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네 이발소는 복덕방이자 방송국이다.
모든 소식과 정보가 오고 간다.
누가 전답을 내 놨느니
누가 바람을 피다가 들켰느니
누구하고 누가 뭔일로 싸웠느니 등등..
그러나 이발소는 남자들의 구역이므로 여자들 얘기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여자들 얘기는 빨래터에 가야 잘 알수 있다.
내가 우리 동네 이발소를 다니기 시작한지는
의자 손잡이에 송판을 걸치고 앉아서
바리깡으로 빡빡머리 깍던 시절부터이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전
이발소가 없어진지가 15년여?
그러면 내가 기억하는 이발소는 25년정도 되었다.
마지막 간판은 일신이용원으로 기억된다.
그 이발소에 들어가면 언제나 변함없이 걸려있던 액자!
몇십년을 한결같이 지키던 어미 돼지와 아기 돼지들
그리고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여워 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그러나 인생을 잘 알지 못했던 그 시절에는
이 시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살다보니 조금은 알것 같다.
삶이 매일 나를 속인다.
그러나 슬퍼하거나 노워여 말아야지!
참고 견디면 좋은날이 온다고 했으니까?
그 이발소는 사라지고
급 커브길 도로로 변했으니
나라도 그 이발소를 기억해 주어야지.
대구형은 대전으로 이사가서
이발 잘해 돈 많이벌어
그랜다이저 타고
가끔씩 고향 들르는데
그 돼지와 그 시를 기억할는지 몰라...
첫댓글 일신이용원은 나도 기억난다. 내가 풋개 살때도 그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덕평리 논에서 모내기할 때, 주전자들고 술 받으러 가던 주막거리 풍경이 눈에 선하네. 거기를 주막뜸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맞는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