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점에서 기술된다.
첫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 이전 시대의 문화철학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이전의 문화철학이 짐멜과 카시러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들의 문화철학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한 사전작업 해당된다.
둘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철학이 어떤 철학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짐멜과 삶의 철학․신칸트주의 간의 관계를 살피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시러와 신칸트주의 간의 관계를 다루고자 한다.
셋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의 문화 철학이 지닌 전제, 개념도구, 지향점 등을 체계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특히 객관문화와 주관문화의 개념, 상징형식의 개념에 대해서 체계적인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넷째, 본 연구는 짐멜과 카시러가 서로 대립적으로 파악하는 현대문화의 비극 개념과, 이들이 제시하는 현대문화의 비극의 극복 가능성을 밝혀보고자 한다. 이것이 본 연구가 지니고 있는 주된 관심사이자 본 연구의 독창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 연구 방법과 범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술된다.
첫째, 짐멜에 대한 연구는 『돈의 철학』과 더불어 문화에 관한 짐멜의 주요 저서로 꼽히는『철학적 문화. 에세이집』(1911)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특히 그의 「문화의 개념과 비극」(1911)을 집중적으로 다루게될 것이다.
짐멜은 1900년대 초에 쓴 현대문화에 대한 철학적 저서인 『돈의 철학』의 출간과 함께 체계적으로 문화 문제를 다루었고, 뒤이어 계속된 문화에 대한 사유를 『철학적 문화. 에세이집』에 담았다. 이 책은 주로 1909년에서 1911년에 나온 논문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짐멜의 문화 관련 저술들, 즉 「현대 문화에 있어서의 돈」(1896), 「인격적 문화와 즉물적 문화」(1900), 「여성 문화」(1902), 「문화의 본질에 대하여」(1908), 「문화의 장래. 설문에 대한 답변」(1909), 「문화 유형들의 변화」(1916), 「현대 문화의 갈등. 하나의 강연」(1918) 등이 본 연구의 범위가 될 것이다. 짐멜의 문화이론은 프랑스의 삶의 철학자인 앙리 베르그송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로 삶의 철학적 색채를 띠게 되는데, 베르그송과 짐멜의 관계, 그리고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게 될 것이다. 또한 짐멜과 카시러의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카시러의 다양한 저술 중에서도 『상징형식들의 철학』(1923~29)과 『문화과학의 논리』(1942)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며 더불어 그의 『인간론. 인간 문화철학 입문』(1944)도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본 연구의 핵심적인 주제와 관련되는, 『문화과학의 논리』에 수록된 「문화의 비극」(1942)은 카시러의 현대 문화관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카시러의 철학적 생애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누어 고찰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마부르크 신칸트학파 철학에 의하여 각인된 시기로서, 이는 대체로 1920년까지를 가리킨다. 이 시기의 카시러는 주로 인식론의 문제를 다룬다. 1912년부터 1929년까지에 걸쳐서 3권으로 된 『상징형식들의 철학』이라는 저술이 나오는데, 이와 더불어 카시러는 자신의 인식관심을 주로 문화철학적 문제에 집중시키게 된다. 이 시기를 보통 카시러 철학의 2단계로 볼 수 있다. 그의 철학적 생애의 마지막 세 번째 단계인 1930년대 이후에 카시러는 사회철학과 인간학에 전념하게 된다. 본 연구는 2단계와 3단계에 연구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