡볶이 해 먹자.
은채 : 비켜!
윤 : 해 먹자, 떡볶이!
은채 : (버럭) 비키라는 소리 안 들려!
윤 : (같이 버럭) 떡볶이! 떡볶이!!
은채 : (노려보다가 윤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린다)
윤 : (윽! 하며 주저 앉고)
은채 : 떡볶이, 너나 많이 처 먹어!! (그대로 가려는데)
윤 : (은채의 팔을 거칠게 채서 잡으며) 기집애가 왜 이렇게 까불어, 진짜? 너 약 먹었냐? 약 먹었지, 너?!!
은채 : 약 먹었음 넌 내 손에 죽었어!
윤 : (기가 막힌) 송 은채!
은채 : 너 몇 살이야? 나일 얼루 처 먹었어? 떡볶이? 떡볶이가 먹구 싶니, 지금?
너 땜에 어떤 사람들은 잠 한 숨 못 자구, 물 한 모금 못 먹구...
윤 : (O.L. 버럭) 그게 내 탓이야, 기집애야! 왜 나만 갖구 그래, 나만 갖구!
은채 : 한심하다, 최 윤....쪽 팔린다, 진짜..... (윤의 손을 떼내는데)
윤 : (모멸감에 이를 갈며) 가기만 가봐, 너! 가기만 가 봐!!!
은채 : (가는데)
윤 : (버럭) 이리 못 와! 이리 안 와!!
은채 :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니가 가라면 가구, 오라면 오구....나, 니가 키우는 똥강아지 아냐, 이 자식아. (돌아서 간다)
윤 : (어이가 없다. 버럭 소리 지르는) 송 은채!!
은채 : (그대로 간다)
윤 : (허....)
은채 : ........ (싸늘하게 굳은)
61. # 오들희 대문앞
은채, 쉐타를 껴입으며 급한 걸음으로 부지런히 뛰어간다.
62. # 지하철 역앞
서경이 갈치와 김밥을 팔던 곳이다.
은채, 뛰어와서 선다. 서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른 아줌마만 김밥을 팔고 있다.
은채,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나간 듯 허탈해진다.
63. # 오들희방
오들희, 홧병으로 끙끙 앓고 있다. 윤, 걱정스런 표정으로 오들희의 옆을 지킨다.
오들희 : 흐으응...내 반지...내 반지....흐으응....
윤 : 엄마두 참...뭐 그깟 일루 병이 나구 그래?
오들희 : 그게 얼마 짜린데....얼마 짜린데, 그게에....
윤 : 내가 사주께...좀 있다 당장 나가서 내가 사다 주께. 됐지?
오들희 : 그게 돈만 있다구 살 수 있는 건 줄 알어?....흐으응....내 반지이....내 반지이... (하며 끙끙 앓는다)
윤 : (갑갑한 듯 보는)
오들희 : (끙끙...)
서경(E) : 엄마...엄마....
64. # 서경방
서경, 식은 땀이 가득해 “엄마..엄마...” 부르며 끙끙 앓고 있다. 어제 일의 충격으로 서경도 병이 났다.
갈치, 서경의 손을 꼭 잡고 간호하고 있다.
갈치 : 많이 아퍼, 엄마? 내가 가서 약 사오까?
서경 : ..... (창백이 몹시 창백하다) 엄마...엄마....
65. # 서경집 앞
은채, 미안함 때문에 차마 들어서지도 못하고,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갈치, 나오다가 은채를 본다.
갈치 : (반가와서) 누나!!
은채 : 갈치야!....학교 안 갔어?
갈치 : 예에...엄마가 많이 아파서요.
은채 : (놀라며) 아퍼? 엄마가?
갈치 : 예...약 사러 가요, 지금.
은채 : 그래두 학생이 학교를 가야지....외삼촌은?
갈치 : 몰라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없어졌어요.
은채 : .....(한숨 뱉고 걱정스럽게 서경집 쪽을 보는)
66. # 서경방
은채, 방안으로 들어서면, 서경, “엄마..엄마...” 부르며 끙끙 앓고 있다.
서경을 발견한 은채, 미안함과 연민으로 눈물이 그렁해진다.
은채 : (서경 옆으로 가 앉으며) 언니이...
서경 : (끙끙 앓으며 힘없이 은채를 본다)
은채 : 미안해요...괜히 나 땜에...미안해요, 언니....
