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라면
서정윤시인의 홀로서기란
시를 한번쯤 읽어 봄직하다.
1980년대 초에 나온 서정윤시인의 홀로서기
그 당시 이시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처럼 보여 졌지만
[가요 중에서 유명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그랬던 것처럼]
이 시도 신촌의 대학가 어느 조그만 음악다방 바람벽에
대자보처럼 붙여진 시가 학생들 입에 오르내리더니
순식간에 불길처럼 번져서
서점에 주문이 빗발치고 출판사에서는
주문량을 다 찍어내지 못하여 초판기념으로
출판사에서 저자인 서정윤시인에게
출판기념용으로 보내졌던 몇 백권의 시집까지
서울로 호송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런 가담항설은 각설하고
이 시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당시 운동권의 학생들이건 아니면
공장에서 일하던 우리 불쌍한 누이들,
또 사랑의 배신으로 고통 받던 청춘들과
사회에서 쓰라린 배신을 당한 사람이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홀로서기란 시를 인용하게 되면
우리 인생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홀로서기란 어쩌면 우리 인생에 있어서
세상의 모든 사랑과 믿음으로부터
배신당한 인간이 절망의
그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픈,
세상에서 도피하고자 하였으나
도피하지 못한 한 인간의 의지표현이자
자화상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는 7편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어쩌면 연작시를 연상케 한다.
1편은 홀로서기가 싫어서 몸부림치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7편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절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 홀로 있을 그 사람을 축복하자는
의미로 결말 짖는다.
여기에 적은 이 시에 대한 모든 것은 나
개인의 자의적인 해설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그리고 이 시에 대한 오역이나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음을 또 부지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저 좀 문학을 좋아하는 무지한
문학도의 실수로 치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럼 우리 다시 한번 이시의 추억을 되새겨 보자.
3월 ~ 겨울자락끝에서 전윤희 ~
홀로서기
- 서 정 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는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밭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보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첫댓글 끝말이 맘에 드네요 열심히 사랑하자어디가나 사랑이란 단어는 어울려..나도 사랑하고 싶다..누군가를...
ㅎㅎ 혹 사랑해줄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사랑해줘 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