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보고 싶은 게 친구입니다>>
캐나다 최악의 산불 연기가 미국 남부까지 내려온다는데
서울 하늘은 구름 없어도 햇빛 쨍쨍. 걸친 재킷이 거추장스럽습니다.
우리 친구 이현수는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늘은 또 몇 명이나 나올는지?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음식점 豆林에 콩국수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몇 인분 준비할까요?” “글쎄요...” “네 알았습니다”
영혼 없는 대화는 이렇게 20여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만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척하면 삼천리”란 말 우리가 실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수다 떨기 좋은 날이라서인지 오늘은 19명이 참석했습니다.
술잔 부딪치기에 앞서 얼마 전에 우리 곁을 떠난 친구 김성준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렸습니다. 부디 편한 곳으로 가소서.
김종욱 전 회장이 불편했던 몸 툴툴 털고 3년 만에 보금회에 무사 귀환했고
김길환 전 의원은 조계사 스님과 점심약속 파기하고 5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강전덕은 카메라 둘러메고 좋은 피사체 찾아나서고픈 욕망 뿌리치고
보금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오늘이 태어난 지 80년 되는 날. 김일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와인을 한 잔씩 돌렸습니다.
음식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김일권이 오늘 8순을 맞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근처 편의점에서 와인 한 병 사들고 와서 건배하는 것으로 축하했지요.
목소리 투박해도 함께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구요.
늘 참석하던 회원이 안보이면 덜컹 겁부터 나기 마련.
정성영이 사우나에서 넘어졌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으나 다행히 뼈에는 이상 없다는 소식입니다.
이정교는 기침 감기 심해 병원에 가는 중이라 참석 어렵고, 이순표는 집안 행사 때문에,
손희광은 병원 검사 예약이 있어서 불참한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들 나이에 한두 가지 질병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모임에서 얼굴 안 보이면 공연히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일 터.
그게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장수막걸리, 식당 제공 공짜막걸리, 빨간 진로소주, 그리고 레드와인까지...
무슨 술 품평회라도 하는 듯 입맛 따라 술맛 따라 골라 골라 마십니다.
하기사 우리 나이에 누구 눈치 보며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마시고 싶은 거
안 마시나요? 돈이야 누가 내든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요.
오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마음 약한 사람이나 성격 급한 사람이
슬그머니 지갑 열 테지만요. 아니면 회비에서 충당하면 될 테고...
그렇습니다. 그동안 몸 고생하던 친구 김종욱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김길환이 오랜만에 참석했으며, 강전덕이 처음 나온 것이 기쁘다면서 선뜻 지갑
연 것은 짧은 글 한두 마디로 사람 가슴 울리는 촌철살인의 귀재 안창조 전 회장이었습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이래서 이번에도 회비 받지 못하는 긴 설움을 또 겪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내내 회비 한 번도 못 걷고 있네요.
식당에서 써빙하는 분들의 눈총 아랑곳없이 수다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낌새입니다. 하지만 어쩌겠는지요?
못 다한 이야기는 뒤풀이에 할 밖에요.
뒤풀이 하는 곳 카페 ‘심비디움’. 겨울에 한 번 꽃 피면 1~3달 간다는 서양란
이름인데 그 때문일까요? 이곳에서도 수다는 끈질기게 계속 이어집니다.
마음씨 예쁜 주인의 아름다운 배려 있어 10% 할인해 주셔서 늘 고맙게 여기고 있지요만.
다시 오늘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소서. 모두 모두 행복하소서.