서경 : (아픈 와중에도 있는 힘을 다해 말하는) ....나...안 훔쳤어요....반지 안 훔쳤어요...
은채 : 알아요...알아요...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참으려고 해도 자꾸만 억..억...눈물이 터져 나온다)
67. # 민주 현관
외출복 차림의 민주, 신발 신으며 핸드폰 하고 있다.
민주 : 어, 윤아....알아 봤어, 내가....어머니꺼랑 똑같은 건 아니겠지만 비슷한 건 구할 수 있을 거야....어, 난 지금 나가는데...
68. # 민주집 앞
민주, 핸드폰하며 현관문 열고 나온다.
민주 : 니가 일찍 도착하면 먼저 구경하구 있어... (하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무혁(박 현우)이 초인종 옆 벽에 팔짱을 끼고 기대 서 있다.
민주 :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윤(F) :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정확한 위치가 어떻게 되는거야? 그러니까, 청담 사거리에서..우회전 해야 돼? 좌회전..(하는데)
민주 :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닫고...긴장하며 무혁을 보는)
무혁 : ....궁금한 게 있어서...좀 물어 보려구.
민주 : ......
무혁 : 열정과 사랑이...어떻게 다르지?
민주 : (황당한데)
무혁 : (갑자기 민주의 얼굴을 잡더니 키스를 하려고 하는데)
민주 : (눈이 동그래서 그대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무혁 : (씨익 웃으며 얼굴 근처에서 딱 멈추고...) 이를 테면...이런 게 열정인가?
민주 : ..... (당혹스럽다)
무혁 : (놀리듯이 민주에게서 떨어진다)
민주 : ......
무혁 : 사랑해!
민주 : (쿵!)
무혁 : 그렇게 돼 버렸어...사랑한다!
민주 : (눈빛이 흔들린다)
무혁 : (씨익 웃으며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민주 :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때, 엘리베이터 도착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무혁, 오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다가 갑자기 휙 돌아서 민주를 벽으로 밀어붙이더니
민주의 반항에도 아랑곳 않고 기습적으로 키스해 버린다.
이때, 민주의 핸드백 속에서 울리는 핸드폰 벨.
69. # 윤 차안 / 오들희 집앞
윤, 핸드폰 하고 있다. 발신음 들리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 간다는 안내음 들린다.
윤 : 얜 왜 전활 하다가 끊어?....엘리베이터 탔나?....(핸드폰 닫고 심난한 표정되어) 아, 복잡하다, 복잡해....
엄마두 복잡하구, 은채두 복잡하구...(시트에 뒷머리를 탁 기대며) 민주야! 니 서방님 복잡해서 돌아가시겠다, 증말...
(하다가 문득 어젯밤 일을 생각 하는)
70. # 플래시백 (#50 오들희 집앞)
은채 : ...소리 지르지 마.
은채 : 왜 소리 질러? 나한테 왜 소리 질러? 내가 너한테 뭘 잘못 했다구 소리 질러?
은채 : 너 오늘 실수했어...서경 언니한테, 무혁이 아저씨한테....아주 큰 실수했어.
71. # 윤 차안
윤, 표정이 일그러진다.
윤 : 변했어...확실이 변했어, 기집애.....무혁이 형이랑 사귀나?....아, 몰라. 사귀라 그래. 어울리는 한쌍의 바퀴 벌레다, 딱....
(기분이 묘하게 나빠진다) 그럼, 날 좋아했던 건 뭐냐? 씨이...지조 없는 기집애.
72. # 서경 주방
은채, 진땀을 흘리며 미음을 끓이고 있다.
불에 손도 데이고, 맛을 보다가 입도 데이고....난리를 치르면서도 최선을 다해 정성껏 미음을 끓인다.
73. # 서경방
은채, 서경을 일으켜 앉혀 호호 불어주며 미음을 떠 먹인다...힘이 들지만, 아이를 대하는 엄마처럼 미소 잃지 않고.
74. # 무혁방
수염을 떼 낸 무혁, 안경을 한쪽으로 집어 던지며 침대로 와 걸터 앉는다. 표정이 서늘하다. 눈빛이 무섭다.
75. # 민주거실
민주, 얼떨떨하고 멍한 표정으로 소파로 와 털석 앉는다.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해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자기 생각에 빠져 멍해 있다가 문득 핸드폰 소리 듣고, 핸드폰을 들어서 본다.
