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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일; 꿈에 그리던 금강산을 바라보며... 도로를 거쳐서 강경국도로 접어든다. 덕소를 지나 팔당댐을 지나니 한강물이 햇살에 반사되어 은비늘을 깐 것 같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자고 여행안내서를 보니 첫날 일정은 속초항에서 '설봉호'를 타고 4시간동안 항해하여 북한 고성 장전항에 도착, '해금강호텔'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배타는 일이 전부다. 시내로 내려갔다. 햇빛을 받아 검게 실루엣을 그리며 눈앞에 나타났다. '아---아름답구나.' 절로 탄성이 나왔다. 를 받고 바로 승선, 웅장한 설봉호 갑판으로 올라갔다. 입구에 죽 늘어선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금강산여행이 시작되었다. 자세히 얼굴을 보니 필리핀 안내원이었다. 우리말도 서투르고 피부색깔이 까무잡잡하다. 1만톤급의 설봉호는 5층으로 된 거대한 여객선---얼마나 큰 배인지 특급호텔 안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1998년 건조된 것으로 총길이가 114m, 폭이 20m, 시속 17.8노트의 쾌속정이란다. 수 있다. 웬만한 폭풍이 불어도 끄떡 안 할 것 같다. 가지고 왔다. 차멀미는 안 하지만, 배멀미는 바닷바람만 쐬어도 골이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호화여객선을 타보니 호기심이 나서 각층의 객실, 레스토랑,나이트클럽,바, 로비, 라운지를 구경하느라 분주하다. 구명대, 구명조끼 사용방법 등 소정교육을 받았다. 모두들 긴장과 흥분으로 경청하는 모습이다. 좌우를 둘러보니 젊은이와 아이들은 없고 50대 이상의 장년과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효도관광으로 금강산을 많이 찾아가는 것 같다.
나는 맨 위층 갑판에 올라가 속초 앞바다와 설악산을 구경하면서 '아!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강산엘 가게 되는구나!' 하며 쾌재를 불렀다. 좌우로 흔들린다. 다른 승객들도 하나 둘, 갑판에 나와서 이리 저리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망원경도 보고--- 배는 점점 속력을 내며 항로를 따라 돌진했다.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쳐서 갈라진다. 벌써 낙엽이 쌓인 골산일까--상상해보았다. 책에서 사진으로,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아온 금강산---점점 더 궁금해진다. 쐬면서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마침 안내 직원이 올라와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며 스카이 라운지(?)에서 생맥주를 시켜놓고 주거니 받거니 담소를 나누었다. 핸드폰,밧데리 등을 개인별로 수거하여 별도 보관시켰다.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6시경에 베에서 숙소인 해금강호텔로 들어갔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미리 대기한 금강산관광버스 (현대차 제공)를 타고 온정각 휴게소로 향했다. 오늘은 너무 늦게 도착해서 온천욕은 생략하기로 하고, 곧바로 저녁 식사시간으로 들어간단다. 일반 뷔페식당과 같다. 물어보니, 이곳은 현대상선에서 장만한 남한음식인데 야채는 영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것도 있단다. 점에 들려 상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매점을 한바퀴 빙 둘러보고, 이것저것 가격을 물어 보았다. 북한산은 술종류, 전통차류, 산나물, 한약재, 동양화, 수예품, 꿀종류 등 토종 농산물 밖에 없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식사를 해야 한다. 호텔의 가벼운 흔들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어떻게 일어날까 걱정했는데, 저절로 눈이 떠져 창밖을 보니 희미하게 금강산 자락이 보였다. 휙--하고 들어왔다. 심호흡을 하며 오늘의 산행준비를 했다. 등산복을 입고 배낭에 물병을 챙기고 카메라 점검을 한 후 식사를 하러 온정각휴게소로 향했다. 한꺼번에 올라가니까 조별로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난리가 났었다는 것이다. 어느 관광객인지 모르지만, 김일성 기념비 앞에 조경석으로 갖다놓은 둥근 옥돌이 4개가 난데없이 없어졌다는 것---이런 불상사가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는 당부의 말이다. 말은 하지말고, 더욱이 최근 미국의 핵개발금지 조치같은 예민한 사안은 대화하지 말라는 다짐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는 얼마든지 북한 판매원과 관리원과 해도 된단다. 학교 가는 학생들이 보이고 주민들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도 가끔 보였다. (호텔)였는데, 노후해서 철거중이란다. 북한의 첫 번째 건물이었다. 공연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제법 큼직한 돌집인데 즉시 다시 짓지 못하고 내팽개쳐진 상태였다. 이른다. 지금은 기둥석 4개와 3층 석탑, 부도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전소되어 창연했던 절이 지금은 절터만 남고 폐허로 변했다고 한다. 9시20분 주차장에 도착한 후 조별로 산행을 시작, 첫 번째 관광코스인 200m 위 목란관(현재 공사중)앞에 도착, 화려한 단장을 한 금강다리 위에서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단풍, 노란 단풍이 눈앞에 다가왔다. 좌우로 험준한 바위를 낀 협곡을 옥류가 흘러 넘친다. ---단풍경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제3일>
금수강산 삼천리에 푸른 소나무가...
지도를 보니 왼편으로 집선봉과 영춘대,앙지대를 뒤로 하고, 오른편에 가까이 관음연봉 (상관음봉, 중관음봉, 하관음봉)을 끼고 오른다. 금수다리를 건너고 장수샘물로 알려진 삼록수를 지나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한 구멍바위, 금강굴이 나왔다. 돌로 된 계단을 간신히 빠져나가니, 바위에 글을 새긴 암각이 보였다. 파괴라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옛 선현들도 자기의 이름을 바위에다 수도 없이 새기지 않았는가---이런 전통문화를 이해해주어야 한다. 그 벌로 몸은 토끼고 얼굴은 입을 벌린 거북이형상으로 변하게 했다는 토끼바위와 옥화 상제 바위, 자라바위의 전설을 듣는다. 변한다. 나는 넋을 놓고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없는 것 같다. 일출봉(1552m), 채하봉(1586),세존봉(1160m),옥녀봉(1424m)이 길게 연봉으로 펼쳐졌다. 숲과 울긋불긋 단풍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섰고, 그 아래로는 커다란 소와 깊은 담이 휘돌아가고 있다. 돌다리처럼 비스듬히 누운 바위 위에서 연주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폭포 바위 표면이 마치 대패질한 것 같이 매끄럽고, 폭포수는 길게 내리 뻗고, 용솟음치고, 휘 돌아가고 제멋대로 솟구쳐흐른다.
제2편에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