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변을 치우고 씻을 때나 상처(총상) 부위를 볼 때 거부감이나 혐오감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내 부모 형제같이 느껴지며 오히려 이 시간이 기다려지고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부산 가야본당(주임=김근배 신부)의 「사랑 실은 목욕봉사대」. 남성 레지오 단원 30여명은 조별로 나눠 매월 첫째주일 낮미사후 인근 보훈병원을 찾는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전쟁으로 상처입은 환자들의 몸을 닦고 매만지며 우리 사회의 꺼지지 않는 사랑을 확인시켜 주고 있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가야본당의 봉사활동은 1년전 보훈병원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 처음엔 불교, 개신교 신자들과 함께 시작했으나 지금은 가야본당 신자들만이 활동하고 있다. 이는 전상자들의 요청 때문. 타종교인들에 비해 봉사에 임하는 마음자세가 남달라 환자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가톨릭 신앙으로 무장한 레지오 단원들의 꼼꼼하고 자상한 손길에 환자들은 물론 보호자들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고마워하고 있다.
『고맙다며 미안해하는 그분들에게 오히려 당신들이 있기에 오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며 서로 보답하지요』 본당 꼬미시움 이영길(비오) 부단장은 『환자들이 마다하지 않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또 가야본당 형제님들이 이 활동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가톨릭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간접 선교의 장이기도 하다』며 환하게 웃는 가야본당 레지오 단원들의 모습은 태풍이 지나간 후 따사로운 햇살 보다 더 맑고 눈부시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