발신자 이름에 “나의 윤” 이라고 뜬다.
민주,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76. # 보석가게
윤(스타답게 선글라스 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간다는 안내음 들린다.
윤 : (거칠게 핸드폰 닫고, 표정 굳어지는)
77. # 서경집 외경 (밤)
은채의 노래 소리(자장가) 들린다.
은채(E) :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78. # 서경방
은채, 자장가 불러주며 서경을 다독여 주며 재우고 있다. 갈치도 같이 옆에서 다독여준다.
서경, 한결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은채 : (서경이 자는 것 같자 조용히 노래를 멈추고) 잔다....쉿!....
(하고 겨드랑이에 꽂은 체온계를 빼서 본다) 앗싸아...열두 많이 내려갔다, 인제.
갈치 : (좋아서 씨익 웃는다)
은채 : 아까 내 준 산수 문제 다 풀었어? 채점 해두 돼?
은채, 채점하려고 상앞에 앉아 자기가 계산을 해보는데, 어렵다.
은채 : (잔뜩 곤혹스런 표정으로)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갈치 : 못 풀겠어요, 누나는?
은채 : 아니이....그게 아니구.... (갈치 살피며 머리를 긁적이며) 이거 초등학교 산수 문제 맞냐, 근데?
갈치 : 네.
은채 : 이상하네...우리 땐 이런 거 고등학교나 가서 배웠는데.... (끙끙거리며 열심히 풀려고 하는)
갈치 : (은채가 안됐다....)
은채 : (쪽팔린다...갈치 눈치 살피는)
79. # 골프 연습장 (밤)
민주, 골프 연습을 하는데, 계속 헛스윙을 한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차리려고 짧게 고개 젓고 다시 공을 치는데, 여전히 헛스윙이다.
민주, 푸 한숨 뱉고 다시 공 앞에 골프채를 대는데.
이때, 민주의 몸을 감싸며 골프채를 잡은 민주의 손 위로 얹혀지는 남자의 손.
민주, 흠칫해서 고개 돌려 보면, 무혁(박현우)이다.
무혁 : 머릿 속을 비워.
민주 : (당혹스런)
무혁 : 니 머릿속에 그 남잔 털어내구, 공을 칠땐 공에만 집중해.
민주 : (떨리는 가슴 누르고) 이봐요!
무혁 : 이봐요가 아니구 박현우!
민주 : 박현우씨!
무혁 : 손목과 팔을 움직이지 말구, (민주의 어깨를 잡으며) 어깨를 움직여!
치자 마자 날아가는 거 보지 말구 끝까지 땅에다 시선을 집중하구!
민주 : 이봐요, 박현우씨!
무혁 : (민주의 손을 잡아 아이언을 감싸주며) 이렇게 왼쪽 둘째 손가락, 셋째 손가락 사이에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걸구
아이언을 감싸주고, 왼쪽 팔을 쭉 펴고, 오른쪽은 구부리구....(민주에게 떨어지며) 한번 해보시지!
민주 : (당혹스럽게 무혁을 보다가 마음 추스르고 공을 친다. 정확하게 맞고 기분 좋게 날아가는 공)
무혁 : (박수를 친다) 나이스 샷!
민주 :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 (눈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
80. # 서경방
서경과 갈치, 잠들어 있다.
은채, 갈치가 걷어 찬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 형광등을 끄고, 스텐드불을 켠다.
서경의 머리를 짚어보고....서경의 뺨에 자신의 뺨을 대본다...열이 없다.
이제 완전히 나았구나...안도하며 미소 짓고.
81. # 서경 마당
은채, 마루로 나와 쪼그리고 앉는다. 무혁을 기다린다. 까만 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은채 : 미안해요...아저씨....
82. # 골프장 앞
민주, 멍한 표정으로 발레 파킹한 차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가슴에 폭풍이 일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무혁, 민주의 뒤를 따라 나온다. 민주, 무혁이 등 뒤에 있는 것을 알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잠시후, 민주 차 와서 멎고, 주차요원 내려서 키를 내민다.
멍한 민주, 키를 잡다가 그만 키를 떨어뜨린다.
민주, 주우려고 몸을 굽히는데, 민주의 손을 스치며 먼저 키를 집어 드는 무혁.
