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뮤직비디오가 크게 다가온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음반 판매를 늘이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된 뮤직비디오는 1982년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인 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독립된 영역의 매체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95년 뮤직비디오 중심의 음악 케이블 채널이 출범되면서 활성화되었다. 그러던 중 98년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투헤븐>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뮤직비디오 제작에 불을 지폈다.
이렇게 점점 특별한 장르(매체)적 위치와 영향력을 확대해온 뮤직비디오는 형태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그 영향력만큼이나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시초가 그랬던 것처럼, 본 음악의 음악성을 잘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음반의 판촉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뮤직비디오에 들어가는 제작비가 음반 녹음 제작비를 추월하고, 호화 캐스팅과 눈요기 거리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으려는 시도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해 제작되는 편수 또한 해마다 늘어 연 제작 편수가 500~600백편 수준으로 커지면서 감각적 영상에 뛰어난 광고(CF), 영화 감독들이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광고적인 역할과 더불어 실제 뮤직비디오 안에 특정상품을 홍보(박지윤의 <성인식>)하거나 초기제작부터 제품홍보의 성격을 지니고 제작되는 것(이현우의 <디엔드>)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갈수록 뮤직비디오가 상업적인 논리를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용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참 제기되었던 한국 영화 속의 `조폭'(조직폭력)문제는 뮤직비디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총기 사용이나 살인장면, 주인공의 연인이 병으로 죽는 등 폭력이나 죽음이라는 소재는 영화보다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중에서 죽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또한 선정성 문제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러한 뮤직비디오들에 대한 텔레비전의 태도, 방영기준은 어떠한가? 좋은 음악성, 내용, 영상미보다는 제작비나 출연 배우의 유명도에 따라 그 방영 빈도가 좌우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더 부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뮤직비디오 가운데 좋은 가사와 그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내용으로 이루어진 수작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뮤직비디오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작품들이 늘어나고 이것이 청소년들에게 적절히 잘 보여진다면 그 영향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고, 디브이디(DVD), 동영상 휴대폰이 더욱 보급되면 뮤직비디오는 더 확산되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질 것이다. 이에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는 방송국과 각 매체 담당자들은 올바른 방영기준과 제작사의 상업적인 이용에 대한 적절한 규제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좋은 작품이 늘어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영상 읽기와 문제제기를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