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노력을 계속하며 중장기간에 성과를 올려야 하는 일
가령, 수험생들의 수능 공부나 여러가지 국가 고시 공부 등의 경우,
일생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과정을 어떻게 인내하고 잘 핸들링하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어마어마한 중장기 집중력과, 강인한 멘탈, 노력이 필요한 시기
과연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이러한 고 난이도의 과업을 잘 헤쳐나가는 경향이 있을까?
순풍과 역풍
성실하면 무조건 공부를 잘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경우라면 어떨까요?
성실한데,
①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자꾸 관심을 갖고 흥미를 들이면서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경우
② 친구들도 많고 너무 놀기를 좋아해서 음주가무에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경우
③ 워낙 이타적이고 친절해서 다른 사람들 일에 매번 적잖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
④ 스트레스에 굉장히 민감해서 공부와 경쟁에 대한 압박감에 쉽게 번아웃되는 경우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성실함은 기본입니다.
즉, 순풍에 해당되죠.
반면, 아무리 성실하다고 해도,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공부에 제동이 걸린다면,
내가 아무리 성실하다한들, 성실함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겁니다.
역풍이 너무 세잖아요.
따라서, 고시 공부 같은 중장기 태스크에서는
순풍이 불기 쉬운 성격에다가
역풍이 잘 불지 않는 성격이 조합될 때 그 위력이 극대화되기 마련입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떤 성격 조합이 이런 유형에 해당될까?
집약적 노력이 필요한 중장기 태스크에서 순풍의 역할을 담당하는 성격은
당연히 성실성입니다.
※ 성실성의 하위 여섯 개 요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제력(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시작하는 능력) 수치이다.
다른 다섯 개 요인들의 수치가 아무리 높다한들, 자제력 수치가 낮다면 말짱 꽝이다.
반면, 자제력 수치가 매우 높다면, 다른 몇 개 요인들의 수치가 다소 낮아도 괜찮다.
중장기 태스크에서는
재능과 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머리 좋고 성실성도 뛰어난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죠.
BIG 5 성격 유형에서
성실성이 고시 공부에 순풍의 역할을 한다면,
나머지 네 요인들은 역풍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① 개방성
각 잡고 몇년동안 공부에만 매진해야 하는데,
평소에 호기심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으면,
그 수많은 유혹거리들을 과연 어떻게 참아낼 수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참는데도 뭔가를 하는 것만큼이나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설명합니다.
하고 싶은 일들을 꾹 참고 하지 않는 것도 힘들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일들을 즐기다 보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안되고.
따라서, 고시 공부에서만큼은 개방성이 낮아서 호기심이 적을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② 외향성
공부는 상대적으로 내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죠.
반면, 외향인들은 외적 활동을 즐기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처럼 외적 활동을 선호하는 습성 때문에,
외향인들이 공부에만 매진하기에는
내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 확보가 힘들다는 애로사항이 생기게 되죠.
또, 외향인들은 재미와 즐거움에 민감하기 때문에,
내향인들보다 소소한 행복감들을 훨씬 더 쉽게 잘 느끼는 반면,
그만큼 재미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시간은 훨씬 더 못 견뎌하는 경향이 있어요.
(cf. 외부 활동이 금지된 코로나 기간에 정신건강의학과의 처방률이 급증한 전례가 있다.
내향인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시기였지만, 외향인에게는 엄청난 챌린지였던 것이다.)
즉,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고시 공부를 인내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버겁다는 얘기죠.
반면, 내향인들은 재미와 즐거움에 둔감한 것만큼이나
딱히 재밌지도 즐겁지도 않은 시간을 인내하는데도 훨씬 더 적응력이 뛰어난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시 공부에서만큼은 내향적일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③ 우호성
공부에 전념할 때는 만사 제쳐두고 내 성과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호성이 높은 사람들은 워낙에 이타적이고 잔정들이 많은지라,
꼭 다른 사람들의 일에 개입하게 되고, 타인과 함께 하며 그들을 돕는 일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게 돼요.
공부에만 전념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죽겠는데,
가족 문제로 항상 내가 뭘 책임져야 되고, 친구들이 보자고 하면 거절하기도 힘들고,
이레저레 얽혀 있는 일들도 많고, 이러한 일들을 정리하자니 미안한 마음에 계속 끌려다니다 보면
어느덧 집에 돌아와서 책을 펼치려 해도 에너지가 딸려서 그만 잠이나 청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고시 공부에서만큼은 우호성이 낮아서 내 일에만 집중할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④ 신경성
외향성이 재미와 즐거움 같은 긍정적 자극에 민감한 성격이라면,
신경성은 불편감과 불쾌감 같은 부정적 자극에 민감한 성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신경과민처럼 위협 인지가 높은 성격일수록 사소한 일들에도 스트레스를 잘 받기 때문에
최대한 몸을 사리게 되어 생존 확률이 증가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cf. 이게 약육강식이 일상이었던 원시 시대에는 장점으로 작용했겠지만,
더이상 육체적 생존이 화두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는 매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불러 일으키게 되므로,
지금은 고 신경성이 우울이나 불안 증세의 대표적 원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육체적 생존이 아니라 정신적 생존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민감성을 높이는 신경과민 성격이 만악의 근원처럼 여겨지게 되었죠.
고시 공부야말로 사실상 온갖 스트레스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는데,
신경성이 지극히 높게 되면, 아무리 성실하고 머리가 좋다 한들,
스트레스의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멘탈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질 수 있으니,
고시 공부에서만큼은 신경성이 낮아서 온갖 부정적 자극들에 둔감할수록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성실성은 평범한데.. 개방성 외향성 우호성 이 거의 만점에 가까워서... 뭐 대신 신경성은 0에 수렴합니다만
무명자님 고시생 출신이신가요? 고시생의 심리와 제약을 어떻게 이리 잘 아실까요? 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ㅎㅎㅎ
고시 실패자로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