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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웰빙사교댄스스포츠클럽(웰빙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버핏
[해외 자전거여행] 몽골 고원을 자전거로 달린다 울란바토르~아우자카~뫼뢴~제르가당~홉스콜 답사 | ||||
작년 여름 MTB대회에 들떠있던 나에게 박현우 언니는 몽골 투어에 동행하라고 제안했다. 자전거를 타고 나만의 여행을 하고 싶던 터라 남편과 의논하니 열심히 하라며 자전거를 새로 꾸며준다. 각자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함께 몇 번 야영하고 짐을 꾸리기로 했다.
또 이봉만 선배는 자전거보다 산으로 더 유명하시단다. 남편과 함께 고산원정을 하셨고, 산악사진작가로 활동하시는 분이란다. 큰 키에 훤칠한 이 선배는 운동복 차림에도 신사의 멋이 배나오고, 예쁘고 멋진 사진을 가질 수 있으리란 생각에 행복했다. 첫 만남에 어색하지만 인사를 드리고 예쁜 척 잘 보이려 웃음으로 시작했다. 37세의 나이에 두 아이 엄마가 투어팀의 귀여운 막내로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험악한 비포장도로에 첫날부터 엉덩이 통증 인천공항을 떠난 지 3시간만에 몽골에 도착,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와 보니, 공항은 청주공항 규모밖에 안되었다. 몽골 현지가이드와 운전기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운전기사 자담바는 서울 수유동에서 3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어 한국말을 제법 잘 구사하는 30대 초반의 남자였다. “태영씨~, 9시가 벌써 넘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아침식사를 10시까지밖에 제공하지 않는단다.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급히 일어나 대충 씻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사를 마치고 식료품 구입과 시내 구경을 위해 호텔을 나섰다. 택시요금은 언제나 다르기 때문에 흥정을 하거나 현지 사정에 익숙한 척 제시해야 하지만, 어쨌든 아주 저렴하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영어 몇 마디로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시내 안내와 몽골 가이드는 이 선배 담당이다.
스카이쇼핑센터는 꽤나 넓다. 아파트단지 앞 마트 정도의 규모다. 우리나라 식료품과 일본 등지의 생필품이 눈에 들어왔다. 지방의 어느 한 곳에 머무는 느낌이다. 화장품은 90%가 우리나라 것이다. 이 선배 말씀으로는 몽골은 요즘 한국 물건뿐 아니라 음악과 드라마 연예인을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자동차 또한 눈에 익은 현대 대우 기아 브랜드가 무척 익숙하다. 상태는 한국에선 폐차할 것을 가져다 놓은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버스에 한국 번호판과 행선지 안내판을 그대로 달고 다닌다는 점이다. 미술학원도 피아노학원도 모두 그대로다. 한국 글씨가 있는 차가 매매시에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단다. 현우 언니가 미아리라 쓰인 버스를 보고 “이것 타면 미아리 가나?”며 웃겨준다. 6월21일 수요일 오전 8시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고, 오전 10시30분 드디어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한다. 심호흡을 하고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아름다운 몽골 초원과 마을 풍경을 보겠다는 기대와 달리 울란바토르 시내를 벗어나 외곽도로를 진입하였지만, 시내를 벗어나는 대형 트럭들과 자가용으로 복잡하고 심한 매연과 무질서에 실망이다. 몽골의 노면은 정말 열악했다. 첫날부터 엉덩이가 너무 아파온다. 도로라 하여 길이 좋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었다. 시내 한복판의 노면은 외곽의 비포장도로보다 더 안 좋다. 한눈팔고 가다보면 깊이 패인 곳에 박혀 넘어져 다치기 십상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한참 내달리다 보면, 어느새 20~30km를 후딱 지나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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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풍광 | |||||||||
외곽도로를 나오니 몽골의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폭의 그림 같다. 하늘은 너무나도 드높고 파랗다. 찌든 도시를 벗어나 자전거에 몸을 실어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달리니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 무아지경에 달리고 있다. 더 힘차게 달리고 싶다.
도로를 따라 6시간 동안 125km를 달려왔다. 엉덩이 통증을 더욱 느껴질 때쯤 날씨가 변한다. 검은 구름이 우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차와 텐트로 피했다. 먹구름이 커튼을 드리우듯 하늘에서부터 땅끝까지 막을 치고 다가오며 번개 치는 모습이 그림책 그대로다. 정말 신기했다. 바람과 강한 빗줄기에 차량과 텐트로 나뉜 일행은 연락이 끊기고 무너져버릴 듯한 텐트는 무슨 일이 있는지 울퉁불퉁하다. 비바람과 전쟁 중인가 보다. 비가 그치고 나온 언니는 라면박스를 깔고도 배고픔에 시달리다 잠들었단다. 갑자기 피곤이 밀려온다. 우리가 도착한 룽이란 곳은 대자연 속의 들판이다. 예정에 미치지 못했으나 큰비를 피했으니 다행이다. 굵고 강한 빗줄기로 텐트 안은 엉망이다. 바닥깔개 중 하나를 천장에 받치고 벌서는 자세로 잠들었을 언니를 생각하니 미안하다. 자전거 타는 거만 빼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하다. 소꿉장난 같기도 하고 다소 생소하기도 하지만, 언니나 선배는 그저 부딪치는 이 환경에 금세 적응하여 재미있기만 한 것 같다. 모래길에 박힌 유리에 펑크나기도 다음날 오전 9시 또다시 출발한다. 엉덩이가 많이 아프다. 그래도 참고 가다보면 어느새 진정되어 나도 모르게 페달에 힘이 실린다. 선배들은 “그러다 오래 못 간다”며 좀 천천히 가라 하시지만 나는 날아서라도 가고 싶다.
룽을 지나 80km 지점에 도착해 작은 식당에서 만두를 먹었다. 선택하지 못하고 주는대로 먹는 것이다. 만두 속은 양고기가 가득하고 만두피도 쫄깃쫄깃 맛있다. 뚱보아저씨가 천천히 움직이고 주방에는 부인으로 보이는 예쁜 아줌마가 바쁘게 움직인다. 어디 가나 똑같아. 여자랑 남자 모습. 식당을 출발하여 10km 지점은 모래 길이다. 맨 앞에서 달리던 나는 몸을 사리고 언니가 먼저 앞바퀴를 밀어본다. 비포장의 시작이다. 이제 포장도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눈으로는 비포장도로가 탈 만하고 좋아 보였다. 그런데 아뿔싸, 중간에 하얗고 예쁜 모래 길은 자전거 타이어를 묻어버리고, 곳곳에 빨래판 모양으로 패이고 굳은 곳은 페달링을 힘들게 하고 엉덩이를 부서지게 한다. 게다가 유리조각이 박혀 펑크가 나서 시간과 기운을 많이 빼앗긴다. 아우자카에 도착! 드넓고 척박한 초원에 몽골 전통가옥 겔이 보인다. 대여섯 채 정도의 휴양림이란다. 오늘은 겔에서 묵는다. 주인과 겔의 몽골인은 말없이 우리를 보며 친절하고 편안함을 주기 위해 애썼다. 몽골은 백야현상으로 밤 10시에 해가 지고 새벽 4시에 해가 뜬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되었지만, 이제는 즐기며 밤을 낮처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이다. 겔에서 저녁을 먹고 쉴 무렵 또다시 소낙비가 시원스레 내린다. 예정에 없던 날씨라 비를 좋아하는 언니는 걱정 반 즐거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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