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의 중후한 남자가 풀 씬으로 아마득한 계단을 오르고 있다.
바스트 샷으로 크로즈 업 되는 얼굴 ,땀이 흐른는 얼굴,런닝 복장으로 남산 계단을 힘차게 뛰어 오르고 있다.
멋진 남성의 얼굴과 튼튼한 근력의 다리가 크로즈 업 된다.
계단 꼭대기에 오른 남성은 양팔을 힘차게 뻐쳐 올린다.
자막_ 체력은 국력!!
비둘기들이 창공에 날아 오른다.
제품이 인서트 된다. (광고 화면을 글로 옮겨 적었음)
모델은 오래전 미국 헐리웃 미남스타 그레고리 팩을 닮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남 액션배우 남궁원이다.
00제약회사는 오랫동안 그를 전속으로 광고메 출연 시켜 왔었다.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는 제품과 함께 그의 다양하고
럭셔리한 포즈와 남성미를 한껏 표현하였다.
물론 요즘 이 광고를 다시 본다면 좀 유치하며 웃음이 나올 광고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나름 단순 명료하게 잘 만든 광고다.
작년에 대학생들 강의에서 이광고 동영상을 보여 주었더니 한편의 코메디를 보는 양 배꼽을 쥐고 웃어 댔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보는 시각이나 생각에서 그 광고가 너무 유치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남산을 오르는데 얼마나 많은 계단이 있고 또한 높아서 뛰어 오르기는 중년이 힘든데 굳이 이 약을 먹어 가면서
꼭두 새벽부터 뛰어 오를 일이 있을까. 나라면 차라리 약을 안먹고 안뛰겠다.
당시 유사한 광고로 삐콤-C 광고는 한 술 더 뜬다. 인기 연속극의 똑순이 가족이 아무도 없는 시골 신작로를 뛰고 있다.
그러다 잘 뛰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진다.
" 당신이 쓰러지면 당신의 가족은 누가 돌봅니까?" 멘트가 나온다.
조깅하다 쓰러질 정도의 사람이 인적도 없는 신작로를 가족과 함께 츄리닝복으로 달린다는 설정이 우습다.
더군다 흑백 티비가 절대적으로 많은 시절에 음산하기 조차 하다.
허지만 요즈음 아이돌세대에게는 그런 비쥬얼 설정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창작 개념으로 더 맞을지 모르겠다.
평범하고 지극히 논리적인 사고는 툭툭튀는 창작이 될 수 없다 하니 말이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 가면 남궁원은 00제약회사 전속모델로 그동안 이미 10년이상을 해온 것이다.
'A' 소비자의 연령이 모델의 나이와 함께 늙어 간 것이다. 40대에 복용을 시작한 사람들은 모델과 함께 여전히 고정 고객이지만
신규고객 역시 새로운 50세 이상에서 발생 되는 상황이 벌어 진 것이다.
어느날 부터 효자들이 선물하는 노인의 복합영양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50세 이하는 타겟층에서 멀어진 제품이 되니 소비층은 한정된 50대로 고령대 고객으로 좁아 진 것이다.
세분화된 기능성 영양제가 새롭게 등장하고 "A"제품의 고객중에는 눈이 침침해지고 시력이 안좋아 먹는 경우도 많았다. 피로회복제,또는 강장제등 복합영양제였으나 토비콤같은 눈 영양제가 나왔다고 시장에 크게 변수를 주지 않는 다는 조사 결과인 것이다.
매출 감소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경쟁제품때문인지 아니면 본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오랜 고민 끝에 모두 광고모델을 바꾸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모델만 바꾸어서도 안된다. 약성분을 일부라도 무언가 기존과 다른 기능성을 첨가해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소비자에게 주지 않으면 안된다.
'A골드"라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 했다. 그리고 모델의 연령층을 30세 전후로 대폭 내렸다.
단순한 영양제만으로는 이전처럼 커다란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뭔가 다른 또 하나의 전략적 암시가 필요했다. 광고의 방향을 일단 신혼 부부를 타겟으로 설정했다.
새색시가 된 동생에게 언니가 이상한 질문을 한다.
"요즘 김서방 어때?'
"언니 말도 마, "
화면은 하품하고 졸고 피곤해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여준다.
"얘, 거 있잖아, A골드!"
제품의 알약이 팍!팍! 씨즐감 있게 튀어 나온다.
퇴근인지 출근 인지 모르는 애메한 모습의 남편 배경에서 색시가 한마디
"어땠어?"
"좋았어!"
글쎄 뭐가 좋았을까? 간밤 일이? 아님 회사 일이?
그러면서 아웃보이스로 노인의 목소리
" 거 신경통에도 좋더라"
광고는 센스가 형광등 같은 범생에게는 약효능으로 피로 회복제다 그러나 섹스 어필이라고 바로 눈치 챈 새색시들은
곧바로 약국으로 달려가 상비강장제로 구입해서 그날밤 부터 신랑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직접 약국게 가서 확인 한바
물량확보 하기가 힘들다고 했던 약사 말을 기억한다.
마지막 트레일러 멘트는 물론 아직도 고정 팬들인 노인들에게 좋다는 기존의 시장을 당연히 안고 간다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하여튼 "A골드"는 한동안 무지하게 팔려 나갔다. 우리는 한동안 그 광고주를 유지하였다.
광고가 나간후 몇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는 이야기.
어떤 제품이나 인기인이나 인생의 포물선이 있는 법이다. 얼마나 높고 긴 커브를 유지하느냐는 피나는 노력과
주어진 기회를 잡는 자의 것이다. 늘 상대가 복잡한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이외로 단순하며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면
상대는 이외로 단순하게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그런데서 나온다. WHAT에서 WHY 로 다시 HOW로 고민할 때 비로소 답이 보인다.
그러나 그 희열의 순간까지 고민은 계속된다.
오래 전에 경험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금 회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