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재능은 노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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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처음 9홀에서 48타를 쳤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4세였다.
그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황제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고 타고난 재능이란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
“골프는 바로 나 자신이다. 골프가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수많은 노력이 바로 골프에서의 나를 만들었다.”
타이거 우즈에 비해 늦은 나이인 12세 때 골프를 시작한 신지애는 하루 11시간을 연습했다.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세계 최고로 불리는 지금까지 연습을 안 하고 쉰 날은 다 합쳐 100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추석이나 설날도 연습에 몰두했다. 언젠가 박세리를 만나 공동묘지에서 연습했냐고 물었는데 박세리가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하자 신지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언니를 따라 하려고 공동묘지에 가서 정말 연습했어요.”
타이거 우즈와 신지애는 타고난 천재일까?
물론 타고난 재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최고가 되었다는 것이다.
베를린 음악학원의 연구팀은 5세 정도에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일주일에 2~3시간씩 연습하는 아이들을 관찰한 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20세쯤 됐을 때 엘리트 연주자는 각각 총 1만 시간을 연습한 데 비해 단지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연주자들은 8000시간만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이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제1인자에 도달하는 데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재능과 운은 중요하지만 그저 훌륭한 연주자와 최고 연주자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로 연습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다니엘 레비틴은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아니라면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렇게 정의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 밖의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신지애는 하루 11시간의 연습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을 3년 미만에 끝냈다.
필자는 핸디캡 제로에 가까운 고수들과 만나면 골프시작 후 언제 개안 했냐고 묻곤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5년 정도를 노력해 싱글 골퍼가 되었고, 10년 정도부터 코스와 티박스에 별 구애를 받지 않고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컨디션이 좋으면 언더파를 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나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그들은 적어도 10년 동안 5천 시간 이상은 골프에 투자하고 연습한 것이다.
초절정 고수가 아닌 일반적인 고수라 불리는 골퍼들은 하나 같이 1년 미만에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고 3년 만에 개안을 했다는 말을 하곤 했다. 심지어 6개월에 언더파를 치고 2년 미만에 골프를 정복했다는 무시무시한 플레이어도 있었다. 그들은 이런 사고로 무장했기 때문에 그저 그런 동네고수로 사는 것인지 모른다. 세상은 상당 부분 공평하다. 인생에서 빈 수레가 덜컹거리듯 골프에서도 빈 수레는 덜컹거리며 달려가니까.
필자 주변엔 오랫동안 진보가 멈춘 상태로 살아가는 골퍼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의 시간을 견디는 기본적인 인내가 없다는 것이다. 스윙을 교정하기 위해선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6일도 못되어 포기하고 필드에서 몇 번만 실수하면 바로 과거의 스윙으로 돌아가 버린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고수가 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채 사는 것이다. 타이거 우즈는 투어에 등장한 이래 수없이 많은 우승을 거두면서도 4차례에 걸쳐 스윙을 교정했다.
그가 진정으로 강한 이유는 언제나 최고인 상태에서도 변화를 원하고 변화를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욕심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집과 집착은 골프를 더 고통스러운 번뇌의 스포츠로 만든다. 보통 인간의 뇌와 근육은 과거에 배운 것을 잊지 않고 실행한다. 어려서 한 손으로 탄 자전거는 어른이 되어서도 한 손으로 탈 수 있고 스키와 수영, 심지어 줄넘기도 20년이 지난 후 거의 똑 같이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골프는 그렇지 않다. 하루나 이틀, 일주일만 연습을 게을리 해도 모두를 깊은 번뇌에 빠지게 만든다. 오랫동안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골프는 번뇌란 것이다. 수없이 많은 시련을 주지만 단 한번 주는 만족감으로 그간의 통증을 잊게 하는 것은 골프 밖에 없다. 번뇌란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모든 망념, 즉 욕망, 노여움, 어리석음 따위 등을 통칭한다.
번뇌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클레샤(klesa)인데, '마음을 더럽히는 것', '상처를 주는 것', '괴롭히는 것' 등을 뜻한다.
번뇌와 동의어로 아누사야(anusaya)라는 말도 사용되는데 수면을 뜻한다.
번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마음 깊숙한 곳에 수면상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지닌다. 필자 주변에 있는 번뇌에 빠진 골퍼들의 특징은 잘못된 스윙을 가졌지만 반복되는 라운드와 감각의 의존으로 80대를 치는 것이다. 그런 반복에 의한 스코어를 자신의 실력이라 굳게 믿기도 하는데 몇 번은 잘 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100개를 넘기고 좌절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골프에서 가장 슬픈 것은 무(無)기초가 가지는 변화무쌍한 스코어다. 몇 년에 한번 70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절망에 빠져 러프 주변에서 서성인다. 골프는 평생을 하는 운동이라 가능한 빨리 변화하고 교정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망상과 교정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다면 번뇌를 벗어날 기회가 없다. 데미안의 새처럼 무릇 한 세상을 다시 만나려고 하면 자기가 가졌던 세상을 완전하게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천이란 후배가 있는데 빠른 시간에 실력이 진보했고 좋은 스윙을 가진 싱글 골퍼로
거듭났다.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결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골프에 정직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골프에 정직하면 자신의 능력치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의 별명이 유리 멘탈에서 강화유리, 진공청소기가 되는데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장 이상적으로 진보한 경우인데 그는 오래지 않아 언더파를 칠 것이고 언젠가는 초절정 고수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하수들은 자신의 골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며 막연하게 이 정도의 경지에 올랐을 거란 추측을 한다. 하수란 100개를 넘기는 골퍼가 아닌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침반도 없이 운에 모든 것을 걸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그들은 막연하게 거센 파도만이 강한 어부를 만든다며 강호를 횡행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점점 깨닫게 된다. 자신이 어부가 아닌 한 마리의 작은 고기였음을.
만약 잘못된 스윙과 샷을 가지고 있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멘탈이 부족하면 멘탈을
강화시켜야 한다. 사실 멘탈이란 한 사람이 그 동안 살아온 인생이 모두 함축된 것이라 쉽게 바꾸거나 변화되기 어렵다. 하지만 내기골프를 위한 멘탈은 쉬운 처치가 가능하다. 평소에 잘 치다가 5천 원짜리 스트로크 게임에 무너지면 더 큰 내기를 해 보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더 큰 내기를 몇 번 해보면 5천원이 주는 압박감에서부터 쉽게 벗어날 것이다.
일정 수준에 오른 골퍼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대부분 알기에 면밀하게 분석하여
목표를 가지고 연습해야 한다. 목표 없는 연습은 허망한 작대기 질이며 근육의 훈련에 불과하다. 좋은 연습을 위해서는 훌륭한 프로가 필요하고 혼자보다는 지인들과 하는 것이 좋다. 한 박스를 치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이 좋고 피로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바로 연습을 끝낸다. 나무는 정성스럽게 키운 꽃을 버려야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자꾸 버리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레벨 업이 되어 있을 것이다.
희귀한 존재라는 싱글골퍼, 언더파를 치는 골퍼가 되는 공식은 결국 재능1에 연습이
99퍼센트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라도 노력을 이길 수 없는데 재능 있는 사람들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재능의 역할은 줄어들고 연습의 역할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공동묘지에서 연습했는지 알고 공동묘지에 가서 연습했던 신지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고, 타고난 재능이란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타이거 우즈처럼.
(골프스카이 site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