민주와 주차요원,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데.
무혁, 정중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며 민주를 본다.
민주 : (곤혹스럽다)
무혁 : 그 정신으로 운전하단 사고 나.....타!
83. # 민주집 앞 / 윤 차안
윤,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민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윤의 차 백미러에 헤드라이트 불빛 비치며 들어서는 민주의 차가 보인다.
윤, 차에서 내린다.
84. # 민주 차안 / 민주 집앞
주차장에 들어가려고 속도를 멈추고 선 민주의 차.
무혁, 운전석에 앉아 있고, 민주, 조수석에 앉아 있다.
저 앞으로 굳은 표정의 윤, 민주의 차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혁 : (표정이 없다)
민주 : (긴장한다)
윤 : (썬팅도 했고, 어두워서 차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함께 차에 타고 있는 것 같다. 차창문을 탕탕 두드린다)
무혁 : (표정없는)
민주 : ......
윤 : 민주야, 문 열어!....옆에 탄 새끼 누구야!! 옆에 탄 새끼, 누구냐구!!!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민주 : (동시에 차문을 잠궈 버린다)
무혁 : (민주를 보는)
윤 : (당황한다) 민주야!!!
민주 : (그대로 굳은 듯 앉아 있다)
무혁 : (느긋하게 팔짱을 낀 채 눈을 감는다...FM을 틀면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윤 : (기가 막힌다...눈물이 핑 돈다. 손으로 힘껏 차창을 두드린다) 문 열어! 문 열어!! 어서 이 문 열어, 민주야!
문 좀 열어줘, 민주야!!
민주 : (자책과 미안함에...눈물이 그렁해진다)
무혁 : (윤이 계속 울먹이며 문을 두드려 대는 소리를 들으며 느긋하게 음악을 즐기고 있다)
85. # 민주 집앞
시간경과.
비가 쏟아지고 있다.
윤, 민주의 차에 등을 댄 채 퍼질러 앉아 그대로 비를 맞고 있다.
86. # 민주 차안
무혁 :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민주 :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됐지?.....혼란스럽고...착잡하다....)
FM에선 자정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 들린다.
87. # 민주 집앞 / 민주 차안
윤, 이를 앙물고 끄응 일어서더니 휘청휘청 자신의 차로 걸어간다.
민주 : (그런 윤을 먹먹하게 바라본다)
무혁 :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윤 : (자신의 차에 오르고, 잠시후 차 떠난다)
민주 : ..... (가슴 아프게 보는)
무혁 : (여전히 눈을 감은 채.....)
88. # 서경 마당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은채, 쪼그리고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때, “메세지 왔다” 하는 핸드폰 알림음 들린다.
은채, 핸드폰 열어보면, 윤에게서 온 문자다. “은채야! 나 살고 싶지 않다....우리 스타”
은채, 씁쓸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다가 문자 메시지 지워 버리고, 비 내리는 하늘을 보는.
89. # 춘천가도
비가 쏟아지는 빗길...윤의 차가 달리고 있다.
90. # 윤 차안
빗물로 흠뻑 젖은 윤, 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운전하고 있다.
91. # 오들희 방
오들희, 큰 대자 같은 것을 들고 방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대자를 쭉 넣어서 장롱밑, 침대밑을 샅샅이 훑는다.
이때, 침대밑에 넣었던 대자 끝에 뭔가가 걸려 나온다.
갸웃하며 살펴보면....오들희가 찾고 있던 그 다이아 반지다.
오들희 :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다가....갑자기 쿵한다....내가 억울한 사람을 누명 씌웠었구나...표정)
91-1. # 무혁 거실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실내...바깥의 가로등 불빛만 새어 들어온다. 밖에서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무혁,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서늘한 표정으로 밖을 응시하고 있다.
92. # 춘천 가도 / 윤 차안
윤, 맥주를 마시며 차를 몰아간다. 시속 150KM를 넘고 있다.
이때, 마주오던 차가 웅덩이의 빗물을 확 들이붓고 지나간다.
한순간 뿌옇게 흐려지는 차창.
윤, 깜짝 놀라 당황하며 핸들을 거칠게 꺽는데.
93. # 무혁 거실
무혁, 창밖을 응시하며 서 있는데...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쨍!하고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난다.
무혁, 흠칫 고개 돌리는데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